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8일 가입 · 13권 적독
동양과 서양의 SF 교류 역할을 하고 있는 켄 리우의 대표 단편 선집!
SF에서부터 환상문학, 하드보일드, 대체 역사, 전기 소설에 이르기까지 켄 리우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집 『종이 동물원』. 총 14편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2017년 로커스 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하였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반 대중이 누구나 실생활에서 생각해 볼 만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인 아버지가 결혼 정보 카탈로그를 보고 선택한 여성이었던 잭의 어머니. 영어를 할 줄 아는 홍콩 출신이라고 했지만, 사실 모두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었다. 종이를 접어 동물을 만들고, 숨을 불어넣으면 살아움직였다. 어린시절의 잭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종이 동물들, 특히 종이 호랑이를 무척 아꼈다.
성장하며 동양인의 눈을 가진 자신이 백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면서부터 어머니와 닮은 모든 것이 싫었던 잭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동물은 모두 상자에 넣어 치웠고, 영어로 말하지 않는 어머니에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성년이 될 때까지 어머니를 외면하며 자랐고, 그녀가 암으로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호랑이가 잭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접힌 종이 호랑이에 적혀 있는 어머니의 편지엔, 그녀가 들려주고 싶어하던 오랜 이야기가 또박또박 적혀 있는데…….
어린시절, 선물 포장지를 사용해 종이 동물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주던 중국인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짧지만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하며 저자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표제작 《종이 동물원》, 일본군의 731부대의 잔학성을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사람들》 등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느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에 녹여낸 작품들과,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수작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N.
문명의 생성과 번영의 수수께끼를 밝힌 세계적 명저 마침내 만나는 출간 25년 기념 뉴에디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류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전해온 그의 대표작이자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를 새 번역, 새 편집으로 만난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왜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되었는가? 생물학, 지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해 장대한 인류사를 풀어내며 오늘날 현대 세계가 불평등한 원인을 종합 규명한 혁신적 저작. 출간 25년 기념 뉴에디션에는 2023년 저자 특별서문과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의 해제, 새 서문과 후기를 수록해 풍성한 읽을거리를 더했다.
야기사와 사토시N.
13년 전의 일본소설이 2024년 영국 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르다
세계 최대의 책방 거리로 꼽히는 도쿄 간다의 진보초 고서점 거리. 2024년 현재, 이곳으로 미국과 영국 등지로부터 건너온 서양인 관광객들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어를 읽지도 못하는 외국인들이 기어코 책방 거리를 찾아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 권의 소설 때문이다. 이곳 진보초 거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영미권 제목: Days at the Morisaki Bookshop)이 해당 국가들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일명 ‘성지순례’를 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끈 것이다. 일본 대중소설이 영미권에 번역되는 일 자체가 흔하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 책이 예외적인 인기를 끌게 된 주된 이유는 젊은 세대 독서가들의 호응에 있었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젊은 독자들이 이 먼 나라의 소설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이 작품은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되었고, 2024년에는 영국에서 책의 아카데미상으로 꼽히는 ‘영국 도서상’ 소설 데뷔작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둘러싸고 또 하나의 재미난 사실은,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13년 전이라는 점이다. 2010년에 처음 선보인 이 소설은 출간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되었으나, 몇 년이 지난 후로는 사실상 묻혀 있던 책이었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한국어판도 진작 절판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해당 책의 일본어판은 현재 종이책으로 유통되지 않고 있다. 뒤늦게 작품을 접한 해외 에이전트가 “반드시 이 책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간행하고 싶다”는 의지를 품었고, 그 바람대로 13년 만에 새로이 출간된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헌책방 한 켠에서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다가 우연히 발견된 귀중한 책과 같은, ‘헌책방’을 소재로 한 이 소설과 더없이 어울리는 스토리라 할 수 있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젊은 거장 김애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마흔세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세 번째 소설선, 천선란의 『랑과 나의 사막』이 출간되었다. 2022년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작품은 ‘전쟁의 시대’에 만들어졌다가 기능이 정지된 채 사막에 파묻혀 있던 로봇 ‘고고’에게 생명을 준 인간 ‘랑’이 사망하자, 랑이 가고 싶어 했던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고고가 홀로 길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2019년, ‘국내 SF 아포칼립스의 정석’이란 극찬을 들은 『무너진 다리』로 혜성처럼 등장한 천선란은 뒤이어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그대로 잠기고 싶은 소설”(김초엽) 여덟 편을 담은 『어떤 물질의 사랑』을 발표하며 빠르게 자신의 문학세계를 독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장르소설 중 손꼽히는 판매고를 기록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천 개의 파랑』은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김보영) “더 이상 ‘좋은 한국 SF의 가능성’이란 얘기는 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김창규)라는 찬사까지 이끌어내며 가능성이 아닌, 완성형의 상태로 우리에게 도달한 ‘준비된 작가’라는 평을 얻게 했다. 천선란의 활발한 횡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 『노랜드』에까지 계속 됐고, 이제는 더 이상 장르소설의 자장 안에서만 논해지는 것을 거부한 채, 자신의 문학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며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전무후무한 작가가 되었다.
