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독2 積讀
명사
《표준국어대사전》
미신과 기도에 의지해서라도 재회하고 싶은 소망, 그 강렬하고 날카로운 그리움
《칵테일, 러브, 좀비》부터 《트로피컬 나이트》까지 섬뜩하고 경쾌한 호러 스릴러에 해피 엔딩 한 스푼을 곁들인 ‘조예은 월드’로 독자들을 초대해온 작가, 조예은의 신작 소설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만조를 기다리며》는 주인공 정해가 소꿉친구 우영이 만조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받으며 시작된다. 산에 묻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정해는 우영의 자취를 쫓아 영산교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듯, 만조의 검은 바다가 감추고 있던 영산교와 우영의 진짜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의 언어는 멸종에 관한 것이었는지 사랑에 관한 것이었는지”
끝을 상정하는 사랑의 위기 속에서 오늘도 힘껏 멸종해, 너를 멸종해
사랑의 화석을 더듬는 멸종의 고고학 유선혜 첫 시집 출간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선혜의 첫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08번으로 출간되었다. “지금 여기 이곳에 발 딛고 서 있으면서 보고 듣고 만지고자 하는 열정”(심사평)으로 써 내려간 시 43편을 총 4부로 나눠 묶었다.
사멸 랑종
데뷔 1년 6개월 만에 SF어워드 2019 대상 수상 심너울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자, 심너울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2018년 6월에 첫 작품을 쓴 작가는 이후 1년 반 동안 무려 21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 중에는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화제가 된 작품도 있고, 웹툰화 계약을 맺게 된 작품도 있다. 앤솔로지 《대멸종》 수록작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는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는 심너울 작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실었다. 첫 발표작 〈정적〉과 SNS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던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이번 작품집을 위해 새로 쓴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신화의 해방자〉, 〈최고의 가축〉을 함께 수록하였다. 〈정적〉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뜻밖의 인간관계를 맺게 된 ‘나’의 이야기다. 듣지 못하게 되었기에 비로소 ‘들리게’ 된 조용한 이의 말들은 침묵으로 가득한 나의 일상을 풍요로운 대화로 채워 준다. 제약이 때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전하는 작품으로,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같이, 가치’ 프로젝트 선정작이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는 실제 잦은 연착으로 악명 높은 경의중앙선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해당 노선을 이용해 본 독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준 작품이다. 연착되는 전철을 기다리다 못해 역에 속박되어 버린 원념들의 짧고 굵은 하소연,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역에 작업실을 차린 인기 웹툰 작가의 사연이 ‘웃프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현한다. 표제작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사랑한 9급 공무원 김현의 독특한 시간 여행기이다. 민원인과 동장에게 치이는 평일은 죽느니만 못하다고 여긴 현은 매일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같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정작 금요일을 반복하게 된 현은 이전보다 더 뒤틀린 생활을 맞이하고 만다. 주말만을 바라보며 일상을 버티는 모두에게 전하는 독한 위로주 같은 작품이다. 〈신화의 해방자〉는 동물을 사랑하면서도 실험용 쥐를 죽이는 일을 해야 했던 청년 유소현의 전기(傳記)이다. 그는 늘 다른 사람의 말에 순종하며 살아왔지만, 용의 유전자가 발현된 쥐 ‘용순이’를 본의 아니게 키우게 되면서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용순이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 소현은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도 해방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 〈최고의 가축〉에도 용이 등장한다. 인간을 가축 삼아 거느리는 용들은 일정한 땅을 수호하며 인간들에게 공물을 받는다. 한반도의 수호룡인 이스켄데룬은 날개 부상 때문에 430년 동안 관악산에 은둔해 있었는데, 어느 날 용의 둥지에 한 인간이 찾아온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의 직원인 그는 용의 세포를 연구해 날개 치유를 돕겠다고 제안한다. 환상적인 설정, 반전의 묘미 속에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깃들어 있다.
