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1일 가입 · 180권 적독
김현경우주
『사람, 장소, 환대』는 ‘사회적 성원권’, ‘환대’ 등의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인류학자 김현경의 첫 저서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며, 사회를 ‘시계’, 즉 기능을 가진 구조들의 총체나 ‘벌집ㅡ재생산적 실천을 하는 주체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구조’에 비유하는 구조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저자는 사유의 궤적이 드러나는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면서도, 추상적인 개념에 의지하기보다는 다방면의 참고문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논의를 전개해나감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지적 자극과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350: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단 하나의 작품
“달콤한 미숫가루를 타주는 지옥에 어서 오세요.”
곧 허물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주택, 세입자는 단 두 명. 어느 날, 집주인인 할머니는 악마에게 전세 임대차계약을 맺고, 그날부터 방은 온갖 지옥의 형태로 나타난다. 서주는 지옥의 관리자라 칭하는 악마와 만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놀랍기만 한 서주와는 달리 악마는 서주에게 조금씩 호감을 표현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는 서주는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중, 집 주변을 서성이는 의문의 그림자, 서주의 아르바이트 가게에 들이닥친 남자, 어느 날 집안에 들어온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할머니의 이상 증세. 과연 서주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악마와의 동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악마에게 집을 세놓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그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악마와 인간의 미스터리 로맨스 판타지다. 지옥이라는 주제와 상반된 밝은 글의 분위기, 지루할 틈 없는 전개와 작가만의 유쾌한 문체 덕에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같이 재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응원하며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다.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캐릭터가 개성 있고 생활감 넘치는 생생한 표현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바로 영상로 진행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잘 구성된 캐릭터 간의 케미와 독자의 예측을 1도씩 빗겨나가는 전개가 몰입도를 높이며, 마지막까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심사평과 함께 100여 명의 독자 심사위원 및 내외부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선정됐다.
인류 최후의 탈출선에서 발생한 좀비 바이러스
21세기 말, 인류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 ‘카난’으로 향한다. 마지막 방주 ‘엘리에셀’은 먼저 출발한 ‘게르솜’이 표류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조사차 신체를 강화한 세 명의 백혈인간을 내보낸다. 피비린내 나는 선내에서 그들을 맞이한 건 악마의 소굴이 된 게르솜을 당장 떠나라는 경고인데…….
세계 역사는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는 것을 알지만 사라졌거나 고의로 파괴되었거나 무심하게 소실된 것들. 이 책의 저자 유디트 샬란스키는 이렇게 사라진 것들 중 열두 가지를 선정하여, 그들의 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책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에 사라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아나키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태평양 북동쪽 바다에 자리하고 있던 섬, 1842년 말 즈음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저자는 자료들을 찾아 그 섬이 존재했던 흔적을 따라가며, 그곳을 향해 먼 길을 항해했던 탐험가들과 그곳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간다. 멸종된 카스피해 호랑이, 비운의 추기경 줄리오 사케티의 저택이었으나 어느 날 무너져버린 빌라 사게티,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촬영했음이 확실하지만 35개의 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푸른 옷을 입은 소년〉이라는 무성영화 필름, 시인 사포와 그의 연가들, 마니교의 창시자인 마니의 일곱 권의 책 등, 지금은 사라진 것이 확실한 것들을 통해 저자는 소멸과 파괴의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하며 부재자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상실과 부재, 그리고 여백은 어느 정도까지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잃어버린 것들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문학적 수단을 통해 재현해내고자 하는 저자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젊은 거장 김애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순도 높은 간절함으로, 조해진 5년 만의 신작 장편
고립되거나 소외된 이들의 삶에 빛이 깃드는 찰나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며 삶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작가 조해진의 신작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04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조해진은 매 작품 부드럽고 정확한 문장으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그려왔다. 사회의 관심 밖에 놓인 인물의 삶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조해진의 시선은 특히 장편에서 잘 드러난다. 탈북인 ‘로기완’의 삶을 조명한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2011),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괴로움에 잠긴 이들이 서로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그리고 해외입양과 기지촌 여성 문제를 뜨겁게 다룬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까지 조해진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의 삶을 꾸준히 그려왔다. 『단순한 진심』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는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연재 당시 제목은 ‘빛의 영원’) 결말부에 해당하는 4부를 새롭게 써내려간 끝에 완성된 작품으로, 평단의 커다란 호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조해진 작가를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 단편 「빛의 호위」에서 한 뼘 더 나아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빛의 호위」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버려진 듯 홀로 생활하던 열두 살 권은에게 카메라를 선물한 승준과 그 카메라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삶 쪽으로 한 발 내딛게 된 권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의 위대함’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조해진 작가는 『빛과 멜로디』 출간을 앞두고 편집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빛의 호위」를 장편으로 확장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2022년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시대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문학으로 증명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졌”고, “‘반전’을 테마로 여러 스토리를 구상해봤는데, 어떤 구상을 하든 결국 단편 「빛의 호위」의 메시지로 돌아오”(특별 소책자 『빛과 멜로디』 ‘코멘터리 북’에서)게 되었다고. '사람을 살게 하는 작은 호의 혹은 증여'에 대해 말하는 「빛의 호위」의 메시지가 작가로 하여금 긴 이야기를 쓰도록 이끈 것이다. 『빛과 멜로디』는 「빛의 호위」 이후 새로이 더해진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오가며 시공간을 넘어 '작은 빛'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더 넓어진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한 명 한 명 간절하게 담아낸 『빛과 멜로디』를 읽는 동안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체온을 가진 사람으로, 무심코 지나친 ‘전쟁’이라는 단어가 구체성을 지닌 절박한 단어로 다가오며 어느 때보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미셸 푸코 · 하코다 데쓰우주
C.S. 루이스우주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경험 많고 노회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자신의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충고하는 서른한 통의 편지이다. 사소한 일들로 유발되는 가족 간의 갈등, 기도에 관한 오해, 영적 침체, 영적 요소와 동물적 요소를 공유하는 인간의 이중성, 변화와 영속성의 관계, 남녀 차이, 사랑, 웃음, 쾌락, 욕망 등 삶의 본질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현대의 지성 155권. 국내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하이데거,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대표적인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으로 엮었다. 최초 기획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장장 8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책의 내용은 좀더 깊이 그리고 넓게 확장될 수 있었다.
이 책은 모두 2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현상학과 실존주의로 묶일 수 있는 하이데거, 사르트르, 레비나스, 메를로-퐁티, 리쾨르, 미셸 앙리, 마리옹이, 2부는 구조주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적 사상가로 묶이는 라캉, 리오타르, 들뢰즈, 푸코, 데리다, 랑시에르가 다루어진다. 정신분석가 맹정현, 푸코 전공자 허경, 칸트 미학을 연구한 김상현 등 굴지의 국내 연구자 12명이 농밀하고 압축된 철학자의 사유 세계를 유감없이 펼쳐 보여준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해당 주제를 미리 탐색할 수 있도록 압축적인 요약문을 붙였고, 각 장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40여 컷의 작품 도판을 수록했다. 부록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와 미술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실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인생을 바꾸는 철학이 여기에 있다! 현대사상의 진수를 담은 궁극의 철학 입문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21세기 일본 철학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받는 지바 마사야의 신간 『현대사상 입문(現代思想入門)』이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19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출간 즉시 일본 학계가 극찬하고, ‘신서대상 2023’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된 이번 신간에서 저자는 독자를 ‘인생을 바꾸는 현대사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현대사상의 대표자로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미셸 푸코를 꼽으며, 프랑스 현대사상에서 ‘차이의 철학’을 분명하게 보여 준 세 사람을 중심으로 현대사상의 진수를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차이의 철학을 방법론적으로 가장 예리하게 드러낸 데리다를 필두로 현대사상 입문의 방향성을 잡고, ‘탈구축’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지금 왜 현대사상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강렬하게 독자를 이끈다. 이 책은 현대사상 입문서인 동시에, 현대사상의 심연까지 들여다보는 데 다양한 참고점을 제시한다. 현대사상의 ‘원류’(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 현대사상과 ‘정신분석’의 관계(라캉, 르장드르), 포스트-포스트구조주의(21세기 현대사상 경향, 사변적 실재론)를 소개하며, 현대사상 이후의 최근 움직임까지도 종합적으로 전망한 유일한 ‘연구서’이자, 현대사상 전반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며 일상에서의 현대사상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획기적 ‘대중서’로도 평가받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은 현대사상을 ‘읽는 법’을 설명하고, 현대사상을 ‘만드는 법’(새로운 현대사상가가 되는 스킬) 또한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이 책으로만 멈추지 않고 현대사상 입문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용기를 북돋는다.
우리는 지금 사냥터에 산다!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불안 사회, 살아남기 위해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 한국 사회에서 혐오가 관계의 기본값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에서 저자는 생존 불안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저자는 차별과 혐오라는 현상 뒤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이 있다고 말한다. 불안은 생애 과정 내내 지속되며 그 기저에는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저자는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혐오와 차별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그 해법에 집중한다. 저자는 혐오 운동의 요구들을 들여다본다. 과격한 표현 뒤에 양극화와 학력주의,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표현이 아니라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 이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끝없이 혐오하는가?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혐오사회』.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혐오와 증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은 그동안 혐오 문제가 주로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의 층위에서 다루어졌던 것과 달리 혐오가 발생하고 전염되고 확산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15년 넘게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빈 저널리스트이자 여성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실 문제를 세밀하게 분석해내는 동시에 따스한 공감의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구조적 폭력의 결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 흔히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멸시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표준’이라는 믿음 자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성에 대한 맹신이자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 일어난 반 난민 시위, 스태튼아일랜드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반복적인 과잉진압,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 멸시와 폭력 등 구체적 사례들을 바탕으로 혐오 문제를 구조적 측면에서, 그리고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고발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편견이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우고, 집단적 편견을 덧씌워 혐오하거나 증오해 마땅한 존재로 만들며 편견에 근거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행위를 벌인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혐오해 마땅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동질성, 본연성, 순수성에 대한 맹신으로 집단적으로 혐오와 증오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멈춰 세우는 방법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즉 순수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데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혐오와 증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상적,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 누구도 개별적으로 고립된 채 존재하지 않고 다함께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 논픽션 베스트셀러 2위★ 넷플릭스 히트작 〈굿 플레이스〉 제작자가 쓴 교양 철학서 철학자 김용규, 유튜브 ‘겨울서점’ 김겨울 추천
복잡한 선택과 함정, 거짓 멘토와 어리석은 조언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철학의 조언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수천 년 동안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온 철학자들의 지혜를 빌려 일상 속 윤리적 딜레마가 충돌하는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조명한다. 친구 셔츠가 별로인데 솔직하게 말해줘야 할까? 쇼핑 카트를 굳이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까? 백만장자는 식당에서 팁을 얼마나 내야 할까? 지구에는 가난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최신형 핸드폰을 사도 될까? 〈SNL〉 〈더 오피스〉 〈굿 플레이스〉의 스타 프로듀서 마이클 슈어가 선보이는 위트 넘치는 스토리텔링이 유머러스하지만 깊이 있는 답안지를 제공한다.
현명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에는 여러 가지 개념과 조언을 소개하지만, 핵심은 딱 두 가지다.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오버하지 말 것”.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알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할 것, 그리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생각하고 지나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복잡한 선택과 함정, 거짓 멘토와 어리석은 조언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남기란 아주 고된 일이다. 그럼에도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철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책. 유쾌하고 신선한 통찰을 주는 철학 교양서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을 권한다.
“위대한 책들의 타격 아래서 우리는 번번이 죽고 또 번번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영혼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의 신작 산문집
등단 후 24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감각적이고 치열한 언어와 예리한 사회인식으로 사랑받아온 진은영 시인이 신작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펴낸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내 빨간 수첩과 내 머릿속은 이렇게 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타인의 문장들로 가득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쉽게 잠들지 못했던 밤과 죽고 싶었던 순간마다 자신을 살렸던 문장들이 있었고, 시인은 쉴 새 없이 그것들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고통과 회복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도 자신을 살게 했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진은영이 호명하는 작가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카프카, 울프, 바흐만, 카뮈, 베유, 플라스, 아렌트…… 삶은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하고, 아무리 애써도 승리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전력으로 글을 썼던 작가들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책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현대 독자들의 영혼에도 균열을 낸다. 시인은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과 문장들을 살피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단 한 사람을 걱정하는 문학의 안간힘에 대해서도 쓴다.
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플라스, 니체, 아렌트…… 여기서 다룬 저자들은 다 그렇다. 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투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 없이 행하는 사랑, 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 (…) 이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겠지만 그래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책을 읽고 슬펐고 뜨거웠으며, 아리고 기운이 났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전한다. 그녀의 훤칠한 글 앞에서 내가 바짝 쫄았다는 사실까지도.” 시인 이병률이 강력 추천하는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탄생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첫번째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장애인으로서, 마사지사로서, 딸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시원시원하게 써내려간 저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불꽃을 여실히 지켜냈음을 보여준다. 열다섯, 시력을 잃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자는 시간에 쫓기듯 각종 문학에 탐닉해왔고 내면화된 깊은 문장들은 그의 인생과 더불어 뜨거운 감성이 가득한 에세이로 만들어졌다. “열 가구 집성촌에 더부살이”하듯 자라온 알싸한 어린 시절, “휴먼 다큐가 어울리지 않고 코믹 시트콤에 가까”울 정도로 얼얼한 모녀간의 대화 그리고 마사지사로서 “누군가에게 고된 삶을 견뎌내게 할 의지”가 된 홧홧한 오늘날까지, 모든 이야기는 파편적이지 않고 하나의 줄기로 이어져 아름다운 불꽃으로 독자의 마음에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사랑이 끝난 뒤에 무엇이 남을까”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의 저자 목정원이 사진과 글로 전하는 기억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
2021년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펴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목정원의 사진산문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목 작가가 2016년부터 찍어온 사진 100여 장과 함께 사진에 관한 에세이를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엮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시인과 화가와 사진가 들은 공간에 기대 기록을 남겼다. 따라서 예술은 기억과 애도의 역사이기도 하다. 목정원은 장면을 영원히 보존하려는 시도인 사진에서 사랑의 잔존을 증명하려는 기억의 기술을 읽어낸다. 우리 눈앞의 어떤 장면들은 어느 미래에 없을 사랑으로 흐르기에, 그것을 남기려 하는 일은 영원한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의지와도 같다. 목정원이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그렇게 사랑에 닿아 있다.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에서 작가는 사진으로 말한다. 사진의 근본은 그 대상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데 있다. 나의 죽음과 더불어 인화된 필름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을 통해 기어이 소멸할 사랑을 이야기했던 롤랑 바르트의 글에서, 목정원은 도리어 사랑의 잔존을 읽는다. 이미 인화된 사진이 사라져가며 사진의 물성이라는 의미가 모호해진 디지털 필름의 시대, 목 작가는 “어쩌면 사진은 애초부터 물성을 갖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가지지 않았기에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다”라는 역설을 던진다. “촬영된 이미지를 일별하는 것만으로 내게 그 사진은 영영 존재한다”는 말을 통해 영원회귀와도 같은 역설이 이루어진다. 사랑이 있었던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남겼던 사진은, 이제 물성을 가진 그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다시 개인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남게 된다. 작가가 전하는 이 사진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사진이 그러한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생에 가끔씩은 타인들의 사진이 자신에게 곧 도래할 미래가 되기도 하듯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더 많은 장소들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 그것은 더 많은 사랑의 기억들을 나눠 가지는 일일 것이다.
2020년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金鼎賞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 수상작!
타이완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천쓰홍의 걸작!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_황인찬(시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감동과 기적의 극적인 앙상블! 빛과 기억이라는 경이로운 설계로 펼쳐내는 천재 건축가 백희성의 첫 번째 장편소설
★★★ 국내 최초, 실화 바탕의 건축 팩션 ★★★ 2024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하이라이트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파리. 그곳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집 우편함에 “당신의 집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편지를 적어 넣은 괴짜 예술가가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백희성. 그가 자료 조사와 집필에만 8년이 걸린 첫 장편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를 내놓으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건축가이자 작가이면서 다방면에서 예술가로 활약 중인 그는 파리의 저택 주인들로부터 답장을 받아 초대된 자리에서 집에 스며든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여러 저택에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들은 고스란히 이 소설의 글감이 되었는데, 건축가로 일해 오면서 어디서도 듣고 배운 적 없는 ‘진짜 집의 이야기’가 사람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다시 설계하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랑의 메시지를 건축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그려내면서, 지적 호기심과 따듯한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유실되지 않도록 건물에 꼭꼭 숨겨둔 아버지의 뜻을 찾아내기 위해 치열한 추론이 펼쳐지고, 끝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삶의 희망과 원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로써 슬픔과 상실에 넘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기억의 힘’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책이 주는 아름다운 순간은 이럴 때 같다.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다른 작품을 이어주는 것.” 작가 박솔뫼의 소설 읽기, 그리고 쓰기에 관한 첫 에세이
200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도시의 시간』 『미래 산책 연습』 『극동의 여자 친구들』 등을 출간하며 전위의 감각을 선사해온 작가 박솔뫼가 첫 에세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문예지 『문학동네』 『릿터』 등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과 출간을 위해 새롭게 쓴 세 편의 에세이를 포함하여 총 18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저자는 다카하시 겐이치로, 하라 료, 로베르토 볼라뇨 등을 비롯해 오랜 시간 애정해온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을 중심으로, 책을 읽는 여러 방식과 그로부터 받은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끈기 있게 풀어놓는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절망적 상황에 놓인 한 여자의 대처법!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일곱 번째 작품 『한국이 싫어서』. 사회 비판적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오쿠다 히데오에 비견되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이 이번에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준다.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계나는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서 꾸역꾸역 근무하던 중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의 지옥철은 더더욱 참지 못한 나머지 사표를 제출한다. 말리는 가족과 눈물로 호소하는 남자 친구, ‘외국병’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난 계나는 국수 가게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학원을 다닌다. 크고 작은 위기들을 극복하며 어학원을 수료한 뒤 회계학 대학원에 입학해 안정을 찾아 가던 계나는 남자 친구였던 지명으로부터 청혼에 가까운 고백을 받는다.
두 달 동안의 방학을 그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게 된 계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남자 친구와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아파트까지, 많은 것이 갖추어진 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다시 호주행을 선택하는데……. 첫 번째 출국이 한국이 싫어서 떠난 도피의 길이었다면 두 번째 출국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의 길. 계나는 점차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 기념판 『유년기의 끝』.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성찰을 통해 외계지성과 인류의 ‘최초의 접촉’과 ‘인류 진화의 비밀’을 이야기한 《유년기의 끝》은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과 함께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그는 초기 대표작으로 인류를 넘어선 존재,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한 아서 C. 클라크의 비전을 상징하는 아이콘 같은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아 왔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판 《유년기의 끝》은 반세기가 넘도록 사랑받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클라크의 단상을 담은 2000년의 《서문》과 독자들의 애정어린 축하글들을 담아 더욱 의미 있는 판본을 선보인다.
Patricia Lockwood우주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 부커상, 여성소설상, 센터포픽션 신예작가상 등 쟁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퍼트리샤 록우드의 소설 데뷔작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가 치열한 판권 경쟁을 거쳐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2012년 시인으로 데뷔해 “우연히 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받는 〈강간 농담〉(2013), 뉴욕타임스 북리뷰 최고의 책에 선정된 회고록 《사제 아빠》(2017) 등 장르를 넘나들며 내는 작품마다 독특함으로 이목을 끈 작가 퍼트리샤 록우드의 첫 소설 출간 소식에 많은 이의 눈길이 집중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스토너》 《듄》 시리즈 등 굵직한 문학작품을 다수 번역한 김승욱의 신뢰할 만한 언어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이 소설의 현재 가치를 뒷받침한다.
“오늘날 디지털 문화를 가장 예리하게 조명하는 작가”(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세계의 낯섦과 인간 마음의 연약함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경이로운 작가”(록산 게이)라는 평가처럼, 퍼트리샤 록우드는 온라인 세상과 실제 현실의 대비를 예리한 필체로 유려하게 써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작가다.
관찰과 은유로 가득한 이 소설은 트위터(X) 형식을 빌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신형철 평론가가 짚었듯 “누가 봐도 내부자”인 록우드는 2011년 트위터에 입성하여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트윗으로 팬덤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이 소설이 이런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이자 뜨거운 논쟁으로 떠오를 문제, 즉 형식과 주제를 어떻게 연결해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신형철 평론가는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이를 두고 파편적이고 단속斷續적이라고 해봤자 비판이 될 수도 없는 것은 그게 의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소셜 미디어 시대의 글쓰기 방식이 창작자들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내용과 형식 두 측면 모두에서 제출된 하나의 답이다.” 우리가 이 소설을 집어 드는 건 조금은 파괴적이고 불손하며 지나치게 웃긴 ‘내부자’의 목소리가 다신 없을 방식으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문학의 운명에 관한 지적이고 명쾌한 통찰!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은 당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이자 이론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평론가로 꼽히는 테리 이글턴의 대중 독자를 위한 문학 입문서이다. 테리 이글턴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문학이론입문》은 국내에서도 출간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읽혀왔으나, ‘입문’이라는 제목과 달리 녹록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후 30년 만에 출간된 이 책은 “제목에 정확히 부합하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리 이글턴은 자신의 설명이 추상적으로 흐르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한 듯, 풍부한 예시를 들며 이야기를 풀어내어 마치 입담 좋은 노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문적인 비평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실주의와 모더니즘을 비교 설명하는 등 입문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필요한 내용은 빼놓지 않았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더 섬세한 읽기를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우주
‘러시아가 놓친 천재’ 기이하고 아름다운, 크르지자놉스키라는 낯선 세계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는 1950년에 사망할 때까지 당시 소비에트 문화계의 중심지인 모스크바에서 수많은 단편소설과 중편소설을 써냈다. 그러나 그의 생전에 그의 글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은 없었다. 그의 사망 39년 후에야 그의 작품은 러시아에서 출간되었고 거의 동시에 유럽 및 영미권에서 잇따라 번역 출간되었다. 출간되자마자 그는 “러시아의 보르헤스” “러시아의 카프카”라고 불렸으며 그의 글에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존재의 신비에 가닿게 한다는 평이 뒤따랐다. 『문자 살해 클럽』은 문자가 상상을 억압하고 변질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밀 모임을 그린다. 문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매주 토요일 비밀의 방에 모여 문자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돌아가며 나눈다. 문자로부터 상상을 구원하려는, 문자에 의해 변질되지 않는 순수한 세계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는 고대 로마에서부터 중세 프랑스,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에까지 이어진다.
오늘도 시험에 던져진 말랑하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을.
