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493권 적독
Hardenberg, Wilko Graf Von한뉘
평균 해수면이 육지를 측량하던 기준에서 지구 온난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지는 오래다. 어느 섬나라는 곧 가라앉을 거라는 두려움 앞에 놓여 있다. 바닷물은 서서히 높아져 생태계를 교란하고 섬과 해안 공동체를 위협한다. 하지만 해안가가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폭염, 폭우, 혹한, 폭설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측정의 기준선인 해수면은 오랫동안 익숙한 고도 측정의 영점일 뿐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하르덴베르크가 밝히듯 해수면을 정의하고 측정해온 역사는 국가적 야망, 상업적 이해관계, 인간과 바다 사이의 변화하는 관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책은 평균 해수면 역사의 중요한 세 가지 단계, 즉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언제·왜 처음으로 설정되었는지, 그리고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 고도 측정의 주요 기준점이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서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 인간이 기후와 환경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상징이 되었는지를 상세하면서도 참신하게 설명한다. 하르덴베르크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의 갯벌, 발트해 연안,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 히말라야 산기슭을 가로지른다. 계몽주의 시대의 물리학 및 정량화 연구에서 탄생한 해수면이라는 개념은 국가 주도 공공사업, 식민지 확장, 냉전 시대 위성 기술 개발, 기후 위기 인식 등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하르덴베르크는 평균 해수면이 인간·지역·정치·기술 발전의 산물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밝힌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한 2011년 8월 이후 해수면 상승 문제와 그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졌다. 그때부터 2022년 말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5센티미터 상승했으며, 이는 1993년 이후 위성이 기록한 전체 상승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도 측정은 일반적으로 평균 해수면을 기준선으로 사용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식적인 높이 기준 체계로 이를 참조한다. 해수면을 고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개념은 너무나 오래되어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 개념에 역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쉽게 간과한다. 해수면이 자연스러운 지표가 아니라, 기술적·문화적으로 결정된 가정(假定)의 산물이라는 사실 역시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의 수위를 정하는 것은 근대 초기부터 기준점과 측정 단위를 개혁하고 통일하기 위해 진행해온 노력의 일환이다. 미터의 정의, 본초 자오선의 선택, 시간의 표준화 역시 이러한 과정의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