짝사랑 그녀가 고백했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첫사랑의 침공’이라는 제목은 비유가 아니다. 이 로맨스 단편집의 표제작 〈첫사랑의 침공〉에서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은 누나는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다. 다른 수록작 주인공들의 처지도 험난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업무 평가에서 매번 꼴찌를 도맡는 신을, 지구를 침략할 생각이 없는 외계인을, 북한에서 온 간첩을 마음에 둔다.
수채화처럼 마음에 스미는 사랑의 서사 특별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존재의 등장으로 눈길을 모은 이야기들은 이내 사랑의 모든 과정을 다정하게 보듬는다. 불현듯 피어난 마음에 당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평생의 반려자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순간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가슴에 새겨진 수많은 장면들이 세밀한 수채화처럼 책장 곳곳에 스며 있다.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문득문득 지나가거나 다가올 사랑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까닭은 그 찬찬한 표현들에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를 이끄는 상처받은 자들의 대변인 권혁일 작가는 첫 장편 소설의 시놉시스를 공개한 것만으로 크라우드 펀딩 721% 달성을 기록한 바 있는 화제의 신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세계관으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상처 입은 이들을 대변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의 능력이 단편이라는 형식과 로맨스라는 장르를 만나 얼마나 매력적인 시너지를 이루었는지 《첫사랑의 침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줄거리 〈첫사랑의 침공〉 대학생 성윤은 첫사랑 상대인 서고 누나에게 고백을 받는다. 본인은 외계인이며 자신의 종족이 머잖아 지구를 침략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서고 누나가 믿기 힘든 말을 남기고 떠난 날로부터 6년이 흐른 뒤, 전 세계는 갑작스러운 외계인의 침공으로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최전방에 배치된 예비군 성윤은 서고 누나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비무장 지대 전투에 자원한다.
〈세상 모든 노랑〉 미대생 영은 노란색을 보지 못한다. 선천적 색각 이상 증세 때문에 평생토록 노란색을 갈색으로 인식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영의 눈앞에 밝은 노란색 머리칼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고, 그는 자신이 노란색의 신이라고 소개한다. 노란색의 신은 신들의 세계에서 임무 평가 꼴찌를 도맡는 처지지만 영은 자신에게 찬란한 빛깔을 보여 주는 신의 능력에 진심으로 감탄한다. 둘은 여러 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마음속 빈 곳을 채워 주는 한편, 서로가 다른 세계에 속해 있기에 겪어야만 하는 괴로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 서현은 여섯 살에 아빠와 헤어졌다. 아빠는 서현을 보육원에 맡기면서 열 살 생일날에 광화문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고, 서현은 열 살 때부터 열아홉 살 때까지 생일날마다 아빠가 약속을 지켜 주기를 빌었다.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서현은 스무 살 생일에 지구가 멸망하게 해 달라고 비는데, 그 소원은 불과 3일 만에 이루어진다. 서현은 지난 1년간 알고 지내던 외계인이 일러 준 대로 피신한 덕분에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고, 서현을 소중하게 여겨 온 외계인은 홀로 남은 서현을 만나기 위해 시간선을 타고 날아온다.
〈하와이안 오징어볶음〉 간첩 생활을 청산하려는 북한 출신 요원 민정에게 ‘정체가 발각되었으니 도주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민정은 6년간의 위장 결혼 생활을 끝내고 혼자 달아나려 하지만, 상황도 모르고 눈치도 없는 남편 정훈은 ‘당신을 사랑하니까 우주 끝까지라도 함께 가겠다’며 따라붙는다. 배신한 민정을 쫓는 인민군들과 인생을 걸고 도주하는 민정 사이에서는 총알이 날고 핏물이 흐르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정훈은 온몸을 떨고 기절해 가면서도 민정의 옆을 지킨다. 정훈의 그런 점 때문에, 남조선을 떠나 새 삶을 찾으려던 민정의 미래 계획은 자꾸만 어그러져 간다.
