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dalcrose · 2023년 12월 9일 가입 · 259권 적독

Intermezzo

책 소개

An exquisitely moving story about grief, love, and family, from the global phenomenon Sally Rooney.

Aside from the fact that they are brothers, Peter and Ivan Koubek seem to have little in common.Peter is a Dublin lawyer in his thirties - successful, competent and apparently unassailable. But in the wake of their father's death, he's medicating himself to sleep and struggling to manage his relationships with two very different women - his enduring first love Sylvia, and Naomi, a college student for whom life is one long joke.Ivan is a twenty-two-year-old competitive chess player. He has always seen himself as socially awkward, a loner, the antithesis of his glib elder brother.

Now, in the early weeks of his bereavement, Ivan meets Margaret, an older woman emerging from her own turbulent past, and their lives become rapidly and intensely intertwined.For two grieving brothers and the people they love, this is a new interlude - a period of desire, despair and possibility - a chance to find out how much one life might hold inside itself without breaking.

펍데이를 기념해 적독가 책무덤에 추가~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산문)

책 소개

“위대한 책들의 타격 아래서 우리는 번번이 죽고 또 번번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영혼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의 신작 산문집

등단 후 24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감각적이고 치열한 언어와 예리한 사회인식으로 사랑받아온 진은영 시인이 신작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펴낸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내 빨간 수첩과 내 머릿속은 이렇게 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타인의 문장들로 가득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쉽게 잠들지 못했던 밤과 죽고 싶었던 순간마다 자신을 살렸던 문장들이 있었고, 시인은 쉴 새 없이 그것들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고통과 회복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도 자신을 살게 했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진은영이 호명하는 작가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카프카, 울프, 바흐만, 카뮈, 베유, 플라스, 아렌트…… 삶은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하고, 아무리 애써도 승리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전력으로 글을 썼던 작가들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책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현대 독자들의 영혼에도 균열을 낸다. 시인은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과 문장들을 살피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단 한 사람을 걱정하는 문학의 안간힘에 대해서도 쓴다.

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플라스, 니체, 아렌트…… 여기서 다룬 저자들은 다 그렇다. 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투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 없이 행하는 사랑, 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 (…) 이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겠지만 그래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헨리에타, 우리 집을 부탁해요!

책 소개

나만의 집이 필요하세요? 생쥐 건축가 헨리에타를 불러 주세요!

생쥐 헨리에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집의 설계부터 실내 장식, 가구 디자인과 조경까지 모두 멋지게 해내는 예술가이지요. 헨리에타는 동물 친구들의 각기 다른 꿈과 취향을 반영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집을 만들어 줍니다. 뛰어난 건축가 헨리에타가 물속, 땅속, 나무 위와 연못 위, 절벽과 산 중턱에 지은 환상적인 집을 만나 보세요. 《헨리에타, 우리 집을 부탁해요!》는 1981년 첫 출간 후 40년이 넘도록 전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은 걸작 그림책입니다.

민족수학

Arthur B. Powell · Marilyn Frankenstein달크로즈

민족수학

책 소개

수학교육에서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도전들을 책의 각 부로 구성하였다. 이 책을 통해 잘못된 이분법의 기저에는 실용적이 고 일상적인 지식과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지식 사이의 분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증법적 상호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수학을 다른 모든 학문과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수학적 지식을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려는 인간의 한 측면으로 보게 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민족수학을 이러한 연결을 개념화하기 위한 강력한 통찰을 가진 수단으로 본다.

민족수학

Arthur B. Powell · Marilyn Frankenstein달크로즈

민족수학

책 소개

수학교육에서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도전들을 책의 각 부로 구성하였다. 이 책을 통해 잘못된 이분법의 기저에는 실용적이 고 일상적인 지식과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지식 사이의 분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증법적 상호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수학을 다른 모든 학문과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수학적 지식을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려는 인간의 한 측면으로 보게 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민족수학을 이러한 연결을 개념화하기 위한 강력한 통찰을 가진 수단으로 본다.

테크노퓨달리즘

야니스 바루파키스 · 노정태 · 이주희달크로즈

테크노퓨달리즘

책 소개

빅테크와 그들이 만들어 낸 디지털 혁명은 정말 우리에게 편의만을 제공해줄까?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빅테크는 그들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봉건제의 영지를 꾸리고, 알...

이것도 번역됐군..

