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notfind · 2023년 12월 21일 가입 · 7권 적독
마리아 투마킨니모를찾지마세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선한 교만을 뒤흔드는 논픽션 실험
많은 사람은 누군가와(특히 약자와) 연대하기에 앞서 그를(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그에게 적합한 것을, 즉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이해를 우선하지 않는 연대는 일방적인 호혜에 가깝고, 이는 결국 결례와 오만을 내보이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
하지만 마리아 투마킨은 그 이해조차 ‘이해해 주려는 사람’이 섣부르게 베푸는 호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는 타인을 향한 태도로써 합당하다. 그러나 투마킨에 따르면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행복한 결말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자기 만족적인) 환상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론에 다다를 수 없는 영원한 과정일 뿐이다. 게다가 그 과정은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타인과의 연대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면서, 수없이 좌절하면서 기어코 계속 시도하는 것.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설명하거나 이론화하지 않고 글의 구조 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인간 각자의 고통을 통해 부서진 기억들은 이 책 속에서 실제로 부서진 형태로 나타난다. 즉 여러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배열되지 않는다. 두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섞여 등장하기도 하고, 여기에 시간 순서까지 뒤섞여 있다. 심지어 몇몇 에피소드의 조각은 백 페이지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시작한 독자는 ‘그래서 그 얘기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갑자기 나온 이 사람은 누구야’라고 생각하며 당황할 수 있지만, 곧 이런 서술 방식이 한 인간의 내면을 쉽사리 추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디자인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나의 장이 끝날 때쯤이면 그동안 그러모은 파편들이 머릿속에서 조립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 책 속의 이야기-사건들은 이해되기 전에 구성된다. 혹은 이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다. 몇몇 평론가들이 이 책을 읽고 W. G. 제발트를 떠올렸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시들해진 ‘노잼’ 일상에 활력이 되어준 ‘인생 운동’ 클라이밍에 관한 이야기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며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 하지만 막상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던 운동 ‘클라이밍’에 관한 에세이. ‘클라이밍’ 하면 몸을 던지는 격렬한 동작과 함께 강인해 보이는 근육질의 몸을 떠올리기 쉬운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책에는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내향인’ 저자가 클라이밍을 통해 몸으로 배우고 깨달은 메시지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순수한 몰입의 기쁨이나 시야의 중요성, 몇 번이고 다시 올라가는 용기와 자기만의 정답을 찾는 방법 등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현재 삶의 방식과 태도 등을 돌아보게 된다.
나임윤경 · 허가영 · 최유정 · 은현 · 우무니모를찾지마세요
연세대학교 화제의 강의 〈사회문제와 공정〉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 이후, 반지성주의의 온상 〈에브리타임〉의 대안을 모색하다!
2022년 5월, 연세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청소노동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어 6월에는 두 명의 다른 학생과 더불어(이후 한 명은 고소 취하)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63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식은 다수 언론에서도 보도되었고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는 고소 및 소송을 진행해준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그중 대다수 글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비난과 비아냥 등을 포함한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
그해 여름, 일부 청년들의 그릇된 ‘공정감각’을 일갈한 연세대 나임윤경 교수의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주요 언론들에 잇따라 보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공정감각》은 나임윤경 교수와 〈사회문제와 공정〉 수강생 13인의 글을 엮었다. 노동, 성차별, 능력주의, 장애인 인권, 성소수자, 기후 위기(비거니즘) 등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벼려지고 실천되는지 보여준다. 또한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반지성주의가 팽배한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 변화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그들의 고투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공정감각》은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다. 학생들의 글은 전광석화의 속도로 신고되고, 삭제되었으며, 해당 글 작성자는 일정 기간 플랫폼 접속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 책은 좀 다르고, 다양한 청년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공정감각’이 실은 ‘공존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대와 성별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삭제된 글들의 복원을 통해 삭제되지 않고 남아 활개 치는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대표할 수 없음을, 20대가 ‘다른’ ‘다양한’ 사유의 주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교수의 두번째 대기획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족제도를 해부한다
베스트셀러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 김지혜 교수(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의 두번째 저서가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일상 속의 차별과 혐오를 날카롭게 들여다본 저자는 4년 만에 내놓는 저서 『가족각본』에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온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그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추적한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은유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어떤 가족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들은 ‘부모찬스’로 인한 불공정에 분개하다가,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에 자신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는 자조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사회를 규율하고 개인의 삶을 운명 짓는 이 견고한 프레임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가족 환경에 의해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가족을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불변의 조건으로 여기곤 한다. 가족제도의 불합리함은 감춰지고 그로 인한 불평등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돌려진다. 가족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만큼 사회제도나 구조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가족각본』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연구와 판례, 역사를 오가며 이 너무나 익숙한 ‘가족’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작동기제를 샅샅이 해부한다. 우리는 왜 결혼을 출산의 필수조건이라 여기며, 성별이 같은 사람은 왜 가족을 이룰 수 없고, 부와 모가 양육하지 않는 아이는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할까. 이 책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면, 가족은 한국인의 삶을 각본처럼 세세하게 규율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며 차별을 재생산하는 제도이자 구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후 한국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지혜 교수가 4년 만에 내놓는 한국 가족 해부도.
