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apia · 2025년 3월 6일 가입 · 359권 적독
문학을 감각의 사유로 다시 묻다
『존재의 물결과 타자의 문학』은 존재론적 문학 이론서로, 문학이 단지 의미를 재현하거나 이념을 전달하는 장을 넘어, 감각적 실재와 타자성과의 접촉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이를 “존재의 물결”이라 부르며, 문학이 포착하는 세계란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낯선 감응과 파열이 밀려드는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문학을 통해 타자와 실재를 윤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며, 현대문학이 우리에게 세계와 존재에 대한 새로운 리듬을 제안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파동처럼 밀려오는 감각의 층위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은 ‘존재의 물결’이라는 개념을 다양한 국면에서 분석한다. 1~2장은 타자의 윤리성과 존재 감각의 출현을 다루며, 이후 장에서는 ‘잠수하는 민중’, ‘귀환 없는 타자’, ‘수행성’, ‘실재계의 혁명성’ 등 문학 속에 나타나는 비재현적 감응 구조들을 추적한다. 이는 정신분석학, 탈구조주의, 정동이론 등을 바탕으로 한 깊은 이론적 탐색이자, 민족·계몽·혁명이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문학을 감각적 실존의 장으로 재위치시키는 시도다. 문학은 여기서 언어의 기호를 넘어, 실재의 파동을 언뜻 스쳐가는 윤리적 경험으로 다가온다.
의미의 시대를 넘어, 감응의 문학으로 『존재의 물결과 타자의 문학』은 문학이 어떻게 세계의 구조를 해석하는지보다, 세계가 우리에게 도착하는 순간을 감각하게 만드는가를 묻는다. 이는 타자, 실재, 존재와 윤리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든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각의 층위, 언어화되기 이전의 파열과 충격의 흔적들을 되살리며, 문학이 여전히 사유와 감응을 일으키는 통로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은 문학의 현재를 윤리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연구자와 독자 모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