디지털 폴리스 (디지털 플랫폼, 유토피아, 공동체)

김은주 · 김태연 · 노대원 · 배주연 · 유인혁달크로즈

디지털 폴리스 (디지털 플랫폼, 유토피아, 공동체)

책 소개

난잡한 지식 (역사 속의 정보, 이미지, 그리고 기타 진실 게임)

책 소개

우리 시대의 진실의 불안정함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의존과 불신이 뒤섞인 ‘난잡한 지식’의 계보를 엮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의 완벽한 검색 엔진을 ‘신의 마음’에 비유한 적이 있다. 구글의 이러한 비유는 전능하면서도 동시에 혼란스럽게 뉴스, 지도, 날씨, 포르노 검색 결과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현재 지식의 얼굴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검토 및 분류되고 해석되어 왔는가일 것이다. 계몽과 근대 과학의 시대를 지나 지식이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은 시들고 지식 체계를 불신하는 현상 또한 현대 사회의 중요한 화두이다. 한편 우리는 사실과 지식을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틀 역시 필요하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정보 시대의 기원부터 2000년대 구글의 지배에 이르는 지식의 계보를 짚어 나간다. 사실과 진실이 그리고 그에 대한 주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더 복잡해진다는 데 중점을 두고, 오늘날 텍스트와 이미지, 사실과 정보, 미디어와 인터넷에 둘러싸인 난잡한 지식과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

https://x.com/ssin_booot/status/1828735957614604628

러브 누아르

책 소개

북다의 단편소설 시리즈 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쿄쿄와 쿄지』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북다의 단편소설 시리즈 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달달북다’ 시리즈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사랑’의 모양은 늘 위태로울 만큼 다양하며, 그것과 관계 맺는 우리의 자리 역시 매 순간 다르게 아름답다. 여기에 동의하는 이에게 새로운 로맨스 서사의 등장은 여전한 기쁨일 것이다. ‘달달북다’는 로맨스의 무한한 변신과 확장을 위해 마련된 무대다.

『쿄쿄와 쿄지』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달달북다’의 세 번째 작품은 한정현의 『러브 누아르』이다. 역사와 문학의 경계에서 탐구적 태도를 가지고 윤리적 질문을 해온 작가는 데뷔 이후 적극적이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왔다. 역사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한정현의 소설은 독자가 몰랐던 타인의 진실을 향한 슬픔과 애도의 방식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공식적인 주류 역사가 삭제시킨 이름들을 발굴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미쓰’라 불리며 지워졌던 여자들의 새로운 이름을 발견해내려 한다. 198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가장 스펙터클한 장르, 러브와 누아르를 선보인다.

정현님 새 책!

우리가 동물을 사랑할 때

책 소개

새로 번역된 엘렌 식수 책인데 표지가…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일에 먹히지 않고 나를 지키는 마음의 태도에 대하여)

책 소개

너무 힘을 주지 않고, 완전히 힘을 빼지 않으면서 잘하는 것보다 지치지 않게, 오랫동안 꾸준히 일하는 법

일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일하면서 보내는데 일이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일까? 30년 넘게 환자들의 고민을 듣고 그 무게를 함께 나눠온 하지현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책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에서 일하면서 상처 입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지키며 일하는 마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이자 직장인, 작가로서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깨달은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기본은 ‘생존’이고, ‘안심’이 된 후에야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보다 지치지 않는 것이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일하는 것의 가치를 제시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일과 삶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하지현 쌤 오랜만에 책을 내셨네…

놀랍도록 길어서 미치도록 다양한 칠레

책 소개

남쪽 땅끝 멀고 낯설기만 한 나라 왜 우리는 지금 칠레와 만나야 하는가?

와인, 리튬, FTA, 안데스, 피노체트… 우리가 알던 칠레가 다가 아니다! 역사에서부터 정치·경제, 외교·자원, 사회·문화를 모두를 아우르며 미친 지리, 미친 다양성의 나라 칠레를 말한다!

삼프로TV ‘신과의 대화’, ‘칠레 5부작’ 누적 조회 140만, 위즈덤 칼리지 ‘중남미 탐구생활’ 누적 조회 100만 기록 전 명문 칠레가톨릭대학교 민원정 교수가 17년 칠레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국내 첫 칠레 입문서이자 비즈니스·외교·여행을 위한 최신의 칠레 안내서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기후위기 시대 펜, 보그, 스웜프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책 소개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여겨지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계와 지성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애니 프루. 주로 척박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밀도 높은 소설로 그려내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는 신간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에서 픽션의 형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한 자연 환경에 대해 직설을 쏟아낸다. 저자의 통렬한 시선이 맞닿은 곳은, 쓸모없는 땅으로 치부되어 온 ‘습지’이다.

“습지의 역사는 파괴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습지는 인류가 산업혁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기 이전부터 벌목, 개척과 개간, 개발이 되어야 할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과 이들의 삶의 방식 또한 무시받아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습지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선입견을 일깨운다. 습지를 향한 저자의 탐구는 접근이 독특하면서도 분야 또한 광범위하다. 문명화라는 폭력과 약탈로 인해 명맥이 끊겨버린 습지의 매혹적인 역사, 습지의 생태학적 역할과 환경적 가치, 과거 예술작품에 담긴 습지를 통해 문화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1만 년 전 서시베리아의 바슈간으로 시작해 로마시대 토이토부르크 숲, 14세기 잉글랜드의 보그Bog를 거쳐 21세기 미국의 루이지애나에 이른다. 거시적 관점으로 세기별 배수사업의 과정을 따라가 보기도 하고, 미시적 관점으로 토착민의 소소한 생활방식을 추적해 보기도 한다. 이렇듯 저자는 시공간을 넘나들 뿐 아니라 역사·문화·환경·예술의 온갖 분야를 아우른다.

