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서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누구에게 (급진적 돌봄의 정치학)

린 시걸 · ISBN: 979-11-94706-02-1

서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누구에게 (급진적 돌봄의 정치학)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상호의존적인 인간의 본질을 마주하다

린 시걸은 《서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누구에게》에서 인간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보는 근대적 관념은 실상과 어긋난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서구 자유주의 전통은 인간을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상정하며, 타인의 개입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을 이상화해 왔다. 하지만 시걸은 이러한 자율성 개념이 현실의 인간 조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의 돌봄 없이는 생존할 수 없고, 성장과 노화, 질병과 상실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타인의 지지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즉, 인간은 근본적으로 의존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의존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특성을 지닌다. 시걸은 바로 이 “상호의존성”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제시하며, 자율성과 독립은 오히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회가 이상화하는 진정한 자유란 고립된 개인의 자기결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자신의 나약함까지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자율성과 경쟁이 아닌, 돌봄과 상호책임의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하며, 상호의존을 부정하는 사회 구조는 오히려 인간성을 파괴한다고 시걸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