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하르니체크 · ISBN: 978-89-89571-78-0
세계문학사상 가장 무자비한 정치 호러 소설로 손꼽을 수 있는 마르틴 하르니체크 소설. 체코, 캐나다, 독일, 폴란드, 프랑스에 이어 아시아에 최초 번역 출간된다. 이 소설은 종말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핵전쟁으로 파괴거나 바이러스 이상으로 좀비가 들끓는 암흑세계에 대한 소설도 아니다. 이 소설은 끔찍할 정도로 빈틈없이 통제된 어느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범죄에 대한 처벌이 단 하나, 도살뿐이다. 절도나 폭행으로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도살된다. 경찰에게 저항해도 곧바로 도살된다. 두 사람 이상 모여 대화를 나누어도 도살된다. 소란을 피워도 도살된다. 그리고 시장에 고기가 부족한 날이면, 별 이유 없이도 도살된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인육, 사람의 고기뿐이기 때문이다.
고기는 도시에서 지급하는 카드를 받아 교환할 수 있다. 카드 없이 시장에 들어섰다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도살되어 일급 판매대에 오른다. 일급실에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상하기 시작하는 고기는 이급실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완전히 썩도록 팔리지 않은 고기는 삼급실로 넘어간다. 삼급실의 고기마저도 카드 없이 넘보다 걸리면 도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