누나 사랑해
발터 벤야민의 소설, 꿈 기록, 설화 등을 처음으로 한데 모은 문학작품집 『고독의 이야기들』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언어철학, 매체이론, 문예비평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벤야민은 사는 내내 소설, 꿈, 설화, 우화, 비유담, 수수께끼 같은 문학작품들을 썼다. 그 벤야민 사상에 대해 누구보다 조예가 깊은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을 두고 “벤야민 읽기를 놀라운 방식으로 재조정할 굉장한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마흔두 편의 이야기는 이성의 영역과 환상의 영역 사이의 문턱을 넘나드는 꿈의 세계, 대도시 생활에 감도는 성애적 긴장감, 이동과 여행 중에 발휘되는 상상력, 어린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간 언어의 가능성, 유희 공간 및 유희 활동의 중요성, 도박과 점술, 소망의 독특한 관계 등을 아우르며 벤야민이 사는 내내 천착했던 주제들을 탐구한다. 한편 이 책은 각 단편이 시작되는 책장마다 벤야민이 사랑한 모더니즘 예술가 파울 클레의 회화 작품들을 수록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했다.
시대의 광기에 맞선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
아르헨티나 작가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대표작『인공호흡』. 지식인과 작가들에 대한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정권의 탄압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한 청년 작가가 수수께끼에 싸인 외삼촌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를 통해 현대 아르헨티나가 앓고 있는 고통의 기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히틀러, 카프카, 비트겐슈타인, 제임스 조이스 등의 실존 인물들이 문학과 역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역사의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문학이 어떤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탐정소설, 서간소설, 르포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 작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훌륭한 10대 소설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서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고 소설 문법에 혁신을 가져온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시대도 계층도 상황도 전혀 다른 두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말에서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통의 장소에서 만난다. 이들은 ‘결국 패배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따른’ 결과 감옥에 갇힌다. 윌본은 관습에서 벗어난 사랑을 선택하고, 키 큰 죄수는 선행 혹은 인간적인 의무를 선택한다. 이들의 선택은 삶의 실패인가. 존재를 건 행위인가.
「야생 종려나무」는 유부녀인 샬럿과 젊은 의사 인턴인 해리 윌본의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샬럿 남편의 마지못한 동의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고, 경제적 궁핍과 실직, 희망 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시카고, 위스콘신주의 시골, 유타주의 탄광 등지를 떠돌다 미시시피 해안에 정착한다. 「노인」은 십 대 시절 여자친구를 위해 기차 강도 행각을 벌이다 잡혀 십오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키 큰 죄수’라는 이름 없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감옥 주변의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하고, 시민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키 큰 죄수는 임신한 여자를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표류의 여정을 함께한다.
“예술을 완성시키는 것은 누구인가?” 인간을 넘어선 인간, 포스트휴먼의 등장과 문학의 고유성에 대한 매혹적인 물음 문학평론가 노대원이 바라보는 인간과 AI의 미래
AI 생성 문학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가 문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및 AI와 인간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문학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초고 작성 등 창작 과정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인간 작가만으로는 불가능한 작품을 산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문학 장르와 형식을 출현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마디로, 문학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다. (「소설 쓰는 로봇 - ChatGPT와 AI 생성 문학」, p. 54)
AI 예술가가 등장한 지금, 진짜 아티스트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문학평론가이자 AI 교육 연구자 노대원의 AI, 포스트휴먼, 인류세를 주제로 한 비평연구서 『소설 쓰는 로봇』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서 『몸의 인지 서사학-질병과 치유의 한국 소설』(박이정, 2023)을 통해 국내 최초로 AI 지원 글쓰기를 이용한 학술서를 펴낸바 있는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문화와 산업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이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완성된 문학작품이 작가가 혼자 집필하는 전통적인 글쓰기를 챗GPT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는 것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찍이 인지서사학의 관점으로 문학작품을 바라보고 연구하며 AI 활용에 관해 활발한 연구를 거듭해온 저자는 AI는 그 자체로 창작자의 영역을 위협하는 대상이 아닌 인간에게 또 하나의 방법론을 부여했을 뿐이며, 이는 창작자에게 새로운 장르와 형식을 제공하고 수용자에게는 실천과 향유라는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문학이 관점이 더 폭넓고 다양해짐과 동시에 새로운 통찰력을 부여해줄 것이라 말한다. 