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치유의 빛 (강화길 장편소설)

강화길 · ISBN: 979-11-6737-562-9

치유의 빛 (강화길 장편소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몸, 나의 고통, 나의 과거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강화길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강화길의 소설은 핏줄 속에서 보내온 초대장 같다. (……) 우리는 핏줄을 따라 정신없이 떠돌다가 소설의 심장을 만지게 될 것이다”_임솔아(소설가·시인)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오른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치유의 빛》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긴밀하고 폐쇄적인 공동체-가족과 학교, 지방 소도시, 종교 단체-와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밀도 높은 감정-동경과 애증, 질투와 소유욕-을 다시 ‘안진’이란 장소에 펼쳐놓으며 끝장을 향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지수’는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이 지내던 자신이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순간을 회상한다. 열다섯 살 가을. 감당할 수 없는 식욕과 함께 급속도로 거대해진 체구를, 지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직면한다. 어린아이에게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은 곧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지수는 점점 더 움츠러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대해진 몸 덕분에 오래 동경해오던 ‘해리아’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리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수영장 사고로 인해 지수는 고향 안진뿐 아니라 자신의 몸-끔찍한 통증을 떠안고 있는 덩어리들-을 벗어던지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의 빛》이 품고 있는 물리적 공간은 여성의 ‘몸’ 그 자체로 재조립된다.

고딕 소설에서 ‘공간’은 인물을 가두고 옭아매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소설 속 공간은 현재를 살고자 하는 인물들의 발목을 붙들어 단단히 동여맨다. 앞서 강화길이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올랐다고 언급한 이유는, 그의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이 일종의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 감옥은 천륜으로 얽힌 가족이 되기도, 태어난 고향이 되기도, 모태신앙으로 떠안게 된 종교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 세상에 나와 보니 이미 내 것이 되어 있는 것들. 이런 의미에서 《치유의 빛》 속 인물들의 기억이 십대에 묶여 있는 이유 또한 의미심장해진다. 작가는 부모와 사회의 보호 아래에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 그 보호가 사랑인지 구속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 그래서 서로의 여린 부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가장 먼저 탐하고, 가장 먼저 동경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깊숙이 파고들며 묘파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벗어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가장 비극적인 감옥”(전청림 문학평론가)에 갇혀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또한 그 감옥을 내내 짊어져 왔으므로. 내내 짊어져야만 할 것이므로.

“사람들은 왜 동경하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질투하고 증오할까. 그래서 갖고 싶어 하고,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고 싶어 하고. 불쌍해하다가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꺾어버리고 싶어 할까.”(70-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