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325권 적독

침묵 (시편 한국어 프랑스어 동시 수록)

책 소개

완전하고 일관된 인간, 자끄 엘륄

자끄 엘륄은 두 권의 시집을 발행했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시적 주석에 해당하는 『오라토리오』와 이 책 『침묵』이 그것이다. 자끄 엘륄은 오팔출판사의 이사인 디디에 쉴링거(Didier Schillinger)에게 『침묵』이 자신의 모든 저작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정치과학연구소에서 변증학을 가르치는 야닉 엥베르(Yannick Imbert)는 자끄 엘륄을 “완전하고 일관된 인간”이라고 평했다. 엘륄의 독자들은 엘륄 자신이 의도적으로 신학적 저술과 사회학적 저술을 분리 혹은 단절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엘륄이 일관되게 삶에서 지켜온 변증법적 사고의 결론이라는 것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엘륄은 이 둘 사이의 단절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했다. 독자들은 『침묵』에서 사회학적 시각과 신학적 시각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을 극복하려는 내밀한 서사를 만날 수 있다. 『침묵』에는 엘륄의 모든 작품에서 받은 영감이 통합되어 있다. 프랑스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은 엘륄이 끊임없이 단어의 선택에 집착하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신앙(foi)과 신심(croyance), 소망(esperance)과 희망(espoir), 종교(religion)와 계시(revelation), 사실(fait)과 사건(evenement), 하나님(Dieu)과 신(dieu), 목적(fin)과 폭표(objectif), 성경(Bible)과 성서(Ecriture[s]) 등이 그것이다. 엘륄이 이러한 치밀함과 말에 대한 적확한 사용을 강조한 것은 문학, 그중에서 시(詩)에서 비로소 세상의 아름다움과 모호함을 드러내지 않고도 세상을 직면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 단어를 구별함으로써 객체의 명료함을 규정하는 행위야말로 시인으로서 엘륄이 할 수 있었던 영적이고 개인적인 모험이었다. 그리고 엘륄은 이를 “내밀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엘륄은 『굴욕당한 말』에서 “시는 큰 소리로 외쳐질 때만이 영향을 미치고 의미가 있다. 그때 비로소 더는 텍스트가 아니고 말하는 이가 책임지는 살아있는 텍스트가 된다”며 남는 ‘기록’보다 날아다니는(살아있는) ‘말’에 더 무게를 둔다. 엘륄에게 시는 말이고 숨결이었다. 숨결을 표현하고 내포하지 않는 기록(종교적인)이야 말로 영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엘륄은 자신의 모든 저서의 결론으로 전도서를 뽑았으며 그 묵상집이 『존재의 이유』이다. 인간의 유한성과 현실적 삶의 허무함과 결국은 인생이 궁극적으로 죽음으로 끝난다는 결론에 대한 태도가 이 시집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