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277권 적독
“인간이 어떻게 인간에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존재도 인간뿐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은 무엇인가? 바로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반복됐으며, 그 방법은 기계화, 문명화, 현대화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을 여는 질문,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에게 그럴 수 있었습니까?’는 국가 폭력에서 살아남은 피해자가 자신의 동료 1명을 죽이고, 7명을 고문한 가해자에게 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를 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가졌던 지위에 대한 책임감,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한다는 합리화, 규칙과 법에 대한 믿음에 공감하는 우리도 그들과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반대로 그들이 ‘같은 인간’으로서 죽음의 공포, 한 사람을 둘러싼 관계, 삶을 계획하는 능력에 공감했다면 벌이지 않았을 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뒤섞인 외침이다. 이 책은 가장 번영한 시대지만 가장 잔인한 시대였던 20세기를 소설과 영화, 회고록 등 기록물을 통해 돌아본다. 저자 김요섭 문학평론가는 “기록이 존재를 대신할 수는 없다”라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 앞에 선 사람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할 방법이 그곳에 있”다고 말한다. 지나간 삶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다시 쓰이고 있으며, 우리는 그 기록들을 언제고 다시 읽을 수 있다. 아마 우리는 한 권의 책에서 읽기 어려울 정도의 수많은 학살자와 끔찍한 학살 사건을 만나게 될 것다. 인도네시아 군부 쿠테타의 암살단 간부 안와르 콩고, 나치 101경찰예비대대의 대대장 빌헬름 트라프,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경찰 테오도르 벤지엔을 만나고, 아우슈비츠, 6.25 한국전쟁, 제주 4.3, 신천 사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읽는 일은 버겁고 불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끔찍한 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반대로 그 일을 저지르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사유와 행위에 책임지며 다가오는 비극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