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hi · 2023년 12월 5일 가입 · 83권 적독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활동가, 대학교수, 자폐인인 저자가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받는 신경다양인(자폐, ADHD, 양극성 성격장애 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주변의 몰이해와 오해, 낙인, 오진 등으로 인해 정체성을 감추고 살다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한다. 사회 구성원이 아프다면 그 사회 또한 건강할 수 없다. 이 책은 획일적인 기준을 버리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개인은 물론 사회도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2018년 데번 프라이스 교수가 처음 블로그에 자폐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의 메일함에는 “혹시 저도 자폐인인가요?”라고 묻는 이메일이 5000통 넘게 쌓였다. 그들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현재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 백인’을 기준으로 세워졌다는 저자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질병에도 계급이 있다. 책에 따르면 같은 자폐인이어도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증상을 무시당하거나, 고통을 호소해도 ‘교활한’ 혹은 ‘공격적’이라고 취급받는다. 자폐 당사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여자라 너무 예민하다’며 외면당하고, 유색인일 때는 ‘위험한 인물’로 구분된다. 사회 빈곤층이거나 노인일 경우에는 진단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성별이 남성이어도 전형적인 자폐증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으면 진단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더 근본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자폐인 당사자인 자신의 사례를 비롯해 사회적 가면을 쓴 수많은 신경다양인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하고 자폐인의 장점인 ‘집요함’을 무기로 논문, 블로그 게시물, 유튜브 동영상, 진단 검사 자료까지 닥치는 대로 샅샅이 조사했다. 이로써 자폐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정상성의 가면’을 쓰고 사는지, 그 가면이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이 한 권으로 증명해낸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자폐인이자 트랜스젠더인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된 본인의 실제 사례와 주변의 다른 성공적인 예시들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덧씌워진 가면을 벗어던질 실질적인 방법을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