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성 · ISBN: 979-11-6707-199-6
한국 현대사의 특수한 이념 환경 속에서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주의=금기의 사상’으로 협소하게 등식화되어 온 과정을 짚는다. 국내에서는 동구권 붕괴와 동시에 마르크스 연구가 뒤늦게 합법화되었다. 충분한 기초 축적 없이 ‘변절’ 같은 구호 중심의 논쟁으로 월반했던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저자는 사회주의를 단일 교의가 아니라 장구한 사상 전통으로 보고, 이미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폭넓은 계보를 환기하며 편견을 벗기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임을 밝힌다. 『사회주의 사상사』는 고대 희랍에서 동구 공산권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2천 년을 훌쩍 넘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통사(通史)적 서술을 제시한다. 시대별 사상가들의 논지를 추적하면서, 사회주의를 인간의 존엄과 연대, 평등을 지향하는 ‘광장’의 이념으로 규정하고 ‘사익의 시장’과 대비해 설명한다. 사회주의를 휴머니즘이자 자연친화적 이념으로 읽어내며, ‘자연적 평등’과 환경정의의 관점까지 포섭해 한국 사회의 낙인과 오해를 세계적 관점에서 재정위치시키려 한다. 동구권 붕괴 이후 마련된 비교적 객관적 연구 환경 속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사회주의 내부의 하나의 ‘변이’임을 상기시키고 사상사적 뿌리를 재탐색한다.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와 인간·자연의 이중 위기에 대응해 사회주의적 휴머니즘과 생태적 가치의 현재적 의미를 복원하는 것이 책의 지향점이다. 궁극적으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 불의와 억압에 대한 저항이 존중받는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한국의 왜곡된 이념 지형을 넘어 균형 잡힌 학문적 토대와 성찰적 공론을 촉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