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적독2 積讀

명사

  1. 책을 읽지 아니하고 쌓아 두기만 함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남성 판타지

클라우스 테벨라이트한뉘

남성 판타지

책 소개

이론은 어떻게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의 광기로 번역되는가 “1000페이지가 넘는 심연을 응시하면, 그 심연도 당신을 응시한다”

충격적이고도 기념비적인 저작 문학, 문화비평, 영화 이론, 역사학,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젠더 이론의 고전 파시스트 남성성에 대한 기묘하고도 천재적인 연구 나치즘의 전조를 섹슈얼리티, 심리학, 사회정치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명저 폭력적인 남성성과 극우주의의 밑바닥까지 파고드는 완벽한 지도

50년 만에 출간된 한국어판 문화비평, 남성성 연구, 정신분석학, 영화 이론, 젠더 연구의 고전 잔혹하고 고딕적인 산문시

1977~1978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의 한국어판을 50년 만에 선보인다. 원서는 1280쪽이고, 한국어판은 1464쪽이다. 이 책은 총 10개국으로 수출됐는데 1989년에 나온 영어판은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일본어판은 2005년에, 프랑스어판은 2015년에 나왔다. 한국에서도 이미 수많은 논문, 기사, 단행본의 참고문헌으로 등장했다. 문화비평, 영화 이론, 페미니즘, 남성성 연구, 정신분석학, 젠더 이론, 독문학, 독일 역사학 등에서 이 책은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극우파와 극우 남성성의 대두로 인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성 판타지』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활동하던 우익 민병대 조직 자유군단의 젊은 군인 남성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당시 패전한 독일에 좌파 혁명 단체들이 난립하자, 퇴역 군인과 우익 깡패들이 바이마르 공화국과 기존 정치권의 사주, 지원, 묵인을 통해 결속하여 만든 것이 자유군단이었다. 이들은 1919~1920년 스파르타쿠스 연맹 봉기, 뮌헨 폭동, 루르 지방의 ‘붉은 군대’ 봉기 등을 진압하는 데 동원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 파시즘의 권력 상승과 선거 승리를 이뤄냈다. 이후 나치당이 집권하면서 자유군단은 해산됐지만 그중 일부가 나치 돌격대나 친위대로 흡수돼 제2차 세계대전 때 중책을 담당하게 된다. 저자의 연구는 자유군단 남성들의 텍스트 읽기에서 시작된다. 자유군단 병사들이 직접 쓴 자서전과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을 한 권도 빠짐없이 검토했다. ‘백색 테러’를 소재로 한 소설들은 1918년 11월 9일에서 1923년 11월 9일까지 5년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 외에 일기, 만화, 잡지, 선전선동물, 편지, 포스터 등도 광범위하게 분석한다. 나아가 논란의 에른스트 윙거의 작품들, 괴벨스의 자전적 소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나오는 실존 인물 루돌프 회스의 편지와 일기,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한다. 저자는 소설을 제한된 사건에 대한 완결적 기술이자 경험의 보고서로 본다. 파시즘 문학은 프로파간다 생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증상 보고서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 텍스트를 “비정상적 상태와 욕망을 설명한 환자 기록”의 차원에서 해독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가해자 연구다. 