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철 · ISBN: 978-89-6445-298-1
서양 역사학에서 죽음은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가
태초 이래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굴레 씌워진 가장 무섭고 불안하고 회피하고 싶은, 그렇지만 반드시 맞이해야만 하는 필연적 사건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삶에서 멀리 떨쳐내 버리고 싶어 한다. 하물며 프로이트의 말처럼 우리의 무의식에는 죽음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것이 오히려 죽음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학문적으로 어떻게 성찰되고 연구되어 왔을까? 죽음은 예로부터 인문학적 성찰과 사유의 주요 주제, 아니 주요 주제를 넘어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따라 ‘철학하기’ 자체를 아예 ‘죽음 연습하기’로 이해했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주제로 한 ‘철학’ 분야의 연구 업적은 실로 방대하다. 인문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 분야를 통틀어 거의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낸 곳이 바로 철학 분야이다. 이러한 경향은 ‘문학’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 밖에 사회과학, 의학,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역사학은 어떨까? 불행히도 역사학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 ‘죽음’은 소재로서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학술 주제로 연구되어 온 전례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프랑스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 정도이다. 이조차도 사실상 ‘죽음의 심성사’에 가까울 뿐, 집중적으로 죽음의 문제를 다루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 서양의 지식인들이 사회와 역사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죽음의 지성사’적 연구는 국내외를 통틀어 이루어진 사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구 지식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기록을 당대 역사학과의 관계 속에서 파헤쳐 주제별로 총정리하는 이른바 ‘서양에서의 죽음의 지성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