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번역과 일본의 근대

마루야마 마사오 · 가토 마사오 · ISBN: 978-89-87608-15-0

번역과 일본의 근대

'메이지 초기의 번역'이란 주제에 대해 일본의 두 지성이 대담한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책. 저자들은 '번역'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제하며 근대 일본의 지식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번역했고 사회가 그 번역된 개념과 사상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했는가를 사상사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19세기 초 서양 열강의 문호개방 요구와 아편전쟁에 패한 중국에 충격을 받은 일본은 기존의 쇄국정책을 버리고 막부를 몰아내는 메이지유신을 단행했다. 이후 정부는 유학생과 시찰단을 통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런 시대흐름에서 '번역서'는 서양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자리잡았다고. 이에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서는 "역서 출판이 성황을 이루어 그 권수가 몇만에 이르니 한우충동(汗牛充棟)이 무색할 지경이다"라고 할 정도로 번역의 홍수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문화가 근대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도쿠가와 시대 중국어 문헌의 번역전통이 메이지 시대에 서양 문헌을 번역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고, 이를 통해 근대 일본의 사상적 배경이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이같은 일본의 번역전통과 '서양으로부터 배우자'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서양에 편중된 역사와 지리서, 군사관계와 병법, 자연과학, 법률제도 등에 관한 번역이 활발히 이뤄졌다고 설명하는 저자들은 다양한 번역서의 예를 통해 서양사상을 받아들인 일본인들의 태도와 그것이 미친 영향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책에 언급된 인물들과 일본 근대사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이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약 40여 페이지에 걸친 옮긴이의 자세한 주 덕분에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