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기대 없는 토요일

윤지양 · ISBN: 978-89-374-0947-9

기대 없는 토요일

제4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나쁜 반복을 끊어내는 칼날의 시 역사적 감각을 깨우는 언어의 굴착기

제4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기대 없는 토요일』이 민음의 시 327번으로 출간되었다.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지양은 2021년 첫 시집 『스키드』를 발표하며 시단에 등장했다. 『기대 없는 토요일』은 윤지양의 두 번째 시집이자, 재등장을 알리는 결정적 시집이다. 윤지양 시인은 일찍이 등단작 「전원 미풍 약풍 강풍」에서부터 일상의 실마리를 포착하여 시적인 상황으로 확장하는 능력에서 탁월함을 보였다. 이러한 윤지양의 시작(詩作) 경향은 시 아닌 것(非詩) 사이에서 시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비시각각’(非詩刻刻) 프로젝트와 그 후속인 ‘시시각각’(詩詩刻刻)을 통해 더욱 예리하게 발전했다. 웹진 《비유》에 연재되며 독자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던 이 프로젝트는 제보자들로 하여금 비시(非詩)에서 자발적으로 시를 읽어내도록 했고, 이를 통해 비시(非詩)와 시의 위계를 허물었다. 시인의 이러한 실험 정신은 첫 시집 『스키드』를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되었고, 『기대 없는 토요일』에서는 한층 날카롭게 현실과 조응하고 있다. 윤지양 시의 화자들이 공유하는 “출처 없음”은 인간이 기댈 수 있는 모든 것에 균열을 내고 독자를 혼돈과 의문에 빠트린다. 이와 같은 불화의 시학 너머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깨진 유리처럼 반짝이고 있다. “치솟다 무너질 문명”을 증오하면서 “두드림 뒤에 따라올 가여운 존재”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은 『기대 없는 토요일』이 품은 이면의 매력을 엿보게 한다. 윤지양에게 사랑이란 다정한 속삭임이 아닌 “나쁜/생의/반복”을 끊어내도록 하는 날카로운 칼날이며, 이 시집은 찔리고 베인 사랑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기대 없는 토요일’은 그러므로 변하리라는 기대를 잃지 않는 토요일이자, 이 시집을 읽은 뒤에 도래할 토요일이다. 『기대 없는 토요일』은 ‘시대에의 거부’라는 측면에서 김수영 문학상의 의의를 동시대적으로 구현한다. 김수영에게 시란 모험하는 것, 다시 말해 자유를 이행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김수영 문학상을 비롯한 시 창작의 전반적인 경향이 ‘내면 서사의 강화’, ‘거침없는 자기 토로’라는 유행을 형성해 왔음을 고려할 때, 윤지양의 시 세계는 그러한 경향성에서 빠져나와 독창적인 서사를 공공의 차원으로 확장시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험적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심사위원들은 단번에 매료시켰다. 어둠 속에서 미래를 노래하는 동굴 속의 카나리아처럼, 『기대 없는 토요일』은 이 시대에 필요한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전환점을 가장 앞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