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 ISBN: 978-89-320-3549-9
작가들의 사소하고 비밀스러운 미지의 글쓰기!
지금까지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에크리’는 쓰인 것 혹은 (그/그녀가 무엇을) ‘쓰다’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시작하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단어이다. 쓰는 행위를 강조한 이 시리즈는 완성도 높은 문학작품으로만 접해 속내를 알기 힘들었던 작가들과 조금 더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전해준다.
『여자짐승아시아하기』는 올해 시작(詩作) 40년을 맞이한 그리핀 시문학상 수상 시인 김혜순의 아시아 여행기인 동시에 시 쓰기에 대한 책으로, 2007년경 《문예중앙》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다듬고 더했다. 10년 남짓 지났지만 쉽게 바뀌는 정보가 아닌, 언제 읽어도 유효한, 우리 자신을 비추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써내려간 글들은 여성을 포함하여 개념으로 규정되는 것들의 모든 바깥을 ‘하기’해보려는 시도이다. 유적보다는 골목과 거리를 빼곡히 채우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그동안 자신이 천착해온 바리데기 설화나, 사이와 변두리의 존재들에 주목하고 이입하여 문법적인 경계를 허물어버리려는 시도들은 저자의 시적 여정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왔는지에 대한 힌트로 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