다양한 관점과 방식을 동원해서 습지를 입체적·심층적으로 살펴보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습지를 파괴하는 일이 지구를 얼마나 위협하는 일인지 깨닫고 지금이라도 습지를 보호하고 조용한 희망을 되찾자고 강조한다.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동물의 삶을 사랑하는 과학의 모든 시선)

책 소개

“우리 인간이 왜 그렇게 특별하다는 걸까? 다른 동물과 다르게 왜 그토록 깊은 감정을 느낀다는 걸까?“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정말로 더 풍부한 감정을 느낄까? 지능이 높은 동물이 지능이 낮은 동물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낄까? 이 책을 쓴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특별하고 우월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를 오만하다고 비판하며, 오히려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동물이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전하는 동물들의 다채로운 일화를 만나면, 동물의 삶 역시 인간의 삶만큼이나 풍부한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누구나 실감하게 될 것이다.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회의론자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50년 넘게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온 선도적인 과학자 마크 베코프. 뉴욕대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일 제이미슨에 따르면,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2007년에는 저자의 관점이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었기에 초판을 출판한 건 용감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후 저자의 주장들은 대체로 사실로 입증됐고, 지금까지 동물의 마음을 연구하는 분야도 말 그대로 폭발적인 진전을 이뤄왔다. 이 책은 저자가 초판의 감동과 주제의식을 그대로 살려 17년 만에 다시 내놓은 전면 개정판이다. 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그간 축적되어온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와 증언, 흥미로운 동물의 일화와 저자의 새로운 경험담이 추가되어 더욱 깊고 풍성한 내용을 전한다. 어느 때보다도 동물의 감정과 그 감정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더욱 개정되고 확장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동물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동물 복지의 실태를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다. 한평생 외길을 걸어온 이 노학자는 과학적 결실과 통찰, 솔직함, 감동을 한데 아우르는 결과물을 남겼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갈 책이다. 우리 인간의 책임을 요구하는 윤리적 과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짚어본다. 저자 특유의 온정적인 시선과 가벼운 유머, 연민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우리가 동물을 보는 방식과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재평가하라는 분명한 요구다.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영원의 전쟁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

책 소개

가장 근거리에서 영혼까지 들여다보고 담아낸 극우파와 대안우파에 대한 기록 인류학자의 집요한 인터뷰가 극우 논리의 의식적 패턴을 밝혀내다 심도 있는 분석과 르포 정신이 빛나는 책

벤저민 타이텔바움의 『영원의 전쟁: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은 두 명의 거물급 인물의 정신세계를 탐구해 오늘날 급부상하는 전통주의·우파 포퓰리즘의 사상지도를 그려낸 인류학적 르포르타주다. 이 책이 쓰인 과정은 비밀공작을 방불케 했다. 저자는 녹음기를 들고 럭셔리한 호텔에 드나들면서 암호를 대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위험하고도 비밀스러운 사상을 지닌 두 사람은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마주 앉자 저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저자를 의심할 법도 한데 특별한 방어 기제도 없이 자기 사상, 기획, 비전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콜로라도대학 민족음악학 교수로 인류학자이자 극우 정치 전문 연구자다. 그가 콜로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과 워싱턴 DC로 날아가 만난 사람은 스티브 배넌이다. 바로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수석 전략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푸틴의 배후 사상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두긴이다. 저자는 연구 대상을 만나 묻는다. “당신은 전통주의자인가요?” 전통주의Traditionalism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중세의 종교적 전통을 고집하는 사상적 흐름으로 18~19세기에 태동해 100여 년간 지하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온 철학적·영적 입장이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이민주의적 내셔널리즘과 결합해 이데올로기적 급진주의로 흐르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것을 쫓는다. 학자이지만 그는 곳곳에 연락책을 두고 있다. 여러 인맥을 통해 1년 넘게 공들인 결과 배넌과의 첫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다. 두긴은 저자가 다년간 유럽 급진 극우파에 대한 민족지학적 연구를 하면서 쌓은 인맥으로 만날 수 있었다. 북유럽 음악을 연구했더니 이들이 극우파와 연이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거기엔 전통주의 사상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때마침 세계는 극우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콘이자 핵심 권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미국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에게서도 전통주의의 낌새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잘 듣는 귀를 가졌다. 음악을 전공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원이다. 잘 듣는다 함은 상대에게 공감해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능력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움직이는 두 거물의 머릿속 생각을 캐내, 전 지구적 극우 포퓰리즘의 반란을 작동시키고 있는 협력관계를 밝혀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시인이 관찰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

책 소개

스웨덴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니나 버튼은 1946년생으로 평생 글을 쓰는 삶을 살아 왔다. 어느 날 그녀는 한적한 시골에 있는 별장을 개조해 그곳에서 집필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오래도록 비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무수한 생명이 그 낡은 공간에서 활기차게 지내고 있었다. 저마다의 생명력을 뽐내면서 말이다. 자연스레 새부터 벌, 개미, 다람쥐, 여우, 물고기, 고래, 나무, 꽃, 풀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동물과 식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수많은 영감을 얻은 그녀는 문학, 철학, 과학, 역사, 언어 등을 아우르며 자연과 생명을 탐구하는 여정을 아름답게 묘사해 냈다.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강연실의 과학과 문장들)

외꺼풀

책 소개

“자란다는 건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야. 넌 그냥 너 자신이었을 뿐이야. 그것만도 힘들거든.”

