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리스 엑스타인스 · ISBN: 978-89-6735-944-7
역사가 지워버린 행동 패턴들을 파헤치는 통찰력과 재치, 독창성이 빛나는 책! 모더니즘에 대한 도발적이고 불온한 재평가
현대는 전력 질주하는 삶으로 특징지어진다. 속도를 내는 이유는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전통적인 신념 체계를 무너뜨린 뒤 일시적인 것에 열중한다. 새로움과 발전 속에서 재조명해봐야 할 주제는 제1차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은 ‘현대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드리스 엑스타인스의 『봄의 제전』은 현대 예술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 시작해 전장 깊숙이 들어간다. 제1차 세계대전은 피와 살의 싸움만이 아니었다. 폭발음과 함께 병사들의 살은 너덜너덜해지고 뼈도 봉분처럼 쌓였지만, 이는 병사들이 주로 중간계급 출신이란 점에서 차이가 났고, 그들의 머릿속은 이상적이고 고상한 것, 추상적 이념이라는 ‘현대성’이 지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엑스타인스는 예술과 전쟁을 한 책에 담아내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취한다. 제목은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발레에서 따왔으며, 이는 책의 주요 주제인 ‘움직임movement’을 암시하기도 한다. 전쟁 발발 1년여 전인 1913년 5월 파리에서 초연된 「봄의 제전」은 반란의 에너지와 희생된 제물의 죽음을 통해 삶을 찬미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술로 서막이 열리지만 독자들은 곧 900만 명의 희생을 목격하게 된다. 기존의 전쟁사는 늘 전략과 무기, 장군과 탱크, 조직과 정치가를 중심에 두고 서술해왔다. 전쟁과 문화 사이의 관계를 살피려는 관점은 거의 없었으며 일반 병사들 역시 가려져 있었다. 반면 이 책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이름 없는 병사들로, 바로 스트라빈스키가 내세운 희생 ‘제물’이다. 이 책은 20세기를 삶과 예술이 섞인 시대, 존재가 미학화된 시대로 규정한다. 저자는 역사 사료뿐 아니라 무용, 음악, 문학 등 현대 예술의 여러 장르를 분석해 하나의 정신이 관통하는 서사를 직조해낸다. 책 전체를 막과 장으로 진행시키면서 죽음과 파괴, 묘지를 지나 생성에 관한 논의를 한꺼번에 펼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