만화가 안그람의 첫 단편집. 어느 날 음대생 서마리 앞에 ‘말하는 토마토’가 강림한다. 토마토는 마리에게 ‘제자가 되라’는 명령과 함께 그리하면 ‘악몽’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로 종교와 보호제도에 의지하고 있던 마리는 토마토의 말이 신경쓰이지만 애써 무시한다. 그러던 중 가해자였던 전 연인이 한밤중 마리의 집에 침입해 보복을 가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마리는 토마토가 내민 기회를 쥐기로 결심하는데… 표제작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을 비롯한 총 다섯 개의 단편 수록.
SF 역사를 새로 쓴 ‘그랜드 데임’, 옥타비아 버틀러가 다다른 가장 장엄한 세계
흑인 여성 SF 작가로서 선구자적 활동을 펼친 ‘그랜드 데임’ 옥타비아 버틀러의 디스토피아 소설. 버틀러가 남긴 마지막 시리즈(‘우화’ 시리즈)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다.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된 2024년을 배경으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초공감자’ 로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30년 전 쓰였다고 믿기 힘들 만큼 현실의 비극을 정확히 담아낸 예지가 이목을 끌어, 2020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시대를 뛰어넘어 공명하는 걸작의 가치를 증명했다.
열다섯 살 로런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소도시 ‘로블리도’에 살고 있다. 폐쇄적 공동체의 삶은 일견 평온해 보이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장벽을 비껴가지 않는다. 로런이 보기에 이 세상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혐오와 배제의 논리로 움직이는 고통 가득한 세상에서, 로런은 자신이 꿈꾸는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예일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음악학자 테드 리비가 클래식 필수 레퍼토리 350곡을 해설하고 명반을 추천한다.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 독주곡, 종교음악과 합창음악, 오페라가 각 장을 이루며, 각 장마다 작곡가를 기준으로 작품에 대한 악곡 해설, 추천 음반 목록, 간략한 음반 리뷰가 이어진다.
곡 설명 뒤에는 해당 곡의 추천 음반이 2~4장씩 엄선되어 소개된다. 일대 ‘사건’으로 기록되는 명연부터 개성 있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명반들이다. 책 말미에는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을 위한 핵심 음반 리스트 ‘클래식 음반을 열 장 구입한다면’, ‘열 장을 더 구입한다면’을 비롯해 ‘청소년에게 특별히 추천하는 클래식 곡’, 저자가 ‘본문에 수록하지 못한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 ‘특별한 행사를 위한 음악’을 부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 박완서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단편집!
박완서의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서사적인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다채로운 문학을 탄생시킨 작가 박완서. 이 소설집은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그녀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단편들을 모아 소개하는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의 첫 번째 책이다. 작가가 남긴 수많은 단편들 가운데 1971년 3월부터 1975년 6월까지 발표한 열여섯 편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이 책에 실린 초기작들은 부조리한 현실세계에 안주함으로써 더 큰 절망감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6ㆍ25 전쟁의 파괴성, 그 후에 급속히 찾아온 산업화의 폐해 등에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도 약했던 개인들의 절망을 그려냈다. 작가는 자신과 동시대인들의 삶을 타락한 현실과 싸우는 문제적인 개인이 아닌 그것을 포기한 존재들의 삶으로 규정한다.
Twohig, Michael P. · 클라리사 옹우주
당신은 성취와 자기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가, 실수와 실패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가? 완벽주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높은 생산성, 그에 따르는 보상과 충족감을 얻는 ‘적응적’ 완벽주의가 있는 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늘 긴장하고, 스스로를 과도하게 통제하고, 인간관계를 망치고, 상습적으로 일을 미루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질책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고,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불안, 걱정, 우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불안장애와 강박장애를 연구하는 임상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내담자들뿐 아니라 가까운 동료, 심지어 자기 자신 역시 완벽주의의 덫에 빠져 심한 불완전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고는, 이론이 아닌 실제 삶에서 완벽주의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들은 완벽주의로 인한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수 있는 10가지 심리학 기술들을 소개한다. 자신을 규정짓는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을 더욱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이 책을 통해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천재, 괴물, 그리고 전설 그 자체인 할란 엘리슨의 작품집!
중단편 만으로 휴고상, 에드거상, 네뷸러상 등 각종 문학상을 60여 차례나 수상한 SF, 판타지 소설계의 대부이자 살아 있는 전설 할란 엘리슨의 국내 첫 작품집 「할란 엘리슨 걸작선」 제2권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1955년 데뷔한 이래 작품을 쏟아내며 1,700여 편의 글을 써온 할란 엘리슨의 대표 수상작 모음 전집이다.
할란 엘리슨은 로저 젤라즈니, 새뮤얼 딜레이니와 더불어 가장 스타일리시한 뉴웨이브 작가로 평가된다. 뉴웨이브는 60, 70년대에 주류를 이룬 SF의 하위 사조로, 과학기술적인 측면보다 인간 내면의 심층 세계를 중시하고 전위적인 실험으로 문학성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중에서도 저자는 용암처럼 강렬하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미국 뉴웨이브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제2권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에는 1968년 휴고상 수상작인 표제작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을 비롯해 1975년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수상한 《랑게르한스 섬 표류기》, 1993년 《미국 베스트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콜럼버스를 뭍에 데려다준 남자》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리디아 데이비스 · 이주혜우주
리디아 데이비스는 시인지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모호한 글을 쓰는데, 그 자신은 그저 ‘이야기(stories)’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는 독특한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문...
간결하고 꾸밈없는 아니 에르노의 열정적 로맨스!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단순한 열정』은 글쓰기의 소재와 방식, 기억과 기록을 탐구한다. 이 소설은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 감정소설’에 속한다. 에르노는 발표할 작품을 쓰는 동시에 ‘내면일기’라 명명된 검열과 변형으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병행해왔는데, 이 책의 내면일기는 10년 후 《탐닉》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된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작가는 ‘나’를 화자인 동시에 보편적인 개인으로, 이야기 자체로, 분석의 대상으로 철저하게 객관화하여 글쓰기가 생산한 진실을 마주보는 방편으로 삼았다.
그는 특히 이 책에서 지독한 사랑을 그려낸다. 머리가 물속에 잠긴 듯한 숨 막히는 열정을. 그녀는 이 사랑을 실험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거의 완벽한 그림으로 그려 보인다. 단정하고, 간결하고, 차가운 문장들. 화해도, 양보도, 심리 분석도 없다. 정확한 단어들만으로 지독한 기다림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이 책은 이재룡 문학평론가이자 숭실대 불문과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작품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나는 오직 시의 초고를 쓸 때 루바토와 비슷한 감흥을 느낀다” 일상을 추동하는 자유로운 시의 리듬 김선오 시인의 첫 산문집
시집 『나이트 사커』, 『세트장』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시인 김선오의 첫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저자가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시적 단상을 담은 25편의 산문을 특별한 장정으로 엮었다. ‘루바토’는 연주자가 느낀 감정에 따라 템포를 조금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음악 기호다. 김선오는 시의 초고를 루바토에 빗대며, 조금 덜 다듬어진 것이 품고 있는 미지의 세계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알 수 없음’에 대한 저자의 애호에 설득되고 매료되는 까닭은, 우리의 인생 또한 미지에서 비롯되어 살아가는 내내 헤매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색적이면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가는 김선오의 생각 연습에 독자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따라가다!
한 번도 나 자신의 일이었던 적 없는 죽음. 그러나 누구나 겪을 죽음의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된 『죽음의 에티켓』. 이 책에는 네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죽음의 전개가 담겨 있다. 5살, 암으로 죽음을 맞이한 어린 아이, 인생 샷을 찍겠다며 건물 난간에 올랐던 29살 청년, 요양원의 80세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당신. 이들 네 사람의 죽음의 단계를 매우 면밀하고 자세하게 다뤘다.
‘나, 그리고 당신’이라는 화법으로 독자를 죽음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죽음을 옆에서 엿보는 게 아니라 바로 앞에서, 실제 나 자신이 겪고 있는 일로써 이해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죽음이 실제 내게 일어날 일이라는 인식, 삶이 오직 나 자신의 방식대로 흘렀듯 죽음의 준비 또한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후회 없는 오늘과 생을 살겠다는 찬란한 의지, 미뤄 둔 계획과 목표들,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 내가 남기고 갈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늘 더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우주
의례는 허례허식이 아니다! 나약한 개인을 막강한 사회로 만드는 의례의 힘에 관한 최초의 과학적 탐구
1000만 명이 모인 대도시에 일인 가구의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의례다. 입학식에 모인 학생들은 눈과 몸으로 새 규칙을 익힌다. 명절에 모인 가족은 차례를 지내고 집안의 평안을 빈다. 신도들은 매주 성직자의 지도에 따라 기도를 올리고, 어느 생일 파티에서나 케이크에 초 끄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의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 사회학의 선구자 에밀 뒤르켐은 의례가 없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했다. 사람들은 평생 한 번일 결혼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쓴다. 거창한 차례상과 강제적인 국가의례는 기존의 권위를 되살리려는 허례허식으로 보인다. 많은 사회학 이론이 사회를 통합하는 의례의 기능을 강조해 왔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대 사회에까지 유효할까? 사람들은 왜 여전히 쓸모없어 보이는 행동에 집착하는 것일까? 실험인류학자 드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전 세계의 의례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의례의 수수께끼를 낱낱이 밝힌다.
“의례는 소용이 없어 보이는데도 진정으로 없어서는 안 되고 신성한 뭔가로 경험된다. 하지만 음악, 미술, 스포츠 등 인간 활동의 다른 의미심장한 영역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는 것이 사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닐 수 있다.” ─ 들어가며
이졸데 카림 · 신동화우주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지금의 발전한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무한한 고통에 빠트리는가? 오늘날 사회의 지배 원리가 된 ‘나르시시즘’에 대한 통렬한 분석
철학자 이졸데 카림이 신작 『나르시시즘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시대의 타자 혐오 분석으로 화제를 몰았던 『나와 타자들』 이후 5년 만의 신작으로, 지금 가히 내전 상태라고 할 만한 사회 분열의 근원을 파헤치는 책이다. 폭군에게 자발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 정치인 또는 아이돌을 마치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비밀은 ‘나르시시즘’에 있다. 나르시시즘은 오늘날 우리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방식이다. ‘나는 지금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 식단 조절을 시작하든, 환경 보호에 나서든 이러한 자기 향상의 부름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것은 반사회적 원리다.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나르시시즘의 이상을 추구하는 길에서 나는 무한히 고통받으며, 타자들은 나의 성공을 인증할 관객으로 격하된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졸데 카림은 나르시시즘이 사회의 지배 원리가 되는 과정을 특유의 놀라운 통찰력과 명료한 논리로 포착한다.
“출발점은 오래된 의아함이다. 왜 우리는 현재 상태에 동의하는가? 현재 상태가 우리에게 이롭든 아니든. 우리는 이따금 투덜댈지 모른다. 하지만 대체로는 주어진 상황에 동의한다. 자발적으로. 이 자발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 머리말 중에서
‘제2의 올리버 색스’ 수잰 오설리번, 스웨덴에서 쿠바, 카자흐스탄에서 콜롬비아까지 전 세계의 심인성 장애 발병지를 탐사하다 우리는 고통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스웨덴에 난민으로 온 아이 수백 명이 잠에 빠져 수년째 깨어나지 않는다. 영국의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찾아간다. 왜 깨어나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뇌가 완전히 건강하다고 밝혀진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을까? 저자는 스웨덴에서 쿠바, 카자흐스탄에서 콜롬비아까지 전 세계에서 심인성 장애(어떤 병이나 증상 따위가 정신적ㆍ심리적 원인으로 생기는 성질)를 경험한 공동체들을 찾아 나선다. 신경 경로가 온전한데 다리가 마비된 환자. 집단적으로 틱 장애를 얻고, 환각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소녀들. 각종 검사 결과가 완벽히 정상인데도 고통과 장애를 겪는 사람들. 어떻게 ‘마음’이라는 형체도 없는 존재가 발작을 일으키고, 사지를 마비시키는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질병과 고통이 가진 낯선 측면을 탐구한 기록이자, 그것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시도이다. 책의 저자 수잰 오설리번은 영국의 저명한 신경과 의사이다. 현재는 영국 국립신경ㆍ신경외과병원에서 신경학과와 임상신경 생리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다.
첫 책 《병의 원인은 머릿속에 있다》(2015)로 건강과 의학 분야의 저술에 수여하는 영국 웰컴북프라이즈(Wellcome Book Prize)를 수상하고, 이 책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2021)로 영국 왕립학회 ‘올해의 과학책’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책을 두고 《모자 쓴 소년》의 저자 새트넘 생헤러는 “올리버 색스의 진정한 후계자”, 언론 매체 《퍼블리셔스위클리》는 “올리버 색스의 팬이라면 주목해야 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 밖에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 같은 매체도 “기막히게 아름답다”, “매력적이고 도발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의 저자이자 성균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이 책은 모든 질병이 생물학적ㆍ심리적ㆍ사회적 요소의 조합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질병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휴고상·로커스상 수상 세계적인 SF 작가 나오미 크리처 극찬! 섬뜩하면서 흥미로운 조예은 월드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생생한 휴먼 드라마 × 정교한 미스터리 호러
그늘진 표정을 애써 지운 채 테마파크를 찾은 사람들, 그들이 품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수수께끼의 젤리장수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경기도 모처에 위치한 놀이공원 ‘뉴서울파크’. 무더운 여름날을 즐겁게 보내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부모와 아이는 손을 맞잡고, 연인들은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며, 인형 탈을 쓴 직원은 신나게 춤을 춘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젤리장수는 이 모두가 품은 마음속 심연을 꿰뚫어 본다.
"그분은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꼭 필요한 순간에 다디단 젤리를 건넵니다." 젤리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위안을 주지만, 이내 전국의 뉴스 화면을 연분홍빛으로 뒤덮는 사건을 일으킨다. 아홉 개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물리는 가운데 전체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괴이한 것을 어쩌자고 집 안에 들였을까.” 한여름 밤을 사르르 녹여줄 젤리소다 맛 괴담집
《트로피컬 나이트》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다. 수록작 〈고기와 석류〉를 예로 들면, 이렇다. 남편이 죽고 아들도 떠나 혼자 남은 노인이 있다. 노인은 어린아이의 얼굴을 한 괴물을 우연히 만나고, 괴물을 집 안에 들이고야 만다. 노인은 괴물에게 잡아먹히게 될까? 아니다. 조예은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그의 소설은 힘든 삶을 힘들다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포를 보여주지만 공포가 우리의 삶을 갉아먹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니까. 소설이 끝난 뒤에도 이야기는 이어지니까.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조예은의 인물들은 끝까지 살아내고 버틴다. 삶이 계속되는 한 조예은의 이야기는 반드시 밝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신작 소설 《트로피컬 나이트》 또한 그렇다.
《트로피컬 나이트》는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 〈오버랩?나이프,?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한 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 《스노볼 드라이브》 등을 펴내며 차곡차곡 독자들의 사랑을 쌓아온 조예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총과 칼, 선혈과 비명 너머에 자리한 온기를 포착한 첫 단편집 《칵테일, 러브, 좀비》에 이어,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에서는 애틋하고도 경쾌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선보인 바 있다. 《트로피컬 나이트》는 조예은 특유의 독특한 판타지성을 가미한 호러/스릴러풍의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괴담 여덟 편을 담았다. 기존 작품에서 더 확장된 조예은 월드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문학을 사랑하는 푸주한의 책과 음식 이야기
문학을 사랑하는 푸주한의 매력적이고 짜릿하며 군침이 도는 책과 음식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푸줏간에서 책을 읽던 책벌레 카라 니콜레티는 책과 음식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지를 일찍이 깨달았다. 뉴욕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푸주한이자 요리사이며 작가가 된 그녀는 문학 속의 음식을 포착해서, 음식과 책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그 모든 마법적이고 유혹적인 방법들을 잡아낸다. 사랑하는 책들에서 영감 받은 이야기들과 요리법들에는 그녀의 삶과 개성이 멋지게 담겨 있고, 본문에 들어있는 일러스트는 훌륭한 음식과 훌륭한 책에 대한 식욕을 더없이 자극한다. 복숭아, 아보카도, 컵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배가 고파질 정도로..
자고 일어났더니 내 휴대폰에서 시체 사진이 발견됐다! ‘누가 언제 찍은 사진일까? 설마 내가 한 짓은 아니겠지?’
이 책은 유서 깊은 목재 재벌로 만하임 그룹을 운영하는 페르 귄터가 탐정 율리아를 찾아가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휴대폰에서 발견한 시체 사진 한 장 때문에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되었다는 페르 귄터. 하지만 정작 그는 사진이 찍힌 시간에 술에 취해 잠들어 기억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장소가 어디인지조차 알아내기 어렵다. 페르 귄터는 사건이 발생한 날 자신이 머물렀던 만하임 저택으로 율리아를 초대한다. 그날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다시 모이는데… 율리아는 과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한국 근대의 ‘취미’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탐색
『취미가 무엇입니까?―취미의 일상 개념사와 한국의 근대』는 ‘취미’라는 일상 개념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형성되고 변천하는 양상을 다양한 근대 매체의 텍스트와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재구성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어떤 취미 형식을 향유했는지 살핀다. ‘취미’ 개념의 유입은 서양의 근대성과 이에 대한 일본의 개념 번역 및 이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원심력으로서 대중의 욕망과 감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한 담론 체계이다. 저자 문경연은 주로 20세기 전반기까지 ‘취미’ 용법과 의미, 담론의 맥락을 분석하여, ‘취미’가 한국 근현대의 일상사와 문화사와 조응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가타오카 에미우주
문화적 평등론이라는 신화, 그리고 오인
『취미와 사회 권력』은 ‘일본에서 형성된 문화적 평등’ 인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즉 글로벌화나 문화의 균질화가 하나의 신화로 작동하면서 일본 내 문화적 재생산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우열, 젠더의 차이를 정체화로 구분할 수 없는 점을 고찰하기 위해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문화자본과 아비투스 개념을 짚어볼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조사한 데이터를 통해 부르디외의 이론을 재확인하며 새로운 이론의 창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를 ‘주어진 본질적인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실천으로 간주한다. 특히 문화를 취미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해 실천성과 연결하여 해석한 점이 독창적이다. 즉 문화란 문화자본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미 같은 하나의 현상이다. 이는 계층과 젠더의 차이로 나타나는데, 그러한 차이를 만드는 조건에 대한 확인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문화적 평등신화나 평등론자는 ‘문화의 이해나 취미 혹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의문을 갖지 못해 근대화나 민주화를 그대로 수용하고, 이를 추종하는 ‘균질적 인식’에 종속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2022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한 조성래 시인의 첫 시집 『천국어 사전』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03번으로 출간되었다. 데뷔 당시 이문재, 이수명 시인으로부터 “자기 언어를 다루는 솜씨에도 기교를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힘이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조성래 시인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과 상처들을 핍진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결핍과 죽음으로 점철된 자전적 이야기들로 서정시의 새로운 계보를 기대하게 한다.
등단 당시 인터뷰에서 “시를 위해 허구의 내 모습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것처럼 매 시편마다 언어적 기교보다 몸으로 체득한 경험으로 삶의 근원적인 슬픔에 질문하고 애도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젊고 가난했던 마음에 용서를 구하는, 도망쳤지만 결국 제자리였던 고단한 청춘의 비망록이며, 폭력적인 세계 안에서 절망하고 상처 입은 당신의 “죄 없음을 증명”하는 기도문이다. 아프고 따뜻한 빛으로 펼쳐지는 천국어의 첫 시작이다.
오래 전에 죽은 첫사랑이 저승사자가 되어 찾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라는 무서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연재를 통해 계약된 최초의 경장편이기도 하다.
요즘 독자들의 짧은 독서 호흡에 맞춘 빠른 전개와 대화하듯 끊어지는 문체로 구성되어 있지만, 작가가 그 안에서 전하는 울림과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웹소설과 종이책 출판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작품으로,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감성을 판타지적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버무려 흥미롭게 엮어냈다.
희완이와 람우는 서로 좋아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를 쉽게 전하지 못하고, 열일곱 살에 사고로 헤어지게 된다. 저승사자가 되어 돌아온 람우는 어차피 일주일 뒤 죽을 거 괴롭게 죽느니 편하게 가라고 입으로는 종용하는 한편, 괴상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희완이를 억지로 끌고 다닌다.
