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hi · 2023년 12월 5일 가입 · 83권 적독
나임윤경 · 허가영 · 최유정 · 은현 · 우무하치와레
연세대학교 화제의 강의 〈사회문제와 공정〉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 이후, 반지성주의의 온상 〈에브리타임〉의 대안을 모색하다!
2022년 5월, 연세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청소노동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어 6월에는 두 명의 다른 학생과 더불어(이후 한 명은 고소 취하)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63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식은 다수 언론에서도 보도되었고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는 고소 및 소송을 진행해준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그중 대다수 글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비난과 비아냥 등을 포함한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
그해 여름, 일부 청년들의 그릇된 ‘공정감각’을 일갈한 연세대 나임윤경 교수의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주요 언론들에 잇따라 보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공정감각》은 나임윤경 교수와 〈사회문제와 공정〉 수강생 13인의 글을 엮었다. 노동, 성차별, 능력주의, 장애인 인권, 성소수자, 기후 위기(비거니즘) 등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벼려지고 실천되는지 보여준다. 또한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반지성주의가 팽배한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 변화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그들의 고투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공정감각》은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다. 학생들의 글은 전광석화의 속도로 신고되고, 삭제되었으며, 해당 글 작성자는 일정 기간 플랫폼 접속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 책은 좀 다르고, 다양한 청년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공정감각’이 실은 ‘공존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대와 성별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삭제된 글들의 복원을 통해 삭제되지 않고 남아 활개 치는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대표할 수 없음을, 20대가 ‘다른’ ‘다양한’ 사유의 주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1994)로 20세기 말 무너진 교실을 노래했다면, '나임윤경과 아이들'은 이 책에서 '공정감각이 공존감각을 지워낸' 21세기 초 황량한 캠퍼스를 그려낸다. 대학의 죽음이 남긴 반지성의 황무지를 펼쳐 보인다.
철학자이자 베를린대학교의 설립자인 빌헬름 폰 훔볼트는 대학이란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라 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대학은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경험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다행히, 그 속에서 유토피아의 기억을 간직하고 고투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승리는 불확실하지만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좌절한 만큼 진보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 추천의 글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좌절한 만큼 진보한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