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박지영 · ISBN: 979-11-6790-315-0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다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다섯 번째 소설선, 박지영의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가 출간되었다. 2024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문화공간 ‘동네북살롱’에서 자신의 팬클럽을 만든 ‘용맹하고 경솔한’ 복미영이 그녀의 1호 팬으로 낙점된 김지은과 함께 자신의 안티 팬 ‘멍든 하늘’을 위한 역조공 이벤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도 조롱당하다 마침내 버려지는 ‘이모’들의 삶과 중첩되는 동시에 돈키호테처럼 엉뚱하지만 호쾌한 복미영의 열린 엔딩이 매우 인상적인, ‘동등하게 위대한 채 서로를 보살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인간상을 그려낸 소설이다.

고립과 돌봄, 그리고 비극과 희극의 작가 박지영

2010년 『조선일보』로 등단해 2013년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받은 박지영은 등단 이래 두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장편소설, 한 권의 짧은 소설을 상자했다. 일찍이 장르소설로 그만의 횡보를 보이던 박지영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존엄한 죽음을 꿈꾸는 인물들의 모순된 욕망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 『고독한 워크숍』과 이웃이 되기 위한 필수 지출 비용 ‘이웃비’에 대한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를 연달아 발표하며 자신만의 확장된 문학세계를 독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번에 발표한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는 앞선 이 두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홀로 애쓰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나를 덕질하기로 한 복미영의 용맹하고 경솔한 전복기 후지고 다정한 사람들의 위대한 입덕 선언

복미영이 복미영의 팬클럽이 되어주는 이 소설은 가장 먼저 복미영을 혐오하는 한 사람을 찾아가고, 그것은 자신을 사랑해야겠다고 깨달은 복미영의 자기 돌봄의 시작이 된다. 열다섯 살에 데이빗 보위의 팬이 된 이래 누군가의 팬이기를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는 복미영은 덕질하던 W가 음주운전과 뺑소니로도 모자라 불법 촬영물과 관련된 메신저 단체방 멤버였다는 것까지 알려지자 탈덕하기로 마음먹는다. 탈덕과 함께 팬으로서의 정체성에 환멸을 느낀 복미영은 자괴감과 자기 환멸로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가지만 자신의 삶을 근본부터 바꾸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 같은 것도, 아니 어쩌면 나 같은 거라서, 오히려 팬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38p) 누군가의 팬이기만 했던 복미영은 자신에게 팬을 선물하기로 하고, 팬클럽을 창단한다. 이름하여 복미영 팬클럽. 복미영은 자신의 팬들에게 ‘1회 버리기 신청권’을 선물하고, 자신의 안티팬을 위해 역조공, 버리기 이벤트에 나선다. 복미영은 이 이벤트에 ‘동네북살롱’의 같은 구성원이자, 자신에게 1호 팬으로 낙점된 김지은에게 동행을 요청한다. 김지은은 ‘동네북살롱’의 일원이 되며 복미영과 교류하는데, 사실 김지은이 북살롱의 일원이 된 것은 자신의 엄마 베로니카를 돌봐주던 동거인 은수 이모를 그녀의 딸 성해은에게 ‘버리기’로 마음먹고 그 조력자로 복미영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1회 버리기 신청권’은 김지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었다.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는 다층적인 의미의 겹들로 된 작품이다. 하지만 차이와 반복에 의해 이끌려가는 구성적 의미층들은, 핵심적인 흐름에서 “떠맡겨짐”이란 하나의 중심축을 유지한다. 그 중심축을 떠받치는 또 다른 테마는 사소함을 사랑하려는 노력이다. 혹은 사소한 선을 위대함으로 전환하는 역량에 관한 이야기라 해도 될 것이다. -이성민(문학평론가)

“유려한 문장과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들 특유의 방어적이면서도 대담한, 한마디로 미워할 수 없는 비호감 캐릭터들 속에서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동적인 혁명성’ ’조용한 적극성‘을 창조”(박혜진)해, 혐오의 시대 속 고립된 인간들이 스스로의 삶을 수선하며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