두 사람이 버킷리스트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가는 동안에도 '좋아한다'라는 말은 둘의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입안에서 맴돌기만 한다. 그리고 일주일의 마지막 날, 희완이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선물했던 람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좋아한다는 고백이 아닌 차갑고 냉정한 이야기였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톨스토이, 조지 오웰, 체호프… 전 세계 현자들이 깨달은 삶의 참된 진리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더 잘 살고 싶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이 질문의 답을 찾는다. 하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고, 평생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우리에게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힌트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현자들이 평범함에 찬사를 보내며 남긴 수많은 기록을 오랫동안 끈질기게 수집한 결과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스피노자, 톨스토이, 체호프 등 현자들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의 ‘평범한 삶’을 가치 높게 평가했다. 우리는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수많은 현자들은 사소하고 평범해도 인생은 이미 완전하며, 충분히 완벽하다고 말한다. 성과 우선, 능력주의 등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메시지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고민하고 결정하게 한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자 하는 바람이며,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다. 그리하여 낮은 곳에서도 크게 배우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절망에서도 희망을 보는 것이다. 부디 이 책이 평범하여 찬란한 것, 사소하여 의미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특별한 안내소가 되길 바란다.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감정 어휘』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 받아”라거나 “짜증 나”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 그러곤 각종 스트레스 해소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 밑에 가라앉은 진짜 감정은 상황마다 사람마다 각각 다 다르다. “스트레스”라고 말할 때 분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불안하거나 겁먹은 것일 수도 혹은 지루한 것일 수도 있다. “짜증 나”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비하나 적대감, 죄책감, 고단함, 좌절 등에 타격받은 것일 수 있다. 문제해결이든 감정조절이든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먼저다. 『어른의 어휘력』에서 성인들에게 ‘어휘력’의 중요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환기시킨 바 있는 유선경 작가는 『감정 어휘』에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적확한 어휘로 표현만 해도 심리·소통·관계 등 수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어 감정 어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슬픔을 나타내는 어휘라고 한다. 슬픔을 나타내는 어휘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아프다’이다. 그렇지만 아리고 쓰리고 저린 아픔의 종류들, 다시 말해 죽음, 이별, 희생, 궁핍, 버려짐, 빼앗김, 차별, 소외감, 고립감, 비난, 무시, 굴욕, 수치심, 서러움, 외로움, 상실감, 무력감, 배신, 원망, 압박감, 고민, 걱정, 미움, 체념, 절망, 무서움, 비관, 허무에 이르기까지 이 전부를 슬픔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묶기는 어렵다. 그래서 감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아픔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고 그것이 마음에 일으키는 반응, 즉 감정 또한 제각각이니까. ‘아프다’라는 말만 가지고는 감정을 인지하거나 이해하기 힘들고 조절하기 어렵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어떤 사람은 분노를 느끼고 어떤 사람은 슬픔을 느낀다. 분노를 느낀다면 문제를 해결하라는 신호이고 슬픔은 마음을 돌보라는 신호이다. 불안은 점검하고 대비하라는 신호이며 두려움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신호이다. 이때 자신의 진짜 감정을 적절한 어휘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스스로를 속이고 왜곡한다면 크고 작은 고통이 생겨나는 것뿐 아니라 마음이 갈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가렵다’와 ‘간지럽다’를 구분하지 못하고 간지럼을 타는 사람을 박박 긁어주거나 가렵다는 사람한테 간지럼을 태우면 어떻게 될까. 내 감정이 무엇을 가리키는 신호인지,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유선경 작가는 ‘감정이야말로 내가 갈 길을 알려주는 실마리’이기 때문에 내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인정하고 세세하게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 어휘』는 인생의 나침반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감정을 구분하고 적절한 어휘를 붙이는 것에 관한 책이다.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1장에서는 감정에 대한 개요, 2장부터 5장까지는 온도, 통각, 촉감, 빛이라는 감각을 활용해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는 각각의 감정에 따른 감정 어휘를 분류·정리해 수록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적절한 어휘로 표현해보자! 이 책은 자신의 감정을 ‘좋다’, ‘싫다’, ‘나쁘다’ 정도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리문제, 소통문제로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더불어 1000개가 넘는 다양한 감정 어휘들을 함께 소개해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 강사, 1인 출판사와 동네 서점 대표, 대리기사이자 탁송기사이기도 한 김민섭이 처음으로 글쓰기와 책 만들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노하우를 정리했다. 단순 글쓰기 노하우가 아닌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무엇을 쓰는가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을 풀어냈다. 개인의 삶이 사회-시대-타인으로 연결 및 확장된다는 전작들의 주제의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그 ‘개인-사회-시대-타인’을 잇는 강력한 연결고리로서의 글쓰기를 말한다. 일곱 권의 저서, 연 200회 이상의 강연, 출판사와 서점 운영, 대리기사 및 탁송기사 생활과 글쓰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으며, ‘쓰는 사람’ 으로 살고자 분투하는 이 개인의 삶을 통해 작법과 인생법을 동시에 배운다. 책을 쓰고 만들고 파는 일에 대한 생생한 경험과 실제적인 노하우도 접할 수 있다.
“예민함은 특별한 능력입니다”
‘매우 예민함’이라는 화두로 수십 만 독자를 사로잡은 정신의학 전문의 전홍진 교수의 3년만의 신작!
첫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며 수십 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전홍진 교수. 많은 독자의 성원에 힘입어 3년 만에 두 번째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겨레〉에 3년간 연재한 ‘예민과 둔감 사이’라는 상담 칼럼을 바탕으로 최근의 연구 성과들까지 담아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편’이다. 전작에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과 예민성을 잘 극복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예민함에 관한 뇌과학과 정신의학적인 근거를 좀 더 세밀하게 더하고,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바꿔보는’ 실천법에 방점을 두었다. 또한 불안편, 우울편, 분노편, 트라우마편으로 나누어 41가지 상담 사례를 살펴보며 예민함과 얽힌 여러 감정들의 원인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타인과 눈을 못 마주치고 깜짝깜짝 잘 놀라는 여성’ ‘치매가 아니라는 치매 남편과 치매라는 우울증 아내’ ‘10만분의 1의 확률도 미리 걱정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자 살아온 남성의 위기’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찾아온 무기력증’ 등 다양한 연령대별 심리 문제들을 키워드를 통해 들여다보고 전문의로서 진단과 해결책을 상세히 들려준다. 또한 자신의 예민함의 정도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나는 매우 예민한 사람일까’ 알아보는 자가진단법도 수록했다.
한 뼘 더 성장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을 돌보고 싶다면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아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내가 왜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하루 한 페이지의 지식을 담았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쌓은 심리학 지식을 토대로 나와 타인, 나아가 세상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심리학 용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소개해 일상생활 속 부정적인 감정을 파악하고 다스리며, 타인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세계관 만드는 법』은 서사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계관’의 존재 자체를 조명한다. 작가와 PD가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에서 수석 PD로 일하고 있는 이지향 작가가 세계관을 소개하는 길잡이로 나선다. 저자는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흐름을 거쳐 지금의 용법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되짚어 준다. 뿐만 아니라, 영화·웹툰·소설·드라마·유튜브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각각의 세계관의 설정 방식과 특징을 소개한다. 이러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관이 서사 콘텐츠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마케팅, 브랜딩, 스토리텔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제42회 김수영문학상 『정신머리』 박참새 신작 ★★★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만큼이나 몰랐을 것인 일곱 시인,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꽤나 가까울 것인 일곱 시인,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그리고 박참새!
“나 사실은 깡패로 살고 싶습니다.” 박참새 시인의 제4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소감 일부이다. “규율과 규칙이 지겹”고 매일 “새로이 정의된 윤리를 이해하느라 진이 다 빠”져 “허락된 범위의 구역에서 나 혼자 깡패이고 싶”다는 그. 민음사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 《릿터》에 수록된 이 강렬한 수상 소감은 삽시간에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엑스(구 트위터)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수상 소감을 읽었으면 좋겠다며 선착순 50명에게 잡지를 선물하겠다고 나선 독자까지 등장했다. 박참새는 그야말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좋은 의미에서 요란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가상실재서점’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큐레이션 서점 ‘모이(moi)’를 운영하며, 도서를 리뷰하거나 낭독하는 팟캐스트 〈참새책책〉을 진행하고, 시와 산문을 간헐적으로 발신하는 뉴스레터 〈연서Loveletter〉를 발행하는 등 ‘읽기’와 ‘쓰기’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독립 창작자로서의 고유한 행보를 이어오던 박참새였다.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시인들을 애정하고, 스스로 역시 시인이 되고 싶었고, 마침내 시인이 된 박참새는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시인과의 대담을 엮은 『시인들』을 새롭게 출간한다. 『출발선 뒤의 초조함』에 이은 두 번째 대담집이자 시집 『정신머리』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다. 대담집을 기획하고, 참여할 시인을 섭외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대담을 수행하고, 원고를 다듬고, 책으로 엮어내는 데에만 꼬박 2년이 걸린 대작업이었다. 모든 것이 속도전인 시대에 묵직하지만 무겁지만은 않게, 시대감각은 기민하게 유지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놓치지 않으면서, 박참새만의 속도로 만들어낸 귀하디귀한 대담집의 탄생이다.
페르난두 페소아우주
리스본, 그 아름다운 도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늘날 포르투갈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시인인 페소아에게 리스본은 단순히 포르투갈의 수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예술작품입니다. 1925년에 영어로 집필되어 오랜 세월 동안 잊혀졌던 이 작품은 1980년대에 우연히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페소아와 함께 하는 리스본 여행(Lisbon, What the Tourist Should See)"은 페소아가 자신의 고향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어떠한 시선으로 리스본의 매력을 포착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건축, 역사, 문화와 더불어 그 속에 깃든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안내서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만날 리스본은 페소아가 느낀 그대로의 리스본일 것입니다. 관광객의 안내자로서뿐만 아니라, 도시의 진정한 내면을 탐색하는 안내자로서 페소아는 여러분을 리스본의 숨겨진 골목과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장소들로 이끌 것입니다.
바다에서 바라본 리스본의 첫 인상부터, 시간을 초월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들,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리스본 사람들의 삶까지, 여행자로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감동과 발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리스본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며, 문학과 여행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를 경험하게 해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제, 페소아와 함께 리스본의 매력을 발견하는 여행에 나서보시기 바랍니다.
* 페소아가 처음 이 책을 쓴 1925년과 이 책이 출간된 2024년 사이에는 거의 100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의 건물과 조각상, 예술 작품들을 여전히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00년 동안 없어졌거나 이전했거나 새롭게 추가된 부분에 대해서는 [100년 후 지금]이라는 코너를 통해 보충하고 있으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페소아는 왜 이명으로 글을 써야만 했는가!
숨은 문학 작품들에 주목한「워크롬 문학총서 제안들」. 이 총서는 마땅히 소개돼야 함에도 국내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작품들을 엄선하여, 정교한 번역으로 소개한다. 화려해지는 표지 디자인에 반해 단색 표지로 깔끔함을 더한 것이 멋스러우며, 작품의 성격에 맞게 색깔을 달리한 것도 특이점이다.
여섯번째 작품『페소아와 페소아들』은 제목이 상징하듯 시인 페소아가 여러 이름으로 남긴 무수한 산문들 가운데 대표적인 이명 9명 이상의 글 11편, 그리고 본명 페소아로서 남긴 글 6편을 엮어 구성한 것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의 산문으로, 단편과 희곡, 서간 등을 포함한다.
버지니아 울프우주
20세기 영문학의 기념비적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빼어난 에세이들을 테마별로 엄선한 선집. 버지니아 울프는 『등대로』와 『댈러웨이 부인』 등 모더니즘 문학의 걸작들을 남긴 소설가일 뿐 아니라, 정력적인 에세이스트이기도 했다. 울프는 잡지에 서평을 기고하면서 작가로 출발했으며, 소설가로 성공한 후에도 다양한 종류의 에세이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백만 단어 이상을 쏟아부었다. 이런 에세이들은 울프가 문학과 인생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표출하는 주요한 언로가 되었으며, 소설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울프 자신의 생생한 육성을 들려준다.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전4권)은 이 책을 옮긴 최애리 역자가 울프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에세이들 중 특히 핵심적이고 빼어난 60편의 산문을 엄선한 것으로, 테마별로 4권의 선집으로 엮어 울프의 세계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울프 산문들의 전체적인 지형을 그려 볼 수 있도록, 울프의 사유의 특색과 발전 과정을 보여 주는 글들을 선별하여 종합적인 시각으로 집대성하였다. 총 4권으로 편성하여, 페미니즘적 이슈나 여성 문학론 등 여성과 관련된 테마의 글들을 제1권(『집 안의 천사 죽이기』), 문학에 대한 울프의 생각을 보여 주는 문학 원론에 가까운 글들을 제2권(『문학은 공유지입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울프가 읽은 개별 문학 작품 및 작가에 대한 글들을 제3권(『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 울프 자신의 삶이 담겨 있는 개인적인 수필이나 자전적인 글들을 제4권(『존재의 순간들』)으로 엮었다. 이런 여러 면모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를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독자로서, 인간으로서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 권별로 역자의 충실한 해설을 달아, 울프의 사유가 나아간 궤적들을 독자들이 그려 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근대 조선의 마녀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비난의 대상으로 보는 문화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을까? 근대 문화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한민주 교수가 『불량 소녀들』에서 그 기원을 추적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팽배한 성차별적 시선과 여성 혐오의 시작이 1920~30년대 스펙터클한 경성의 거리라고 이야기하면서, 경성이 스펙터클한 거리로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각종 매체가 여성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었는지 시각문화의 다양한 이론을 통해 살핀다.
1920~30년대 경성은 시각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1920년대 조선의 여성들은 유행을 좇아 새로운 의복과 장신구로 자신들의 외양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들은 세습적 신분이 아닌 장식을 통해 스스로를 남과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형성해갔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에서 모던하게 보임으로써 근대성을 체현하려 한 ‘모던걸’은 ‘못된걸’, ‘뺏걸’, 즉 ‘불량소녀’로 번역되고 이미지화되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각인되었다.
이처럼 미디어는 신여성의 이미지에 성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신여성을 흥미로운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여성의 외모는 물론이고 직업과 소비 취향, 취미 같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평가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 책은 어떻게 지금까지도 그 같은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볼 수 있다. 미디어가 모던걸을 ‘불량’으로 이미지화하는 과정을 살피는 동시에 여전히 여성을 소비의 대상이자 비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수전 팔루디우주
여성의 역사 속에서 앞서간 사람들이 그려 놓은 지도!
국내외 페미니스트들에게 꾸준히 영감을 불어넣은 페미니즘의 고전이자 영원한 문제작 『백래시』. 1991년 출간과 동시에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수전 팔루디의 강렬한 데뷔작으로, 페미니즘의 역사를 다룰 때 꼭 참조해야 할 필독서가 되어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인용되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어판은 2006년 출간된 15주년 기념판을 판본으로 삼고 있다.
1970년대 미국 여성들은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이 가져다준 성취에 흠뻑 빠져 있었다. 언론들도 앞다퉈 성공한 여성들의 사진을 표지 기사에 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은 완전히 태세를 전환했다. 1980년대 미국은 여성들이 처한 비참함의 원인으로 페미니즘을 지목하며 텔레비전, 영화, 광고, 수술실을 경유해 여성의 일, 마음, 그리고 신체를 구속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1980년대 레이건 시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미국 여성들이 준비 없이 맞닥뜨린 반페미니즘 선전전을 표층에서 심층까지 파고들어간다. 프롤로그를 포함한 1부는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이기도 한 ‘하버드-예일 대학의 결혼 연구’로 포문을 열어 1980년대 반격의 풍경을 한 편에, 페미니즘과 함께한 반격의 유구한 역사를 다른 한 편에 배치하여 보여준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반격한 창시자와 유포자들을 찾아나선다.
2부에서는 대중문화를 점령하다시피 한 반격의 물결이 언론,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패션과 미용 산업을 잠식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3부에서는 이러한 반격의 메시지를 만들어 낸 진정한 요람, 반격의 이데올로그들을 찾아 나선다. 4부에서는 대중 심리학자와 자기계발서 작가들이 여성의 몸과 정신, 그리고 일상에 각인시킨 반격의 효과를 아플 만큼 생생하게 전달한다.
“당신은 ‘싸우는 소녀’들을 알고 있는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나우시카,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의 세일러 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야나미 레이……
근육질의 아마조네스계 여전사와는 다른,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지 않은 가련하고 무구한 ‘전투미소녀’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등장해 온, 에로티시즘의 기호로 다가오는 이 특수한 존재들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어 온 것일까? 그것은 일본의 특수한 문화 현상인가, 아니면 ‘정보화 환상’이 지배하는 공허한 세계에서 우리의 욕망―히스테리 증상이 마주치게 될 거울상 같은 존재들인가.
‘오타쿠’ 공동체의 심리적 특성을 섹슈얼리티의 시각에서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서브컬처 문화 연구의 고전이 된 사이토 타마키의 책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이미 우리의 곁에 다가온 낯선, 아니 낯설지 않은 존재들을 대면할 근거를 얻게 된다.
우리에게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낯선 무엇이 아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 〈신세기 에반게리온〉… 우리는 적어도 몇 개의 제목 정도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으며, 작품의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작품들의 히로인의 이름들도 기억한다. 나우시카, 세일러 문, 아야나미 레이 등등. 그런데 정작 우리가 아직 제대로 묻지 않은 것들이 있다. 대체 ‘커다란 눈과 작은 입술’의 이 앳된 히로인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일까? 그녀들은 왜 성숙한 나이가 되기도 전에 직접 중화기를 손에 들고 적들과의 싸움에 사춘기를 바치는 것일까? 더구나 이 ‘싸우는 소녀’들은 허구적인 콜라주임이 분명한데 어째서 그토록 대량으로 소비되고 왔으며 지금도 줄기차게 재탄생하는가?
거대한 악과 싸우는 ‘전투미소녀’라는 이콘(ikon)은 일본의 특수한 문화가 아니라 이제 우리 안에도 이미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서브컬처’란 주류 혹은 공식적인 문화와 대비되는 비주류, 하위문화를 가리키는 단어일 테지만, 그것이 반드시 소수 취향의 문화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 서브컬처는 마이너한 영역을 넘어 다양한 미디어 영역을 점하면서 주류에 속한 문화 상품보다 폭넓은 인기를 누리며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린 ‘싸우는 소녀’들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그간 한국의 서브컬처 애호가나 연구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중요한 텍스트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섹슈얼리티의 대상으로서의 전투미소녀와 오타쿠 공동체에 대한 괄목할 만한 분석을 포함하여, 일본만이 아니라 해외의 전투미소녀의 계보학까지 그려내는 일본의 라캉주의 정신분석가이자 임상의인 사이토 타마키의 『전투미소녀(??美少女)의 정신분석』은 우리의 서브컬처 문화 비평을 자극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하는 법을 아는 학자 황현산의 트위터 ‘@septuor1’에서 꺼내온 살아있는 이야기!
2018년 8월 8일 세상을 떠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1주기를 맞아 생전에 그가 애정으로, 재미로, 책임으로 줄기차게 기록해왔던 트위터의 글들을 모아 엮어낸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등의 책으로 우리 시대 참 스승의 본보기가 되어주었던 저자가 지치지 않고 이야기하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디 septuor1. 트윗의 시작은 2014년 11월 8일 오후 9시 6분, 트윗의 끝은 2018년 6월 25일 오후 6시 53분. 총 트윗의 수는 8,554.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트위터라는 공간 안을 살아내는 근 5년의 시간 동안 저자는 자신을 노출했고 그 노출됨에 그 어떤 거리낌도, 눈가림도 없었다. 트위터라는 틀의 특성상 고칠 수 없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오타를 유머로 삼을 줄 알았다. 보이는 것을 들리는 것을 느끼는 것을 아는 것을 혼자 떠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트친들에게 답하기를 잊지 않았다.
우리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저자의 잡다한 사유가 마음껏 발휘된 글들, 저자의 평소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글들을 통해 평소 즐겨하던 농담들, 비상식적인 많은 것들에 대한 한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인사, 어느 곳에서 건져 올렸는지 가늠할 수 없는 은유와 이야기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시라이 도모유키우주
2022 일본 미스터리계를 집어삼킨 괴물 같은 걸작! 본격 추리가 선사할 수 있는 현 시점 최고 도달점
2023년 제2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역대 최다 득표)을 비롯해 2022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SR회 어워드 1위, 비실재 탐정소설연구회 1위, 리얼 사운드 미스터리 랭킹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 한 작품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상 경력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본격 추리가 선사할 수 있는 현 시점 최고 도달점”이라는 극찬까지 받으며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명탐정의 제물-인민교회 살인사건》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명탐정의 제물-인민교회 살인사건》은 2014년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로 데뷔한 이래 기성 작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추리작가들의 추리작가’라 불린 시라이 도모유키가 8년차에 발표한 야심작이다. 소설의 무대 역시 일본과 미국,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 공화국을 넘나들며 스케일을 넓혔다. 교주를 따르면 병도 낫고 장애도 치유된다는 ‘기적’을 믿는 사이비 교단에서 기이한 살인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한다. 그곳을 찾은 명탐정의 ‘추리’는 신자들의 ‘믿음’을 넘어설 수 있을까? 미스터리 역사에 전설로 남을 눈부신 ‘해결편’이 지금 시작된다.
이영도 · 박애진 · 김보영 · 김선우 · 김이환우주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한국식 환상 문학!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다채로운 환상 소설들을 소개하는 단편선『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된 에 이어, 이번에는 10인의 환상 문학 작가들이 뭉쳤다. 의 이영도, 의 김이환을 비롯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그려낸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며 말을 걸어오는 사물들, 한 달에 한 번 투표를 통해 학생을 제물로 바치는 학교,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와서 천국에 가려면 선행 점수를 쌓아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 등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착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지루한 일상을 뒤집는 상상력으로, 엉뚱한 한국식 기담의 묘미를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 냉소와 유머, 공포와 탐미 등 서로 모순되는 듯한 요소들이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손에 의해 절묘하게 버무려진다. 또한 이질적이면서도 어딘가 우리의 모습을 닮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고된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다. 각 작품에는 내용과 관련된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얀 해럴드 브룬반드우주
재미있는 이야기는 모두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입소문, 낭설, 가십, 잡담……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야기의 진짜 출처를 찾아서
한국어판 1016쪽, 270편의 도시전설과 수천 가지의 레퍼런스를 채록해 담은 평생의 연구 한 권으로 읽는 “도시전설의 모든 것!”
『도시전설의 모든 것』은 방대한 연구를 통해 도시전설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며 “20세기 미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자”로 평가받은 학자 얀 해럴드 브룬반드가 직접 수집하고, 그 기원을 추적하여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수십 년에 걸쳐 온갖 입소문부터 개인적인 기록, 편지, 신문, 칼럼, 문학, 연구서나 논문, 대중용 선집, 라디오, TV 방송,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폭넓게 끌어모은 다음 270편을 선정해 주제별로 묶어 정리했다. 「갈고리」 「뒷좌석의 살인자」 「하수도의 악어」 「베이비시터와 위층의 남자」 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도시전설들의 “진짜 출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이야기의 첫 발화자가 누구인지, 같은 이야기가 다른 시대, 다른 매체에 어떻게 실렸는지, 형태를 조금씩 바꾸며 파생되는 도시전설의 ‘원형’은 무엇인지를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Montell, Amanda우주
꿈꾸는 자들의 희망을 착취하는 법 사이비 종교에서부터 다단계 사기, 뷰티⦁피트니스 산업과 SNS의 자기계발 셀럽들까지, 교묘히 마음을 사로잡아 추종을 부추기는 ‘광신의 언어’를 파헤치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나 사기, 음모론에 빠져들까? 왜 배울 만큼 배운 이들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광적으로 추종할까?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해시태그로 그날의 운동을 인증하며 함께 ‘자기관리’를 숭배하게 하는 동력은 뭘까? 사람을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추종자로 사로잡는 ‘컬트(Cult)’ 언어의 비밀을 파헤치다!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어맨다 몬텔은 유년기를 극단적 컬트 공동체에서 보내다 탈출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컬트 언어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에서 사이비 종교에서부터 다단계 마케팅 회사, 뷰티·피트니스 산업과 SNS 인플루언서들까지, 사람을 매료시키는 온갖 논쟁적인 컬트를 취재하여 그가 ‘컬티시(Cultish)’라고 이름 붙인 ‘광신의 언어’를 추적한다. 신 없이도 구루가 존재할 수 있고 그들을 클릭 몇 번으로 만날 수 있는 21세기. 언어와 권력, 공동체, 신념을 가로지르는 관계성을 읽어 낸다면 불안한 시대에 나타나는 광적인 행동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컬티시’라고 부르는, 다양한 형태의 광신의 언어를 다룬다. (…) 그리고 이 요소들이 어떻게 파괴적인 집단의 추종자들을 은폐해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의 일상 어휘에 스며들어 있는지 밝혀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엇이 사람들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광신도가 되도록 부추겼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번 ‘컬티시’ 언어에 귀가 뜨이고 나면, 더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칠 수 없다. -본문에서
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년 기념 국내 최초 시전집!
