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246권 적독
앤 E. 커드 · 낸시 홈스트롬한뉘
찬성 또는 반대, 자본주의에 대한 두 페미니스트의 서로 다른 생각!
정치철학과 페미니즘 이론은 자본주의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고찰한 적이 거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갖는 앤 커드와 낸시 홈스트롬은 자본주의가 이념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실재하는 경제 체제로서 여성에게 이로운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또한 임금 불평등·산업 개혁·노동력 착취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논의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여성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고 ‘자본주의’와 ‘여성의 이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각 저자는 상대방의 논점에 응답하면서 관련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펼친다. 앤 커드와 낸시 홈스트롬은 2006년 12월 미국철학학회에서 개최한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토론회에서 각각 발표를 맡으며 처음 만났다. 두 학자의 상반된 시각은 자본주의와 ‘여성’의 관계를 둘러싼 논의가 부족하던 여성학계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이후 둘은 이를 더욱 구체화해 2011년 2월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부터 페미니즘 내에서 전개된 두 견해, 즉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시각과 비판하는 시각을 철학적·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체계적으로 논증하며 이러한 논쟁의 근원과 변화를 이해하는 입문서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앤 커드는 자본주의를 정의하는 것은 규범적·설명적인 동시에 정치적 과제라고 설명한다. 즉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정책적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낸시 홈스트롬은 이 책이 자본주의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살펴보는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하면서, 경제 구조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단순한 경제 논의가 아니라 페미니즘적 비판과 대안 모색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이 책이 출판된 지 14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성의 사회·경제 진출이 확대되고, 미투 운동 같은 글로벌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젠더 인식이 확산되는 등 다양한 사회 변화가 일어났다. 그럼에도 두 저자가 지적한 가부장제의 억압과 자본주의의 문제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 산재한다. 성별 임금 격차, 소득 불평등, 고용 불안정, 육아와 돌봄 문제 등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육아와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된 현실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커드의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복지 및 노동 정책과 돌봄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제도적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홈스트롬의 관점에서는 자본주의 자체가 여성 억압의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에 더 근본적인 경제 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커드는 자본주의를 페미니스트 정치 변혁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체제로 바라본다. 반면에 홈스트롬은 자본주의를 사회적 생산과 부의 분배가 소수의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며, 노동자 계층과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착취를 동반하는 체제로 본다. 그리하여 홈스트롬은 자본주의를 개혁할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커드와 홈스트롬의 논쟁은 자본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각적으로 다룬다. 커드는 자본주의의 개혁 가능성을 강조하는 반면, 홈스트롬은 자본주의의 억압 구조를 비판하고 대안적 체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논쟁은 페미니즘과 자본주의가 교차하는 문제를 다루며, 체제에 대한 옹호나 비판을 넘어 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논의로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