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2일 가입 · 62권 적독
뉴웨이브 SF의 고전이자 SF계의 혁명선언문 데이비드 R. 번치의 『모데란』 한국어판 정식 출간!
현대문학-폴라북스의 과학소설 총서 ‘미래의 문학’은 문학사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작품 본연의 재미에도 충실한 해외 걸작을 소개하고 있다. 미래의 문학 열한 번째 도서는 뉴웨이브 SF의 고전이자 SF계의 혁명선언문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R. 번치의 『모데란』이다. 이 책은 ‘모데란Moderan’이란 하나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쓰인 쉰일곱 편의 단편을 엮은 연작소설로 유토피아가 파멸, 곧 디스토피아라는 역설을 드러내며 물질문명과 인간성 상실의 비례성을 비유한 작품이다. 20세기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전과 거대하고 참혹한 전쟁, 대량 학살이 보여준 인간성의 말살, 냉전 시대의 부조리 등을 목도한 번치는 “필립 K. 딕의 천재적 착상, E. E. 커밍스의 기이한 시문을 한데 모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참극의 궤도에 오른 당시의 세태를 경고한다. 전쟁과 쾌락, 공포와 증오, 감시와 통제의 디스토피아를 예견한 그의 통찰은 동시대 어떤 작가보다도 첨예하다.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를 무대로 한 ‘모데란’의 단편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과학소설 잡지의 선구격인 『판타스틱Fantastic』과 『어메이징Amazing』에 발표되었고, 이후 일부 단편을 추가하여 1971년에 단편집 『모데란』으로 출간되었다. 그 이후로도 번치는 사망하기 전까지 장르와 주류 문학의 경계선상에서 ‘모데란’ 단편을 꾸준히 발표하며, 평생에 걸쳐 모데란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만큼 『모데란』은 작가 필생의 역작이자 정치적, 역사적, 철학적 성찰이나 다름없다. ‘시대를 앞선 예언자이며 소외된 선구자’ 데이비드 R. 번치 탄생 100주기를 맞아 비로소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모데란』의 출간은 “우리가 그의 업적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문학적 진보의 증거다. 오랫동안 번역본을 기다려온 국내 SF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