“나와 관계가 없거나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 구절은, 단 한 줄도 없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 사후 100주년을 맞아 시 116편과 드로잉 60개를 수록한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이 민음사 세계시인선 58번으로 출간되었다.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하고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한 편영수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소개되는 국내 최초 카프카 시전집이다.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그리고 5부는 자유와 행복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묶었다.
진실의 길은 공중 높이 매달려 있는 밧줄이 아니라, 땅바닥 바로 위에 낮게 매달린 밧줄 위에 있다. 그것은 걸어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란츠 카프카,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92번에서
카프카는 괴테, 프리드리히 횔덜린, 월트 휘트먼을 좋아했다. 편영수 교수는 카프카가 “의도적으로 산문과 시를 서로 연결시키고 서로 침투시켰다.”고 말한다. 카프카는 “「선고」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입니다, 따라서 「선고」가 효과를 거두려면 그 둘레에 여백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프카는 시와 산문을 구분하지 않고자 했다. 그는 동일한 텍스트를 산문으로도 쓰고 행과 연으로 구분해서 시로도 쓰곤 했다. 예를 들면 “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파괴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라는 문장을 다음과 같이 시로 썼다. 그래서 카프카의 시는 산문시로도 읽힐 수 있다.
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파괴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프란츠 카프카,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79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프카가 시 형식을 사용한 건 “시가 아주 적은 단어들로 하나의 세계를 감정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 작품들에 들어 있는 시적 요소들에 경탄을 금하지 못했다. 독자는 이 시전집을 통해 카프카의 시적 재능과 시인 카프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프란츠 카프카,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43번에서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책장을 펼치면 소리를 지르는 책, 이빨이 달려 펼치려는 손을 뜯어 먹으려는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등장하는 상처를 주고, 중독시키며,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는 책….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초현실적인 책들이 현실에도 있다면 어떨까?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살상을 저지르는 책, 투명한 책, 너무 커서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면 모터를 동원해야 하는 책, 너무 길어서 우주를 파괴하고도 남을 책, 악마를 소환하는 책, 유령이 쓴 책, 사람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책, 먹거나 입을 수 있는 책… 너무 기이하고 창피해서 정전正傳의 역사에서 배제되어 자취를 감춰버린 온갖 희귀 서적들을 가득 모아 소개한다. 금기와 규범을 어기고, 선택받지 못한 대신 마음껏 자유로워진 책들과 만나며 책의 세계를 새롭게 탐험해보자. 쓸데없고 이상한 책들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 버려진 것들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가르는 경계에 대해 질문하려는 사람들, 전에 없이 너른 시야로 책 세계와 만나려는 사람들, 아무 이유 없이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심장이 뛰는 애서가들이라면 책의 역사 뒷골목을 비추는 이 책에서 ‘책의 의미’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 브런치 21,000 독자가 선택한 말과 관계를 향한 서늘한 고찰 《소심해서 좋다》 왕고래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염려의 탈을 쓰고 자존감을 들쑤시는 다정한 말들에 대하여
감히 대놓고 파헤치지 못했던 평범한 대화의 결을 해부하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아, 이건 불길한 대화의 전조다. 이 사람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마음의 방어진을 단단히 쳐둔다. 《후회 방지 대화 사전》은 흔히 건네는 대화 속에 숨은 인간의 삐딱하고 속 좁은 진심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기분 좋은 인사말이 오가는 가운데 뒤통수에 지뢰처럼 걸리는 포인트가 있었다면, 그 말이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말들 중 하나인 셈이다. 왕고래 작가는 이런 말을 ‘미운 말’이라 칭한다. 그 대화의 결은 일관되게도 한 가지 콘셉트를 고수한다. “함부로.” 공격적인 단어가 담겨 있지 않음에도 심각하게 사람의 폐부를 찌른다. “그건 별론데?”라는 말로 상대의 가치관을 지르밟고, ‘너’를 위한다는 듯이 덧붙이는 “이해했느냐”는 말은 들을수록 듣는 이를 무능력한 사람으로 여기게 한다. 《후회 방지 대화 사전》은 무심결에 내뱉게 되는 독한 말들의 민낯을 속속들이 따져본다.
김기태 · 성해나 · 예소연우주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겨울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겨울 2023』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23』에는 2023년 겨울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기태 「보편 교양」, 성해나 「혼모노」, 예소연의 「우리는 계절마다」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2회 문지문학상 후보가 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희우, 조연정, 최선교, 홍성희)은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야 야나기하라우주
한야 야나기하라의 장편소설『리틀 라이프』.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부당함을 넘어서려 했던 남자,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해야 했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한 가닥 희망의 가능성마저 거부하며 생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커밍 업 쇼트』는 신자유주의적 전환이 오늘날 ‘노동 계급 청년들’의 ‘성인기로의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는 사회학 저작이다. ‘선택의 부재’ 상황에 처해 있는 ‘노동 계급 청년’ 100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아울러 산업 노동을 대체한 서비스 경제에서 살아남고자 고투하는 여성과 비백인 청년의 현실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신자유주의가 젠더와 인종의 선을 따라 어떻게 상이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상황에서 보수화된 청년들을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신자유주의 담론을 스스로 재생산하게 되는 주체적 과정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신과 좌절만을 경험한 청년들은 경쟁, 개인주의, 자립이라는 신자유주의의 문화적 각본을 받아들이고는 자립하지 못한 사람들을 배척한다. 또한 ‘무드 경제’의 명령에 붙들려 자아의 성장에 집중하는 탓에 시장과 국가 같은 강력한 제도들이 행사하는 힘을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 이 책은 우리 자신과 타인, 공동체에 대한 이해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불평등에 저항하는 연대를 수립하고 유지하기란 요원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성인이 된 이야기를 감정 관리로 환원하지 않고, ‘우리’라는 감각을 유지한 상태로 불안전 및 상실과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출간 전 전격 영상화 확정! 메스를 든 법의관과 재단사 살인범의 추격 스릴러
《메스를 든 사냥꾼》은 소시오패스 법의관 세현이 연쇄 살인범이 남긴 사체로 그를 뒤쫓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추격 스릴러 소설이다. 사체를 통해 살인범을 밝혀내는 독특한 소재와 더불어 법의관과 경찰,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신선함을 더했다. 《메스를 든 사냥꾼》은 최이도 작가의 첫 장편 소설로, 작가는 경찰행정학을 전공하며 공부한 범죄 전문 지식을 책 속에 녹여내 생생한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섬세한 묘사는 마치 독자들이 진짜 범죄 현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만든다. 생동감 있는 문체와 흡인력을 인정받아 영상화 문의가 쇄도하며 출간 전임에도 이례적으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
공장노동자부터 요양보호사까지 딸이 듣고 기록한 엄마의 육십 인생 고군분투기
62세 엄마 박영선 씨는 말했다. “나는 삶에서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 31세 딸 김은화 씨는 생각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식들 도시락부터 시부모 밥상까지 하루 열 번 상을 차리고, 집 앞의 물류창고에서 여덟 시간 이상을 꼬박 일하고, 주말에는 빨래와 장보기로 바빴던 엄마의 노동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마침 회사도 그만둔 마당에 작정하고 엄마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기로 결심한다. 그 길로 눌러앉아 출판사 ‘딸세포’를 차리고 모녀간의 마라톤 인터뷰를 첫 책으로 내놓는다. 이 책에는 엄마의 과거를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현재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딸은 엄마를 긴 노동으로부터, 폭력적인 아빠로부터 지켜줘야 할 사람으로 여겨 왔다.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니 인간 박영선 씨는 그 스스로 강한 사람이었다. 1972년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2013년 요양보호사로 은퇴하기까지 박영선 씨는 40년간 제 손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으로서 가진 뿌리 깊은 자부심이 있었다. 여기에 가사와 육아, 시부모 돌봄 노동까지 전담해왔다. 그러나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저자는 어머니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당한 이름을 붙여주기로 한다. 바로 남성에게만 부여되던 이름 ‘생계부양자’이자 ‘가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 말이다. 또한 엄마 박영선 씨의 삶을 넘어, 안팎으로 일해왔지만 ‘남성=생계부양자’라는 신화에 가려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들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크 피셔우주
피셔의 2017년작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그가 항상 주목해왔던 장르문화와 인간의 본질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파헤친 독특한 문화 비평서이다. 공포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1부 ‘기이한 것’에 이어 독창성을 드러내는 2부 ‘으스스한 것’을 통해 신체적 공포나 물리적인 끔찍함이 아닌, 서서히 옥죄는 공포와 인간의 운명과 관련한 정서의 으스스함을 설명한다.
Tsing, Anna Lowenhaupt우주
21세기 최전선의 사상가 애나 칭의 대표작 『세계 끝의 버섯』!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인류학의 기념비적인 작품. “우리가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이 책이 필요하다”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붕괴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죽지 않는 존재, 그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버섯’이 안내하는 불안정한 생존과 이상한 신세계
“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인생 자체가 명함인 6070 큰언니들 인터뷰집 일하는 나를 돌보고 자부심을 느끼는 법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창간76주년 경향대상, 텀블벅 1422% 초고속 달성 화제작!
세상이 ‘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하는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고령 여성들의 삶을 일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담은 인터뷰집이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집안일과 바깥일을 오가며 평생을 ‘N잡러’로 살았던 여성들. 이름보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나 불린 여성들에게 명함을 찾아주고자 시작되었다.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은 수십 명의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이들의 삶을 기록했다. 그저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다. 데이터와 통계를 통해 이들의 노동이 저평가된 구조적 맥락을 짚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며 당시 한국의 현대사적 사건들도 살펴본다. 기사 연재 당시는 물론, 소셜 펀딩 1442%를 초고속 달성하며 많은 사랑과 추가 출간 요청을 받았고, 드디어 단행본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기사와 독립출판물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모아 단행본에 맞는 편집 구성과 디자인, 미수록된 사진까지 새로이 선보인다. 굴곡진 현대사, 파도처럼 밀려오는 나쁜 일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삶을 개척해온 멋진 큰언니들에게서 일하는 나를 돌볼 힌트와 자부심을 얻어보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시간의 춤 결국, 서로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경이로운 산책길 박솔뫼 소설의 좋음을 알기에 가장 좋을 신작-로
박솔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미래 산책 연습』은 박솔뫼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이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 지난겨울 갈무리한 원고를 더욱 가다듬어 이를 읽기에 가장 좋을 계절인 지금 독자들에게 내어놓는다. 2009년 장편소설 『을』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솔뫼는 전혀 새로운 서사 감각과 문체를 선보이며, 등장 자체를 한국문학계의 한 ‘사건’으로 만들었다. 올해로 데뷔 13년, 4권의 소설집과 6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사실이 때로는 무색하고 때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매번 자신의 소설세계를 갱신하는 박솔뫼를 ‘젊은 작가의 미래’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낯섦, 전위, 구어체와 비문, 문체와 사유의 리듬감, 일상과 생활. 이는 그간 박솔뫼의 소설을 수식해온 단어이자 그의 소설을 읽어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이 키워드가 하나로 관통하는 바가 있다면, 이 수식들의 요체가 지시하는 곳을 따라간다면, 그 끝엔 ‘자연스러움’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존재할 것이다. 기승전결이 불분명하거나 없는 서사 전개, 어디로 도약할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보폭, 논리가 아닌 사유의 흐름-리듬을 따라가는 문장은 작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성법이자, 생각과 삶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었으리라는 것.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가장 삶을 닮은 방식으로, 가장 호흡에 가까운 리듬으로, 가장 인간적인 보폭으로, 삶의 복잡성과 인간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박솔뫼는 써왔다. 『미래 산책 연습』은 이러한 박솔뫼 소설의 자연스러움을, 그 자연스러움의 좋음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물론 자연스러움이 ‘쉬움’이나 ‘말끔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간 박솔뫼의 소설을 사랑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에게는 그간의 작품보다 한층 친숙하게 쓰인 이 소설로 시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박솔뫼의 소설을 사랑해온 독자라면 친숙해서 낯선 새로운 기쁨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 소설의 제목에서 ‘산책’과 ‘연습’에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전력 질주가 아닌 바로 ‘산책’, 우리는 이 책을 산책의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도 좋겠다. 또한 실전이나 단 한 번이 아닌, ‘연습(練習/演習)’, 따라서 우리는 얼마든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멈추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지금 뻗는 이 가벼운 한 발짝이 시간의 춤으로 이어지는 첫 스텝이 되는 것을, 누군가의 마음으로 가닿는 첫걸음이 되는 것을 함께 목도해주시기를 바란다.
전혜진우주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결한 딸,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 며느리, 어린 자식을 두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 죽은 뒤에야 입을 연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귀신 이야기 뒤에 숨겨진 여성의 삶을 읽다
당신은 귀신을 믿는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도 귀신 이야기에 혹하는 이들은 많다. 영화관에는 매년 공포영화가 걸리고, 인터넷을 휩쓰는 괴담은 복제되고 변형되며 계속해서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언제나 무서운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귀신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호기심을 보인다. 『여성, 귀신이 되다』는 여성 귀신들의 말에 본격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책이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오래된 여성 귀신 이야기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밝힌다. 귀신은 억울함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의 죽음 뒤에는 잔혹한 현실과 사회의 모순이 존재한다. 괴담은 우리가 현실에서 지나쳤던 지점들을 들춰내고,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게 한다. 엄격한 유교 질서 아래 자결하고, 쫓겨나고, 살해당한 과거의 여성들은 생전엔 스스로의 원한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대신 죽어 현실의 속박을 벗어던진 뒤에야 억울함을 호소하고, 복수하고, 신이 된다. 옛이야기 속 여성 귀신의 삶은 곧 현실 여성의 삶이었다. 이 책은 죽은 뒤에야 끈질기게 살아남아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여성들의 삶을 다시 조명한다.
‘약간의 거리’를 두면 나의 인생이 더 행복해진다!
우리가 좇는 행복은 아무리 다가가도 마질 수 없고, 매번 다다를 수 없음에 절망감을 맛보게 한다. 허나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면 100전 100패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내 것이 될 수 없는, 남들이 말하는 ‘행복’에 나 자신을 꿰맞추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소노아야코의 에세이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객관적 행복을 좇느라 지쳐버린 영혼을 위로하는 책으로 ‘나’자신을 속박해온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나답게 사는 삶으로 가볍게 터닝할수록 이끌어준다. 소노 아야코 특유의 쉽고도 가슴에 와닿는 표현 속에는 정말 맞는 말이라 무릎을 치게 만드는 조언들, 어이 없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감히 뒤집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들이 담겨있다.
조앤 디디온우주
‘단단한’ 스타일과 ‘날카로운’ 지성의 작가 디디온 글쓰기의 원형을 만난다
시대를 앞선 스타일로, 영미권에서 ‘통찰력 있는 에세이스트’를 넘어 신화가 된 조앤 디디온. 1968년 출간된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는 그가 취재한 기사와 에세이를 엮은 첫 논픽션으로, “지난 60년간을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에세이 선집”이자 소설처럼 읽히는 뉴저널리즘의 고전으로 꼽힌다. 디디온 스타일의 원형과 정수가 담긴 이 책은 ‘히피’를 비롯해 반문화를 대표하는 인물과 현장들을 탐사하며 1960년대 혁명의 격변기를 거치는 미국의 초상을 그려내는 한편, 자신의 내면과 고향인 새크라멘토 등을 아우르며 미국의 삶과 정신을 묘파해낸다. 오늘날에도 결코 낡지 않은 현재성이 돋보이며 여성의 글쓰기와 에세이의 외연을 확장하는 이 책의 섬세한 문장과 특유의 리듬감을, 마거릿 애트우드, 수전 손택, 패티 스미스 등 수많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김선형 번역가가 노련하게 살려냈다. 또한 디디온에게 글쓰기가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옮긴이 해제」가 디디온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여덟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고, 오랜 시간 ADHD,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와 함께 살아온 여성 과학자가 생물화학, 물리학, 통계학 등 과학을 기반으로 한 지식을 통해 인간 심리와 행동에 관해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책. 무엇보다 이 책은 '행성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하던 다섯 살 여자아이가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던 과학이라는 언어를 만나 공감, 이해, 신뢰와 같은 불가사의한 감정에 가닿는 이야기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며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서 타인과 연결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평생 스스로의 삶을 실험실 삼아 실패한 실험들을 쌓아온 기록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과학책. 스티븐 호킹, 빌 브라이슨 등 수십 년간 뛰어난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왕립학회에서 2020 최고의 과학책 상을 수상했다.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활동가이자, 통계학·사회복지학·법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의 열악한 혐오·차별 문제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전념해온 연구자인 김지혜 교수가 인간 심리에 대한 국내외의 최신 연구, 현장에서 기록한 생생한 사례, 학생들과 꾸준히 진행해온 토론수업과 전문가들의 학술포럼에서의 다양한 논쟁을 버무려 우리 일상에 숨겨진 혐오와 차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차별을 보지 못하고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모든 사람은 가진 조건이 다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 한들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별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날카롭고 다각적인 문제제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부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차별이 지워지거나 공정함으로 둔갑되는 메커니즘을 살핀다. 저자는 차별에 대한 논란들을 차근차근 해부하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인간 심리와 사회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소개하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평등과 차별을 탐구해볼 수 있게 한다. 3부에서는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살핀다. 각종 논쟁과 실험을 풍부하게 제시하며,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한걸음의 대안부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암컷에 대한 선입견을 우아한 분노로 부숴버린다”_《옵서버》 스승인 도킨스를 뛰어넘는 대담한 서사! 암컷과 성, 그리고 진화에 관한 혁명적 안내서
진화론의 바이블 『이기적 유전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며, 진화의 근본적인 차이는 난자와 정자에서 시작된다.” 여성은 조신하고 신중하게 모성으로 알을 품으며,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남성이 진화를 이끈다는 의미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의 제자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자연사 다큐멘터리 제작자 루시 쿡(Lucy Cooke)은 이렇게 묻는다. “그 말, 장담할 수 있습니까. 교수님?” 스승인 도킨스를 뛰어넘는 대담한 서사로 암컷과 성, 진화에 대한 생물학의 혁명을 그리며 학계와 언론의 찬사를 받은 문제작 『암컷들(BITCH)』이 드디어 한국의 독자를 만난다. 암컷의 성과 본성, 그리고 진화의 동력에 관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발견은 지난 두 세기의 가부장적 프레임을 타파하며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다가스카르의 정글과 케냐의 평원, 하와이나 캐나다의 바다 등을 종횡무진 모험하면서, 진화생물학의 최전선을 걷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난다. 바람둥이 암사자, 레즈비언 알바트로스, 폭압의 여왕 미어캣, 여족장 범고래 등 수컷보다 방탕하고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며 무리 위에 군림하는 자연계 암컷들의 진면목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보인다. 무엇이 자연적이고 정상이며 심지어 가능한가? 이 책은 세상에 대한 당신의 기본 전제부터 전복시킬 것이다.
"이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없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한국계 과학자이자 《뉴욕 타임스》 과학 칼럼니스트 캐럴 계숙 윤의 역작 분류학과 진화생물학, 나아가 생명과 과학 자체에 관한 스릴 가득한 이야기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존재하게 만든 책.” 이상희 인류학자, 이정모 관장, 허태임 식물분류학자 추천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가 한국어로 정식 출간되었다. 원제 “Naming Nature”를 보고 반색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화제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의 세계관을 뒤흔든 ‘사건’으로 등장해 숱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 모은 이 책은 200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과학·기술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보스턴 글로브》에서도 추천하는 등으로 출간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역작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 캐럴 계숙 윤은 20년 넘게 《뉴욕 타임스》에 글을 연재한 과학 칼럼니스트이자,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진화생물학자다. 옮긴이의 표현대로 ‘옛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는 동네 할머니처럼’ 과학담을 풀어내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학자이자 저술가인 그가 온갖 생물의 이름과 질서를 연구하는 학문인 분류학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마주하게 된 뜻밖의 사실, 그로 인해 느낀 커다란 충격에서 시작된다. 어릴 적 집 뒤편의 숲속에서 수없이 다채로운 동식물과 어울리며 느꼈던 ‘직관적 감각’과, 인생의 가치관 그 자체였던 ‘엄밀한 과학’의 세계가 치열하게 옥신각신하는 현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역사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초를 잡고 스웨덴의 ‘위대한 신관’ 칼 린나이우스가 기틀을 다진 ‘분류학’이 마침내 찰스 다윈의 뜨거운 진화론을 통과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기술과 학문의 폭발적인 변화로 극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과 스릴이 함께한다. 패러다임은 속속 뒤집혀가고 바야흐로 논쟁의 대미에서는 놀라운 과학적 진실이 드러난다. 인생의 가치관을 이루던 과학의 세계 속에서 문득 놓칠 뻔했던 것을 털어놓는 저자의 고백은 그 가운데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생명의 진화에 얽힌 ‘발견의 역사’를 멋진 스토리텔링과 입담으로 풀어낸 과학자의 빛나는 저술인 동시에, 삶을 통틀어 믿어왔던 진실의 이면을 목격한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더없이 인간적인
“눈을 사로잡는, 아름답게 쓰인 책” − 「워싱턴포스트」
나사 ‘프시케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 린디 엘킨스탠턴이 전하는 질문이 연 세계,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질문은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팔을 뻗어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나사 ‘프시케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 린디 엘킨스탠턴이 전하는 질문이 연 세계,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사이언스뉴스」 선정 ‘올해 최고의 책(2022)’ ★ ★ 한국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 「씨네21」 이다혜 기자 강력 추천! ★
2023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16 프시케’로 무인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지구의 핵과 가까운 금속인 철과 니켈로 구성되어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신비한 물체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하는 ‘프시케 프로젝트’다. ‘행성의 핵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의를 지니는,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은 바로 여성 과학자 린디 엘킨스탠턴이다.
사람들은 여자는 과학자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했고, 그의 연구를, 프로젝트의 성공을 의심했다. 세상이 여성에게 보내는 의심과 뜻하지 않은 기대를 마주할 때, 린디 엘킨스탠턴은 과학이 전하는 힘과 위안을 믿었다. 광대한 우주의 시간은 작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위로했고, 이에 힘입어 그는 더 깊고, 더 큰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정해놓은 한계 밖을 상상했고 지구의 시간을 살피기 위해 드넓은 우주로, 지구 생성의 비밀을 품고 있는 소행성 프시케로 눈을 돌렸다. 그는 스스로 ‘질문의 힘으로 성장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그는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여성 리더로서, 모두가 질문할 수 있는 위계 없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 인류의 지식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프시케 프로젝트는 인류가 발 디딘 지구를 더 깊이 이해하는 위대한 탐험이자, 현실의 규범을 넘어 더 먼 세계로 나아가는 한 개인의 자기 발견의 여정이다. ‘MIT의 여학생’에서 행성과학 분야의 대표자로, 또 갑자기 찾아온 암과 나사 내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견디고 프시케 프로젝트의 리더로 올라선 린디 엘킨스탠턴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우주 저 멀리까지 꿈을 꾸며 눈앞의 세계를 조금씩 바꾸고 확장해 나가는 한 개인의 단단한 삶의 태도를 만나게 된다.
