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493권 적독
가족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화해다? 책으로 사회통념에 맞서온 한 편집자의 전복적 글쓰기
과학계와 종교계에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패스트푸드 산업의 민낯을 드러낸 『패스트푸드의 제국』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패러다임을 뒤집는 도서를 만들어온 미국의 베테랑 편집자, 에이먼 돌런의 첫 책이 출간된다. 성역에 도전하는 논픽션을 기획하고 편집해온 그가 저자로서 정면으로 다룬 주제는 바로 가족 절연이다. 에이먼 돌런은 자신과 형제자매를 학대한 어머니와 단호히 절연했다. 어머니와 자신 사이 마지막 다리를 무너뜨린 순간, 돌런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키마저 자란 기분”을 느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런 절연이 주는 ‘힘’은 자주 논의되지 않는다. 사회는 절연을 대개 비극 혹은 불운으로 다룬다. 피해자가 학대에서 벗어나도록 돕기보다 화해와 용서만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이것이 돌런이 『가족 해방』을 펴내고자 한 이유다.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는 일에 기쁨과 해방감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돌런이 처음부터 저술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삼십 년이 넘는 편집 경력에 따르는 방대한 인맥을 활용해 자신과 같은 관점으로 책을 써줄 전문가를 삼 년이나 찾아다녔다. 하지만 가족 간 절연을 둘러싼 연구는 불충분했고, 돌런은 결국 자신이 저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학대를 절연으로 극복한 경험에서 비롯된 당사자성, 훌륭한 저널리스트의 책을 편집하며 쌓아온 보도와 집필 역량까지, 그는 처음부터 『가족 해방』의 적임자였다. 개인적 고백과 정신의학·심리학·사회학 이론, 생존자들과의 심층 인터뷰가 정교하게 직조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절연의 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자 실용적 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