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140권 적독
1938년 이른 봄 에토레 마요라나(그는 그의 세대 물리학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들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나폴리에서 출항하는 한 증기선에 승선했지만, 다시 그의 직장과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흔적도 없이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그 사태를 두고 숱한 의혹들이 쏟아졌다: 자살설, 핵무기 개발을 예상하고 사라지기로 결심했다는 설, 신앙의 위기로 수도원에 칩거했다(가족들과 신부들)는 설, 나폴리에서 거지가 되었다는 설, 남아메리카로 갔다는 설, 나찌의 비밀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설 등등.
그러나 아감벤은 마요라나의 사라짐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이십 세기 초반에 불어닥친 새로운 과학 혁명에 대한 시몬 베유와 에토레 마요라나 자신의 주장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그 결과 아감벤은 마요라나의 사라짐이 당대 과학(양자역학)의 흐름에 대한 단순 회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마요라나의 사라짐은 현대 물리학의 확률론적 우주에서 자신의 인격을 ‘실재’의 지위에 대한 모범적인 상징으로 탈바꿈시킨 존재론적 사건이라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