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1일 가입 · 180권 적독
주나 반스우주
오직 사랑으로, 심장 하나로 삶에 매달려 쓴 시적 서사!
오늘날 퀴어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모더니스트 주나 반스의 소설 『나이트우드』. 미국인 조각가 셀마 우드와 9년간 격렬한 사랑을 한 저자가 자신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그녀와의 결별 후 집필한 작품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선구적 위상을 갖게 된 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Djuna’를 필명으로 써온 작가 듀나의 발문과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윤조원 교수의 해설을 더했다.
이 작품의 출판은 쉽지 않았는데, 1936년 영국 출판사 페이버 앤드 페이버에서 T. S. 엘리엇의 편집으로 출간됐다. 편집자로서 엘리엇은 당대의 검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출판할 수 있는 레즈비언 소설이 되도록 일부 단어 단위에서부터 세 페이지에 이르는 단락들 단위까지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60년 동안 엘리엇이 당대 기준에 맞추어 편집한 판본으로 읽혔던 이 작품은 1995년에 이르러서야 연구자 셰릴 J. 플럼이 복원한 판본으로 출간 되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복원된 판본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소년의 몸을 지닌 소녀’ 같은 로빈 보트를 중심으로 그와의 관계에서 파탄을 맞는 인물들인 남편 펠릭스 남작과 아들 기도, 로빈을 갈망한 노라 플러드와 제니 페더브리지 그리고 여장을 즐기는 무면허 산부인과의 매슈 오코너의 이야기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중심인물인 로빈은 여성성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고, 나아가 특정한 대상을 향한 애착 관계를 이상화하는 사랑의 관념과 감각적·정서적 쾌락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