결혼은 남녀끼리, 출산은 법적 부부만, 며느리는 당연히 여자? 가족이라는 각본에 숨겨진 교묘한 차별과 혐오
“며느리가 남자라니!” 텔레비전 드라마에 동성커플이 등장하자 상영을 반대하며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의 구호다. 『가족각본』은 2007년 등장해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 강력한 문구를 곱씹는 데서 시작한다. 며느리가 뭐길래 남자는 안 되는 걸까. 하필 ‘며느리’를 내세워 등장한 이 구호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거센 반대를 겪는 일이야 한국도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겠지만, 그렇다고 ‘며느리’가 이토록 핵심적인 반대 이유로 등장하는 나라가 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의 가족은 견고한 각본 같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성인이 되면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등의 역할을 떠맡는다. 하지만 가족각본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정해진 각본대로 따르는 걸 평범한 삶이라고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 며느리’처럼 주어진 각본에 균열이 일어날 때,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가족이라는 것이 성별에 따라 세밀하게 구조화된 체제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누군가의 성별이 바뀌면 딸이 아들이 되고, 엄마가 아빠가 되고, 누나가 형이 된다. 호칭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기대도 달라진다. 가족 안에서 역할이 바뀐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관계가 헷갈리기도 한다. 아들이 남자랑 결혼을 하면 며느리인가 사위인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가 동성애 반대집회에서 그토록 오랜 생명력을 가진 데에는 사람들이 이런 혼란에 공감한 탓도 있을 것이다.
여성 언어의 분화와 남성 권력의 반격이 뒤엉킨 시대에 한국 페미니즘의 길을 찾는 새로운 도전!
“지금은 여성주의 담론을 혁신할 때다”
다시 페미니즘 최전선에 선 정희진의 도발적이고 발본적인 성정치학 논전!
독창적인 여성학자, 다학제적 연구자, 도발적인 서평가 정희진이 한국 사회 일상을 뒤덮은 성정치학의 문제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다. 2005년 ‘페미니즘 교과서’ 《페미니즘의 도전》을 통해 남성 언어로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 균열을 내며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낸 저자가 18년 만에 다시 여성주의 담론의 전복적인 사유를 펼친다.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삶의 기본값이 되었지만, 남성 문화는 한국 사회의 낡은 권력 담론을 내려놓지 못한 채, ‘혐오’에 가까운 반격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 운동 안에서도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트랜스젠더, 난민, 장애인을 비롯한 다른 소수자들을 배척하는 이들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등장했다. 불화와 간극이 깊어지는 시대, 페미니즘의 언어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현실을 바꿔야 할까?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자본의 질주 속에 각자도생하는 인류세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더욱 복잡해진 젠더 권력과 여성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성차별, 페미사이드, 세계 최저 출생률, 여성 할당제를 비롯한 첨예한 ‘젠더 갈등’ 이슈들부터, ‘피해자 중심주의’ ‘성적 자기 결정권’ ‘여성성의 자원화’ 같은 여성주의 담론에 이르기까지, 당대 성정치학의 논쟁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재해석한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을 허물고, 경계를 사유하며, 기성 담론의 전복적인 재해석을 시도하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페미니즘의 도전》이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면, 이 책은 변화된 여성주의, 정체성의 정치 위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변화해 온 한국 사회의 성 문화(섹슈얼리티)를 살펴보고 더불어 기존의 논쟁 구도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논쟁의 불씨가 되는 텍스트이기를 바란다. 여성학, 여성 운동은 모든 담론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경합을 통한 생산적인 갈등 없이는 진전도 없다. 한국의 여성주의가 나아감 없이 여성의 생존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미소지니의 타깃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나는 여성의 공부, 다른 언어, 남성 사회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최고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_ ‘머리말’에서
권김현영 · 김영옥 · 김은실 · 김주희 · 김현미니모를찾지마세요
신자유주의와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에 13명의 페미니스트가 각자의 자리에서 응답하다
