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프루 · ISBN: 979-11-93790-34-2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여겨지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계와 지성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애니 프루. 주로 척박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밀도 높은 소설로 그려내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는 신간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에서 픽션의 형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한 자연 환경에 대해 직설을 쏟아낸다. 저자의 통렬한 시선이 맞닿은 곳은, 쓸모없는 땅으로 치부되어 온 ‘습지’이다.
“습지의 역사는 파괴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습지는 인류가 산업혁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기 이전부터 벌목, 개척과 개간, 개발이 되어야 할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과 이들의 삶의 방식 또한 무시받아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습지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선입견을 일깨운다. 습지를 향한 저자의 탐구는 접근이 독특하면서도 분야 또한 광범위하다. 문명화라는 폭력과 약탈로 인해 명맥이 끊겨버린 습지의 매혹적인 역사, 습지의 생태학적 역할과 환경적 가치, 과거 예술작품에 담긴 습지를 통해 문화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1만 년 전 서시베리아의 바슈간으로 시작해 로마시대 토이토부르크 숲, 14세기 잉글랜드의 보그Bog를 거쳐 21세기 미국의 루이지애나에 이른다. 거시적 관점으로 세기별 배수사업의 과정을 따라가 보기도 하고, 미시적 관점으로 토착민의 소소한 생활방식을 추적해 보기도 한다. 이렇듯 저자는 시공간을 넘나들 뿐 아니라 역사·문화·환경·예술의 온갖 분야를 아우른다.
다양한 관점과 방식을 동원해서 습지를 입체적·심층적으로 살펴보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습지를 파괴하는 일이 지구를 얼마나 위협하는 일인지 깨닫고 지금이라도 습지를 보호하고 조용한 희망을 되찾자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