흔히들 SF 소설은 인간을 위협하는 로봇과 외계인이 등장하고, 우주 세계 어딘가가 배경이고, 다루는 세계관마저 낯설어 순문학 독자들이 읽어내기에는 장벽이 있다고들 말한다. 천선란의 소설 역시 무수한 로봇이 등장하고, 외계인이 등장하고, 배경 또한 낯설지만 기존의 선입견을 넘어선 결과를 내고 있다. 이상하리만치 그의 소설은 잘 읽히고, 게다 뭉클하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코뿔소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그땐 기적인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게.
『긴긴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 준 것처럼,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를 보여 준다._송수연(아동문학평론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가 된다면,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온 영혼으로 감당해야 한다면 어떠할까?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이다.
황선우 · 김하나N.
다시 시작된 여행, 여자들끼리 가볼만한 곳 1순위! 시스터후드 충만한 호주 퀸즐랜드에서 찾은 삶의 기쁨!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황선우 X 김하나 작가가 함께하는 두 번째 책, 오래 기다려온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의 첫 여행지 ‘퀸즐랜드’로 함께 떠나볼까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의 기쁨을 잃어버린 당신! 여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황선우 김하나 작가와 함께 다채로운 삶이 생동하는 곳, 퀸즐랜드로 떠나볼까요? 책과 팟캐스트 ‘여둘톡’, 인스타와 트위터 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황선우 김하나 작가의 두 번째 공저 『퀸즐랜드 자매로드』는 두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호주 퀸즐랜드에서 아름다운 대자연과 그 속에서 함께 어울린 퀸즐랜드 사람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브리즈번과 골든 코스트, 음식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투움바 등 퀸즐랜드 곳곳에서 코알라, 웜뱃, 돌고래와 교감하고, 서핑과 패들보딩, 실내 스카이다이빙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며, 다양한 문화와 먹거리를 통해 호주 사람들과 교류한 잊지 못할 경험! 친구에게 말하듯 이야기하듯 공감가는 글로 풀어낸 황선우 김하나 두 여자의 퀸즐랜드 여행기는 독자들의 가슴 속 깊이 감춰두었던 여행의 두근거림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도와줄것입니다
올리버 색스라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존재에 관한 모든 것!
올리버 색스의 순수한 열정, 근원적 통찰, 명민한 정신을 우아한 문장으로 담아낸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영어판과 동시에 출간되는 한국판 에세이집으로,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 뉴요커, 라이프 등에 기고하거나 그의 노트에 써내려간 33편의 에세이를 만나볼 수 있다. 그중 7편은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하나같이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지적 통찰이 깃든 완결성 있는 작품인 동시에, 각각의 에세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올리버 색스를 거의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첫사랑’에서는 올리버 색스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부 ‘병실에서’는 의사와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에세이들로 가득하다. 의대생 시절을 비롯해 신경과 전문의로서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환자들의 임상 사례와 연구들이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개된다. 3부 ‘삶은 계속된다’에는 우주에 대한 동경,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묻어나는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올리버 색스가 평생 사랑했던 것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했던 가치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현하고 있으며, 따뜻한 의학을 실천하고 설파하는 의사,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으로 발현되는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적 기품이 깃든 문장과 서사를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로서의 올리버 색스에 대한 경탄에 이르게 된다.