지난 3월(2025. 3. 18.)에는 4백여 명의 할리우드 배우 및 감독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 저작권 관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AI가 영화 산업은 물론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분야 전반의 저작권을 위협하고 개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은 비단 할리우드 영화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SF 소설가 테드창은 “Chat GPT는 원본이 아닌 ‘웹상의 흐릿한 JPG 이미지’”(p. 14)에 불과하다며 예술 창작을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져온 창작 분야를 대체하게 될 위험 대상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오늘날에는 SF소설을 분석할 때 작가가 완성한 서사적인 측면에서만 혹은 기술문화 담론의 차원에서만 각각 다룰 수 없다. 저자는 “예술을 완성시키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예술의 몫은 창작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이를 향유하는 소비자와 함께 완성되어왔음을 밝힌다. 할리우드 총파업 현장에서 나온 구호, “AI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에는 오늘날 인간을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AI가 실제로는 어떠한 욕망도 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 지금 이 시대에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면 그건 기계공학의 산물인 AI가 아닌 자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이 창조해낸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저자는 이미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하며 앞으로는 AI가 가진 창조성에 관한 토론이 아닌 러다이트적 실천의 필요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대적 과제를 무작정 비난하기보단 끊임없이 질문을 사유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나갈 것인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Carole Angierpato
이야기 저 아래의 심연, 시간, 장소, 자아의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 마침내 피어나는 강렬한 아름다움과 사랑의 전율 “W. G. 제발트의 삶과 작품세계를 그려낸 기념비적인 초상”
W. G. 제발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비범하고 영향력 있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작품을 통해 그는 픽션, 역사, 자서전, 사진을 결합한 독창적인 문학의 비전을 추구했으며, 홀로코스트, 기억과 상실, 망명, 신비 등 현대 문학의 심오한 주제들을 그 비전의 핵심으로 다루었다. 그의 삶과 작품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전기인 『말하라, 침묵이여』에서 전기 작가 캐럴 앤지어는 제발트의 가족과 지인, 작중 인물의 실제 모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그의 인생 궤적을 따라 독일과 영국 곳곳을 누비고 미발표 원고와 편지, 교정지에 연구 논문까지 아우르는 광범하고 치밀한 문헌 조사를 병행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작가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문학을 통해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것을 끝까지 직시하고야 마는 엄격함, 가차 없는 비판과 구원 같은 유머를 보여주었던 W. G. 제발트의 삶은 작품만큼이나 사실과 허구로 뒤섞여 있었다. 이 혼동 속에서 진실을 길어 올리는 앤지어의 글쓰기는 환상을 걷어내고도 위대한 문학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전기 문학의 전범을 보여준다.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순간, 철학이 말을 걸어왔다.”
『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작가의 신작! 삶이 막막한 순간 꺼내 보는, 최선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2020년 출간된 『사람에 대한 예의』로 ‘날카로운 필력과 명징한 사유를 지닌 글쟁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가 권석천이 5년 만의 신작 『최선의 철학』을 선보인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시절, 예리한 시각과 통찰력으로 ‘중앙일보의 송곳’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국 사회에 통렬한 질문을 던져온 그가 이번 책에서는 ‘철학’에 천착한다. 삶의 불확실성과 두려움 앞에서 멈춰 설 때마다 저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 로마 고전과 그 속에 담긴 철학가들의 목소리였다. 저자는 인간과 삶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며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전을 바탕으로 철학가 12인의 사유를 새롭게 탐구한다. 소크라테스의 질문, 세네카의 존중, 키케로의 기세 등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태도가 저자의 혜안으로 되살아난다. 특히 철학가에게서 뽑은 인생 기술을 공간으로 시각화한 ‘철학가 마을 지도’를 양면 표지로 제작해 책과 함께 펼쳐보며 사유의 여정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딱딱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법한 고대 철학을 우리 삶에 적용 가능한 지혜로 재해석한다. 그의 깊은 통찰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삶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성찰하게 한다. 여전한 생명력이 담긴 최고(最古)의 지혜를 오늘의 삶에 불러오고 싶다면 『최선의 철학』을 펼쳐보자. ‘최선의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철학가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철학이 거창한 학문이 아니라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기술 자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