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 바티아 · ISBN: 979-11-6909-407-8
지금 이 순간의 인도는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7년간 진행한 수백 명의 인터뷰 보도, 역사, 논쟁이 결합된 탁월한 르포
습기를 머금어 구겨지는 종이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을 변화시키다
“10년 전쯤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쳐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바깥에서 들어온 이념과 신념이 가족, 친구, 이웃 사이를 파고들면서 서로 때려죽이고, 비난하고, 고발해온 삶이 여기 담겨 있다. 저자의 친척 한 명은 언제부턴가 무슬림들은 인간도 아니라고 비하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낯설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전에 무슬림에 대해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말만 꺼냈다 하면 무슬림 이야기로 몰고 간다. 최근 인도에서는 습기를 머금어 구겨지는 종이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거대한 퇴보』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분쟁’이라고 간단히 요약될 수 없는 책이다. 최근 10년간 평범한 인도인들은 ‘사실’보다 ‘감정’에 더 몰두해 자신들의 기억을 만들어왔다. 감정은 폭력에서 양분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점점 더 키워왔다. 이제 사람들은 인도의 다원주의적 뿌리를 대놓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당선 이후 우파 힌두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서로가 정치와 언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점점 더 냉담해지고 알 수 없는 존재로 변모해갔다. 이 책은 사라진 것에 대해 애통해하는 기록이자, 조사에 기반한 회고록이며, 극단주의로 몰고 가는 우파 힌두 민족주의의 뿌리를 캐려는 시도다. 저자는 지난 7년간 폭동 피해자, 가해자, 경찰 등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감정, 목소리, 일어났던 일 모두 저자의 문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아이리시타임스』는 이 책의 특징으로 “아름다운 문체”를 꼽았다. 다년간 목격하고 인터뷰한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미가 바래거나 뒤바뀌기도 한다. 이를테면 저항과 자유를 부르짖는 모습이 감격스러워 남겨두었던 저자의 3년 전 기록은 지금 다시 보니 구역질을 일으켰다. 당시의 열정이 너무 나이브했고, 지금 변한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도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는가를 연대기로 다루지 않는다. 역사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상황을 명확히 보려 한다. 이를테면 몇 년 전 큰 이슈가 되었던 인도의 신원 확인 프로젝트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훼손되기 전 인도의 독이 흘러나온 시작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저자는 기자 정신으로 인도 뒷골목에 들어가 수많은 디테일로 책을 완성한다. 이야기는 여러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니사르다. 2020년 2월 24일 오후 3시에 일어난 폭동의 목격자인 그는 데님 등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목격 이후로 생업은 제쳐둔 채 한 달 중 거의 절반을 법원에서 보낸다. 그것도 1년 내내. 인도의 사법 체계에 맞닥뜨려 니사르가 겪는 시련을 저자 역시 끝까지 함께하는데, 이것이 이 책의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