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사명을 찾아서

유리관 · ISBN: 979-11-955565-5-7

사명을 찾아서

작가 유리관이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책. 이것이 《사명을 찾아서》다.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만약 출판사의 쓸모가 다른 업종의 쓸모보다 형편 없는 것이라면…… 유리관 작가는 어째서 더 의미 없고 쓸모 없는 출판사를 자꾸만 지어내어 우리에게 소개하는 걸까? 가상의 출판사의 사명을 짓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엄청난 무용함이 문학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문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솔직히 그마저도 확언할 수 없다. 《사명을 찾아서》는 문학의 무용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저주와 악담이다.

무엇을 왜 출판할 것인가? 《사명을 찾아서》는 직접 답을 주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출판사를 차리지 말라고,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차리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