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140권 적독

불의 정신분석

책 소개

“나는 꿈꾼다, 고로 존재한다.” -상상력의 철학자,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

이성과 몽상의 합체로서의 인간에 대해 골몰하는 상상력의 철학자 바슐라르. 학문적 이력상으로는 과학 철학자로서의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의 면모는 상상력의 철학자이자 그가 사랑한 무수한 시와 문학 작품들을 읽고 그것에 대해 꿈꾸며 일구어낸 문학 연구가로서의 모습이다. 과학과 상상력 혹은 문학을 통합하는 인간학으로서의 철학으로 나아간 바슐라르는 이성의 힘을 믿는 과학자로서의 긴 이력을 먼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식론적 성찰 과정에서 과학적 인식의 방해물로 여겨진 인간의 또 다른 정신 활동인 몽상, 즉 상상력의 활동과 그것의 가장 뛰어난 표현으로서의 문학 작품에 사로잡힌 바슐라르는 『불의 정신분석』을 경계로 과학적 이성에서 시적 상상력으로 탐사 영역을 옮겨와 상상력의 역동성과 창조성에 주목하게 된다. 바슐라르는 전통적인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 중등 과정을 마친 후 독학으로 공부하여 철학 교수 자격시험을 통과하여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런 이력 때문일까? 그는 인간이란 사유하는 존재이기에 앞서 무엇보다 꿈꾸는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언제나 이성을 인간 정신의 중추로 간주해온 서구의 철학적 전통에 반기를 들었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비이성적인 것 혹은 거짓으로 간주된 서구의 사상적 전통에서 상상력은 오랫동안 ‘거짓과 오류의 원흉’으로 낙인찍혀 폄하되어왔으나, 바슐라르는 이성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 과학의 세계보다 이미지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주관적 상상의 세계가 우선함을 주장하면서, 상상력을 현실 세계의 변형과 변모를 가능케 하는 놀라운 창조성을 지닌 것으로서 종합적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간 정신의 인식에 있어서 흔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교되는 이러한 인식을 그는 어떻게 해서 이루게 되었을까? 『불의 정신분석』은 상상력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그의 일련의 저작들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처음부터 그가 상상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 창조성과 자율성에 대한 탐구로 뛰어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가 상상력의 원초적 힘을 발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을 방해하는 인식론적 장애들을 제거하여 과학적 사유의 순수성을 보전하고자 하는 노력의 연장선상에서였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 인식에 이르지 못하는가? 객관적 인식을 방해하는 오류의 원흉들은 무엇인가? 『불의 정신분석』은 그가 이러한 물음들을 제기한 『과학 정신의 형성-객관적 인식의 정신분석을 위한 기여』라는 저작의 속편의 성격으로 기획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불의 정신분석’이란 표현에는 불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반응, 불에 대한 심리적 가치 부여, 불이라는 현상의 인식과 관계된 우리의 “주관적 확신들”을 정신분석함으로써, 이 억압적인 확신들로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탐구를 해방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