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1일 가입 · 180권 적독
순도 높은 간절함으로, 조해진 5년 만의 신작 장편
고립되거나 소외된 이들의 삶에 빛이 깃드는 찰나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며 삶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작가 조해진의 신작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04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조해진은 매 작품 부드럽고 정확한 문장으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그려왔다. 사회의 관심 밖에 놓인 인물의 삶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조해진의 시선은 특히 장편에서 잘 드러난다. 탈북인 ‘로기완’의 삶을 조명한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2011),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괴로움에 잠긴 이들이 서로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그리고 해외입양과 기지촌 여성 문제를 뜨겁게 다룬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까지 조해진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의 삶을 꾸준히 그려왔다. 『단순한 진심』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는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연재 당시 제목은 ‘빛의 영원’) 결말부에 해당하는 4부를 새롭게 써내려간 끝에 완성된 작품으로, 평단의 커다란 호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조해진 작가를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 단편 「빛의 호위」에서 한 뼘 더 나아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빛의 호위」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버려진 듯 홀로 생활하던 열두 살 권은에게 카메라를 선물한 승준과 그 카메라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삶 쪽으로 한 발 내딛게 된 권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의 위대함’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조해진 작가는 『빛과 멜로디』 출간을 앞두고 편집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빛의 호위」를 장편으로 확장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2022년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시대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문학으로 증명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졌”고, “‘반전’을 테마로 여러 스토리를 구상해봤는데, 어떤 구상을 하든 결국 단편 「빛의 호위」의 메시지로 돌아오”(특별 소책자 『빛과 멜로디』 ‘코멘터리 북’에서)게 되었다고. '사람을 살게 하는 작은 호의 혹은 증여'에 대해 말하는 「빛의 호위」의 메시지가 작가로 하여금 긴 이야기를 쓰도록 이끈 것이다. 『빛과 멜로디』는 「빛의 호위」 이후 새로이 더해진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오가며 시공간을 넘어 '작은 빛'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더 넓어진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한 명 한 명 간절하게 담아낸 『빛과 멜로디』를 읽는 동안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체온을 가진 사람으로, 무심코 지나친 ‘전쟁’이라는 단어가 구체성을 지닌 절박한 단어로 다가오며 어느 때보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