최초로 컴퓨터를 발명해낸 최고의 천재들을 소개한다. 보다 정확히는 '완성되었더라면' 컴퓨터의 시초라 할 법한 '수학 기관'을 고안해내고 오늘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주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비운의(?) 남녀 주인공들 이야기다. 또한 이 숨겨진 이야기에 영감을 얻은 만화가가 그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두 주인공 못지않게 비범하고 창의적인 필치로 구현해낸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전기 중 하나인 <스티브 잡스>를 쓴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 <이노베이터>의 첫 장을 차지하기도 했다. 디지털 혁신을 선도한 창의적 천재들 이야기인 이 책에서 정보공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을 앞질러, 바로 이 두 사람 에이다 러브레이스와 찰스 배비지가 컴퓨터 역사의 서막을 연다.
김빛내리 · 박문정 · 이홍금 · 정희선 · 최영주우주
한국의 여성 과학자 어벤저스 5인 이공계 여자들의 꿈, 연구, 좌절 그리고 희망을 말하다!
한국인 중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김빛내리 교수 등 이 책의 저자들은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들이다. 이 책은 5인의 여성 과학자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어린 시절 적성과 꿈 찾기, 공부하는 과정, 개인적인 고난과 극복, 연구 테마 찾기, 실험의 실패와 성공 등 일과 삶을 자전적으로 담아냈다. 그밖에 이야기 속에서 연구 주제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한편, 각 장의 뒷면에 관련 지식 소개, 진로에 관한 조언도 추가했다.
『과학하는 여자들』은 후배 여성 과학자들에게는 실제 삶과 일에 대한 지혜를, 남성을 포함한 일반 독자에게는 여성 과학자 또는 ‘유리천장을 깨나가는’ 여성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중고생이라면, 여기서 소개되는 여성 과학자를 롤 모델 삼아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크리스퍼 최초 개발자 다우드나 교수가 밝히는 흥미진진한 연구 여정!
미래 담론의 핵심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해 다루는 『크리스퍼가 온다』. 21세기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요한 영예로운 상을 휩쓴 제니퍼 다우드나는 해당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당사자로서, 이 책을 통해 유전자가위의 연구 개발 과정과 그 원리를 상세하고 명쾌하게 밝힌다.
유전자가위란 타깃 유전자만을 정밀하게 조준해서 편집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로서,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가 개발한 유전자가위는 활용도가 높고 가격이 값싸, 의학과 농축산업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 산업적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아울러 그만큼 무분별한 사용의 위험성도 있어 윤리적인 도전도 만만치 않다. 저자는 이러한 양면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며 유전자가위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논의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나탈리아 홀트우주
인간 컴퓨터라 불린 여인들, 194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우주탐사 역사의 뒤편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우주탐사 역사의 이면에서 맹활약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켓 걸스―인간 컴퓨터라 불린 여인들』이 알마에서 출간됐다. 저자인 나탈리아 홀트는 딸의 이름을 짓다가 우연히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팀과 거기에 소속되어 일한 여성 엔지니어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미국 역사의 중추적 순간들을 전에 없던 내부자의 시각으로 보게 해줄”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직접 그 여자들을 찾는다. 이 책은 그렇게 그들 스스로에 의해 복원된 숨겨진 과학기술 역사서이자, 가정과 직장에서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기록한 비망록이다.
이야기는 1940년대에서 시작한다. 신설 연구소인 제트추진연구소, 즉 JPL은 로켓의 속도를 계산하고 궤적을 작성해줄 수학자를 모집했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한 남성들 대신 여성들을 택했다. 그리하여 젊은 여자 엘리트 집단이 탄생했다.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혜리 기자 강력 추천!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주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해서는 ‘별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면 별자리로 운을 점치며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빌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달과 별과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은 스릴이 넘치고 미항공우주국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일지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뉴스들이 오히려 천문학을 딴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_「프롤로그」에서
나무 같은 과학자의 삶과 사랑 그리고 열정!
『랩걸』은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듯이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고난을 헤치고 큰 나무 같은 어엿한 과학자가 된 호프 자런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학자를 꿈꾸던 소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닥친 사회의 높은 벽을 겪으면서도 자연과 과학을 향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연구자의 길을 걸어 한 명의 과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집중한다. 떡갈나무에게는 떡갈나무의 방법이 있고, 칡과 쇠뜨기에게 그들만의 삶이 있다고 다정다감하게 전한다. 또 자신의 아픈 이야기마저 솔직히 털어 놓는다. 조울증과 출산으로 인해 실험실에서 쫓겨났을 때의 절망, 그럼에도 다시 실험실로 향하는 것은 자신이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과 동료와의 신뢰, 아이와의 교감이다. 이 책에 담긴 그녀의 진솔한 자기 성찰과 따스한 시선을 통해 삶과 과학 그리고 식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서가 금지된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화씨 451』. 〈화성 연대기〉와 함께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인간의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에 대한 경고가 담긴 디스토피아적 미래 소설이다. 책이 금지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라져가는 정신문화를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정보만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사람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가까운 미래.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독서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책을 불태우는 것이 직업인 '방화수' 가이 몬태그는 아무런 의문 없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느 날, 생동감 넘치는 옆집 소녀 클라리세를 만나면서 몬태그는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클라리세가 갑자기 실종되고, 몬태그는 변화하기로 결심하는데….
이 소설의 제목인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상징한다. 출간된 지 60년이 넘은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스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면서 독서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멈춘 현재의 젊은 세대에 대한 경고를 전해준다. 또한 개성적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이수연 선생님의 문장 교실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정확히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자꾸 어정쩡하고 어색하게 표현하게 될 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90일 동안 당신의 밤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음악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심금을 울리는 선율 뒤에 숨겨진 반전,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무한한 가능성….
난해한 음악 이론 대신 이야기와 감상에 집중해보세요. 하루 1곡씩 90일 동안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클래식 음악이 찾아갑니다. 음악 감상에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요. 중세부터 현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으로 음악사의 흐름을 따라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 매일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 - 곡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감상 팁’ - 곡의 매력을 가득 담은 ‘추천 음반’
국내 첫 클래식 예능 theLIFE 〈클래식은 왜 그래〉의 용작가가 소개하는 90일간의 쉽고 재밌는 클래식 이야기! * 팟캐스트 〈90일 밤의 클래식〉 절찬리 방송 중!
마침내 당도한 한국 SF의 단단한 미래!
2022년 데뷔작 《다이브》로 독자를 이미 사로잡았고, 2023년 문윤성 SF 문학상과 박지리 문학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단숨에 한국 SF의 기대주로 떠오른 작가 단요의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 수상작!
작가가 요약한 시놉시스를 토대로 작품을 소개하자면, 슈퍼스타 소녀가 기르는 로봇 개가 있고, 그 로봇 개의 인공지능을 슈퍼스타에 맞춰 설계한 설계사가 있다. 설계사의 동생은 쥐를 닮았는데 설계사를 감정적으로 학대한다. 한편 슈퍼스타의 전 애인은 자살한 상태인데 그 죽음에는 로봇 개와 설계사가 얽혀 있다. 각자의 필요와 욕망이 교집합처럼 모여서 이들을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여러 대화가 오가면서 전 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일종의 심리 미스터리’라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지만, 줄거리로 차마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소설이 가끔 있는데 이 소설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초엽 작가의 심사평대로, 매끈하고 탄탄한 문장은 읽는 이들을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사실 설명할 수 없기로는 작품보다 단요 작가 자신이 더 그러하다. 당선작 원고가 680매 정도였는데, 작가의 말을 부탁하니 240매에 달하는 학술 에세이가 당도했다. 네 꼭지 에세이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a. 인공지능의 의식과 사회에 대하여 b. 대규모 언어 모델의 실수에 대하여 c. 윤리와 타산과 인식에 대하여 d. 존재하지 않았던 정신에 대하여
작가가 수상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써도 된다”는 확답을 얻은 듯해 기뻤다고 소감을 밝힌 마당에, 작가가 쓰고 싶어 하는 글을 편집부에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엮고 보니 작가의 의견대로 시의적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곱씹을 수 있었다. ‘도보시오’라는 이름으로 붙은 부록은 하여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 시에는 없었던 글임을 미리 밝힌다.
소설만 읽으셔도 좋다. 부록까지 읽으시면 정말 좋다.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한국 SF의 단단한 미래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게 되실 것이다.
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공지능,?사람들은 그것을 해마라고 불렀다 압도적인 데뷔작?《돌이킬 수 있는》?이후 문목하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특이점을 넘어선 범용 인공지능?‘해마’?이야기. ‘해마’는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가진 여러 개의 인공지능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그릇이자,?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대로 자극과 정보를 기억하고 추론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다.?또한 인간의 손이 닿기 힘든 모든 일을 몸체를 바꿔가며 처리하고,?사람들의 모든 질문에 답한다. ? 하지만 실수로 우주에서 조난을 당한 해마?‘비파’는 수십 년 전 자신이 구조했던 한 여성,?이미정의 삶에 대해 오래?‘생각’하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기자로 일하는 이미정은 젊은이들의 돌연사와 관련해 거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법정 투쟁을 진행 중이고,?해마는 뜻밖에 자신이 중앙에서 받은 해결할 수 없는 임무의 해답이 이미정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찾기 위해 미쳐가는 범용 인공지능 해마와, 끈질기게 기억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인간이 만나 펼치는 치열한 서사!
국내외 총 판매량 300만 부의 밀리언셀러 악마적인 천재 데모닉의 운명을 그린 성장담 ‘룬의 아이들’2부 완전판 출간!
아름다운 세계관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감성으로 한국 판타지를 이끌어온 전민희 작가의 대표작 『룬의 아이들 - 윈터러』(전7권)에 이어 시리즈 2부인 『룬의 아이들 - 데모닉』(전9권)이 엘릭시르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국내 판매량 총 160만 부를 넘은 밀리언셀러다.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중국에 수출되어 국내외 판매량을 합치면 300만 부를 훌쩍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판타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룬의 아이들 - 데모닉』(이하 『데모닉』)은 엄청난 재능과 비참한 운명을 함께 지닌 아르님 가문의 ‘데모닉’ 조슈아가 주인공이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재능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 악마적인 천재 조슈아가 엉뚱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막시민, 활기차지만 섬세한 리체와 함께 겪는 모험과 성장을 그린 작품. 이번에 출간되는 『데모닉』은 작가의 세심한 가필 수정과 내용 보완을 통해 개정한 완전판이다. 추가된 스토리 덕분에 구판보다 한 권 더 늘어난 총 9권으로 출간되었다. ‘룬의 아이들’ 1,2부는 절판된 이후 온라인과 전자책을 통해서만 독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독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와 바람에 힘입어 종이책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2019년 엘릭시르는 1부 『윈터러』 완전판을 내놓아 과거의 감동을 다시 한번 불러왔다. 더불어 11년 만의 신작이자 시리즈 3부에 해당하는 『블러디드』 1권과 2권을 내놓으며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이로써 ‘룬의 아이들’ 1,2부는 모두 완전판의 모습으로 선보이게 되었으며, 새로운 물결의 새로운 이야기만 남겨둔 셈이다. 『블러디드』 3권을 예정으로 후속 권들은 완결이 될 때까지 연이어 출간할 예정이다. 국내 판타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와 도전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검과 마법의 이야기”가 전성기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한국 하이 판타지의 정점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독창적인 설정과 발상에서 비롯된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구축한 작가의 손길은 그것만으로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이와 함께 세계관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것은 캐릭터. 모든 사건과 이야기는 캐릭터로부터 시작하여 진행된다. 어느 한 마을이나 도시가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하는 장르이니만큼 캐릭터의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캐릭터의 생각과 행동에 반응하며 공감하고 이입한다. 캐릭터의 역사가 쌓이면 독자와 세계의 친화도는 높아지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역사는 곧 세계의 역사가 된다. 『윈터러』로 문을 열고 『데모닉』으로 확장한 ‘룬의 아이들’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국내외 판매량 300만 부의 밀리언셀러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청소년부터 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놀랄 만한 성과를 얻었다. 특히 『윈터러』, 『데모닉』은 일본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소설로 기록(2013년 기준, 도쿄 한국문화원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Yahoo Japan 선정 10대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2006)에 이름을 올렸고, 대만에서 애장판 출간 기념 초청 사인회(2007)를 가진 바도 있다. ‘전민희 월드’의 작품 중 두 개의 시리즈는 게임화되어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에도 서비스중인데 그중에서도 〈테일즈 위버〉는 ‘룬의 아이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RPG이다. 원작이 되는 ‘룬의 아이들’과는 독립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공통된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2003년 6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 김철우주
함수형 개발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코드를 작성할까
함수형 프로그래밍은 절차적 프로그래밍,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래밍이다. 따라서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함수형 개발자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까. 이 책은 함수형 프로그래밍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수 효과를 다루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먼저 부수 효과가 있는 함수인 액션과 부수 효과가 없는 계산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둘을 구분한 후에는 부수 효과가 있는 액션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액션을 계산으로 바꾸는 방법에는 어떤 기술이 있는지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일급 함수의 개념을 배우고 고차 함수를 사용하여 반복문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배우면 함수 단위의 코드를 재사용할 수 있고, 테스트하기 쉬워진다. 이러한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어 이론으로 배운 내용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에 사용된 예제 코드는 자바스크립트로 작성되었다. 자바스크립트는 완벽한 함수형 언어는 아니지만, 함수형 언어의 기능이 부족하므로 함수형 사고를 설명하기 좋은 언어다. 부족한 함수형 기능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함수형 개념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현실에 있을 법한 사례를 만들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치 회사의 개발팀이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어 재밌게 빠져들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개발팀에 합류하여 함수형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어떤 사고를 하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설령 함수형 언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없더라도 함수형 사고를 배워둔다면 새로운 사고방식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은 독자는 물론이고, 프로그래밍을 조금 더 간결하고 깔끔하게 하고 싶은 모든 개발자에게 이 책을 소개한다.
대상 독자 ■ 2~5년 정도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는 현업 종사자 ■ 간단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큰 시스템을 다루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개발자
“이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없다. 스즈키 이즈미는 개척자이지만 후계자는 없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소설가, 평론가)
마침내 우리에게 당도한 뜨거운 이름! 영원히 젊은, 여전히 발칙한 여성 SF의 전설 스즈키 이즈미 명작 컬렉션
일본 페미니즘 SF의 선구자 스즈키 이즈미鈴木いづみ의 『여자와 여자의 세상-스즈키 이즈미 프리미엄 컬렉션鈴木いづみプレミアムㆍコレクション』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스즈키 이즈미는 누드모델, 핑크영화 배우, 연극배우, 각본가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소설을 쓴 작가로, 1970년대에 신문, 잡지, 단행본, 영화, 무대, TV 등 거의 모든 미디어 등장,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70년대를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동안은 특이한 개인사로 기억되었으나, 1990년대부터 그의 작품 세계와 문학성이 주목받게 되었고, 일본 분유사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을 출간하며 그의 현대적 가치가 재발견되었다. 2021년과 2023년에는 미국에서도 SF 작품집이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작가 사후 약 40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스즈키 이즈미의 이번 작품집은 SF 명작 단편 7편과 그의 삶과 철학이 담긴 에세이 4편을 엮은 『스즈키 이즈미 프리미엄 컬렉션』(2006)을 번역한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한국 독자들은 스즈키 이즈미 월드에 입성하여, SF 세계의 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혜미 시집 『뜻밖의 바닐라』. 크게 4부로 나뉜 이 시집은 이혜미 시인의 주옥같은 시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간절', '잠든물', '떠나는 나무', '해중림', '별과 병', '불가촉', '생손', '붉고 무른 보석을 받고', '아목', '근린', '알비노' 등 을 수록했다.
코니 윌리스 · 최용준우주
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 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세 번...
믿음의 본질과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성찰한 걸작 SF 아서 클라크 상·영국SF협회상·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존 캠벨 상 수상작 「퀸스 갬빗」 제작자·「체르노빌」, 「브레이킹 배드」 감독 드라마화
인류학자 출신 여성 작가 메리 도리아 러셀의 전설적인 SF 『스패로』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역사상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던 예수회의 무대를 우주로 옮겨서 외계 문명과 접촉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제임스 블리시의 휴고 상 수상작인 『양심의 문제』와 함께 장르 역사에서 ‘종교’와 ‘SF’를 결합한 보기 드문 걸작으로 손꼽힌다. 비극으로 끝나고 만 예수회 신부이자 언어학 박사의 라카트 행성 탐사의 전말이 40여 년의 시차를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스터리처럼 풀려나가는 가운데, 개성적인 캐릭터 사이에서 그려지는 드라마와 이문명과의 접촉에서 벌어지는 오해가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다. 뛰어난 문학성과 인류학적 고찰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아서 클라크 상, 영국SF협회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 존 캠벨 신인상을 수상한 『스패로』는 현재 넷플릭스 「퀸스 갬빗」의 제작자 스콧 프랭크가 HBO 「체르노빌」을 연출한 요한 렌크와 손잡고 드라마화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서 단행본에 걸맞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온 이번 판본에는 출간 20주년 기념 저자 후기와 함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인터뷰와 질문도 수록되어 있다.
나는 다른 많은 SF팬과 마찬가지로, 만약 우주에 지적인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발견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 안에 그 종족이 사는 행성에 도달할 수 있다면? 누가 그 임무를 시도할까? 그런 시도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전문성을 갖춘 국제적인 조직, 임무를 뒷받침할 자금,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가 필요할 것이다. 예수회는 어떨까? 신의 다른 아이들에 대해 알고 또 사랑하려는 예수회 과학자들의 욕구보다 더 강력한 동기가 있을까? 나는 그런 이야기를 직접 쓰기보다는 읽고 싶었지만 대신 써 줄 사람을 찾지 못했고, 어쩌다 보니 의도치 않게 우주로 나간 예수회의 퍼스트 컨택트에 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출간 20주년 기념 후기 중에서
■줄거리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에 머나먼 외계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포착된다. 예수회 신부이자 언어학자인 에밀리오 산도즈는 동료들과 함께 스텔라 마리스 호를 타고, 후에 ‘라카트’로 알려질 행성으로 향한다. 지구의 시간으로 40여 년 뒤, 참혹한 상태로 구출된 산도즈가 귀환하여 마주한 것은 사람들의 동정과 비난, 오해였다. 이윽고 그는 탐사대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청문회에 서게 되는데…….
옥타비아 버틀러우주
SF계 작가들의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생애 마지막 소설 “뱀파이어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냈다.”
대부분의 작가가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잊히지만, 몇몇 작가는 갈수록 더 큰 존경의 대상이 된다. 네뷸러상과 휴고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은 ‘그랜드 데임’ 옥타비아 버틀러가 그렇다. 특히 한국에서는 SF와 문학, 그리고 페미니즘이 만나는 길목 어딘가에서 그녀의 작품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이 책은 ‘SF문학의 대가’ 옥타비아 버틀러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로서, 뱀파이어 이야기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듣는 작품이다. 외견상 소녀로 보이는 53세의 흑인 뱀파이어 주인공이 치명적인 기억상실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정체를 강인하게 찾아 나간다는 이야기다. 옥타비아 버틀러 특유의 흥미진진한 플롯과 속도감 있는 필치 아래, 젠더와 인종, 섹스, 중독 등의 문제가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거침없이 다뤄진다. 뱀파이어 판타지라는 설정을 빌려 그녀 말년의 실험적 비전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국내 초역으로, 한국에 네 번째로 소개되는 버틀러의 책이다.
“세상에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을 외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저도 그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장르의 새 지평을 여는 괴물 같은 작가 이두온 숨 막히게 압도적인 러브 서스펜스의 등장!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찬사와 함께 미야베 미유키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힌 작가 이두온의 세번째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가 출간되었다. 2016년 독자들 앞에 선 이래 강렬하고 아름다운 작품세계를 펼쳐온 이두온은 이번 신작에서 비교할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강력한 캐릭터와 압도적인 서사로 풀어내며 우리 문학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줄거리 소개만으로 서평단 모집 하루 만에 50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출간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는가 하면, 이들로부터 ‘새벽까지 끊지 못해서 다 읽어나갔다’ ‘마치 서스펜스 영화 한편을 몰입해서 본 기분이다’ 등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마을회관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범죄 사랑 앞에서는 그 누구도 제정신일 수 없다 엄마가 사라졌다. ‘요양 중이니 당분간 찾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만 남겨두고. 평소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엄마의 습관과는 다르게 문자에는 선명한 마침표가 찍혀 있다. 몇달 전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와 고시원 생활을 하던 지민은 문자 속 마침표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집은 비어 있고, 냉장고 속 우유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있다. 각종 고지서로 가득한 우편함에서 지민은 장애심사 결정 명세서와 환급금 통지서 등을 발견한다. 엄마가 병에 걸렸다.
지민은 엄마 염보라가 꾸준히 다니던 수영장에 등록해 보라를 기다린다. 그러나 날이 지나도 보라는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민은 접수처에 몰래 잠입해 회원명단에서 보라의 이름을 찾기에 이른다. 그러나 몇달 전을 마지막으로 염보라의 기록은 끊어져 있었다. 그렇게 엄마를 찾던 중 계속해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온다. 수영강사를 위해 떡값을 모으고 있으니 보태라는 연락이었다. 문자와 전화에 응하지 않자 끝내는 중년 여자가 지민을 찾아온다. 여자는 염보라의 불륜 상대 오진홍의 부인 허인회다. 팔년 전 허인회는 오진홍과 염보라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 아직 학생이던 지민을 납치한 일이 있었다. 지민은 언제고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재회하게 될 줄은 몰라 당황했고 허인회 역시 지민을 알아보고는 황급히 도망간다.
한편 허인회는 수영강사 조우경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떡값을 걷는다. 허인회는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은 조우경에게 반해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허인회가 비뚤어진 사랑의 마음으로 조우경의 뒤를 캤다면 지민은 엄마가 조우경과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는 한 수영장 회원의 말을 듣고 조우경의 과거 행적을 조사한다. 그러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조우경은 복지회관이 위치한 연오시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심지어 수영을 꾸준히 해왔던 것도 아니다. 다니던 IT회사를 그만두고 돌연 멕시코의 칸쿤으로 훌쩍 떠나 다이빙 강사 일을 하던 그는, 그곳에서 벌어진 신혼부부 다이빙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귀국해 연오시에 정착한다. 수영장의 수상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수영장에는 유독 텃세를 부리는 늙은 여자들이 많다. 퇴근하지 않고 늦게까지 수영장에 머무는 조우경을 감시하던 지민은, 어두운 밤 여자들이 ‘오름교회’라고 쓰인 승합차를 타고 와 수영장으로 향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제는 오름교회의 흔적을 따라 엄마를 찾던 지민은, 오름교회가 휴거를 주장하며 사람들을 모아 다단계사업까지 하던 사이비종교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는데…… 과연 아픈 엄마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우주
지금이야말로 팁트리를 읽어야 할 때다!