자유군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강철 같은 신념과 애국적 열망으로 기꺼이 살해와 폭력에 가담했던 군인 남성들의 목소리와 언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들의 살해 욕망을 다른 것으로 치환해 설명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며 읽어낸다. 이들이 어머니와 누이를 떠나서 갓 결혼한 신부를 고향에 남겨둔 채 사나이답게 타향으로 떠나 어떻게 더러운 빨갱이들을 쳐 죽였는지, 총 들고 설치는 문란한 빨갱이 계집들의 가랑이에 어떻게 총구를 박았는지, 그러면서 애국 사나이로서의 자부심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현상이다. 수많은 사람이 돌격대가 되고 나치 추종자가 되는 데서 쾌락을 느꼈는데, 이렇듯 자발적이고 쾌감적인 폭력 행사를 저자 자신도 직접 느끼며 그 실체를 파악해보려 한다. 『남성 판타지』는 자전적 역사물이다. 이들 남성이 어떤 양육 환경에서 강한 소년으로 자랐는지, 여성들에게 느끼는 부드러운 감정을 어떻게 억압하도록 배웠는지, 어떤 강압적 군사훈련을 거쳐서 강철 같은 군인으로 완성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동료들과 사회의 압력을 받아 분열과 해체의 공포를 느끼며 긴장을 유지했는지 말한다. 특히 파시스트 남성들의 집착적인 여성혐오와 과도한 경계심에 찬 남성성의 원인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다. 혼종, 자웅동체 남녀추니, 진흙탕 속에서 군인 남성들은 경계의 사라짐을 두려워한다. 여기서 물이 한 방울이라도 튀면 그들의 강철 같은 단단함은 흐물흐물 불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본이 된 것은 저자의 학위 논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연구 방법론을 따르지 않았고, 이론으로부터 접근하지도 않았다. 물론 군인 남성들의 무의식과 정신분석으로 깊이 들어가고자 시도하며 단단한 학문적 맥락을 보여준다. 프로이트의 심리구조론 및 인간학을 자세히 점검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프로이트, 빌헬름 라이히, 들뢰즈/과타리, 멜라니 클라인, 마거릿 말러 등의 연구를 포괄하며 비판적 재검토를 한다. 또한 엘리아스 카네티, 푸코 등의 역사학, 사회학, 철학 이론이 다양하게 동원된다. 정동 이론, 욕망 기계, 죽음충동, 문명화 과정, 군중과 권력의 역학관계 등의 이론적 도구가 적재적소에 사용된다. 테벨라이트는 원형 파시스트 남성성의 전형인 자유군단 군인들을 병리적 개인으로 보지 않는다. 혹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생겨난 독특한 현상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는 당시 독일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실패 탓에 대규모로 생겨난 병리적 개인들의 추종이나 그들을 무력하게 따른 국민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폭력은 결국 자아의 실패이자 몸의 문제다.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세계와 관계맺기를 배우지 못한 섹슈얼리티의 문제다. 모성이 제거되고 사회적 자아의 양육이 인위적으로 차단되며 욕망이 저해받은 남성은 특정한 자아로 만들어진다. 이들은 통합하고 생산하고 연대하고 확장하는 원형적 여성성을 위협으로 느끼며 공포에 질린다. 그래서 여성적인 모든 것을 몰아내려 한다. 해체와 분열의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의 자아는 강한 결속과 위계를 부과해주는 폭력적 기관에 스스로를 투항한다. 이처럼 광적인 자발성으로 바치는 폭력이 바로 백색 테러이자 국가 폭력, 여성혐오, 인종 말살로 이어진다는 것을 저자는 수많은 예시로 보여준다.

