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

석미화 · 이재춘 · 박혜진 · 최여울 · 노예주 · ISBN: 979-11-989881-2-6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 너머에서 만난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의 목소리. 한국 사회의 남성성에 대한 재인식, 평화의 의미와 다양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은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여섯 명과 참전군인 2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집이다. 또,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자처한 학생, 예술가, 활동가 등 시민 여덟 명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과거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은 어느새 칠팔십 대 할아버지가 되었다. 이들은 한국의 첫 해외 파병과 귀국박스, 김신조 사건과 5·18민주화운동, 경부고속도로와 관제 데모,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운동과 고엽제 피해, 참전명예수당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오늘날 민주주의 위기와 군대식 조직 문화,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폐해와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을 조망할 수 있는 여러 단서가 담겨 있다. 베트남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참전군인 2세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의 존재와 목소리는 국가와 사회가 오래도록 외면해 온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남을 자처한 이들의 존재와 목소리이다. 이들은 참전군인을 가해의 자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이야기의 자리에 초대하여, 그들과 함께 전쟁과 평화, 모순과 균열을 성찰하려고 시도한다. 주저하거나 아득함을 느끼면서도 만남과 듣기를 시도했던 마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