사카이 나오키 · ISBN: 978-89-87608-46-4
저자는 흔히들 옛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국민이나 민족의 이름이 붙은 사상과 언어 - 중국사상, 중국어, 일본사상, 일본어 등등 - 에 대한 회의에서 책을 시작한다. 예컨대 그는 "'일본사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문제 삼는다. 그것은 '일본사상'이라는 담론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고, 그 근거가 되는 일본인/일본문화/일본어의 균질성을 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본인이나 일본어라는 균질성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내부에서 일본사상이라는 역사적 연속성이 만들어져왔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으로 간주한다. 그리하여 언어적 통일체와 그것에 기반한 국민공동체 해체를 옹호한다. 일본어나 일본인이라는 환상을 드러냄으로써 언어적.사회적 잡종성을 긍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책은 그 자체로 언어적 잡종성을 체현한다.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글은 모두 영어에서 일본어로 혹은 일본어에서 영어로 호환적으로 쓰였거나 번역되었다. 또한 한국어를 모어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되어 애초에 균질적인 언어에 의해 지탱되는 공동성을 신뢰하지 않음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