손절사회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책 소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외로움을 호소하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단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절사회》는 타인을 감정적 득실에 따라 평가하며, 손절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문화적 과제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인간관계, 그 안에 담긴 각자도생의 논리를 심리학에서 대중문화에 이르는 전방위적 탐구를 통해 설명한다. 98년생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무해함의 추구, MBTI, 캔슬 컬처, 사주팔자 유행, AI와의 사랑에 이르는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며, 손절이 해방과 치유의 언어가 되는 흐름을 경계한다. 서울대학교 김수영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관계를 손익계산서로 전락시키는 현상을 이토록 예리하게 파고든 책이 있을까”라고 이야기하며 책의 문제의식을 극찬했으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엄기호 교수 역시 “동시대의 실상은 ‘외로움’이 아니라 ‘손절’에 있다는 핵심을 찌르는 놀라운 책”이라는 추천의 말을 전했다.

라틴아메리카의 바로크와 근대성

책 소개

바로크는 반근대인가, 근대성의 대안인가? - 정복과 저항의 역사로 읽는 라틴아메리카 바로크 미학

바로크는 본래 17세기 유럽에서 태동한 예술 사조이다. 빛과 어둠의 대비, 균형의 파괴, 과장성과 혼종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이 양식은 ‘일그러진 진주’라는 본래의 의미처럼 기괴하고 무절제하며 혼란스러운 것으로 폄훼되어 왔으나, 20세기 이후 일부 학자들에 의해 오히려 고전주의적 경직성에서 탈피하려는 주체적인 시도로 재평가되었다. 이러한 바로크 문화는 식민 지배를 통해 신대륙까지 전파되며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성은 ‘식민성(coloniality)’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식민 지배를 통한 폭력적인 근대화 과정이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초래한 지속적인 모순과 갈등은, 유럽과는 구별되는 라틴아메리카만의 독자적인 바로크 에토스(ethos)를 형성했다. 이 책은 문학, 역사, 법률, 사상, 회화, 건축, 미학 등 다양한 층위에서 바로크 담론을 조명하며, 유럽의 바로크가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고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적 양식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여정을 탐구한다. 문자와 도상을 사용하여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고발한 과만 포마의 상소문과 과달루페 성모상의 탄생 과정, 최초로 원주민의 인권 보장을 주장한 라스 카사스 신부와 살라망카 학파의 법사상 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바로크 정신의 뿌리를 추적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장애를 이유로 멈추지 않는 삶들의 이야기)

책 소개

20년 차 특수교사가 만난 장애 당사자, 가족의 눈물과 웃음이 담긴 목소리 어른으로 건너가는 아이들이 공동체의 당연한 이웃으로 살아감에 대하여

★ 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 출연 저자 ★ ★ 홍은전 작가, 김도현 작가 강력 추천 ★

장애 당사자의 탈시설과 자립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어른이 되어가는 당사자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담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김영사에서 출간한다. 이 책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당사자들과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추는 사회과학서다. 특수학급(일반학교 안에 설치되어 특수교육 대상자를 지원하는 학급)으로 대변되는 통합교육 환경은 장애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함께 살아감에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수학급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20년 차 특수교사이자 저자 권용덕은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가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그들이 성장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삶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울러 장애 청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갈 때 사회와 공동체가 무엇을 함께 성찰하고 고민해야 할지 자세히 짚는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40년 넘게 저자와 관계 맺고 있는 제자들과 장애 당사자들인 만큼 각자가 속 깊은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권용덕은 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에 발달장애인 의사소통 전문가로 출연하고, 발달장애인의 삶에 유용한 정보를 담는 유튜브 채널 〈졸업후TV〉를 직접 운영하는 등 당사자의 인권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사회적 지원 부족과 편견 등으로 막막한 현실에 부딪히는 일들을 보면서 졸업생과 부모의 삶을 더불어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장애인식, 유니버설디자인, 노동, 부모, 자립 등의 주제를 통해 실제 삶의 맥락에서 각 개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어른으로 건너가는 아이들을 위해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지 논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리이자 과업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지지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이며, 장애를 이유로 멈추거나 예외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은 장애 당사자를 향한 배려나 시혜의 시선이 아닌, 동등한 권리를 지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바라보고, 우리가 이 과정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할 것이다.

새와 나무와 돌멩이의 지적 세계 (비인간 존재들에게 배우는 AI 너머의 지능)

책 소개

AI의 미래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전망

그리스의 예술가이자 기술학자,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제임스 브라이들은 신간 『새와 나무와 돌멩이의 지적 세계』(원제: Ways of Being, 2023)에서 흔히 ‘인간의 것’으로 치부되는 지능 개념을 확장하고, AI의 미래에 대해 완전히 혁신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독창적 사상가로서 브라이들은 이 책에서 지능이란 무엇인지 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이 행성의 비인간 존재들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현재 인류의 가장 강력한 지적 도구이면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AI가 지금의 ‘이윤 추구의 도구’가 아닌 이 행성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생각은 “무지개처럼 독창적이고, 깊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근본적으로 희망을 준다.”