오가와 사토시N.
“이 책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나오키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의 떠오르는 SF 작가 ‘오가와 사토시’ 그의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세계관이 엿보이는 여섯 편의 연작 단편집
오가와 사토시의 작품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2024년 일본 서점대상 후보작으로 표제작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를 포함해 작가 자신으로 추정되는 동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연작 단편집이다. 작가는 각각의 단편에서 현대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인간 군상을 만나며 그들의 모습을 뛰어난 필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가가 된 계기를 포함해 소설을 쓴다는 것과 연관시킨 철학적, 사색적, 자전적 성격, 그리고 에세이적 성격이 강한 소설집이다.
흡입력 있는 필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 오가와 사토시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수작! 성공과 인정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허실을 그리다!
일본의 떠오르는 천재 SF 작가라는 칭호를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오가와 사토시’. 그는 2015년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 중 『유트로니카의 이편』으로 하야카와 SF 콘테스트 대상을 받으며 데뷔하였다. 이후 캄보디아의 참담한 현대사를 다룬 두 번째 장편 『게임의 왕국』으로 제38회 일본 SF 대상과 제3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거짓과 정전』으로 나오키상 후보, 2022년에는 『지도와 주먹』으로 제168회 나오키상을 수상한다. 2023년에는 『너의 퀴즈』로 제7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으며, 일본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 이렇듯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상을 받으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는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집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을 발표하게 된다. 이 연작 단편집 역시 출간과 동시에 2024년 일본 서점대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표제작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포함한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같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가 자신을 방불케 하는 ‘나’라는 주인공이 수상쩍은 인물들과 조우하는 연작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자전적 소설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한 초반부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가도 조금 읽다 보면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는 흡인력 있는 필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을 갖추고 있다. 각각의 작품은 유머와 위트가 넘치면서도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사색적이다. 주인공 ‘나’를 통해 과거의 선택과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 자신이 잃어버린 기회와 인생의 방향성도 함께 되돌아본다. 또한 황금과 같은 상징적인 요소로 인간의 욕망과 후회를 탐구하며 성공과 타인의 인정, 선망을 얻고 싶은 불나방 같은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의 실상이 오아시스 같은 허구임을 냉철하게 찌른다. 그리고 창조된 그 허구의 세계를 통해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는 자신의 모습을 겹치게 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아 통찰의 모습 또한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일본 문단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차세대 작가의 흔치 않은 연작 단편집이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됨으로써 한국 독자들은 ‘오가와 사토시’의 천재성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그의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세계관을 이번 연작작품집을 통해 엿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어렸던 우리를 향해 희망을 속삭이는 듯했던 그 햇빛” 얼어붙은 줄 알았던 시간 속으로 날아든 작은 기적 부드러운 흰빛으로 가득 찬 백수린의 새로운 계절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백수린의 네번째 소설집
아무리 살아봐도, 거듭 생각해봐도 그 답을 알 수 없어 이런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는 듯. 그와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내겐 없다. ─최진영(소설가)
손안에서 조용히 흘러내리는 모래가 나를 위로한다. 우주가 내 마음을 다독인다. ─이정향(영화감독)
섬세하고 사려 깊은 시선, 우아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고유의 아름다운 세계를 펼쳐 보이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의 네번째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초 김윤식 문학평론가로부터 “물건 되겠다”는 평을 들은 바 있는 백수린은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안정적인 호흡으로 “가장 내밀한 내면”을 담아 “가장 보편적인 사건을 만”(김성중 소설가, 제10회 젊은작가상 심사평)들어왔다. 이러한 독자적인 스타일은 문단과 독자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고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아주 환한 날들』 등 그의 소설 속에는 ‘빛’이 함께해왔다. 제8회 문지문학상 수상 당시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섬광처럼 빛나는, 그 희미한 희망의 전조를 기억하고 다시 쓰”(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작가라는 평은 왜 그가 ‘빛의 소설가’라 불리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번 소설집 역시 작가 특유의 빛을 가득 품고 있지만, 작품마다 조금은 다른 색채를 펼쳐나간다. 한때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영영 떠나보낸 사람과의 시간, 그리하여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없는 나날 속에 놓인 화자들에게 한 줌의 빛이 닿는 순간을 포착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p. 266)는 ‘작가의 말’처럼 상실과 죽음 앞에서 꽁꽁 얼어붙어 부서질 듯한 마음들에게 온기가 깃든 “봄밤의 모든 것”을 건넨다.