‘SF의 페미니즘적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한 작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주요 작품들을 담은 중단편선집『체체파리의 비법』. 다양한 사유실험으로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저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표제작 《체체파리 비법》을 포함해 모두 7개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펄프 픽션의 외형을 취하면서도 성(젠더), 자아, 환경, 인간성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저자가 앨리스 셸던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라쿠나 셸던의 세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며 가장 왕성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던 시기인 1969년부터 1980년까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우주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미래 예언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표한 장편소설 『시녀 이야기』. 2017년 미국 Hulu 채널을 통해 《핸드메이즈 테일》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새롭게 선보이며 또다시 주목받은 작품으로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본다는 설정으로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일약 화제 작가로 급부상시켰다. 출간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에 와서는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21세기 중반, 전지구적인 전쟁과 환경오염, 각종 성 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다. 이때를 틈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가 일어나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한다. 특히 여성들을 여러 계급으로 분류하여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는데, 이에 평화롭게 살던 여인 오프브레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되어 삼엄한 감시 속에 그의 아이를 수태하도록 강요받는데…….
옥타비아 버틀러우주
『킨』은 흑인, 그리고 여성. SF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작가이자,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작가로 손꼽히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대표작이자 최고 성공작이다. 1976년 6월 9일은 다나의 생일이었다. 약혼자 케빈과 동거를 시작한 다나는 짐 정리로 분주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몸을 일으킨 곳은 1815년 메릴랜드 주의 숲 속이었다. 그곳에서 호수에 빠진 한 소년을 발견해 구해낸 다나는 몇 분 뒤 다시 1970년대로 돌아온다. 당황하는 것도 우왕좌왕하는 것도 잠시였을 뿐, 이내 또 과거로 끌려간다.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일이 당연시되던 시대, 1815년. 언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나는 한 명의, 혹은 한 마리의 노예로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과거의 세상에서 만난 소년(루퍼스)이 자신의 조상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정세랑 스타일의 기원!
데뷔 10주년을 맞은 정세랑의 첫 SF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저자가 쓴 거의 모든 SF 단편을 모은 것으로, 지금 이곳,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관한 경고를 담은 8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대학 때 모든 여성 회원이 탈주한 동아리에 남겨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11분의 1》, 거대한 지렁이들이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이야기를 짧게 여러 번 써서 합친 《리셋》,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을 읽고 영향을 받은 《7교시》 등의 작품을 통해 언제든 부담 없이 들러서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감정이 죽어 버렸다고 생각한 세계에 나직하게 울리는 사랑의 전조!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여섯 번째 작품 『해가 지는 곳으로』. 데뷔 이래 특유의 박력 있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꾸준히 그려내며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최진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저자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포칼립스 소설로, 재앙의 한복판에서도 꺼지지 않는 두 여자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는다. 감염된 사람들은 삽시간에 죽어 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끝 모르는 여정을 떠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생 미소를 지키며 맨몸으로 러시아를 걸어 온 도리는 밤을 보내기 위해 머물던 어느 마을에서 일가친척과 함께 탑차를 타고 세계를 떠돌던 지나와 만나게 되는데…….
초토화된 대륙.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잿빛이 난무한 이곳에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지구는 새로운 꽃을 피운다. SF 아포칼립스 『무너진 다리』
“인간은 은하야. 구성된 물질은 서로 떨어져 있는 듯 하지만 결국 다 하나의 항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거지”
국내 SF작품을 꾸준히 출간하는 그래비티북스가 내놓는 여덟 번째 GF시리즈. ‘국내 SF 아포칼립스의 정석’이란 타이틀을 붙여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 는 곧 ‘현실’이 되어 다가올 2090년을 배경으로, 전 세계를 향해 펼쳐지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아포칼립스 장편소설이다.
2091년 제 2의 지구인 ‘가이아’로 가기 위해 쏘았던 핵엔진 로켓이 아메리카 대륙에 떨어지며 지구 절반이 사라지고 만다. 인간은 방사능으로 다가가지 못하자, 공업용 안드로이드 800대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보내 대륙을 청소하도록 시킨다. 하지만 그곳에 갔던 안드로이드의 이상한 진화가 시작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뇌만 삽입해 안드로이드로 깨어난 한국인 우주비행사 ‘아인’이 아메리카대륙으로 향한다.
신인작가 천선란은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이성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순간이 가능해질까?’라는 물음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 작가는 빛과 활기가 사라진, 정적과 어둠만이 전부인 지구의 끝에 과연 희망은 있는지, 멸망 이후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서로 어떤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지를 장장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차분하고도 담백하게 풀어냈다. 지구 멸망이라는 비극과, 그 끝에서 마주하는 시작이라는 희망. 이 사이를 넘나드는 천선란 작가의 독특한 서술방식은 이 작품의 섬세함을 더욱 빛나게 한다.
한국 SF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초기 걸작 10편을 드디어 다시 만난다!
오래도록 한국의 SF에는 김보영이 빛나고 있었다
2010년 김보영의 소설집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가 처음 나왔을 때, 소설가 박민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여왕의 등극이다. 김보영의 작품들이 언젠가 한국 SF의 ‘종의 기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김보영은 한국 SF 작가로서는 최초로 미국 최대 출판사 하퍼 콜린스에서 영문 단편집을 출간했고, 또 다른 영문 단편집으로는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를 두고 여러 SF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국 SF 사에서 전설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고, 그 예언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두 책은 안타깝게도 절판되어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 반갑게도 수록작 중 〈미래로 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몇 편이 재출간되어 독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의미에서 “한국 SF의 기원”으로 일컬어질 작품들을 독자들이 쉽게 만나보기 어렵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2년 만에 복간되는 김보영 소설집 《다섯 번째 감각》에는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 중 따로 출간된 〈미래로 가는 사람들〉 연작과, 후속편을 집필해 장편으로 준비 중인 〈종의 기원〉 연작, 그래픽 노블로 나오게 될 〈진화신화〉, 그리고 《얼마나 닮았는가》에 수록된 〈0과 1 사이〉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수록되었다. 데뷔작이자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대상을 받은 〈촉각의 경험〉에서부터 한국 SF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될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까지, 오래도록 한국의 SF에서 빛나고 있었던 김보영의 초기 걸작들을 다시 만나보자.
듀나가 펼치는 지적 향유의 결정판!
현실과 이상이 결합하는 낯선 행성, 견고한 일상의 궤도에 틈입하는 새로운 소설 시리즈 「FoP(포비든 플래닛)」. 낯선 미래에서의 놀라운 사고실험과 치밀한 전개로 ‘듀나 월드’라는 독창적 스타일을 탄생시킨 듀나의 소설집 『두 번째 유모』. 태양계 끝자락의 새로운 인류와 그들을 지키는 이상한 유모, 역사를 거슬러 올라 신을 탄생시키려는 시간여행자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우주전, 인류 마지막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설가 아빠와의 소송전까지 숨 막히는 서사 속에 경이로운 과학적 상상력이 정교하게 결합된 7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2019 베스트 SF 1위’(『SF가 읽고 싶어!』 선정)에 오른 일본 SF 최고의 화제작.
사랑과 우정을 담아낸 서정적인 이야기들 속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감성 SF『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정식 출간 이전에 이미 중쇄가 결정되고 출간 2주 만에 5쇄라는 기록을 세운, 2019년 일본 SF 최고의 화제작이다. 평행세계, 인격이식, 싱귤래리티, 대체 역사, 신칸센 저속화 현상 등 SF만의 독특한 설정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탄탄하게 엮이며 고른 완성도를 갖춘 역작들을 선보인다.
“찌는 듯한 더위에 잠이 깨, 커튼을 열고 창밖으로 눈 풍경을 바라보았다”라는 이상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표제작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은 ‘무한대의 현실’에서 마음에 드는 현실을 선택하여 넘나들 수 있는 세계를 무대로, 평범하지만 특별한 소녀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아침이면 폭설이 내리는 세계로, 설교가 시작될 것 같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게임을 할 수 있는 세계로, 무한한 평행세계를 매끄럽게 넘나들 수 있는 세계라면 인간관계의 갈등은 제로에 가깝게 줄어들 것이고, 누군가에게 상처 줄 일도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평화롭고 ‘매끄러운 세계’인 것이다.
여고생 하즈키는 불의의 사고로 이 세계의 ‘적’이 된 친구 마코토를 위해, 자신이 매끄럽게 살아가고 있던 그 세계의 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매끄러운 세계’는 그 누구도 상처주지 않을 수 있는 부드러운 세계인 한편 그 세계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절대 고독으로 내몰 수 있는 잔인한 세계이므로, 마코토에게 내미는 하즈키의 손은 고독한 세계로의 자발적인 연대를 뜻한다.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가 다른 세계에서 온 누군가로 교체되는 건 아닐까, 나를 버리고 다른 내가 있는 세계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야 하리라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한 소녀는 다른 소녀를 향해 손을 내민다.
최고의 과학소설 작가 테드 창의 단편 소설 작품집!
과학소설 작가 테드 창의 SF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소설집이다.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철학적 사유를 선사하는 이 책은 기막힌 상상력을 품고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는 여덟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천상의 시작점으로 이어지는 탑을 건설하는 고대 바빌로니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바빌론의 탑’, 언어학자인 한 여성에게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외계인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량 생산된 골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흔두 글자’, 수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된 수학자 이야기 ‘영으로 나누면’ 등 테드 창의 이야기들은 지적으로 도전적이고 대담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제9권, 시간여행 SF 비밀 걸작! 영화에 놀라고, 원작에 다시 한번 놀라고.
전 세계 최초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간행!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59편 완역! 수록작 59편 중 국내 초역 40편!
SF 3대 거장의 한 사람이자 SF의 장르적 틀과 깊이를 닦은 미스터 SF, 최고의 SF 작가에게 수여하는 공로상인 ‘그랜드 마스터상’ 제1대 수상자 로버트 A. 하인라인의 59편 중단편을 모두 모은 중단편 전집 여덟 번째 권.
지난해 일본에서 하인라인의 소설 《여름으로 가는 문》이 영화화되어 개봉하기도 했지만,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스타쉽 트루퍼스〉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다. 하지만 마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은 아무래도 시간여행 영화의 걸작 〈타임 패러독스〉(2014)라 하겠다. 영화적 만듦새도 훌륭했지만, 원작 〈너희 모든 좀비는〉을 읽으면 영화의 숱한 반전처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이게 1959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인라인은 미국 최고의 SF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SF 작가이다.” - 스티븐 킹
“하인라인만큼 자주, 그리고 그 정도로 나를 흥분시킨 작가는 없다.” - 딘 쿤츠
에밀 졸라우주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본성!
에밀 졸라의 소설 『인간 짐승』.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이 소설은 유전과 환경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낱낱이 해부해 객관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된 ‘루공마카르’ 총서 스무 권 가운데 열일곱 번째 작품이다. 에밀 졸라가 ‘루공마카르’ 총서에 대한 열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저술한 이 작품은 당대의 짐승스러움에 대한 분노와 경멸을 담아 짐승스러움의 연원을 관찰과 해부를 통해 들추고 그에 근거해 인간다움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르아브르 역의 부역장 루보는 열다섯 살 어린 아내 세브린이 그녀의 후견인인 전직 법원장 그랑모랭의 성 노리개였음을 알고 세브린과 함께 그랑모랭을 살해한다. 열차 창밖으로 그랑모랭의 시신이 내던져지는 장면을 목격한 기관사 자크 랑티에는 성욕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살해의 욕구, 피의 충동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랑모랭 사건의 피의자로 예심판사에게 불려갔던 일을 계기로 세브린과 자크는 연인 사이가 되고, 어릴 적부터 자크를 먼발치에서 흠모해온 야성녀 플로르는 연적 세브린을 죽이기 위해 대학살의 계획을 세운다. 세브린은 자기 인생의 걸림돌로 전락한 노름꾼 남편 루보를 죽일 계획에 집착하며, 자크는 연인 세브린을 욕망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내재된 짐승의 살해 본능에 끊임없이 압도당하며 처절하게 몸부림치는데…….
『나귀 가죽』.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19세기 전반 격변하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당대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상의 요소를 가미해 욕망과 모순되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그리고 동양적인 판타지의 고리로 ‘풍속 연구’와 ‘철학 연구’를 잇는 역할을 한다.
1830년 10월의 어느 날 오후, 20대 후반의 젊은 귀족 라파엘은 유일하게 남아 있던 금화를 도박장에서 잃고 자살을 결심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골동품상 노인에게서 신기한 힘을 발휘하는 나귀 가죽 한 조각을 받는다. 가죽을 이용해 부자가 되지만 소원이 이루어질 때마다 가죽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그는 가죽이 줄어들지 않도록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데······
중요한 상징물인 나귀 가죽은 이른바 ‘생의 에너지’를 구현한 것으로, 발자크는 줄곧 이 생의 에너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금전욕과 명예욕, 성욕과 갖가지 탐욕 등 삶에 대한 욕망이 삶을 파괴시킨다는 역설이 담겨 있으며,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욕망을 잘 다스려 생의 에너지를 지혜롭게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여자 그리고 죽음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고전 작품 속 파괴적인 사랑을 파헤친다!
시선 총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기획이다. 그 세 번째 기획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는 공연 현장에서 취재와 비평을 병행해온 저자가 주로 공연 무대에서 활발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작품들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읽은 책이다.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 사랑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결국 이 책에서 내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질문과 이어지는데,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사랑이 그토록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열다섯 편을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어보았다. 고전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도 언급한 책 《여성, 신체, 공간, 폭력》에서 영화 〈별들의 고향〉을 ‘(대중문화에서) 죽는 여자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 된 작품이라고 쓰며 생략한 질문인 “‘죽은 여자의 시대’는 어디서 기원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한편 이 고전 속 죽음들은 영화와 연극, 오페라와 발레 등으로 현대의 창작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창작되며 재현되는 ‘죽음의 무한순환’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하진 작가의 《마지막 증명》이 안전가옥 쇼-트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마지막 증명》은 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 가작이었던 〈마지막 선물〉을 경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천체물리학자 백영과 양서아가 지구 전체의 재앙을 초래한 ‘대파멸’로부터 서로를 구하고자 애쓰는 SF 로맨스 소설이다. 대파멸로 인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한 선택을 함으로써 ‘마음만은 끝내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마지막 증명》은 모두가 사랑을 외치지만 사랑이 희소해진 시대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위대한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대표 중단편!
독일이 낳은 위대한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소설집 『미하엘 콜하스』. 오늘의 관점에서 고전을 재평가하여 꼭 읽어야 하는 세계문학 작품들을 선보이는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의 열네 번째 책이다. 동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독일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대표 중단편 여덟 편을 완역하여 묶었다. 작가 특유의 문체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문단 구분, 간접화법과 직접화법 등을 충실히 옮겼다.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의 전형을 보여주는 표제작 《미하엘 콜하스》는 당시 프로이센의 경제 및 사법 개혁이라는 시대적 현안을 다룬다. 여성의 자아 정체성 확립과 자립적 행동을 통해 당시 절대적이었던 부권을 비판한 《O. 후작 부인》, 집단광기에 맞서는 영웅적 인물을 그려낸 《칠레의 지진》, 인종과 여성문제에 대한 천착을 보여주는 《싼또도밍고 섬의 약혼》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1940년에 나온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Il deserto dei tartari』은 총 3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군사학교를 막 졸업한 조반니 드로고가 ‘타타르인의 사막’이라 불리는 넓은 평원을 마주한 북부 국경지대의 바스티아니 요새로 파견되어, 평생에 걸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가상의 적군을 기다리며 펼치는 이야기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군대의 일상과 드넓게 펼쳐진 황량한 사막, 그 경계지대에서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 이유는 오직 지평선 너머에서 여기로 언젠가 진군해올 적뿐이다. 이 불확실한 기다림과 반복되는 군대생활 사이에서 천천히 늙고 병들어가는 드로고는, 마침내 적이 왔을 때 새 병사들로부터 요새에서 쫓겨나, 어느 무명의 여관에서 인생 최후의 적 죽음을 맞는다. 삶과 죽음, 인간 실존의 문제에 관한 기막힌 알레고리가 명징하고 생생한 문체로 드러난 명작.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데이비드 린, 루키노 비스콘티 영화 거장들을 유혹한 소설인데, 모두 영화화를 유보하다, 1976년 발레리오 주를리니 감독이 시나리오로 각색해 영화화했고, 음악을 엔리오 모리코네가 맡아 더 유명해졌다. 르몽드 선정 ‘20세기 책 100선’.
소비에트 유토피아 문학의 정수!
20세기 러시아 산문의 대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대표작 『체벤구르』. 50년 만에 부활한 정통 세계문학 시리즈 「을유세계문학전집」의 57번째 책이다. 플라토노프 창작의 백과사전이라 불릴 정도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의식들이 실험적으로 드러난 이 작품은 장편이지만 파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노동자들과 농민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자들이 어떻게 혁명을 받아들이고 공산주의 이념을 실현하는지를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플라토노프는 공산주의를 사랑했던 프롤레타리아 작가였지만, 새롭게 나타난 현실 공산주의의 관료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풍자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이 작품에는 그 모순된 관계가 잘 드러나 있으며, 서정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프롤레타리아들이 나름대로 혁명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건설해 가는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이야기한다.
관계에서 거듭 밀려나 점점 사라져가는 자의 실존 카프카 문학의 정수가 담긴 첫 장편소설
“이 책의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영원히 소속감이라는 바위를 헛되이 굴리는 현대의 시시포스다.” _알베르 카뮈
『소송』 『성』과 더불어 ‘고독’ 삼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는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로, 미완성작으로 남았으나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브로트가 1927년부터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펴냈으나, 1983년 독일에서 발간된 비평판 이후 카프카가 일기에 쓴 원제대로 ‘실종자’로 바뀌었다. 잘못을 저질러 고향에서 쫓겨나 뉴욕에 오게 된 한 청년이 고도의 기술문명과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 사회에서 겪는 소외와 상실, 고독의 문제를 첨예하게 짚어낸다. 이 소설의 첫 장 「화부」는 카프카 생전 1913년 단행본으로 발표되어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폰타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산업혁명 이후 역동적인 삶을 심도 있게 그려낸 명작 제인 오스틴의 계보를 잇는 탁월한 이야기꾼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사회소설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북과 남』(1855)은 “『오만과 편견』의 산업적”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영국 남부 시골과 북부 도시의 선명한 대비 속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노사갈등 같은 당시 사회상을 생생히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남부 출신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 마거릿 헤일과 자수성가한 만큼 자부심이 강한 공장주 존 손턴이 서로 대립하고 오해를 겪은 끝에 이해와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를 모델로 한 가상의 공업도시 밀턴을 주요 무대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며 여러 계층의 삶을 세심히 들여다본 사회소설이자, 공장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룬 산업소설이며, 주인공 마거릿이 시련과 아픔을 겪어내며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로 서기까지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성장소설이다.
★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 2009년 가디언 선정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 소설 1000권 ★ 1966·1975·2004 BBC 드라마 〈북과 남〉 원작 소설
20세기의 지성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영원한 신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
1942년 『이방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카뮈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젊은 무명작가에 불과했다. 낯선 인물과 독창적인 형식으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 이방인처럼 나타난 이 소설은 출간 이후 한순간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는 걸작이 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을 겪으며 정신적인 공허를 경험한 당대 독자들에게 카뮈는,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린 이 작품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 사이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민음사에서는 불문학 최고의 번역자 김화영 교수가 이십 여년 만에 원문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오늘의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한 언어로 “새로 번역하다시피 대폭 수정”한 원고를 ‘세계문학전집’ 266번으로 출간함으로써 『이방인』이 독자들에게 보다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진실 게임 속 승자는 누구인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제112권 『마법사』 상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표적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로 영국 최고의 소설가가 된 존 파울즈의 10여 년간의 창작과 10여 년간의 개작을 거쳐 완성한 대작이다. 영국 중산층의 전형적 젊은이 '니컬라스 어프'가 낭만과 환상을 좇아 가게 된 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겪는 신비롭고 기이한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저자 특유의 혁신적 문체뿐 아니라, 걸출한 상상력을 통해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현실 속에 진실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채 끝없이 환상의 세계 속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니컬라스 어프'를 통해 현대인이 지닌 존재론적 아픔인 '자기소외'와 '자기기만'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주나 반스우주
오직 사랑으로, 심장 하나로 삶에 매달려 쓴 시적 서사!
오늘날 퀴어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모더니스트 주나 반스의 소설 『나이트우드』. 미국인 조각가 셀마 우드와 9년간 격렬한 사랑을 한 저자가 자신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그녀와의 결별 후 집필한 작품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선구적 위상을 갖게 된 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Djuna’를 필명으로 써온 작가 듀나의 발문과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윤조원 교수의 해설을 더했다.
이 작품의 출판은 쉽지 않았는데, 1936년 영국 출판사 페이버 앤드 페이버에서 T. S. 엘리엇의 편집으로 출간됐다. 편집자로서 엘리엇은 당대의 검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출판할 수 있는 레즈비언 소설이 되도록 일부 단어 단위에서부터 세 페이지에 이르는 단락들 단위까지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60년 동안 엘리엇이 당대 기준에 맞추어 편집한 판본으로 읽혔던 이 작품은 1995년에 이르러서야 연구자 셰릴 J. 플럼이 복원한 판본으로 출간 되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복원된 판본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소년의 몸을 지닌 소녀’ 같은 로빈 보트를 중심으로 그와의 관계에서 파탄을 맞는 인물들인 남편 펠릭스 남작과 아들 기도, 로빈을 갈망한 노라 플러드와 제니 페더브리지 그리고 여장을 즐기는 무면허 산부인과의 매슈 오코너의 이야기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중심인물인 로빈은 여성성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고, 나아가 특정한 대상을 향한 애착 관계를 이상화하는 사랑의 관념과 감각적·정서적 쾌락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청춘의 한 시기를 통과 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1948년 서른아홉의 나이로 요절하여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남긴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을 통해 현대 사회를 예리한 고발하고 있다. 함께 실린 '직소'에서는 유다의 인간적인 측면을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로이 조명하고 있다.
통렬한 사회비평으로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사정없이 흔드는, 캐나다의 젊은 철학자 앤드류 포터. 전작 『혁명을 팝니다』에서 저항의 상징 ‘반문화’의 이면을 들춰낸 데 이어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에서 이 시대 최후의 보루 ‘진정성’의 민낯을 드러내다.