가장 어렵고도 아름다운 여정 성장에 대한 진실한 그래픽노블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데브 JJ 리의 자전적 그래픽노블 『외꺼풀』(In Limbo)이 창비만화도서관 시리즈 열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껴 온 시린 감각을 생생히 전하며, 청소년기 경험했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주목받는 신예 작가 데브 JJ 리는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 오케스트라와 미술반 사이, 불안정하고 어렵기만 한 가족과 친구 관계 속에서 주인공 데버라가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을 몰입감 있게 표현한다. 데버라가 찬찬히 기댈 곳을 만들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성장의 과정이 마치 수묵화처럼 섬세한 그림과 함께 마음을 울린다.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주혜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번역이 작품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는 가운데 미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한국적인 문화 역시 독자들에게 더욱 반갑게 다가올 요소다.

한겨레 S 북섹션 2024년 8월 24일자.

몸 번역하기

책 소개

『마이너 필링스』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캐시 박 홍의 시집. 언어와 몸의 경계, 분열, 충돌을 깊이 파고드는 이 시집에서 캐시 박홍은 영어와 한국어 사이, 제국과 순교자의 나라 사이, 몸과 마음 사이에서 끝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며, 시를 통해 소수자 되기를 실천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장편소설)

책 소개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젊은 거장 김애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퀴어 미술 대담 (동시대 한국 퀴어 미술의 현장)

책 소개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란 무엇 혹은 누구를 뜻하는가? 퀴어 미술을 둘러싼 대담을 통해 펼쳐지는 퀴어의 영역과 범위

적어도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계에서 ‘퀴어’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미술, 문학, 연극,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퀴어는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사 매체에 등장하는 허구의 ‘퀴어한’ 등장인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퀴어한’ 예술은 작가의 정체성으로서, 작품의 주제의식으로서, 서사의 주된 정서로서 점차 경계를 확장하며 그 역할과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혹은 여태껏 충분히 탐구되거나 논의되지 못한 퀴어 예술의 갖가지 면모가 이제야 광범위하게 발굴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본문에서 이야기하듯 오늘날 퀴어는 “일종의 유행”이 된 듯 보이거나 “과포화”된 듯 여겨지기도 한다. 『퀴어 미술 대담』은 퀴어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어색하지 않게 언급할 수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란 무엇(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는 대화의 장이다. 그간 국내 미술비평계에서 퀴어라는 주제로 꾸준히 비평하고 활동해온 두 저자, 이연숙과 남웅이 “현재, 서울에서, 비평가”로서 퀴어 미술의 정체와 주체를 탐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두 저자는 “사태를 섣불리 봉합하지 않”으면서, 그간 미술 현장에서 각자 쌓아온 경험과 고민을 지렛대 삼아 퀴어 예술의 시공간을 구축해나간다. 국내의 작가와 작품, 전시 등 현장을 두루 톺아보는 두 저자의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로 불리는 것 이면에 어떤 관점과 담론 들이 도사리는지 고민해볼 수 있을 테다. 또는 두 저자가 서문과 발문에서 이야기하듯 앞으로 우리가 ‘퀴어’와 더불어 ‘예술’ ‘성차’ ‘관계’ ‘대화’ ‘언어’ 등의 키워드를 어떻게 계속하여 끌고 나가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을지 물을 수도 있겠다. 두 저자가 번갈아 이야기하듯이, 이 대담에 내포된 무수한 질문이 독자에게로 이어지며 또 다른 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로마 가톨릭교와 정치적 형식

책 소개

20세기 논쟁적 사상가 칼 슈미트 사상의 연결고리 가톨릭교가 지닌 ‘대표’의 역량형식 VS. 경제적-기술적 사고

1923년 독일에서 처음 초판이 출간된《로마 가톨릭교와 정치적 형식Römischer Katholizismus und politische Form》은 주권과 법에 대한 근원적인 개념 정의와 땅과 바다에 관한 독특한 이론 전개로 현대에 이르러 나치즘에 의한 오명에서부터 다시금 대결해야 할 사상가로까지 조명받고 있는 악명 높은 독일의 공법학자이자 정치사상가 칼 슈미트의 초기 저작이다. 《정치적 낭만주의》(1919 / 국역 2020, 조효원 역, 에디투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상가로서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슈미트는 19세기 독일과 유럽의 정치적 낭만주의자를 비판하며 자신의 가톨릭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정치신학》(1922 / 국역 2010, 김항 역, 그린비)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이론을 전개하게 되는데, 그 신학적 설명 방식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저작이 바로 《로마 가톨릭교와 정치적 형식》이다. 이 책은 가톨릭교가 지닌 대표의 의미와 그 형식을 밝히면서 슈미트가 대결하고자 하는 경제적-기술적 사고라는, 대표의 이념에서 벗어난 가치의 혼란에 대한 문제의식을 벼리고 있다.