검은 다리의 기적 (인종, 인체, 그리고 법 정신에 관한 노트)

책 소개

미국의 법학자이자 문화비평가 퍼트리샤 J. 윌리엄스의 신작 『검은 다리의 기적』이 번역· 출간됐다. 비판법학의 토대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을 정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저자는 법적 객관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인종적, 젠더적, 계급적 편견을 폭로해 온 인물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소위 CRT는 트럼프와 마가MAGA 진영이 격렬히 반대하며 악마화하는 이론이다. 『인종과 권리의 연금술』를 대표로 한 저작들, 〈더 네이션〉에 ‘미친 법학 교수의 일기’란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들에서 정치, 사회적 문제들을 추상적인 법률 용어가 아니라 베네통 매장에서 출입을 금지당한 경험 같은 개인적 서사를 가져와 풀어내 온 윌리엄스는 『검은 다리의 기적』에서도 흑인의 다리를 이식받은 백인 남성과 다리를 내주고 숨진 흑인에 관한 수백 년 전 그림 이야기로 독자의 관심을 끌며 미국 사회 내 다양한 갈등과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성화 속 다리가 절단된 인물처럼 신체가 소모품과 상품으로 간주되는 이들, 온전한 인간 혹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이를테면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을 옭아매는 그물망을 법, 인종, 젠더, 계급의 렌즈에 교차적으로 투과시켜 그 얽히고설킨 층위들을 드러낸다. 먼저 인간의 몸을 동산으로 규정한 노예제의 유산이 현대 계약법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창고 경매로 얻은 타인의 다리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존 우드의 다리 소송 같은 인상적인 예를 들며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예제의 법리는 법전을 넘어 사회의 전 영역에 스며들었고, 과거 인간 전체를 소유물로 삼았던 논리를 넘어 이제 유전자 정보와 생체 데이터를 파편화해 거래하는 방식으로도 진화했다. 법은 더는 인간을 대놓고 물건이라 부르지 않지만 알고리즘 분류 시스템으로 특정 집단의 신체를 여전히 결함 있는 상품이나 관리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예컨대 지역의 계급적, 인종적 특성을 반영하는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사례에서 드러나듯 현대의 데이터 기술은 과거의 인종적 편견을 객관적인 수치로 둔갑시켜 노예제의 논리를 재생산한다. 이처럼 진화하는 신체의 사물화와 차별 메커니즘은 공적 가치가 사적인 이윤 논리에 잠식되는 공공성의 사유화와 궤를 같이한다. 흑인 아기를 “잘못된 출생”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환산하고, 부유한 여성들이 아이비리그 여학생의 난자를 5만 달러짜리 상품으로 ‘기증’받으며, 요금 납부를 깜박하면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가 와서 구경만 하는 일련의 사태는 모두 인간의 존엄을 보호해야 할 공적 영역이 시장의 논리에 항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퍼트리샤 윌리엄스는 존 우드의 다리가 매매할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 그 존재에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일부이듯이 우리 인간도 서로에게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과 시민으로서 온전성의 회복, 사회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저자는 돌봄의 윤리를 강조하고, 의료, 교육, 복지를 포함한 사회 전 영역에서 공공성을 회복하며, 마지막으로 인종, 젠더, 계급이 교차하는 차별의 역사를 지우고 심지어 논의 자체를 막는 시도에 맞서 그 고통스러운 기억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 사회에서 ‘검은 다리’는 어디에 있을까? 배달하다 교통사고로 다쳐도 “다친 데 없으세요?”가 아니라 “배달 가능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플랫폼 노동자,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단순한 이동 자체가 권리가 아니라 투쟁인 이동장애인, 공기업에서조차 비수도권 대졸자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킨 사건, 최근 대구 성서공단에서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이자 이주노동자 25세 뚜안 씨의 죽음까지, 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퍼트리샤 윌리엄스의 『검은 다리의 기적』은 이처럼 한국 사회도 폭주하는 트럼프의 미국과 다를 바 없이 경제 성장과 소비자 편의라는 기적을 위해 검은 다리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다.

아포칼립스 (문명의 종말은 어떻게 새로운 시작이 되는가)

책 소개

7000년 전, 세상이 끝났다. 해수면 상승은 광대한 육지를 바다로 삼켰다. 사람들은 세대를 걸쳐 살아온 땅을 떠나야 했고, 사냥과 채집의 방식, 이동 경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했다.

