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하이드라 (가네하라 히토미 장편소설)

가네하라 히토미 · ISBN: 978-89-546-3668-1

하이드라 (가네하라 히토미 장편소설)

존재를 부정하는 남자와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여자의 절박한 몸짓

《뱀에게 피어싱》의 저자 가네하라 히토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하이드라』. 여성의 몸과 마음에 서린 불안과 갈등을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필치로 그려왔던 저자의 이번 작품은 그리스신화 속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불사의 괴물 히드라처럼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여성의 자아를 드러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토와 거식 행위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예속된 사랑이 다다르는 파국을 그리고 있다.

인형처럼 앙상한 팔다리와 영혼 없는 표정으로 오로지 한 사진집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사키. 그녀는 신자키의 전속모델이자 거처를 함께하는 연인이지만 세간에 관계를 숨긴 채 살아간다. 연인이자 오너인 그에게 내쳐지면 사랑과 직업, 거처까지 모두 잃을 것을 알기에 사키는 수많은 제약을 감당하고 그에게 종속된 삶을 택한다. 그러나 갈수록 신자키의 태도가 냉랭해지고 나날이 커지는 사랑과 증오 속에서 사키는 하루하루 음식을 게워내며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그에게 아사 직전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리 없는 복수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키는 친구의 소개로 사교모임에 나가고 그곳에서 수수께끼의 청년 리쓰를 소개받고, 그의 초대로 난생처음 라이브하우스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 펑크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며 극도의 해방감을 느낀 사키는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 밴드의 보컬 마쓰키를 소개받고 그의 저돌적인 애정 공세에 떠밀려 하룻밤을 함께한다. 날이 새기도 전에 벼락같은 사랑에 빠진 사키는 마쓰키를 통해 마음껏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신자키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