옮긴이 윤인로의 후기 “가톨릭이라는 ‘대표’ 그 역량형식들, 그 적들”를 보면, 이 책은 “대표의 이념을 살리지 못하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의제 상황 및 그것에 대한 거부의 맥락”에서, 혼란스러운 당대 현실을 가톨릭의 3중 형식, 즉 “예술에서의 미학적 형식, 법학에서의 법권형식, 영예의 빛으로 넘치는 세계사에서의 권력형식”을 보여줌으로써, 가톨릭 보수주의의 역량을 옹호하고 있다. 이러한 가톨릭교의 정치적 형식들의 관점에서는 무법적이고 무형식인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수요에 봉사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정밀성이라는 하나의 형식”으로만 조형되어 있다. 슈미트는 이렇게 근대 자본주의의 탈정치적 성향과 프리메이슨식의 비밀단체들의 질서 없음을 비판하면서, “상충되는 것들의 연접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톨릭교의 가시성과 대표력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 경제적-기술적 사고가 실제로는 거짓 적대의 토대임을 밝히면서 부르주아지와 볼셰비키 간의 대결 또한 거짓 적대이며 공통의 이상향/유토피아가 레닌의 이상, 즉 “전력이 공급되는 지구”라는 이상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게 경제적 사고를 통한 가짜 구원에 대해 반대하며 가톨릭교에서 추구한 “완전한 사회”라는 이상이 “특별한 합리성”을 가지고 법적이고 정치적인 이념에 대한 권위, 즉 3중 형식으로 보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전 국내에서 소개된 선집 안에 포함되어 소개된 바 있는 저작이지만, 이번에 펴낸 번역은 새롭게 원문의 문장 구성, 기호 사용, 외국어 표기를 원문인 독일어 및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판을 참고하여 최대한 정확하게 슈미트의 논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이 짧은 책으로 독자들은 칼 슈미트의 보수적 가톨릭주의가 무엇인지 또 그가 당대 바이마르 정치 세력 및 볼셰비키와 무정부주의 세력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지 그 정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토크빌, 버크, 엘로, 소렐, 드 메스트르, 도스토옙스키, 마르크스, 도노소 코트네스, 바쿠닌, 레닌 등 주요 등장인물의 인명 소개와 공들인 역자 후기 및 미주를 바탕으로 독자들은 압축적인 본문을 읽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테제 새 책. 아마 이번주 한겨레 S 북섹션에 소개되는 모양이지만 신문은 내일 읽을 것이므로..

옛 음악 새 연주

책 소개

고음악 전문가 이준형의 첫 고음악 교양서

“씨줄과 낱줄로 엮인 옛 음악의 문화와 전통을 알기 쉽게 풀어낸 고음악 교양서” “르네상스 시대의 미명에서 바흐에 이르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동반자적인 책” “세계사, 나라, 문화, 역사, 악기, 음악 장르 등 고음악 입문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간명하고 담백한 이야기로 녹여낸 책”

어 아직 음반 시장이 무너지지 않았을 때 소식지 리뷰지 같은데서 클래식 수입 음반 특히 고음악-시대연주쪽 이준형님 리뷰 자주 읽었었는데 책을 내셨네 반갑기도 하고~ 읽어봐야지

코레오그래피란 무엇인가 (퍼포먼스와 움직임의 정치학)

책 소개

『코레오그래피란 무엇인가』는 춤에 관한 기존의 이해를 장악해온 지배적 관념에 치열하고 검밀하게 반응하는 무용과 퍼포먼스 분야의 최신 흐름을 소개하는 비평적 개론서이다. 1990년대 초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럽과 북미의 무용계를 송두리째 뒤흔들며 무용에 새 숨을 불어넣은 동시대 주요 안무가들의 작업을 이야기한다.

https://x.com/hyunsilbook/status/1821449758210146462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책 소개

내가 사는 세상은 내가 만든다 〈좋은 시민이 되고 싶어〉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전쟁은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전쟁 이야기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미래가 점점 불안해지고 기후위기와 재난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오늘날,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하려면 공동체 속 시민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껏 우리는 ‘시민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생소하지만,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시민이 가진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시민교육을 시행하고 확대해 왔다. 〈좋은 시민이 되고 싶어〉 시리즈는 이러한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내 삶을 가꾸는 것이 사회와 공동체를 좋게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알고, 스스로 서서 모두를 살리는 시민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시선과 태도를 청소년 눈높이에서 비판적 사고로 살펴보고 이야기해 보는 시민 교양 시리즈이다.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개별성을 가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차별받거나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게 하며,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드는 시민 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획되었다.