“그 무엇도 그들이 공유했던 서로의 온기와 감촉, 그 봄의 밀도와 향기만큼은 빼앗아 갈 수 없으리란 사실을” 오해와 이해 사이에 쏟아진 한 움큼의 선명한 온기 소설집을 열면 가장 처음 마주치는 작품이 「아주 환한 날들」이다. 어두운 날의 반어적 표현 같기도 하고 무방비한 빛을 머금은 희망을 예고하기도 하는 듯한 이 소설은 일흔이 넘은 여성 옥미에게 느지막이 찾아온 선물 같은 시간을 펼쳐 보인다. 딸과는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인, 외롭게 홀로 지내는 그녀에게 사위가 문득 앵무새를 들고 찾아온다. 동물을 기르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집에 들였지만 막상 아이들이 무서워해서 키울 준비가 될 때까지만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낯선 앵무새와의 동거를 시작한 옥미가 새를 돌보면서 딸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느끼는, “새가 닿았던 자리만큼의 크기로 따스”(p. 36)한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해낸다. “딸은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걷고 있었다”(p. 109)라는 첫 문장이 암시하듯 「흰 눈과 개」는 사이가 좋지 않은 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다. 거의 8년 만에 조우했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딸이 자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빠인 ‘그’는 여전히 못마땅하다. 딸 역시 자신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스위스로 부모를 초대했으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를 원망한다. 오해로 인해 서로의 자리를 비워둔 채 지나온 세월로 되돌아가듯 설원 위에서도 그들은 다툴 뿐이다. 그러다 그들의 감정이 눈 녹듯 풀리는데, 절정과 결말의 틈에 놓인 “온몸으로 뛰어오르는 생명력”(p. 141)을 목도하면서부터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눈 덮인 그곳엔 관계의 균열을 무화시키는 서로를 향한 애틋함이 있다. 「빛이 다가올 때」와 「봄밤의 우리」는 우정과 사랑이 깃든 소설들이다. 또한 그때는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기억의 편린에서 찾아내 비로소 반짝이는 그것을 움켜쥐는 길을 보여준다. 이해할 수 없다고 예단했던 일들이 결국 나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는 이 여정은 “발을 담그기만 해도 휩쓸릴 급류인지, 서서히 젖어갈 빗줄기인지 미처 알지 못하는 채로”(p. 88) 기꺼이 백수린식 사랑 속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은 잃거나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안에 숨어 있음을, 그러므로 모든 오해를 거두고 언제든 다시 환한 빛과 온기를 만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그 모든 것을 담은 봄밤이 짙은 향기를 머금을 꽃잎이 되어 쏟아진다.
