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 ISBN: 979-11-6516-254-2

1990년대는 동구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문민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격변과 이행의 시기였다. 이 시기는 집단적 이념과 정치적 억압에서 풀려난 개인적 욕망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던 시기였으며, 대량소비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한 소비주의적 향유가 폭발하던 시기였다. 또한 이 시기는 1980년대를 지배했던 결단과 투신과 연대의 정동이 강렬한 단절의 강박 속에서 집단적 가치와 규범에서 일탈하는 탈승화의 정동으로 바뀌어가던 문제적인 시기였다. 그리고 그 배면에는 지난 시기의 가치에 대한 환멸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었다. 동요와 기대가, 환멸과 쾌락이 기묘하게 뒤섞여 들끓었던 1990년대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혼란과 위기를 통과하며 종언을 맞기까지 지속되었다. 이 책은 1990년대라는 이 문제적 시기를 풍미했던 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민주화 이후 한국문학의 주체 와 젠더’라는 주제 아래 고찰한다. 최근 한국문학 연구는 지금의 한국사회를 낳은 기원의 시간으로서 1990년대에 집중되고 있다. 1990년대 문학은 ‘87년체제’라는 타협적 정치체제에 의해 형성된 ‘민주화 이후’의 문학이며,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흐름이 오랜 지속과 단절의 계기를 겪으며 이르게 된 근대문학의 종착점이자 종언의 출발점이다. 최근 연구는 개인과 내면의 진정성이라는 문제 설정, 문학이라는 제도와 권력, 문학을 둘러싼 젠더적 규범과 위계 등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1990년대 문학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최근 연구의 논점과 쟁점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민주화 이후의 한국문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고찰하고, 이를 통해 연구의 심화, 확장과 소통을 지속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이 책에는 1990년대 한국문학과 주체에 대한 첨예한 논점을 다루면서 소설과 비평, 사회 담론과 대중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상을 아우르며 새로운 시각에서 1990년대 문학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이 기획이 이후 1990년대 문학에 대한 연구 성과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