시리즈 네 번째 책의 주제는 ‘전쟁과 평화’다. 북한과 휴전 중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전쟁은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전쟁은 언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다. 2,000만 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 대부분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 내에 있어 군사력 세계 6위, 군비 지출 세계 10위, 막강한 방산 수출국 대한민국이라 해도 전쟁이 나면 쑥대밭이 될 수밖에 없다. 평화운동 단체 ‘전쟁없는세상’에서 평화활동을 하는 저자는 ‘평화는 좋고 전쟁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만으로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전쟁이 계속 나는 원인과 구조가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고, 그 연결 고리들이 작동하지 않도록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시민’의 책무라고 말한다. 책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우리의 오래된 믿음들을 해부하고,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을 주목한다. 이를 살피다 보면 우리 일상과 전쟁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가 보이고 전쟁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흔히 전쟁에서 승리하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믿는데, 승리와 패배 모두 전쟁의 일부이며 전쟁의 본질은 결국 폭력과 살인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는 가난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의 실천적 방법들을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전쟁에 관한 영화도 여러 편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게 영화를 본 후 생각하고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https://www.instagram.com/p/C-UlAgSJqFl/

좋아하는 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진로를 고민하는 너에게)

책 소개

지구에 해가 되고 싶지 않은 나, 무슨 직업을 갖지?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십 대를 위한 진로 인터뷰집

진로를 고민할 때 흔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언제까지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한다. 그러나 필(必)환경 시대인 요즘, 중요한 고민거리가 한 가지 더 남아 있다. 우리가 일하고 숨 쉬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바탕, 즉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기후 활동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적성을 살리면서도 윤리적이고 생태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없을까? 《좋아하는 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면》은 건축가부터 개발자, 패션 디자이너, 기자,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직업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들은 IT 기술로, 법으로, 디자인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방법을 궁리하고 실천한다. 前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자 기후위기ㆍ기본소득ㆍ녹색정치를 화두로 연구와 활동을 이어 온 김주온은 이들의 새로운 시도와 남다른 가치관을 섬세하게 듣고 기록했다. 또한 ‘그럼에도 나아가는’ 낙관과 희망을 바탕으로 인터뷰이들의 일과 삶을 조명하고 공감대를 넓히며 소개한다. 제작하고 이동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은 필연적으로 지구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완벽히 무해할 수 없다고 포기하기보다 ‘작은 차이’를 만들며 지속할 때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터뷰이들은 모두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낸 사람들이다. 참신한 생각과 진지한 태도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지향점을 품고 살아갈 것인지, 나의 가치관을 어떻게 ‘일’에 녹일 수 있을지 실마리를 찾아보자.

주온님이 책을 내셨구나~

이어지는 이야기

책 소개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의 뒤를 잇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걸작

영국 《타임스》의 문예 부록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가 선정하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뽑힌 앨리 스미스의 걸작 ‘계절 4부작’에 이은 자매편인 『이어지는 이야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계절 4부작’은 브렉시트 이후 격변하는 영국 사회의 현재를 담기 위해 앨리 스미스가 펭귄 출판사와 기획한 프로젝트로, 브렉시트 찬반 국민 투표가 실시된 2016년 첫 권인 『가을』이 출간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에 마지막 권인 『여름』이 완간되었다. ‘계절 4부작’ 시리즈는 “포스트 브렉시트를 본격적으로 그려낸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았고, 『가을』은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마지막 작품 『여름』은 최고의 정치 소설에 수여되는 조지 오웰 상을 받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계절 4부작과 내용상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으나, 팬데믹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는 기간 동안, 격리되고 떨어져 지내던 사람들이 기이한 인연 또는 자그마한 기적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같은 결을 공유하고 있다.

컴패니언 피스도 드디어 번역출간되었네.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책 소개

“책이 주는 아름다운 순간은 이럴 때 같다.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다른 작품을 이어주는 것.” 작가 박솔뫼의 소설 읽기, 그리고 쓰기에 관한 첫 에세이

200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도시의 시간』 『미래 산책 연습』 『극동의 여자 친구들』 등을 출간하며 전위의 감각을 선사해온 작가 박솔뫼가 첫 에세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문예지 『문학동네』 『릿터』 등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과 출간을 위해 새롭게 쓴 세 편의 에세이를 포함하여 총 18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저자는 다카하시 겐이치로, 하라 료, 로베르토 볼라뇨 등을 비롯해 오랜 시간 애정해온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을 중심으로, 책을 읽는 여러 방식과 그로부터 받은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끈기 있게 풀어놓는다.