4000년 전, 세상이 끝났다. 촘촘히 짜인 교역망에 배수시설을 갖춘 격자모양으로 잘 구획된 도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도시는 예고없이 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붕괴했다. 사람들은 정부를 버리고, 기존의 사회 질서를 해체하며 작은 집단 단위로 흩어졌다.

700년 전, 세상이 끝났다. 역병이 도시 인구의 절반을 앗아갔다. 남은 사람들은 노동, 종교, 권력 구조를 재편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어갔다.

다시 아포칼립스의 입구에 선 인류 종말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 것인가?

나쁜 동물의 탄생 (인간은 어떻게 동물 악당을 만들어 내는가?)

책 소개

인간의 모순에 도전하는 ‘선 넘는 동물들’ ‘유해동물’의 몸을 가로지르는 욕망과 문화, 신화와 과학의 자연사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조금 더 평등하다. 어떤 동물은 귀여움받고, 어떤 동물은 미움받는다. 심지어 같은 동물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백팔십도 달라진다. 집에서는 다소곳한 고양이가 밖에서는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공포의 도살자’가 되기도 하며,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이제는 도시의 ‘날개 달린 쥐’ 취급 당하기도 한다.

물론 동물들은 변한 적 없다. 변덕스러운 것은 언제나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욕망과 필요, 이데올로기와 과학이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연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인간이 정해 놓은 자리를 벗어나는 동물들에게는 가차 없이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저자는 동물을 쉽게 아끼고 쉽게 미워하는 인간의 이러한 양가적인 관점을 유쾌하고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동물들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현장 전문가, 학자들의 이야기를 고루 청취하며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순진한 온정주의나 냉담한 인간중심주의 중 어느 쪽으로도 함부로 기울지 않는 서술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동물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자연은 성을 둘로 나누지 않는다

책 소개

이제 성은 두 개라는 허구에서 깨어날 때

여성과 남성, 암컷과 수컷, 음과 양. 우리의 오래된 통념은 이것이었다. “자연은 이분법을 좋아한다.” 그동안 사람들은 생물학적 성이 두 가지로 양분된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30년 넘게 동물의 성을 연구해 온 생물학자 모로하시 겐이치로 교수는 고백한다. 연구해 보니 생물의 성은 연속적이라 구분할 수 없다고. 다양한 것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이 책에서 저자는 목도리도요, 잠자리, 개구리 등 흔한 동물을 통해 우리 생각과 달리 생식 기관이나 행동, 염색체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누가 수컷인지 암컷인지 구별할 수 없으며 놀랍지만 수컷 80%, 암컷 50%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실재함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성에 기여하는 호르몬, 유전자, 뇌에 관한 최신 연구를 통해 성은 생 전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요소임을 아울러 보여 준다. 이제 부자연스러운 것은 고정된 성이라는 낡은 개념이다. 자연의 성은 무지개 같은 스펙트럼이다.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 (회색 콘크리트를 덮는 초록 혁명)

책 소개

회색빛 재앙을 넘어 초록빛 미래를 그리는 가장 파격적이고 우아한 도시론

세계적인 식물신경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신작. 기후 붕괴의 시대, 식물의 지혜에서 인류 생존의 해법을 모색하는 가장 혁명적인 도시공학 인문서. 지난 수천 년간 인류는 도시를 인간의 신체, 즉 ‘동물’의 구조를 본떠 건설해왔다. 뇌(도심)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심장(산업 지구)과 폐(주거 지구)가 분리된 채 자원을 소비하고 막대한 폐기물을 남기는 비효율적인 시스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시가 기후 위기와 전염병 앞에서 그토록 무력하게 멈춰 섰던 이유다.

반면 ‘식물’은 뇌나 심장 같은 단일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다. 기능을 온몸에 분산시킨 덕분에 포식자에게 뜯겨도 살아남으며, 수천 년을 버티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지녔다. 다가올 기후 재앙과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류가 생존할 유일한 방법은 도시를 식물의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뿐이다. 도시 인류가 지구와 공존하며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유일한 미래, ‘식물성 도시(Phytopolis)’의 청사진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