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여/성 이론가들

임옥희 · ISBN: 978-89-91729-49-0

여/성 이론가들

「여/성 이론가들」은 50명의 페미니즘 이론가들을 소개하는 글을 담고 있다. 3백 여년 간 진행되어 온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의 여정 안에서 여러 의미있는 이론과 논쟁을 펼쳐온 이론가들을, 국내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과정으로 접속하여 구성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여/성 이론가들은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반년간지 「여/성이론」 창간호부터 51호까지에서 소개된 이론가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페미니즘에 관련된 다양한 이론가들을 소개하는 글을 묶은 것인 동시에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의 역사를 묶은 것이기도 하다. 글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각 이론가들이 소개되고 있는 글들이 가진 텍스처와 정서가 균질하지 않다는 것을 금새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이연이 설립되고 「여/성이론」이 처음 독자들을 만났던 1990년 후반과 이 책이 출판될 즈음에 발간될 「여/성이론」 53호를 생각하면 그 여정과 간극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이론가가 천착한 세계의 깊이를 상상해 보면 이 많은 이론가들에 대한 글을 한 데 묶어 놓은 이 책의 깊이 또한 쉽사리 생각하기가 어렵다. 1997년 개소한 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페미니즘적 사회비평을 위해 반년간지 페미니즘 학술잡지 「여/성이론」을 창간했다. 그리고 매호마다 ‘여/성 이론가’를 소개하는 난을 별도로 두고 시의성 있는 페미니즘 이론작업들과 국내 페미니즘 연구자들 그리고 독자들이 접촉면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써왔다. 그 과정은 또한 남성 가부장을 중심으로 구조적으로 기울어져 있던 체제를 관통하며 해낸 각 이론가들의 작업에 보내는 헌사이기도 했다.

‘여성 이론’이 아니라 ‘여/성 이론’으로 표기한 것은 성과 그에 따른 역할과 지위가 마치 생래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인 냥 여겨지도록 만들었던 그동안의 이론에 제기하는 질문이자 새로운 선언이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은 가부장제를 규범적 체제로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인 이성애 근본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구성하는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라는 각 요소가 어떻게 구축되었고 어떻게 각 요소들이 서로 뒤얽히며 가부장제적 자본주의 또는 가부장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데에 필수적 이론理論 작업이자 이론異論 작업이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은 페미니즘 이론사의 길고 넓은 지평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이론가의 주요 작업을 한 눈에 개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페미니즘 입문자들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고 소중한 텍스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 이론가」는 우선 마음에 드는 이론가를 선택해서 그냥 읽으면 된다. 관심 있는 주제와 혹시 공부하고 있는 분야와 주제가 있다면 제목을 보고 관련 있어 보이는 이론가를 선택해서 읽으면 된다. 좀 더 관심이 생기면, 그 이론가를 다룬 반년간지 『여/성이론』을 찾아보라. 서문을 읽고 전체 목차를 보면서 그 이론가가 선택되고 필요해진 당시 상황을 그려보는 것도 이 책을 즐겁게 활용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1호부터 51호까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자기 몫의 이야기를 담당하고 있는 이론가들이 이 책을 집어든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과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