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140권 적독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책 소개

“오동진의 시대정신”

오동진 평론가의 이번 책에는 비교적 최근 영화가 담겨 있다. 한국 영화로는 〈소설가의 영화〉, 〈그대가 조국〉, 〈헤어질 결심〉, 〈비닐하우스〉, 〈서울의 봄〉, 〈헌트〉, 〈노량: 죽음의 바다〉 같은 작품을 다루고, 외국 영화로는 〈패러렐 마더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부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슬픔의 삼각형〉, 〈위대한 작은 농장〉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선택해서는 왜 이런 시점에 이런 영화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살핀다.

영화 〈카터〉를 들고서는 미국의 대형 비디오 공급업체인 넷플릭스가 자본으로 영화를 오염시키고 있다면서, 종 다양성을 실현해야 하는 업체가 이러면 안 된다면서, 문화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면서 곳곳을 지지하며 충언한다. 〈패닉 런〉을 얘기하면서는 지금 세상은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조차 위험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정상이냐, 제도가 올바로 작동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인생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서로 도우면서 뭔가를 이루려 하던 순수의 시대를, 잃어버린 시대를,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로스트 도터〉에서는 모성이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말은 가부장 사회의 남성들이 붙여 놓은 환각의 수사학이며, 여성들을 모성애 안에 가두려는 수작질에 불과하며, 결국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증오의 본질을 배우는 것처럼 어렵다고 말한다. 〈비공식 작전〉을 보려면 먼저 레바논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를 대표하는 기독교 민병대인 팔랑헤당, 무슬림 민병대를 대표하는 헤즈볼라, 마론파와 시아파의 갈등 등을 설명한 다음 영화에 얽힌 사건을 풀어낸다. 〈다음 소희〉에서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집는다. 궁핍 문제에 앞서 궁핍의 사회학이 만들어 내는 모멸감과 좌절감, 차별받는 느낌, 사회 변방으로 밀려나 소외된 느낌 등 21세기형 노동의 소외를 논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자연의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지만 그 아름다움 안에 있는 속살은 얼마나 찢기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지를 설명한다. 자연에서 벗어나 문명화되고 현대화된 사회에서 산다고 착각하는 우리에게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르는데, 지성의 비관주의로 살아가되 의지의 낙관주의를 잃지 말아야 함을 웅변한다. 〈바디스〉에서는 자본주의가 산업화와 고도화, 첨단화를 겪은 160년을 다룬다. 그동안 우리 인간의 삶은 나아졌는가, 인간의 자유 의지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근본적 문제에 대해 참신한 방식으로, 우회적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큐어〉에서는 자본주의적 풍요와 번영이라는 외면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하고, 평범한 척하는 가면보다는 진짜 표정이 더 중요하다면서 자기 안의 공포를 인식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는 결과가 확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더 원더〉에서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주의는 늘 역사의 큰 파고를 겪으며 발달해 왔고, 그렇게 인간은 신의 영역으로 다가서고 있지만, 인간의 이성이 확장됨에 따라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인지, 더 암울한 세상이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본즈 앤 올〉에서는 자본주의가 소외된 계층을 만들고, 사람들은 정서적, 정신적 결핍에 시달리다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과 이상 행동을 하게 되는데, 결국 성적인 측면에서도 극단적 행동을 일삼게 된다고 경고한다. 자본주의 분석서이자 일종의 신자본론이라 불리는 〈슬픔의 삼각형〉이라는 영화에서는 온갖 명품과 보석으로 치장한 최고 부르주아가 뱃멀미로 인해 토하는 등 난리가 나는데, 자본가는 똥을 판매하며 자본주의는 똥물로 넘쳐나고 있음을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