페미니즘은 이제 우리 시대의 상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력과 위계에 따른 성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날이 갈수록 강력해졌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여성 주체의 의식이 높아지는 데 비해, 사회는 여전히 그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백래시가 심해지자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서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것을 요구하는 코로나19는 신자유주의와 포개지며 페미니즘에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 같은 시대에 경계를 넘는 연대가 가능하겠느냐고.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크리틱 2』는 전작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크리틱 1》에 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현실에 개입해온 13명의 페미니스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일부 여성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고, 성공과 야망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이 힘을 얻어가며, 코로나19로 사회가 멈춘 것처럼 보여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돌봄을 여성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은 페미니즘이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에 권김현영, 김영옥, 김은실, 김주희, 김현미, 민가영, 손희정, 신경아, 이현재, 장이정수, 전희경, 정희진, 최현숙은 신자유주의와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를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기획하고자 질문에 답했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돌파해나갈 힘을 바라는 독자에게 더 나은 논쟁을 할 수 있는 자원이 되어줄 것이다.
Laura Bates니모를찾지마세요
우리가 미처 간과하고 있었던 테러리즘의 발원지 ‘온라인 여성혐오 현장’을 추적하다
총기난사, 차량 테러 등 현실의 폭력이 된 ‘매노스피어(남성계 커뮤니티)‘의 기원과 유형, 방식까지 모든 것을 파헤친 르포르타주.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영국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는 청소년 성평등 수업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들은 뒤, 가상의 인물 ‘알렉스‘로 위장하여 1년간 인셀, 픽업아티스트, 믹타우, 남성권리운동가에 이르는 여성혐오 커뮤니티를 추적한다. 유머와 밈으로 무장하고, 공정과 정의의 외피를 둘러쓴 이들이 어떻게 온라인을 넘어 학교, 직장, 언론, 학계, 정치, 그리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는지 짚어낸다.
인셀에서 픽업아티스트까지 온라인을 넘어서 학교, 직장, 언론, 학계, 정치 그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여성혐오 극단주의’를 파헤치다
일상 속의 성차별 프로젝트(Everyday Sexism Project) 설립자로, 성평등 부문 대영제국 메달 수상자인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는 지난 8년간 학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평등’ 강연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남성 청소년들의 ‘여성혐오’ 발언 수위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스코틀랜드 농촌부터 런던 중심부까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정확히 똑같은 워딩으로 ‘남성이 진짜 피해자’라는 주장을 듣는다. 거의 같은 시기에 뉴스에서 정치인과 언론인들조차 똑같은 수사적 표현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온라인의 여성혐오는 현실로 어떻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나?’ 저자는 모태솔로의 20대 남성 ‘알렉스’로 위장하여 1년간 매노스피어에 직접 투신한다. ‘매노스피어(Manosphere)’란 남성계 커뮤니티를 포괄하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각자 견고한 신념체계, 언어, 세뇌의 형태가 있는 서로 다르지만 연관된 여러 집단의 스펙트럼’이라고 정의한다. ‘강간 합법화’와 ‘섹스 재분배’라는 기이한 주장을 펼치는 인셀 커뮤니티, 성폭력을 가르치며 그 시장이 약 ‘1억 달러’로 추산되는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 여성은 위험한 기생충이라며 ‘고립주의’를 택한 믹타우 커뮤니티, 사이비 학문과 그럴듯한 주장으로 반페미니즘의 선봉장에 선 남성권리운동가 커뮤니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자는 거미줄처럼 얽힌 각 커뮤니티를 헤집으며 이들의 ‘기원’과 ‘혐오의 방식’을 파헤치는 한편, 학계 연구자와 매노스피어 일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심리적 기제’와 ‘사회적 영향’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 이들이 백인 남성 ‘역차별’과 신이 내린 ‘섹스권’을 주장하는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이들이 내세우는 ‘유머와 밈’이 얼마나 위험한지,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이들의 범죄를 어떻게 부추기는지, 이들이 정치권을, 정치권이 이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왜 인셀들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위협의 실체가 분명히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