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이근화 산문 |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

이근화 · ISBN: 978-89-6090-636-5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이근화 산문 |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

시인 이근화의 신작 산문, 시적인 삶의 길 큰 것들의 평평한 세계에 가려진, 작은 것들의 풍요로운 세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이광호)을 실험하며 독특한 발상과 낯선 화법으로 시 세계를 펼쳐온 시인 이근화의 산문 『아주 작은 것들이 말할 때』가 출간되었다. 등단 17년 차, 그간 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동시집, 두 권의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22편의 글로, 다정히 삶을 헤아리는 이야기 한 권을 묶어냈다. 시집이 시인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세계를 정제된 언어로 보여준다면, 산문은 순도 높은 언어를 걸러내기까지 시인의 일상과 사유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이근화 시의 가능성을 산문이라는 또 다른 형식으로 제시한다. 엄마이자 딸, 예술가이자 생활인이라는 무수한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시인이 단정한 사유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상념에서 통찰로 이어지는 사유를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밥하고, 네 아이를 돌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의 일과로 채워진 무감한 하루 속에서도 읽고 쓰기를 이어온 시인의 발견은 불현듯 우리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의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시인을 자극하는 것은 주로 작고 여린 존재들이다. 그 존재란 가깝게는 시인의 네 마리 ‘토끼들’(아이들)이자 시인이 만난 여성들-김혜순, 정세랑, 마르타 아르헤리치, 베아트릭스 포터 등-이 일군 창조물들이다. 시인은 “이 세계를 살아갔던 출렁거리는 여자들, 움직이는 예술가들, 발랄한 아이들을 기억하고 바라보는 일”을 통해 여성으로서 삶의 길을 “어둠과 무지 속에서” 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