박솔뫼 신간 🥰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지금 준비해야 할 문해력의 미래)

책 소개

2022년 12월 오픈AI 사가 챗GPT를 공개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눈에 띄게 커졌지만, 그동안의 논의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런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 책은 논의의 중심을 바꿔 인간처럼 읽고 쓴다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보기를 제안한다. 생산성과 효율 대신 ‘나’ ‘우리’ ‘인간’ ‘삶’과 같은 단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어떤 식으로 관계 맺고 공존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효율을 넘어 우리 삶의 유익을 추구하는 쪽인지 고민한다. 한편 읽고-쓰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문해력의 개념과 우리 사회 리터러시 담론에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응용언어학자로서 개인과 사회, 기술과 리터러시가 엮이는 방식을 오래도록 연구해 온 저자는 최근까지 지속된 국내외 연구들을 바탕으로 인간처럼 학습하고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인간만이 가지는 차별점이 무엇인지, 그 기술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전에 확립해야 할 윤리는 무엇인지 살핀다. 인간의 읽기-쓰기, 인공지능의 읽기-쓰기를 비교·대조하며 사람이 읽고 쓴 글과 인공지능이 읽고 쓴 글의 구조적·내재적 차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인간처럼 읽고 쓰는 AI의 행위는 인간의 읽기-쓰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리터러시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읽고 쓰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더 잘 돌볼 수 있을까? 단순히 인공지능의 활용법을 넘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관점과 태도 정립을 돕는 책이다.

https://x.com/sungwookim/status/1818101852707369187

김성우님 새 책!

위험을 향해 달리다 (기억과 대면한 기록들)

책 소개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위민 토킹〉 등으로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아카데미상 수상 감독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 《위험을 향해 달리다》가 출간되었다. 여섯 편의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트라우마라 할 만한 사건,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기억과 숨김없이 대면한 기록이자 그로부터 회복의 힘을 길어 올리는 진솔한 여정을 담아낸다.

이 책에서 세라 폴리는 보호받지 못한 아역 시절, 무대공포증, 성폭력 피해 경험, 엄마의 죽음, 고위험 임신, 뇌진탕 후유증 등 배우이자 감독, 작가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겪은 “인생의 가장 위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의 글은 그가 해온 영상 작업이 그렇듯 특유의 솔직함, 인생의 복합성에 대한 예리한 인식, 깊은 인간애를 품고 있다. 절묘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매 문장이 ‘장면’을 담고 있다고 할 만큼 독자 앞에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어 이것도 원서 다 못 끝낸 책인데 3월에 출간되었었군…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 (세계가 인정한 국내 과학자 37인이 쓴 기후변화 결정판)

책 소개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기후변화와 감염병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지식을 담았다.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37인의 국내 최고 과학자가 ‘우리나라 사례’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의 현주소는 물론 신종 감염병의 현상과 대응, 탄소중립에서 신재생에너지까지 꼼꼼하게 서술한다. 전 세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연구가 바탕이 되면서도 우리에게 맞춤한 기후과학은 이 책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현재 가장 첨예한 주제와 당면한 문제를 키워드로 손쉽게 찾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야말로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후과학 지식’이다.

https://x.com/shinyoungyoon/status/1815930026086334610
난 출판사로서는 얼룩소를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이건 위즈덤하우스 통해서 낸 책이니까..

옐로페이스

책 소개

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젊은 작가로 떠오른 R. F. 쿠앙이 자신이 반짝 스타가 아니라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차세대 작가임을 전 세계 독서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문제작. 이 소설이 말 그대로 문제의 작품인 이유는 작가의 인종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과 신념을 넘어 성역 없는 모두까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은 출판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에이전트를 비롯한 주위의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작가는 애초의 뜻을 거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좋아, 끝까지 가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가 한 모든 일을 하나하나 비웃어보자.”

『옐로페이스』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도 없다. 책 제목과 표지만 봐도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보이는 것만 같다. ‘옐로페이스(Yellowface)’는 블랙페이스처럼 백인이 아시아인을 흉내 내기 위해 아시아인의 용모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무대 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문화 행위를 말한다. 게다가 저자는 어릴 적에 미국으로 이주해 온 중국계 작가다. 따라서 백인 주류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줄줄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시작은 그다음부터다.

옐로 페이스가 드디어!

춤을 추었어

책 소개

모리스 라벨의 음악 〈볼레로 Boléro〉의 구성에 맞춰 아이의 춤과 같은 여정을 그린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이다. 책의 배경 음악이 되는 〈볼레로〉는 영화 음악감독이자 현재 이날치로 활동 중인 장영규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아 음악을 따라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했다.

〈볼레로〉의 구성이 그러하듯 책 속의 아이 또한 쌓아 올려지다 끝내 무너져 내리는 역사의 반복 속에 있다. 자연은 평화의 춤을, 전쟁은 파괴의 춤을 추고, 서로 닮은 듯, 부르는 듯 끝없이 반복되는 두 개의 춤 속에서 아이들은 춤을 이어간다. “우리는 손을 잡고 왈츠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지만, 과연 나아가는 것일까요.”라고 묻는 작가의 그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를 향한 애틋한 시선이 있다.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이수지 작가 신작 소식은 전에 듣긴 했지만… 근데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NFT로 발행했다는 건 무슨 소리지?

