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5일 가입 · 9권 적독
크리스타 볼프mori
'독일문학의 퍼스트 레이디'이자 사회주의 문학, 여성 문학의 기수인 크리스타 볼프의 대표작. 희대의 악녀로 상징되는 신화속 인물 메데이아를 재해석했다. 코르키스의 공주이자 뛰어난 마법사 및 치유사였던 메데이아는 그간 수많은 문학작품, 연극, 오페라 등을 통해 사랑을 위해 인륜을 저버린 질투와 복수의 화신으로 재현되어 왔다. 그러나 저자는 남성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형성된 메데이아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인류학적 통찰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희생된 총명한 한 여인의 이야기로 메데이아를 다시 그려낸다.
문명은 전쟁과 어떻게 맞물려 진화해왔는가? 전쟁은 인간 본성에 뿌리박고 있는가, 문화적 발명품인가? 선사시대부터 9·11테러까지, ‘전쟁’의 수수께끼를 푼다
‘생존’과 ‘번식’이 전쟁과 폭력의 근원적 동기였다! 진화론에 입각한 최신 연구의 집대성, 인류 역사에 관한 통찰의 진풍경 인류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경제학, 국제관계학까지 아우른 명저
▶ 전쟁은 문화적 발명품이 아니다 ▶ 인간의 공격성은 무조건적 충동이 아닌 선택적 전술이다 ▶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은 인류 역사의 99.5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형성되었다 ▶ 진화론은 인간의 싸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 기병을 육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가 봉건제를 낳았다 ▶ 폭력적 죽음의 비율은 국가 치하에서 낮아졌다 ▶ 권력은 원하는 대상을 획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통화가 되었다
“여성들은 할 수 있는 저항을 계속했다”
미치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여자들 천지신명에게 외면받고도 살아남은 존재들의 이야기
첫 장편소설 《한성부, 달 밝은 밤에》의 드라마화를 확정 짓고, 장편소설과 에세이, 다양한 앤솔러지 소설집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소설가 김이삭이 첫 소설집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래빗홀, 2024)를 출간한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피하여 고택에 머물던 여성의 기이한 체험담 〈성주단지〉, 학교의 금기를 어긴 여성 청소년들이 겪는 학교 괴담 〈야자 중 ×× 금지〉, 옹녀의 시점에서 다시 쓴 ‘변강쇠전’ 〈낭인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혐오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오컬트물 〈풀각시〉, 조선 후기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의 마을에서 벌이지는 괴이한 이야기 〈교우촌〉까지 호러 장르의 미학과 문학적 완결성을 모두 갖춘 단편소설 다섯 편이 묶였다. 수록작에는 각각 귀신과 괴물, 논리적이지 않은 힘으로 대표되는 ‘괴력난신’이 등장하고, 작품 속 인물들은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연대와 위로를 청한다. 비정상으로 낙인찍혀 주변으로 밀려난 인물들에게 괴력난신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여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이삭의 소설이 으스스한 호러적 재미와 함께 통쾌한 해방감을 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4년 여름, 서늘하고도 다정한 김이삭의 세계를 만나볼 시간이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활동가, 대학교수, 자폐인인 저자가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받는 신경다양인(자폐, ADHD, 양극성 성격장애 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주변의 몰이해와 오해, 낙인, 오진 등으로 인해 정체성을 감추고 살다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한다. 사회 구성원이 아프다면 그 사회 또한 건강할 수 없다. 이 책은 획일적인 기준을 버리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개인은 물론 사회도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2018년 데번 프라이스 교수가 처음 블로그에 자폐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의 메일함에는 “혹시 저도 자폐인인가요?”라고 묻는 이메일이 5000통 넘게 쌓였다. 그들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현재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 백인’을 기준으로 세워졌다는 저자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질병에도 계급이 있다. 책에 따르면 같은 자폐인이어도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증상을 무시당하거나, 고통을 호소해도 ‘교활한’ 혹은 ‘공격적’이라고 취급받는다. 자폐 당사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여자라 너무 예민하다’며 외면당하고, 유색인일 때는 ‘위험한 인물’로 구분된다. 사회 빈곤층이거나 노인일 경우에는 진단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성별이 남성이어도 전형적인 자폐증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으면 진단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더 근본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자폐인 당사자인 자신의 사례를 비롯해 사회적 가면을 쓴 수많은 신경다양인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하고 자폐인의 장점인 ‘집요함’을 무기로 논문, 블로그 게시물, 유튜브 동영상, 진단 검사 자료까지 닥치는 대로 샅샅이 조사했다. 이로써 자폐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정상성의 가면’을 쓰고 사는지, 그 가면이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이 한 권으로 증명해낸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자폐인이자 트랜스젠더인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된 본인의 실제 사례와 주변의 다른 성공적인 예시들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덧씌워진 가면을 벗어던질 실질적인 방법을 논한다.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로 평가받는 메리 로치의 최신작 『전쟁에서 살아남기』. 전쟁의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핵폭탄이나 스텔스 전투기같은 첨단 무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즉, 사람을 죽이는 데 골몰하는 비정한 과학을 생각한다. 그러나 로치의 관심은 정반대다. 이 책에는 사실상 무기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거나 불구로 만드는 전쟁과 무기는 차라리 로치가 혐오하는 것이다. 그녀는 죽이기보다 살리는 데 관심이 있다. 총알과 폭탄으로부터, 그 밖의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전쟁터의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전쟁터의 인간이란 대개 군인이다. 그래서 로치는 미 해병대와 동아프리카 레모니어 기지, 미군 네이틱 연구소와 월터 리드 센터, 핵잠수함 테네시 호까지 방문해서 과학자들과 병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겪는 고충은 매우 다양하다. 때로는 너무 잔인하고, 때로는 너무 거북하다. 그리고 때로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이야기들이다. 이 모든 주제들에서, 로치는 징그러운 벌레도 겁없이 만지는 아이같다. 절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하는 생각에 낄낄거리며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로치가 노리는 바다. 그녀는 천진난만한 태도로 우리의 선입견과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신기하고 엉뚱하고 유쾌한 이야기,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결코 관심을 갖지 않을 이야기에 홀딱 빠지도록 만든다.
