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두 번째 미술사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 ISBN: 979-11-7213-322-1

두 번째 미술사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최초’, ‘원조’, ‘천재’의 신화 너머… 섬세하고 입체적인 ‘두 번째 해석’

‘고흐는 생전에 그림을 하나도 못 팔았다?’ ‘고갱에게 타히티는 원시의 파라다이스였다?’ ‘이탈리아 출신 다빈치가 프랑스 국왕의 품에 안겨 죽었다?’… 한 번쯤 들어봤고 그렇게 믿어왔던 ‘신화’들을 과감하면서도 섬세하게 재해석하는 미술교양서 《두 번째 미술사》가 출간됐다. 미술문화의 대중 확산에 활발하게 기여하며 2023년부터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은 미술사학자 박재연 아주대 교수의 저서다. 우리가 배워온 익숙하고 단정적인 미술사를 새롭게 검토하고 새 시대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다시 읽혀야 할’ 예술가와 작품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박 교수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 어떤 시대적 맥락에서 태어났으며 어떤 사회문화적 상황이 이 믿음을 지탱해왔는지 35가지 질문을 통해 살펴본다. ‘거장’과 ‘천재’, ‘최초’와 ‘원조’, ‘남성’과 ‘권력자’ 중심의 서사를 깨고 예술이 언제나 ‘개인의 창작을 넘어선다’는 데서 《두 번째 미술사》는 출발한다. 루벤스의 수많은 작품들이 조수와 제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대작(代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당대 상황을 살펴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주의 미학을 정립한 핵심 인물이었지만 ‘거장’ 에두아르 마네의 제수씨 또는 모델이라는 설명 아래 독립적인 화가로서의 정체성은 오랫동안 가려졌다. 지금은 유수의 영화와 광고, 앨범 커버 등에 인용되고 변주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너스의 탄생〉은 보티첼리의 스타일이 ‘아마추어적’이라는 이유로 400년간이나 미술사에서 밀려났다. 역사는 ‘공평’하지 않다. 어떤 이름은 어떤 이유로 지워지고 어떤 작품은 또 어떤 이유로 재발견된다. 《두 번째 미술사》는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신화를 해체하며 거장과 명작 뒤에 가려진 사회적 조건과 제도의 힘에 주목한다. 예술가 개인의 재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선택과 망각의 메커니즘을 친절한 언어와 폭넓은 시선으로 따라가며, 궁극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 세계에 ‘미완의 이야기’들이 존재함을 말한다.

“왜 그런 이야기들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는지 차분히 살펴보고, 우리가 왜 특정 이야기를 더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지 그 바탕에 놓인 문화적 욕망과 기억의 힘도 함께 탐구하고자 했다. 결국 이 책은 미술사 자체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바라보려는 작은 시도이기도 하다.” _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