듀나 · 김지현(아밀) · 이산화 · 이서영 · 이유리우주
더없이 놀라운 S, 끝없이 새로운 F 무한하게 펼쳐지는 S-F의 세계
독자의 환상적인 사유를 자극하는 특별 기획, 『SF 보다-Vol. 2 벽』이 출간되었다. 한국 SF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문학과지성사는 〈SF 보다〉를 통해 문학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혀나가고자 한다.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눈부신 상상력을 가득 담은 이 시리즈는 테마와 다각도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와 여섯 편 이상의 단편소설, 장르 전반을 아우르는 크리티크로 구성되며,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1년에 두 권 출간된다. SF 스토리텔링의 선두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 문지혁, SF를 향한 애정으로 국내외 작품들을 누구보다 꼼꼼하게 읽고 쓰는 SF 평론가 심완선이 〈SF 보다〉의 기획위원으로 함께한다. 『SF 보다-Vol. 2 벽』에는 ‘벽’을 테마로 한 듀나의 「아레나」, 아밀의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이산화의 「깡총」, 이서영의 「월담하려다 접천」, 이유리의 「무너뜨리기」, 정보라의 「무르무란」 총 6편의 단편소설이 묶였다. 또한 시작과 끝에 붙은 하이퍼-링크와 크리티크는 제재와 장르에 대한 통찰을 더함으로써 독자의 사고를 너르게 확장한다. SF 쓰기가 인간과 물질과 시공간을 둘러싼 미지의 잠재성을 실현시키는 일이라면, SF 읽기는 그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을 경험하는 일이다. Science, Space, Speculative, Society 등의 수많은 ‘S(story)’와 Fiction, Fantasy, Fabulation, Future 등의 다채로운 ‘F(frame)’가 열어 보이는 〈SF 보다〉의 독서 공간에서 독자는 ‘낯선’ 경험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너는 세계에서 만난 것 중 가장 참혹하지만 가장 다정한 현상”
봄날의책에서 한영원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표제작인 「코다크롬」의 문장처럼, “채도가 높고 쨍한 색 온 세상의 빛을 가져다 쓴” 모습으로. 한영원의 시편들은 너와 내가 감각할 수 있는 수많은 빛과 그림자의 현상들로 가득하다. ‘코다크롬’은 1935년에 개발되고 2009년에 단종된 아날로그 필름을 일컫는데, 그 색과 톤의 재현력이 실로 놀라웠으므로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폴 사이먼이 같은 제목의 찬가를 만들어 기릴 정도였다. 그 필름의 특징은 쨍쨍한 콘트라스트다. 밝고 어두운 부분의 극명한 대비. 이는 한영원의 시편들과 꼭 맞춤한다. ‘나’와, 그리고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너’들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속에서 그 드넓은 자장 안에서, 시인은 “우리 사이에 수백 개의 연결고리”(「하멜른의 아이들」)들을 감각하며 사유한다. “젊거나 늙어 있”는 “양면의 세계”(「코다크롬」) 속 감정과 표현의 낙차 큰 이미지들을 드러낸다. 아울러 그의 시편들은 단종된 아날로그 필름 이미지들 이후, 잔존하는 빛을 담아내는데, 생생한 색감 이후에 남은 빛의 미래를 어쩌면 종말로, 하지만 “종말을 다른 세계로의 입구”(「코다크롬」)라고 의식하면서 한영원은 독특한 미래감을 형상화한다. 더 나은 방향을 포기하지 않고 다정함을 잃지 않으며 사랑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품는다.
패러독스 빛, 이채로운 이름들의 세계 “그러므로 너는 혼자 집필되지 않는다”
「코다크롬」에서 타자는 무수히 이채로운 이름들로 등장한다. 유예, 하나, 애수, 잔느, 이세벨, 마치, 이치로 이치고, 람다, 이치로, 이리……. 그들은 저마다 풍성하고 독특한 이미지와 감정을 품고 있는데, 가령 「유예와 나」에서 ‘유예’는 방향성 없이 부유하는 타자이다. 엘리베이터 안 군중 속에서 마주친 유예는 도착해도 내리지 않고, 그를 보는 ‘나’의 시선은 무심하듯 멀뚱멀뚱하다. 시 「마치」에서 서술되는 ‘마치’는 경기에서 매번 지는 사람이다. “삶은 오늘 이긴 애가 계속 이기는 게임이야”라고 주억거린다. 그를 무기력하고 의기소침한 슬픔 속에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텐데, 반면 「람다 세계」 속 ‘람다’의 슬픔은 좀 다르다. “슬픔에 어떤 이유도 없음은 정당”하다는 발화에서 엿볼 수 있듯, 람다의 슬픔은 어떤 그윽하고 근원 없는 슬픔을 표상한다. 또한 시 「진세이 이치로」의 인물 ‘이치로 이치고’는 담담하다. “도끼와 칼을 만드는 혈거인”을 자신의 본질이라고 느끼며, 무뚝뚝하고 건조하게 “비-인생”을 표방한다. 「밤의 하이웨이」에서 이세벨은 고통 속에 울부짖는 동적 에너지 속에서 “밤의 하이웨이를 끊임없이 달리는 상상을” 한다. 이렇듯 「코다크롬」의 시편들 속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들이 혼재하며,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저마다의 생명성으로 꿈틀거린다. 「비데오엠」에 등장하는 ‘이리’는 “전후 세대”이므로 인간으로 서술되지만, 시를 읽어 내려갈수록 그것은 동물인 ‘이리’가 되기도 하고 이윽고 “조립”되는 무생물의 범주로까지 변신하다가, 종국에는 “흘러내려 알 수 없는 외국의 단어” 혹은 “산란하게 흩어”지는 존재가 된다. 그 타자들의 놀라운 양면성과 진폭이 한영원의 시를 함축할 테지만, 아울러, 선우은실의 해설처럼, 마주한 타자들은 어쩌면 ‘나’의 파편일 수도 있다. “한영원의 시에는 수많은 자기의 부분들과 마주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것은 때로 감정(슬픔)이고 때론 상태(죽음)이며 혹은 인식(세계)이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역설의 세계이다. 시편들은 “이기고 싶다는 마음과 지고 싶다는 마음이 구별되지 않”(「굿바이」)는 상태를 동시에 품고, “사람처럼 보이게도 하고 신처럼 보이게도”(「유예와 나」) 한다. 어떤 울퉁불퉁함이 한 세계 혹은 이름들 속에서 좌충우돌하므로 모순과 역설의 힘은 시의 배면에서 창발한다.
미래감, 꿈의 동굴 “암실 밖은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 수 없는 영원이 감돌고 있다”
이 시집의 독특한 정조는 어쩌면 미래감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코다크롬」에는 유독 미래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인류 최후의 항해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인식에서 드러나듯 그 미래는 “별다른 것 없어 슬”(「아게하」)프다. 사랑하는 미래라는 것이 어떻게든 가고 있다는 그 속수무책과 묵시록적인 예감으로도 가득하기에 “가만히 길에 서 있을 것”(「묵시의 세계」)이라는 화자의 다짐 역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라면 어떤 지속의 기미 역시 술렁인다. “사진가의 사진은 미래가 없이도 지속될 거라”(「코다크롬」)는, 잔존하는 빛의 세계. 착시와 환영, 자욱함과 아득함의 세계. “빛이 한군데가 아닌 여러 군데로 쏟아져 / 바다가 빛으로 휩싸인 미래라고 착각할 뻔했다”(「뱀아이」) 같은 진술처럼, 미래감은 한영원 특유의 시적인 미학을 형상화한다.
그러면서 「코다크롬」은 미래감을 품는 동시에 먼 과거라 할 수 있는 꿈, 환상 동화, 신화, 민담의 영역을 마주한다. 흡사 꿈의 동굴 같은 시편에서 화자는 “피리 불면 선뜻 따라가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고 “더 멀리 뛰고 더 멀리 날”았으며 “밥을 열아홉 끼 먹고 먹은 만큼 사랑해보고 싶”(「하멜른의 아이들」)다고 발화하는데, 한영원의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샤먼’ ‘뱀아이’ ‘왕’ ‘용’ ‘거인’ ‘볼퍼팅어’ 등의 형상은 독특한 중세풍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나 샤먼의 이미지가 눈에 띈다. 「코다크롬」에서 샤먼은 영혼을 재현하고, 자신의 조각난 시체를 찾아다니며 떠돌며, 세계의 가장자리를 감각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건너가면 네가 되어버리고 / 머무르면 내가 되어버리는”(「플래시 셔터 플래시」) 듯한 ‘나’의 분신 혹은 조각으로 변주된다. 한영원의 시에는 이질적인 풍경과 매혹적인 세계가 있다. 천천히 덮이는 애수와 눈 속의 적요가 고스란하다. “암실 밖은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 수 없는 영원이 감돌고 있다”.(「암실」)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로의 여행 2020년 영국 에드워드스탠포드 ‘올해의 여행책’ 수상
지도는 세상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더는 지도로 그려지지 않는 장소의 모습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새로운 정착지의 흙먼지 아래 파묻힌 채 잊힌 도시들, 끝없이 변화하는 강과 바다가 풍경을 바꾸어놓은 곳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장소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전 세계 37곳의 장소를 탐험한다. 고대 로마제국의 북아프리카 도시 렙티스마그나, 번영하는 상업 중심지였던 페트라, 수백 년 동안 잊혀 있던 이슬람 도시 바게르하트, 19세기 미국 골드러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보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플로리다 습지 에버글레이즈…. 저자의 안내를 따라 44장의 지도와 77장의 도판을 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치 지구 곳곳을 옮겨 다니며 여행을 다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저자 트래비스 엘버러는 자신의 관심 주제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정보를 모아 엮어 내는 탁월한 여행 작가다. 그가 인류의 기억에서 잊혀진 장소들을 찾아 사진과 지도, 역사를 곁들여 한 권의 특별한 여행 안내서를 펴냈다.
지도 44장과 도판 77장으로 떠나는 특별한 시간여행
책의 1부는 동양과 서양의 고대 도시들을 다룬다. 저자는 한때 번영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아지고 마침내 묻혀버린 대도시들을 생생히 되살린다. 널리 알려진 알렉산드리아 같은 도시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의 고대 도시 시우다드페르디다, 2004년의 쓰나미로 자취를 드러낸 인도의 마하발리푸람, 로마제국의 최남단 도시 팀가드 같은 장소가 등장한다. 2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찾아가지 못하는 섬과 도시,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이 세운 비운의 식민 개척지 로어노크(식민지 주민 119명은 3년 사이 아무 연락 없이 자취를 감췄다), 수력 자원 개발로 물속에 가라앉았다가 다시 드러난 올드애더미너비, 홋카이도 최북단의 무인도였던 에산베하나키타코지마(어느새 섬이 사라졌다), 19세기 금광 개발 열풍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령 도시 보디. 3부는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작용으로 사라져가는 장소들이 등장한다. 사해는 농업 용수 수요로 물의 유입량이 줄어들어 절반 가까운 크기로 줄어들었다. 캐나다의 슬림스강은 수원인 빙하가 기후위기로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강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4부에서는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장소들을 다룬다. 미국 글레이셔국립공원의 자랑인 빙하는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서아프리카의 상업 중심지이자 이슬람 중심지였던 팀북투의 이슬람 사원들은 강이 말라 없어지면서 건축 재료를 구하지 못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저자는 이미 사라졌거나 현재 사라져가고 있는 장소들을 찾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다. 장소들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지도와 선별한 사진은 이 놀라운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지옥 같은 세상을 주유하는 이상한 오르페우스 김승일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여행기
시인 김승일의 산문 『지옥보다 더 아래』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근작 『항상 조금 추운 극장』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내며 한국 시단에 재기 넘치는 사유를 전해온 그가 이번에는 지옥을 떠돌며 보고 들은 것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지옥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지옥은 아케론강 건너에 있지만 김승일의 지옥은 양재천에 있다. 양재천에, 함피에, 한국의 대형 종교 건물에, 오이 반찬이 나오는 급식소에, 그리고 홍대 라이브 클럽에 있다. 그는 “나는 항상 내의 시의 화자가 지옥에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산문은 그와 그의 화자들이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기록이자, 앞으로 당도할 숱한 경유지에 대한 이정표이다. 김승일이 만든 지옥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엉망진창인 이 지옥에서 너를 찾아 헤매는 여정
가장 먼저 김승일은 말한다. “나는 지옥이 무엇인지 모른다.”라고. 그는 지옥의 존재 유무부터 회의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지옥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지옥을,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한 느낌과 쓰임새를, 지옥이 등장하는 작품 등을 그는 좋아한다. 죄의 대가로서의 공간, 우울한 곳, 무신론자가 가는 곳, 무서운 곳, 고문당하는 곳, 빠져나올 수 없는 곳, 녹조 낀 해변, 젖과 꿀이 넘치는 곳, 잊어버린 기억, 땅 밑의 세상, 하얀 방 등등…… 그는 지옥이 가진 수많은 정의와 느낌에 관해 말하면서도 그것들을 개별적인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옥은 엉망진창”이라고. 따라서 여러 단편들로 이어지는 그의 산문은 웃기고, 어이없고, 놀랍고, 기이하고, 으스스하고, 무섭고, 끔찍하고, 감동적이고, 슬픈 감정들이 마구 뒤섞인 여행기 혹은 일기처럼 보인다. 『지옥보다 더 아래』는 무엇보다도 김승일이 삶과 문학에서 만난 여러 인물과 장소, 그리고 그들 속에서 보낸 시간에 관한 책이다. 그는 인도의 마을 함피를 여행하다가 돈을 밝히는 하누만이라는 아이를 만나 도움받은 대가로 돈을 뜯기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지프차 운전사에게 시달리다 덤터기를 쓰면서 아케론강의 카론을 떠올리기도 한다. 좁은 땅덩어리인지라 부동산 문제로 늘 골머리를 앓는 한국에서, 예배 시간 외에는 그 넓은 공간이 대부분 버려진 채 존재하는 대형 종교 건물들을 보며 지옥을 떠올리는 대목은 자못 해학적이다. 그렇기에 김승일이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은 “인간이 지옥”이라거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바로 지옥”이라는 세간에 떠도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인간의 삶과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지옥을 자신이 만들어낸 지옥과 겹쳐 보이며 지옥을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지옥의 이야기꾼이다. 김승일이 만든 지옥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시 속 화자들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종종 자신의 지옥과 관계된 자신의 시를 인용한다. 첫 시집 『에듀케이션』에 수록되어 있는 시 「조합원」은 양재천에 관한 시다. 시에서 그려지는 바와 같이, 그는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양재천에서 놀았던 과거를 떠올린다. 지독한 물비린내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또 친구들이 은근히 자신을 덤 취급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무리에 끼고 싶어 괴로움을 참아냈던 시간을 그는 떠올린다. “거기가 내 지옥이었다.” 양재천에서 느꼈던 비린내, 미지근한 온도, 구역질 나는 감각 들은 병실에서 죽어가는 할머니가 뱉는 가래를 떠올리게 하고, 할머니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공상에 몰두하던 어린 김승일을 만난다. 화자를 대신해 독자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의 시는 조금 달리 보인다. 그밖에도 「가장 좋은 목표」, 「무인도의 왕 최원석」, 「나는 모스크바에서 바뀌었다」 등등의 시와 관계된 지옥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기존에 읽었던 그의 시가 새롭게 읽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시집 『여기까지 인용하세요』에 수록된 「그럼 안녕」이라는 시에서 “그래 여러분. 지옥에서 만납시다. 생각을 들고. 아직 지옥이 없어서 지옥부터 만들 것이다.”라고 김승일은 쓴 바 있다. 『지옥보다 더 아래』는 그가 만든 지옥이다.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그는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다. 익살스러운 미소와 번뜩이는 눈으로. 자신이 그저 말 많고 귀찮은 사람은 아닐까 조금 염려하면서.
“한국은 당신이 그동안 겪었던 그 어느 곳보다 모순적인 나라로 기억될 것임을 보장한다.”
우주 여행자가 한국살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가이드북. 성차별에 찬성하는 한국, 노 키즈 존을 선호하는 한국, 학벌주의를 찬양하고 부동산에 영혼을 거는 한국 등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부끄러움을 차례차례 안내한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독립출판 섹션에서 전량 품절됐던 화제의 책. 적나라한 사실들에 창피함이 몰려오다가도 결국 ‘그렇지, 이래야 한국이지’로 끝나는 블랙 코미디.
‘한국은 도대체 왜 이럴까?’ 한 번쯤은 의문이었던 사람들이 읽는다면 ‘역시 이상하고 환장하는 우리나라’라며 공감할 것이다.
앤드루 포터우주
현대 미국 단편문학의 정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신작 소설집
문학이 줄 수 있는 자기 발견의 기쁨과 고통을 앤드루 포터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더는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재발견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의 차기작을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_최은영(소설가)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한국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앤드루 포터의 두번째 소설집 『사라진 것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하고, 포워드 매거진,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장편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에서 단편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앤드루 포터가 내놓은 신작 소설집이다. 삶의 분기점에 이르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는 시선,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체, 쉽게 잊히지 않는 긴 여운을 남기는 강렬한 엔딩으로 미국 현대 단편소설 미학의 정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앤드루 포터는 국내에 소개된 뒤 문학 팬들은 물론 많은 작가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또한 배우 박정민, 유인나가 극찬하고 가수 아이유도 독서를 인증하는 등 문학계를 넘어 대중으로 확산되며 읽는 이를 사로잡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바 있다.
『사라진 것들』은 그런 앤드루 포터가 첫번째 소설집 이후 15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소설집이다. 첫 번째 소설집으로 “무시무시한 작품집”(런던 타임스)이라는 평과 함께 “현재 미국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단편 작가”(인디펜던스)로 꼽힌 그는 15년을 지나오며 삶에 대한 더욱 깊은 통찰이 담긴 열다섯 편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작가에게도, 한 사람의 삶에서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사라진 것들』의 가장 주요한 주제는 바로 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우리에게서 가져가는 것들, 우리가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 이를테면 청춘이나 예술,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 『사라진 것들』의 인물들은 가까이 있던 것들을 떠나보내고, 이후에 남겨진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사라짐은 때로 쓸쓸함을 남기고, 지나간 것들은 유난히 찬연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지금이, 아직 다가올 날들이 있다고 일깨우는 포터의 소설들은 우리의 마음에 깊고 넓은 파동을 만든다.
이 훌륭한 소설집을 읽고 나면 모든 글쓰기의 숨겨진 주제는 시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분명 시간은 사랑보다 조금 더 오래되었고, 앤드루 포터의 유연한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우리의 가장 친밀한 안타고니스트, 연인이자 적이다. 스쳐가는 의심을 귀신 들린 집으로 만드는 시간, 가장 소중한 희망을 상실이 메아리치는 밀실로 만드는 시간, 가장 강한 마음마저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시간. 그러나 시간과 고통 없이는 영혼도 없을 것이며, 이 이야기들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 이탈로 칼비노는 고전은 말해져야 할 것을 말하기를 그치지 않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사라진 것들』은 이미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_찰스 담브로시오(소설가)
딘 세르자이 · 아예샤 세르자이우주
치매부터 기억력 감퇴까지, 두뇌 건강을 지켜 주는 가장 강력한 솔루션
오늘날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전체 치매 중 60~80퍼센트)는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병이다. 2015년 미국 600만 명, 전 세계 47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1억 3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우리가 이 병에 걸릴 것임은 기정사실이다. 단지 그 시점이 ‘언제’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치매가 유전과 노화로 인한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길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최고의 신경학 전문가인 딘 세르자이와 아예샤 세르자이는 15년간 연구와 임상 시험 끝에 획기적인 발견을 이끌어 냈다. 알츠하이머를 90퍼센트는 예방하고 10퍼센트는 되돌릴 수 있는 길을 알아낸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치매는 유전과 노화만의 결과가 아니다. 이 병은 부적절한 라이프스타일, 즉 잘못된 ‘생활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삶의 방식만 개선하면 두뇌 건강은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저자들이 찾아낸 치매 탈출 솔루션 ‘뉴로 플랜’은 두 가지 점에서 혁신적이다. 첫째, 최신 생활습관의학에 기초해 식사, 운동, 스트레스, 수면, 뇌 습관을 한꺼번에 잡아 주는 포괄적 프로토콜이다. 둘째, 최첨단 정밀의료에 근거해 각자의 환경과 자원, 기질과 유전자를 고려해 적용하는 개인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이 강력한 플랜은 경미한 기억력 감퇴부터 중증 치매까지 광범위한 인지 건강 문제들에 대처하면서 중년과 노년에도 젊은 뇌를 유지한 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길을 알려 줄 것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Getting Things Done'의 2016년 최신 업그레이드판.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이 책에서 소개한 일 정리법은 ‘GTD 방식’이라 불리며 전 세계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자회사를 여러 나라에 설립하여 업무 정리와 능률 교육에 힘썼다. 또한 GTD 방식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각자 프로그램을 요약하거나 발전시키는 등 그 효과를 입증하였다.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끝내는 법'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GTD 방법론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2부는 각 시스템을 실행하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3부는 2부의 방법론과 모델들을 업무와 생활에 적용할 때 기대되는 효과들을 설명하고 있다. 업무와 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GTD 방법론은 5단계로 나뉜다. 일을 수집하고, 명료화하고, 정리하여, 검토, 실천하는 단계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면 어떠한 과중한 업무도 스트레스 없이 빠르고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
“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 뿌리 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젊고 아름다운 서른 살의 루실은 그녀보다 연상인 부유하고 세련된 신사 샤를과 동거하며 샤를 덕분에 삶의 물질적 제약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린다. 어느 날 루실은 샤를과 함께 참석한 사교 모임에서 그녀와 동갑이며 누가 봐도 미남인 편집자 앙투안을 만난다. 앙투안 또한 그보다 열 살 이상 연상인 사교계의 권력자이며 전설 같은 존재 디안과 동거한다. 서른 살의 늙은 어린애들인 루실과 앙투안은 연회장 한복판에서 둘만이 감염된 미친 듯한 웃음을 공유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랑과 쾌락에 빠져든다. 이 두 사람에게 각각 깊은 열정을 간직한 보호자이자 어른들인 샤를과 디안의 고뇌와 고통이 시작된다.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뇌해온 황현산이 전하는 그 어떤 증언!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신작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2013년 3월 9일에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나는 글을 담은 이번 산문집은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에 펴낸 것으로, 첫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그 어떤 흐트러짐이나 곁눈질 없이 황현산이라는 사람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번역가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을 쉴 틈 없이 꼬집어가며 우리들의 접힌 귀와 감긴 눈과 다문 입을 열게 하고자 다양한 지면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저자의 글을 시간상의 구성에 따라 모두 5부로 나누어 엮어냈다. 그 자체로 한국의 정치사이자 문화사로, 복잡다단했던 그 시간 동안의 우리 역사가 되어주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순수 귀신을 몰아내라”, 대중소설가를 선언한 김말봉 우리 문학의 독창적이고 ‘희귀한’ 자리, 박솔뫼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 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가다
‘소설, 잇다’의 네 번째 책, 김말봉과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가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소설, 잇다’는 이 시점에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백 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 첫 번째로 백신애와 최진영이 어우러진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출간했다. 두 번째로 지하련과 임솔아가 함께한 『제법 엄숙한 얼굴』을, 세 번째로 이선희와 천희란의 『백룸』을 펴냈다. 네 번째 작품은 김말봉과 김말봉 소설을 입체화한 박솔뫼의 소설을 담은 『기도를 위하여』이다.
