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493권 적독
Edward Wilson-Lee한뉘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한 마지막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와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 오르게 하고자 한, 르네상스의 숨겨진 지성사
『물의 시대』에서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을 생생하게 되살렸던 에드워드 윌슨-리가 이번에는 르네상스 시기의 신동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생애를 축으로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한다. 1486년 피렌체에 입성한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불과 스물네 살에 종교, 철학, 자연 철학, 마법에 관한 900가지 논제를 두고 상대가 누구든 맞서서 토론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이 토론회를 위해서 작성한 그의 연설문은 흔히 “르네상스 선언문”이라고 불린다. 그 선언문에서 피코는 특정한 종교나 사상에 얽매이는 대신 세상의 여러 지식을 망라하는 지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일자(一者)가 되는 보편 진리를 추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유럽의 지식은 물론이고 유대교 사상과 중세 아랍의 철학까지 두루 섭렵했던 피코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언어에 내재된 신비로운 힘이었다.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셈어, 에티오피아의 그즈으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힌 피코는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구전 전통에서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음을 발견했다.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에서부터 종일 귓가를 맴도는 노래의 후렴구,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개인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하는 “천사들의 문법”이었다. 이 책은 피코의 생애와 지적 탐구를 따라가면서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를 둘러싼 지적 분위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유럽의 전통적인 철학부터 당시로서는 이방의 새로운 사상이었던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의 아랍 철학을 거쳐 피코의 스승이었던 “폴리치아노(안젤로 암브로지니)”에 이르는 피코의 학문적 여정은 유럽 바깥의 지식을 접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기의 지적 흥분,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지식을 찾겠노라는 열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에 축제의 빛깔을 입힌다”라는 추천사대로 빼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자랑하는 이 책은 인류 지성사의 결정적인 시기인 르네상스의 지적 향연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