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가난의 명세서 (자아에 가격 매기기)

김나연 · ISBN: 979-11-6909-443-6

가난의 명세서 (자아에 가격 매기기)

“나에게 가난은 유령이 되는 일이었다”

빈곤과 대결하는 자아, 그러는 사이 정체성이 되어버린 빈곤

물질과 실존의 빈곤 속에서 불안해하는 가난의 ‘유령’이 제 주머니를 털어 보여주는 어떤 결핍의 세부 내역

“나는 줄곧 가난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며 끊임없이 가난과 거리를 두었다. 가난을 혐오했기 때문이다. 혐오의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것을 내 삶과 관련 없는 단어로 만들고 싶었다. 아무리 가족의 일일지언정 타인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를 내가 책임지지는 않겠노라고 억지를 부렸다. 이 가난은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니 내게 책임 지우지 말라고 정색했고, 엄마가 ‘빤쓰’가 찢어질 정도로 가난한 사람이든 아니든, 그건 엄마의 형편이니 내 알 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 어떻게 해서든 나한테서 가난의 냄새가 나지 않게, 나에게 가난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못하게 옷매무새며 말투, 가치관까지 관리해왔다. 가난을 이야깃거리가 필요할 때만 잠깐 꺼내 쓰는 ‘어려서 한때 고생한 사연’ 정도로 묻어두고 싶었다. 가난은 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가 아니라 문신처럼 세포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성질의 무언가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아니 모르고 싶었다.”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