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2일 가입 · 88권 적독
윌리엄 알렉산더타로코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 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단순하지만 그걸 섞는 방법은 만 가지나 된다
“바이올린을 마스터하거나 소립자 물리학을 배우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빵 한 덩이를 구우려는 것뿐이다.”_본문(26쪽)
빵을 만드는 데 많은 재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언제나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 이 네 가지 재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단순한 재료를 섞는 방법은 만 가지나 되고 그 섞는 방법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빵 만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제빵 회고록 《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는 빵을 굽다가 인생의 맛까지 곁들여 보게 된 한 사람의 작지만 유쾌한 깨달음, 삶에 대한 고소한 명상을 전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빵은 빵이고, 인생 또한 그렇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중년의 가장인 윌리엄 알렉산더는 일 년 동안 주말마다 빵을 굽기로 결심한다. 그것도 오로지 하나의 빵만. 그 빵은 ‘팽 드 캉파뉴’ 일명 ‘시골빵’이라고 하는 천연 발효종 빵이다. 투박하면서도 소박하기 그지없는 모양이지만 흠 잡을 데 없이 바삭바삭한 껍질에 속은 촉촉하면서도 공기구멍이 고른 완벽한 빵. 그런데 밀가루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도대체 빵은 어떻게 굽겠다는 걸까? 《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는 완벽한 빵 한 덩이를 굽기 위한, 그리고 빵의 기적을 이해하기 위한 한 남자의 그야말로 ‘베이킹 어드벤처’다. 그는 자신의 뒷마당에 밀을 재배하고 탈곡, 제분까지 하는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팽 드 캉파뉴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제빵 수업을 듣는 것은 물론이요, 빵 굽기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모로코까지 날아가 전통 화덕을 경험하고, 종국에는 7세기에 문을 연 프랑스 수도원에서 얼떨결에 수도사들을 위한 빵을 굽는다. 그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빵과 함께한 시간의 면면을 되돌아보며 생각한다. ‘빵이란 뭘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