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호 · ISBN: 979-11-993653-9-1

어떤 봄은 흐르지 않고, 문장이 된다 사소한 날들이 모여 완성하는 가장 구체적인 봄
세상이 온통 꽃과 시작을 이야기할 때, 자기만의 방에서 ‘진짜 봄’을 기록한 사람들이 있다. 스물두 명의 저자가 온몸으로 봄을 통과하며 남긴 그 예순여섯 편의 기록을 엮었다.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형식인 일기로 쓴 이야기들은 봄이라는 계절을 막연한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봄볕 아래서 더욱 짙어지는 그림자와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남은 구체적인 생활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만개한 꽃보다 더 뭉클한, 묵묵히 견디고 살아내는 이들의 체온으로.
저자들은 낡은 재킷의 보풀, 끈적하게 남는 스티커 자국, 귤껍질 안쪽에 붙어 있는 귤락 같은 사소한 것들이 어떻게 봄날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이 되는지 보여 준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거창하고 위대한 무엇이 아니라, 이토록 시시콜콜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짜릿한 즐거움 끝에, 우리는 결국 자신의 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봄날 한철을 살아낼 구체적이고 다정한 위로를 얻는다. 축축한 마음을 뽀송하게 말려주는 봄바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