“그건 얼마나 달콤한 일이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존재했던 삶의 부재가 그려놓은 마음속 드라마
백수린은 허무에 잘 적응된 사람들이 사소한 계기로 말미암아 생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한다. 삶의 행로를 방해하는 불순물로 치부됐던 불편한 기억, 복잡한 감정, 경직된 갈등의 실타래가 풀릴 때, 백수린은 그 실들로 다시 욕망하는 법, 다시 슬퍼하는 법, 요컨대 다시 사랑하는 법을 기워 인생 뒷면에 찬란한 삶을 수놓는다. [……] 이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어진 빛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빛이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 빛을 만드는 백수린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경지다. 암흑 같은 마음을 살리는 소중한 백야다. ─박혜진, 해설 「잘 적응된 허무」에서(pp. 263~64)
『봄밤의 모든 것』의 화자들은 저마다 커다란 상실을 하나씩 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존재인 딸과의 갈등, 죽음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과 이웃, 각자의 삶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 사랑했던 애인과의 이별. 소설집 후반부에는 「호우豪雨」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세 편을 연작소설의 형태로 재구성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상실감’을 더욱 깊이 있게 그려냈다. 「호우豪雨」의 소희는 도서관에 가는 것과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전업주부다. 한때 작가를 꿈꿨을 만큼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상상 속 이야기로 빠져들기를 즐기는 그에게 죽음은 두렵지만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온다. 소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밖 허름한 주택가의 파란색 대문 집에 놓여 있던 모든 게 사라진 것을 본 후 노인의 죽음을 상상하며 밤새 뒤척이는 까닭은, 죽음이 도처에 널려 있고 상실은 늘 곁에 머무는 그림자와 같기 때문일지 모른다. 다음에 놓인 「눈이 내리네」는 소희의 대학 친구 다혜의 이십대 시절을 회고하며 시작한다. 엄마의 먼 친척인 이모할머니의 하숙집에 머물며 열정 가득한 대학 생활을 시작한 다혜는 학교에서 연애는 물론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이다. 집에 돌아오면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아침잠 없는 칠십대 이모할머니와 생활했는데, 일찍 일찍 다니라는 이모할머니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다혜에게 사랑의 훼방꾼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 “젊음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자각하게 되는 날”(p. 201) 다혜는 할머니 생전 마지막으로 함께한 날을 떠올린다. 열정 가득한 청춘의 시기를 지나 생(生)의 중반기에 들어서며 더는 죽음을 쉽게 여길 수 없어진 마음들이 작가가 그려낸 부재와 상실의 설계도와 함께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는 앞선 두 소설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 여행지 리조트를 배경으로 각자의 과거와 죽음에 관한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구성된 인상적인 작품이다. 주미, 소희, 다혜 그리고 화자인 ‘나’는 이제 사십대 후반이 되었다. 그들의 대학 동아리 시절 이야기는 그들을 잠시 청춘의 그날로 되돌려놓기도 하지만 청춘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실감하게도 한다. 가족 누군가가 세상에 없거나 아이가 곧 대학생이 되는 그들에게 주미는 11년 전 독일에서 겪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이야기한다. 그 끝에서 그들은 죽음으로 점점 다가가는 삶의 허무와 공백의 자리에 “상처 하나 없이, 기적처럼”(p. 245)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을 심어놓는다. 더 올곧고 선명하며 “강직한 빛”(해설, p. 263)으로 찾아온 백수린의 소설들은 상실과 긴 허무의 밤을 걷는 모두에게 새봄을 선사할 것이다.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저의 바람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에요.”_룰루 밀러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관계들”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책이 놀라운 영감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해줄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계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물고기는(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우리의 관념을 뒤집어엎으며 자유분방한 여정을 그려나간다. 사랑을 잃고 삶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데이비드 스탄 조던’을 우연히 알게 된 저자는 그가 혼돈에 맞서 싸우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매혹되어 그의 삶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저자 역시 이 세계에서 “혼돈이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의 시기의 문제”이며, 어느 누구도 이 진리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던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끌며, 이윽고 엄청난 충격으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룰루 밀러가 친밀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과학에 관한 고군분투이자 사랑과 상실, 혼돈에 관한 이야기다. 나아가 신념이 어떻게 우리를 지탱해주며, 동시에 그 신념이 어떻게 유해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 속 의문들을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다 보면 독자 여러분도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더 깊고 더 특별한 인생의 비밀 한 가지와 만나게 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N.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추리적인 향기와 깊이를 잃지 않는 명작,『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은 2012년 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이 이야기에는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올랐던 살인 사건이나 명탐정 캐릭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퍼즐을 맞추어가는 듯한 치밀한 짜임새는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명불허전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감동을 자아내 작가의 고정 독자를 충분히 매료시킨다.
이 이야기에는 살인 사건도 민완 형사도 없다.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뭉클한 감동에 빠뜨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 있다. - 옮긴이 양윤옥
김현경N.
『사람, 장소, 환대』는 ‘사회적 성원권’, ‘환대’ 등의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인류학자 김현경의 첫 저서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며, 사회를 ‘시계’, 즉 기능을 가진 구조들의 총체나 ‘벌집ㅡ재생산적 실천을 하는 주체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구조’에 비유하는 구조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저자는 사유의 궤적이 드러나는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면서도, 추상적인 개념에 의지하기보다는 다방면의 참고문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논의를 전개해나감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지적 자극과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