Flagg, Fannie우주
엘리자베스 윌슨우주
Ferrie, Chris우주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속 시원한 양자물리학 수업
‘신비로운 파동 에너지’, ‘치유의 양자장’, ‘양자의식’, ‘행복감을 안겨줄 양자공명’... 양자물리학의 개념을 아무데나 갖다붙이며 대중을 현혹하는 이들에게 발끈한 물리학자가 독설과 욕설도 마다 않고 헛소리를 논파하며, 무엇이 양자역학이 아닌지를 설명하는 책. 그럼으로써 어느새 양자의 개념과 양자역학의 역사부터, 파동-입자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중첩, 양자 얽힘, 양자해석, 다양한 양자기술까지, 양자물리학 전반을 이해하게 하는 획기적인 입문서!
당신이 알고 있던 홍콩은 사라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홍콩’의 시작과 끝을 찾아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 홍콩 사회와 홍콩인 정체성 형성에 관심을 두고 30여 년간 홍콩을 연구해온 류영하 교수는 1840년 아편전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정리한다. 『사라진 홍콩』을 통해 중국과 홍콩의 정체성은 각기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왜 두 정체성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는지, 두 나라 간 갈등의 해법은 있는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통치 아래 만들어진 홍콩의 역사는 1997년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2020년 6월 발효된 홍콩보안법으로 홍콩 역사는 한 번 더 나누어진다. 홍콩보안법 발효는 중국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홍콩을 납작하게 만든 신의 한 수였고, 홍콩 입장에서는 통한의 한 수였다.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의 인구 감소와 두뇌 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외국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죄목으로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인문학 관련 세미나들이 사라졌으며, 홍콩 정체성을 다룬 책의 출판은 중지되었다.
《천 개의 파랑》으로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첫 소설집!
《천 개의 파랑》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은, 천선란 작가의 첫 소설집『어떤 물질의 사랑』. 치매 어머니가 기억하는 유일한 단어인 ‘작가’, 그 기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몇 년간 매일 4시간씩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며 쓴 환상적이고도 우아한 소설들이다.
우주비행사가 된 딸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그린 〈사막으로〉에서 시작해, 지구의 바다 생물 멸종을 극복하기 위해 토성의 얼음위성 엔셀라두스로 날아간 탐험대가 만나게 된 외계생명과의 극적인 조우를 다룬 〈레시〉, 한때 과거를 함께 했으나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생겨버린 2인의 얘기를 다룬 〈그림자놀이〉, 알에서 태어나 배꼽이 없는 소녀도 소년도 아닌 “어떤 외계인”의 ‘우주를 가로지른’ 사랑 이야기를 비롯 작가 천선란의 눈부신 등장을 알려줄 여덟 편을 수록했다.
조지 엘리엇우주
사랑과 결혼과 선악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미들마치’라는 가상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결혼과 야망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 조지 엘리엇은 책에서 19세기 영국의 결혼, 여성의 지위, 정치, 종교 등을 다룬다. 스토리는 크게 도로시아와 커소번, 로저먼드와 리드게이트, 프레드와 메리, 도로시아와 레이디슬로라는 네 쌍의 남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소설에서 사회적 조건에 구속되는 현실을 그리면서도 그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도로시아라는 여성을 통해 결혼과 선악이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우주
'인간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문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책. 제목 'flow'는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뜻하는 용어이다.
지은이 칙센트미하이는 우리가 좀더 자주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식을 조절한다면 삶의 질은 저절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를 위한 일시적인 요령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삶을 살아가는 문제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풀어놓는다.
지은이는 여가를 즐길 때보다는 오히려 일을 열중할 때 플로우 경험을 얻기 쉽고, 또한 조건이 좋을 때 뿐 아니라 플로우를 느끼리라고 예상도 못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와 자신의 연구 경험을 살려 읽는 이들에게 최적의 삶에로의 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최신작. 이 책은 북해의 섬 헬골란트에서 스물세 살의 독일 청년이 발견한 ‘양자론’에 대한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헬골란트 섬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양자론의 탄생과 해석들, 그로 인한 혼란 그리고 오직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의 실체, 양자론의 ‘관계론적’ 해석에까지 이른다.
우리는 이 세상을 물질의 측면에서 생각하지만, 사실 ‘현실’이라고 부르는 이 세계는 ‘상호작용하는 실체들의 광대한 네트워크’다.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바로 그 대상 자체인 것이다. 소년이 돌을 던지고, 돌은 날아가 공기를 움직이고, 나무는 태양으로부터 산소를 만들고, 사람들은 산소를 마시고, 산소를 마신 사람들은 별을 보고…. 이 세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다. 전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를로 로벨리의 양자 이론이 밝히는 ‘세계의 실재’를 통해, 우리는 지금껏 전혀 보지 못했던 눈부신 ‘현실의 실체’를 직접 만져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 동시에 우리의 선입견에 계속해서 의문을 던진다. 물질이 아닌 관계로만 이루어졌다면 이 세상의 기본 실체는 무엇일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어디에 고정시켜야 할까? 나의 생각과 주관성, 가치, 아름다움, 의미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탐구하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방법을 제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추적한 1990년대 옴진리교 사건!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사건을 다룬 무라카미 하루키의 르포르타주『언더그라운드』. 1995년 3월 20일 아침, 도쿄의 지하철 구내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12명의 사망자와 5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옴진리교 사건. 이 책은 옴진리교 사건의 피해자들을 하루키가 일 년여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다듬어 실은 것이다. 사건의 구체적인 배경이나 사회적 영향을 파헤치는 대신 피해자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건을 회상하기 전까지 자세하게 이어지는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들 각각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그날 아침의 풍경 속으로 데려가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한 마디 한 마디를 모아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려나간다.
자미라 엘 우아실 · 프리데만 카릭우주
원시 시대 동굴 속에서 나누던 이야기에서부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까지, 『일리아드』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정치인 트럼프의 거짓말까지. 강력한 이야기는 삶을 구할 수 있고,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사람들을 영원히 반목시킬 수도 있다.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들은 이야기의 힘 덕분에 진화적 이점을 얻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2022년 독일 독서문화진흥재단에서 선정한 최고의 논픽션 중 한 권에 들어갔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야기가 지닌 상반된 영향력을 추적한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그리고 우리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가 왜 절박한지를 잘 풀어놓고 있다.
내가 쓰고도 긴가민가 하는 글쓴이들에게
바야흐로 글쓰기 열풍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글을 쓴다. SNS에서의 짧으면서도 알맹이가 담긴 글, 제안서·기획서·홍보문 등 업무에 필요한 서식, 또는 책을 출간하기 위하여. 하지만 완성된 우리의 글은 때때로 비판을 마주한다. 내가 보기엔 멀쩡하기만 한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다들 말들이 많은 걸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20년이 넘도록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 김정선의 책으로, 어색한 문장을 훨씬 보기 좋고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비결을 소개한다. 자신이 오래도록 작업해 온 숱한 원고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의 전형과 문장을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추려서 뽑고, 어떻게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지 요령 있게 정리했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 ‘-의’,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 이 밖에도 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사동형과 피동형 문장, 지시 대명사의 사용 등 우리가 편안한 우리말 문장을 지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을 살뜰하게 정리해, 글을 쓰는 이들에게 두루 도움을 주고자 했다.
소수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디아스포라 기행』을 다시 만나다
30여 년간 한결같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이 개정판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이 책은 1992년 그를 한국에 처음 알린 『나의 서양미술 순례』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대표작으로, 17년 만에 새로이 펴낸다. 초판이 출간된 이후로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은 전쟁과 폭력, 지금 이 순간에도 나날이 고조되는 무력(武力)의 위협 속에 우리가 맞닥뜨린 곤경을 엄중히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개정판을 펴내며」가 수록되어 더욱 뜻깊다.
올리버 지몬스우주
해석학에서 매체이론까지 현대 문학이론을 소쉬르의 ‘기호 삼각형’을 통해 개관한 문학이론 입문서
미국 컬럼비아 대학 독문학과 교수 올리버 지몬스의 저서 『한권으로 읽는 문학이론』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서울대학교 독문학과 임홍배 교수의 엄정한 번역과 깊이있는 학술적 주석이 더해진 이 책은 의미·기호·지시대상의 관계를 나타내는 소쉬르의 ‘기호 삼각형’을 분류기준으로, 특정 문학이론이 어느 쪽에 비중이 있는지에 따라 세 유형으로 고찰하는 독특한 분류법을 사용한다. 이런 분류방식은 각 이론의 위상과 강점, 그리고 한계와 취약점까지도 기호 삼각형이라는 시각적 모형에 따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 책은 각 이론가들의 주요 이론이 담긴 인용문을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그들의 사상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분석법을 통해 해석학, 정신분석,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젠더이론, 매체이론 등 현대 문학이론을 면밀히 통찰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토미노 요시유키, 오시이 마모루, 안노 히데아키를 통해서 본 일본 사회. 저자는 20대 시절에 ‘제로년대의 상상력’이라는 비평서를 내며 데뷔했다. 그 책 안에서 짧게 다루었던 ‘모성의 디스토피아’ = 일본이라는 주제를 10년간 다듬고, 고쳐 써서 새롭게 선보이는 결과물이 이번 평론이다. 저자 스스로도 가장 쓰고 싶었던 주제이고, 집중해서 집필하던 지난 2년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대표작이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한승혜 · 박정훈 · 김용언 · 심진경 · 이라영우주
“타자를 주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예술적 사기다.”
타자화된 채 박제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 여성의 관점으로 ‘고전’, ‘걸작’의 조건을 질문하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 이들은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국가에서 쓰인 작품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첫째, ‘걸작’으로 불리며 오래도록 읽혔다는 점. 둘째, 모두 여성을 모욕하여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은 소위 ‘고전’, ‘걸작’으로 소개되고 읽혀온 이들 작품을 비판적으로 재독해하여 고전, 걸작의 조건을 질문한다.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문학을 지배하는 시선은 누구의 시선인가. 문학 작품 속에서 여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위 작품에서 여성 인물은 대개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질환자, 마녀, 억압자, 예술적 객체 등으로 재현되었다. 긍정적으로 그려질 때도 있지만, 철저히 남성에게 종속되어 그들에게 돌봄과 재생산 노동을 제공했을 때만 그러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모욕을 감내하는 동안 위대해지고, 자유를 얻으며, 초월적 지위를 얻고, 보편적인 권위를 확보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었다는 점이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며 자신의 관점을 재생산한다. 때문에 이들 작품의 여성혐오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욕당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을 통해 그들의 빼앗긴 명예를 복권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여덟 명의 저자가 여성의 관점에서 걸작을 다시 읽는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의 시도는 고전의 의미를 확장적으로 재정의한다. 고전은 의미가 고정된 채 절대적 권위를 뿜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거리를 풍부하게 가진 작품이야말로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은 동시대의 관점에서 고전의 가치를 다시금 고민해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산드라 길버트 · Susan Gubar우주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여성 작가에 관한 문제적 고전! ‘감히’ 펜을 들었던 그 시절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여성 작가의 좌표를 내리그은 최초의 이정표, 페미니즘 비평의 시대를 연 최초의 책, 문학 읽기의 새로운 길을 연 현대의 고전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미국 출간 43년 만에, 한국어판 출간 13년 만에 재출간된다. 문학의 역사를 여성 작가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한 이 책은 발표 당시 문학 연구 및 비평의 새로운 출발점을 세웠다는 찬사를 받으며 보통의 독자는 물론 문단과 학계에 파란을 일으킨 하나의 사건이었다. 미국의 영문학자 일레인 쇼월터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문학과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일제히 흥분해서 환호를 보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미친’ 분신을 하나씩 등장시켜, 작가들 각각의 차가운 불안, 뜨거운 분노, 애타는 열망을 읽어낸다. 이 여성 작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흩어져 작업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끈끈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해 이야기를 써나갔지만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책은 그 연결 고리를 밝혀나간다. 이 책에서 중요한 또 하나는 바로 시대에 대한 것이다. 저자들은 왜 19세기를 파고들게 되었을까? 19세기는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등 거인 같은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였으며,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변칙적이거나 이례적이지 않은 최초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계보를 추적하며 작가와 작품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지금 여기의 담론을 위해 유의미한 지점을 끌어올린다. “40년 전에 우리가 정말 감금, 폐쇄, 거식증, 가스라이팅에 대해 이야기했단 말인가?”(리사 아피냐네시) 그렇다. 두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한편 이 책은 “펜은 음경의 은유일까?” “눈에서 꺼풀이 떨어지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반짝였다” 등 내리치는 각성의 문장으로 단편적으로 알려져 있던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강렬한 신호를 새로운 번역으로 만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2009년 한국어판으로 처음 선을 보인 이 책은 오랫동안 절판 상태에 있어 많은 독자들이 새로운 출간을 기다려왔다. 또한 이번 완역본은 기존의 번역본을 대폭 수정해 다시금 한 문장 한 문장 검토함으로써 한국어판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한국어로 완성된 이 책은 묻혀 있던 여성 작가들과 문학작품들을 불러내 눈부신 문학의 향연을 맘껏 맛볼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며,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거주하는 ‘여성과 문학의 집’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더 진실하기를, 더 치열하기를, 더 용기 있기를 『내게 무해한 사람』 이후 5년, 고요하게 휘몰아치는 최은영의 세계
소설가 권여선, 서평가 정희진 추천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수록
‘함께 성장해나가는 우리 세대의 소설가’를 갖는 드문 경험을 선사하며 동료 작가와 평론가, 독자 모두에게 특별한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최은영의 세번째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출간되었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최은영은 그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 인물의 내밀하고 미세한 감정을 투명하게 비추며 우리의 사적인 관계 맺기가 어떻게 사회적인 맥락을 얻는지를 고찰하고(『쇼코의 미소』, 2016), 지난 시절을 끈질기게 떠올리는 인물을 통해 기억을 마주하는 일이 어떻게 재생과 회복의 과정이 될 수 있는지를 살피며(『내게 무해한 사람』, 2018), 4대에 걸친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감으로써 과거에서 현재를 향해 쓰이는 종적인 연대기(年代記)가 어떻게 인물들을 수평적 관계에 위치시키며 횡적인 연대기(連帶記)로 나아가는지를 그려왔다(『밝은 밤』, 2021). 이전 작품들에 담긴 문제의식을 한층 더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어나가는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처음 작품활동을 시작했을 때 품은 마음이 지금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깊어지는 것과 넓어지는 것이 문학에서는 서로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한국일보문학상 심사평)을 감동적으로 증명해낸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담긴 7편의 중단편은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야기의 부피를 키우면서 우리를 뜨거운 열기 한가운데로 이끄는 몰입력과 호소력이 돋보인다.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네가 나였다면 그 순간 어떻게 했을 것 같니”(「답신」, 170쪽)라고 묻는 최은영의 소설은 소설 바깥의 우리를 적극적으로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때로는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대학에 입학한 인물이 충만한 기쁨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느끼는 강의실로(「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때로는 동갑내기 인턴과 함께 카풀을 하면서 그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화를 하게 되는 자동차 안으로(「일 년」), 때로는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여온 인물의 외로운 옆자리로(「이모에게」) 우리를 데려가 그들과 함께 한 시절을 겪어내게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마음이,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붙을 수 있다는 것”(「몫」, 66쪽)을 일러준다. 그것이 최은영의 이번 소설집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힘이자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힘인 다른 사람에 대한 상상력일 것이다.
Gilligan, James우주
“우리가 어느 쪽에 투표하는지에 삶과 죽음이 달렸다.”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한 세기에 걸친 폭력적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다
수십 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정신의학자가 어느 날 통계를 분석하다 기묘한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였다. 한 세기 동안 일관되게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자살률과 살인율이 같이 움직이는 걸까? 슬프거나 ‘미쳐서’ 자살하는 사람과 범죄적 동기로 남을 해치는 살인자가 어째서 동시에 확 늘었다가 확 줄어드는 걸까? 이 수수께끼에 도전한 사람은 바로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보수 정당, 즉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온 나라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 전염성 폭력’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0년간 미국의 인구 변화와 실업, 불황, 불평등 같은 경제적 · 사회적 변수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와 기존 연구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집권 정당과 자살률 · 살인율 사이에 명백한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상은 어떻게 평균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는가?
‘평균’이 정상이라는 오해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동성애, 자위, 분노 표출은 원래부터 비정상이었던 걸까? 아이들의 정상적인 행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표준화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 영국 워터스톤 선정 2022 최고의 대중 과학 서적 ★
우리는 남과 다른 것을 ‘비정상’이라 여기고 끊임없이 ‘정상적인 것’을 추구한다. 정상적인 신체 사이즈, 정상적인 사고방식, 정상적인 성적 취향, 정상적인 감정 표출 등. 그런데 알고 보면 이러한 ‘정상’이란 말이 생긴 지는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리 정상, 비정상을 나누고 정상에 집착하는 걸까? 정상과 비정상은 대체 누가 결정하는 걸까? 영국의 정신 건강 연구가 사라 채니는 수학에서 비롯된 ‘정규분포’가 어떻게 사회적·문화적 맥락으로서의 ‘정상’이 되었는지 그 흐름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정상이란 개념이 어떻게 고착화되었는지를 탐구한다. ‘평균’에 대한 집착은 데이터를 조작해 오류를 낳았고, 잘못된 모집단 설정은 잘못된 대표성을 낳았다. 이를 바탕으로 서구 사회는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성차별을 옹호해왔고, 지금은 ‘위어드(WEIRD)한 사람’을 기준으로 나머지를 평가한다. 이러한 일반화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이 책은 정상성이란 개념 뒤에 숨은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밝히며,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무너뜨린다. 이를 통해 우리는 획일화되고 고착화된 기준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성대로, 열린 마음으로 함께 사는 삶을 지향하는 사고방식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필립 K. 딕우주
‘인간’과 ‘현실’에 관한 근원적인 의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필립 K. 딕의 작품들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SF소설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핵전쟁 이후 지구가 황폐해지자 식민 행성이 개척되고, 인간과 유사한 로봇 안드로이드를 제작하는 수준으로 발전된 과학 문명을 배경으로 한다.
최종세계대전 이후 방사능 낙진으로 뒤덮여 불모지가 된 지구.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성으로 이주하여 일종의 로봇 노예인 안드로이드를 부리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로 도주해온 안드로이드를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인 릭 데카드는 인간과 다를 바 없이 개별자로서 행위하고, 강렬한 생의 의지를 지닌 안드로이드들을 만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데….
지상에서 가장 슬픈 책, 페소아가 전하는 슬픈 상상력
『불안의 서』는 소설가 배수아가 완역한 책으로,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추앙받는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지상에서 가장 슬픈 책으로, 에세이 48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흔히 명예, 성공, 편리함, 소음과 번잡함 등이 인정받는 현시대에, 페소아는 그와 정반대되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을 노래한다. 포르투갈의 도시 리스본, 특히 도라도레스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그곳 사람들, 그곳 풍경, 그곳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맘껏 펼쳐 보인다.
480여 편에 이르는 각각의 글들은 원칙적으로 독립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 삶과 죽음, 내면의 심리와 외부세계와 같은 근원적이고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자아의 비밀에 대한 질문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테마이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치밀하면서도 치열하게까지 느껴지는 페소아의 글들을 통해 고뇌하는 한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폴 오스터우주
〈나는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 폴 오스터 필생의 역작 『선셋 파크』 이후 10년 만에 출간되는 장편소설
반세기 넘도록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온 폴 오스터. 오늘날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가 국내에서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4 3 2 1』은 오스터의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크나큰 야심에서 탄생한 역작으로, 〈폴 오스터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그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한 편의 대서사시와도 같은 이 성장 소설은 주인공 아치 퍼거슨의 삶을 탄생 전후부터 청년기까지 네 가지 버전으로 세밀하게 그려 내는데, 곳곳에 작가 본인이 살아온 삶이 녹아 있다. 퍼거슨은 네 개의 평행한 삶들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선택할 수 없었던 것에 따라 서로 다른 관계와 사건과 우연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며 자라난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경험하는 기쁨, 공포, 욕망, 분노, 혼란은 1950~1960년대 미국의 요동치는 정치적, 문화적 흐름에 섞여 들고, 그렇게 퍼거슨의 이야기는 시대와 개인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작품을 이룬다. 1천5백 면이 넘는 분량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휘몰아치는 드라마, 인물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문장이 독자를 단숨에 빨아들여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
존 코널리우주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려야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존 코널리의 성장소설『잃어버린 것들의 책』. 스릴러 작가로 널리 알려진 존 코널리의 이 독특한 작품은 세상과 담을 쌓고 동화 속 세상으로 빠져든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세상의 현실과 슬픔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열두 살 소년 데이빗은 엄마를 잃고, 연이은 아빠의 재혼으로 새엄마와 이복동생이라는 가족을 맞이하게 된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데이빗은 다락방 침실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책들이 소곤거린다. 엄마가 사랑했던 신화와 동화 속에 빠져들면서 데이빗의 현실과 상상은 뒤섞이기 시작한다. 유럽 전역에 몰아치던 전쟁의 포화는 데이빗이 살던 곳에도 찾아온다. 폭격이 심하던 어느 날, 데이빗은 폭격기를 피해 나무 둥치의 구멍에 숨었다가 낯선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왕이 갖고 있는 모든 비밀을 간직한 책인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봐야 한다는 숲 사람의 조언에 따라 왕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데….
최승자 시인의 번역으로 다시 선보이는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극작가 빈센트 밀레이의 시집이다. 시대상과 성역할에 자신을 한정 짓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랐던 그녀의 언어는 제1차 세계대전 격변기에 새로운 시대를 갈구했던 영미 문화권 사람들을 매료시켰으며, 여성 최초로 시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밀레이의 시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온전한 개인의 자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은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 감성이며,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를 찾고자 했던 밀레이의 시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삶의 아름다움, 고통, 사랑과 이별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시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