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츠베트코비치 · ISBN: 979-11-90853-61-3
한국 사회의 심각한 ‘우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 넘게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울증 유병률도 매우 높다. 2024년 우리나라 성인 절반 이상이 울분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고,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지난 1년간 극심한 스트레스, 지속적인 우울감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었다.
여전히 정신의학과의 문턱을 말하기도 하지만, 정신과 진료 환자 수는 지난해 434만여 명으로 2020년에 비해 약 90만 명이 급증했고, 우울(증)에 관한 서사에서는 ‘병식’을 갖고 의학적 치료를 통해 ‘극복’하기를 권장하는 목소리가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우울에 대해 충분히 경험하고 탐구하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재의 치료 문화는 너무 우울한 사람이 양산되는 흐름을 막지 못한다. 그 속에서 우울이라는 감정과 감각은 개인화되고 의료화되고 탈정치화되며, 이는 정상성 규범을 공고히 하고 우울한 자아를 자기계발 영역에 의탁하게 한다. 그 결과는 F코드 진단서, 약물, 상담, 자조 모임 등을 이용해 빈틈없이 ‘멘탈관리’도 해내야 하는 각자도생의 삶이다.
앤 츠베트코비치의 『우울: 공적 감정』은 우울을 단순히 개인적이고 병리적인 상태로 보지 않고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공적 감정으로 개념화한다. 우울이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과 신자유주의의 압박, 노예무역·원주민 학살·성차별 등 폭력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감각임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울을 개인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사고하고 정치적으로 조직해야 할 정동적 경험으로 재해석하고, 정신의학과 임싱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주류 정신건강 담론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