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270권 적독

망상의 역설 (비트겐슈타인과 슈레버, 혹은 철학과 광기의 근친성)

책 소개

“철학의 친족인 광기, 일종의 광기인 철학” 이성 과잉으로서의 철학적 유아론과 조현병적 망상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

이 책은 조현병의 본질을 철학적 유아론과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밝히고자 하는 독창적인 저작이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루이스 A. 사스는 정신질환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방식을 넘어, 환각과 망상이 이성의 결여가 아니라 오히려 이성 과잉과 과도한 추상화의 산물일 수 있음을 보인다. 사스는 19세기 말 독일 판사인 다니엘 파울 슈레버(Daniel Paul Schreber)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을 중심으로 분석을 전개한다. 슈레버의 이 책은 정신질환의 상징적 텍스트로 간주되며, 프로이트와 들뢰즈가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널리 알려졌다. 이 회고에 따르면 슈레버는 종종 자신이 만나는 모든 이들을 “잠깐 대강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스는 이러한 슈레버의 망상이, 세계에는 오직 자신만이 실재하며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은 감각적 허상에 불과하다는 철학적 유아론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짚어낸다. 그리고 사스에 따르면, 이는 비트겐슈타인이 전대의 사변적 철학을 비판하면서 제기한 ‘철학적 질병’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철학적 사유의 극단화와 정신질환의 접점을 포착한 《망상의 역설》은 정신의학, 철학, 심리학이 교차하는 드문 시도로 평가받으며, 출간 이후 지금까지 학계와 임상 현장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