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 ISBN: 979-11-7213-216-3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어느 날 갑자기, 열세 살 아이가 조현병을 진단받았다” 불안·환청·망상과 18년째 동거하는 청년 ‘나무’와 그 가족이 삶을 함께 쌓아가는 이야기

“우리 엄마 내놔, 엄마 내놔! 우리 엄마 어딨어?” 어린 나무의 눈에 내가 처음 ‘가짜 엄마’로 보였을 때, 나는 죄책감에 빠졌다. 건강하게 성장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환청을 듣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으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웅크리고만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중략) 그 절망도 절망이었지만 엄마가 가짜로 보이는 망상은 나를 더 깊고 짙은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_90쪽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진단받은 아들 ‘나무’ 씨의 엄마이자 공무원으로 일하는 저자가 가족으로서 함께 삶의 조각을 쌓아온 18년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글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엮은 이 책에서 저자는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 정신질환인 이 병과 함께해온 세월을 “삶 밖으로 튕겨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중심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저항의 시간”(11쪽)이었다고 고백한다. 질환과 치료법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안갯속을 걷는 듯 불안했던 발병 초기 보호병동 생활부터 퇴원 후 서른 살 청년이 된 자녀와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현재까지, 질환·돌봄·자립의 키워드를 통해 정실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현실적인 고민과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이 인생에서 만나는, 생각보다 흔한 병이다. 조현병 환자의 3분의 2는 치료약을 복용하면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작가 은유의 말처럼 “고통도 생물처럼 변하는” 법이다. 이 책에는 “집채만 한 파도처럼 가족을 덮쳤던 ‘고통’을 파도타기가 가능한 ‘일상’으로 살아내는 비법과 처방이 담겼다.” 저자가 아들 나무 씨와 함께 출연한 유튜브 채널 ‘씨리얼’의 인터뷰 영상은 단기간에 조회 수 100만 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흔들려도 균형점을 되찾고 삶을 쌓아가 고유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나무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뜨거운 위로로, 사회적으로는 조현병에 대한 단편적 오해를 거두고 정확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로 읽히기를 바란다.

나무는 환창, 망상 그리고 불안을 가지고도 자신의 취향과 자질을 잃지 않으며 고유한 세계를 쌓아왔다. 조각난 세계를 살면서 유일무이한 자아를 만들어온 것이다. 좀 특별하고, 좀 다른, 그래서 더 아름다운 청년. 나무의 서른은 그냥 오지 않았다. _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