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 헤어 · ISBN: 979-11-94144-10-6
역사와 정치, 선언과 비전까지신경다양성 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안내서
신경다양성은 오늘날 가장 시급한 정치적 쟁점 가운데 하나다. 자폐스펙트럼, ADHD, 난독증, 통합운동장애 등의 진단이 늘어나면서 ‘정상 뇌’라는 개념이 허상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신경정상성을 전제로 운영되며, 자폐를 사회성 결핍의 질병으로 간주한다. 이 책 《바깥의 존재들》은 이러한 왜곡된 역사와 시선을 전복하려는 시도다. 저자 조디 헤어는 23세에 자폐 진단을 받은 당사자로서, 신경다양성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정치적 의제로 제시한다. 그는 지금까지 ‘정상’이라는 기준이 사회를 어떻게 조직하고, 그 바깥의 존재들을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만들어왔는지를 비판한다. 동시에 차이를 결핍이 아닌 다양성으로 인정할 때 사회 전체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각종 수치는 현실의 심각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자폐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36세에 불과하며, 자살률은 일반 인구보다 훨씬 높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30% 더 많고, 미국에서 자폐아를 둔 가구의 66%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경우 신경다양성 학생 중 단 6%만이 법적으로 보장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자폐인의 취업률은 22%에 불과하다. 긴축재정 속에서 사회적 돌봄 장치마저 불안정해 신경다양인은 일상적으로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신경다양성을 ‘비정상적 상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교육, 노동, 사회생활의 장에서 신경다양인이 어떻게 더 포용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나아가 인종·계급·성별·장애 등 다른 불평등 구조와의 연결 속에서 민주주의적 사회의 비전을 그린다. 신경다양성은 더 이상 소수자의 문제가 아니다. 계급·성별·인종과 얽힌 불평등을 넘어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적 비전이다. 이 책은 저항에서 정치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는 신경다양성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증언한다. 학술 논문이 아닌, 운동성과 사회적 실천에 뿌리를 둔 생생한 증언이자 선언문으로서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다. 견고한 ‘정상성’의 틀을 넘어 새로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강력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