일라이 클레어mori
『망명과 자긍심』은 1999년 초판이 발간된 이후 2009년과 2015년에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읽혀온 책이다. 영미권에서는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장애학, 퀴어학, 여성학, 젠더학 수업의 필독서로 쓰이고 있다. 또 「옮긴이 후기」에서는 ‘크립’, ‘프릭’, ‘트랜스’, ‘젠더퀴어’ 등 책에 등장하는 소수자 관련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운동 들 간 연대의 정치를 구성하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저자 일라이 클레어의 독특한 위치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노동계급 마을 출신의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 친족 성폭력 생존자,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젠더퀴어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로서 살아왔다. 저자는 수많은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자신의 몸에 대해 성찰한다. 이러한 다층성은 자연스레 단일 쟁점에 매몰되지 않는 시각을 열어주며, 연대를 통한 다중 쟁점 정치, 교차성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일라이 클레어mori
『망명과 자긍심』은 1999년 초판이 발간된 이후 2009년과 2015년에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읽혀온 책이다. 영미권에서는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장애학, 퀴어학, 여성학, 젠더학 수업의 필독서로 쓰이고 있다. 또 「옮긴이 후기」에서는 ‘크립’, ‘프릭’, ‘트랜스’, ‘젠더퀴어’ 등 책에 등장하는 소수자 관련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운동 들 간 연대의 정치를 구성하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저자 일라이 클레어의 독특한 위치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노동계급 마을 출신의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 친족 성폭력 생존자,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젠더퀴어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로서 살아왔다. 저자는 수많은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자신의 몸에 대해 성찰한다. 이러한 다층성은 자연스레 단일 쟁점에 매몰되지 않는 시각을 열어주며, 연대를 통한 다중 쟁점 정치, 교차성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일곱 번째 책. 《원하고 바라옵건대》는 상상 속 동물인 ‘신수’ 즉, ‘신령스러운 짐승’을 소재로 쓴 다섯 편의 소설을 묶은 앤솔로지다. 2021년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종의 기원과 그 외의 이야기들)》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를 필두로, 동시대 작가 중에서 가장 깊이 있고 개성 있는 작품을 쓰는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작가가 각각 ‘백호’, ‘용’, ‘맥’, ‘진묘수’, ‘곤’을 택해 SF와 환상문학, 역사소설과 모험소설의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를 고루 갖춘 수작을 완성했다. 때로는 무섭고 심술궂지만, 어떤 면에선 귀엽고 엉뚱하기까지 한 신수들과 당차고 솔직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다섯 편의 소설은 일상과 환상이 만나는 지점을 황홀하게 그려내며 더없이 새로운 독서의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은 인간성을 잃지 않고, 신수 또한 신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겨울밤처럼 차고 명징한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 끝내 살아남을 사랑의 기록
어느 토요일, 지구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지만 한 사람은 무사하다. 종말의 비망록인 듯한 이 소설은 ‘기적의 비화’에 더 가깝다. 개개인의 사랑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더라도, 사랑이 모여 이루어낸 기적은 어떤 식으로든 기록되기 마련임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소설에는 달의 뒷면처럼 영영 모습을 감출 뻔했던 ‘궤도 밖 아이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록되었다. 우리는 지구가 반파되는 비극을 목도하면서도 단 한 사람의 무사함에 깊이 안도하게 된다. 그 한 사람은 누군가의 세계였기에. 그러므로 이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놓지 않은 연대의 기록이자 한 세계가 끝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사랑의 연대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