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 · ISBN: 979-11-6080-755-4
“기술과 여성이 만나면 이런 비판과 통찰 그리고 이런 희망이 가능하다!”
테크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소수자에게, 결국 시민 모두에게 열린 기술을 모색하다
“이번 생이 안 된다면 다음 생에 여성 개발자로 태어나 쓰고 싶던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원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지은이,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
챗GPT의 공개로 인공지능의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는 지금, 기술진보가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기세다. 이에 편승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많은 사람이 최신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이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시대이니, 이런 현상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IT 서비스와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테크 기업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 청소년들이 랜덤채팅 앱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기술의 중립성’ 뒤로 숨는다. 여성들이 젠더폭력에 맞서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놓아도 국가기관은 이를 방치하기만 한다. 테크 업계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며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인이 돌파해야 할 몫이라고 강변하고, 남성 엔지니어들의 독성 말투와 여성 개발자 차별을 ‘실력’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기술을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바라볼 때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는 테크-페미 활동가인 지은이가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테크 업계 관찰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테크 업계와 IT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나는, 말 그대로 ‘액세스가 거부되는’ 장면을 조망한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젠더데이터, 테크 업계에 만연한 독성 말투와 48시간 안 자고 일하는 게 당연한 근로조건까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배제되고 희생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테크 업계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를 위한 기술’을 새롭게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