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crose · 2023년 12월 9일 가입 · 282권 적독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대륙을 사로잡은 살인적인 복수, 폭력적인 보복, 잔인한 인종 청소에 대한 생생하고 사실적이며 소름 돋는 이야기
현대 유럽을 지어올린, 그 폐허의 성격
1945년 5월 7일 나치 독일이 무조건 항복했다. 여섯 해째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하지만 키스 로가 펴낸 책 『야만 대륙』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시뿐 아니라 전후에도 인류가 ‘짐승’ 노릇을 계속했다는 것을, 특히 유럽에서 저질러진 헤아릴 수 없는 만행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전후는 오히려 “세계대전 종결이 또 다른 잔학행위의 기점”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모종의 상실 또는 부당한 상황을 견뎌내야 했다. 불가리아처럼 직접적인 전투가 거의 없었던 나라조차 정치적 혼란과 이웃 국가와의 폭력적인 언쟁, 나치로부터의 강압 그리고 결국 새롭게 등장한 강대국의 침략에 노출됐다. 이 모든 사건의 한복판에서 적으로 상정한 대상을 증오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전후 불가리아의 공군당 의용군 중령은 빵을 사는 줄에 새치기를 한 공산당 간부에게 항의했다가 잡혀온 일반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적이 누구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중령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떤 적도 없다니, 도대체 당신은 어떤 종류의 인간이지? 모른다면 가르쳐주겠어. 아주 빠르게 교육시켜주겠다고!” 전후 초기는 유럽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이 유럽 구대륙을 파괴한 것이라면, 전후의 변화무쌍한 혼돈은 신유럽을 형성한 것이다. 폭력과 복수로 충만한 이 시기에 유럽인들에겐 많은 희망, 포부, 편견, 원한이 생겨났다. 오늘날의 유럽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이 결정적인 신유럽 형성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알아야 한다. 곤란하거나 민감한 주제를 피하려는 시각은 비겁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이것들이 바로 현대 유럽을 건축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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