운석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

책 소개

우리에게는 다행하게도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당시에 일어난 사건들이 기록된 암석들이 있다. 그 암석들 중 일부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이 암석들은 우리 근방의 우주 공간에서 가장 오래된 물체들이다. 아직도 그 답을 알아내지 못한 질문이 많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지질학 언어와 과학의 도구를 사용해 이 암석들이 초기 태양계에 대해 말해 주는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태양계와 행성들과 결국에는 우리 자신의 기원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암석들은 원래 지구에 있던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암석으로, 우리는 그것을 운석이라 부른다.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세상 모든 것의 성장과 한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

책 소개

당신을 확장하고 때로는 제한하는 크기의 세계를 직시하라!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한 크기의 모든 것

클수록 우월한가? 무한한 성장은 과연 가능한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량부터 국가의 연간 GDP까지. 통계분석의 대가 바츨라프 스밀이 최신 과학과 공학, 역사와 예술을 통합하는 압도적 지식으로 현대 문명의 실상을 측정한다. 크기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자연과 환경, 인간과 사물, 사회와 경제를 결정하는 크기에 대한 새로운 통찰.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필터월드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똑같은 세상)

책 소개

“지금 당신의 모든 것은 진짜인가?”

우리가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온갖 알고리즘과 마주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구글 검색으로 찾아보는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피드에서 읽는 스토리, 넷플릭스 홈페이지가 추천해주는 영화나 틱톡이 제시하는 개인 맞춤형 영상 피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이 보여주는 게시물의 순서나 내 취향에 딱 맞춘 듯한 에어비앤비의 숙소 추천, 인터넷 어디서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광고 등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면서도 우리를 지배하고 인간의 지각과 관심을 조종한다. 이렇게 방대하고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얽혀 있는 알고리즘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을, 우리는 ‘필터월드Filterworld’라고 부르기로 했다.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어? 카일 차이카 새 책 생각보다 빨리 번역되어 나왔네?

애덤 스미스 평전 (애덤 스미스, 불멸의 삶)

책 소개

100년 만에 나온 애덤 스미스의 삶에 대한 보물 창고 사상의 발생과 전파에 관한 매우 지적인 전기이자 명쾌한 문체 스미스와 동료들의 삶을 해명하는 모든 원천을 추적하다

『애덤 스미스 평전』은 1895년 존 레이가 출간한 평전 이후 100년 만에 쓰인 애덤 스미스에 대한 본격적인 평전이다. 이언 로스는 스미스의 가족, 스승, 친구와 동료들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어 그의 생애와 시대에 대한 설명에서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이 평전을 뛰어넘을 기록은 나올 수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다음의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스미스의 생애를 연도별로 따라가면서 그에 대해 기존에 알려진 관찰들을 실제 사건과 연결시키고 있다(예컨대 스미스가 옥스퍼드에 갈 때 저자 로스는 대학에 대한 『국부론』의 비판을 인용하고, 스미스가 툴루즈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로스는 이를 『도덕감정론』과 연결시킨다). 저자는 사건과 주장의 인과관계에 매우 조심하면서도 자신의 논평을 제시함으로써 평전 작가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이는 그가 자기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서신과 사건들을 거의 다 수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둘째, 개정판(한국어판은 개정판을 번역했다)에서는 특히 자신이 구성한 스미스의 내러티브에 개념적 분석과 해석적 주장을 포함시켰다. 본문 단락 중 괄호나 주석이 없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이 지적이고 학술적인 평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게다가 저자는 스미스의 생애에 대한 백과사전적 서술을 지향하면서 생애에 관한 새로운 사실과 학설을 포함시켜 훨씬 더 촘촘하고 정밀한 서사를 구축했다. 삶은 중요한 요소다. 한 학자의 담론과 사상은 그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펴볼 때 맥락화가 더 잘 되기 때문이다. 로스가 스미스를 단순히 학자가 아닌 ‘인물’로 만들기 위해 뉘앙스들을 살리고 서신 자료로 긴밀했던 인간관계를 복원시키는 이유다.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글항아리에서 또 두꺼운 책을….

지구의 철학 (모면할 길 없는 기후위기 시대의 삶에 부침)

책 소개

이 책은 지구라는 주어를 통해 인간을, 나아가 인간의 경제와 정치를 다룬다. 그리고 오이코스와 자연의 정치, 화폐에 포섭된 허무주의 경제학과 대비되는 오이코노믹스, 인간이라는 범주를 따로 가정하지 않은 정치인 오이코폴리틱스를 구성하려 한다. 동시에 현행의 기후위기와 멸종의 상응성을 특이점 개념을 통해 포착하고, 도래한 멸종을 ‘감히’ 종말이란 개념으로 포착하려 한다. 이때 종말이란 종교적인 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참혹한 배경이 아니라 모든 답이 사라지고 물음만 남는 어두운 심연이다. 유물론자에게 종말이란 그런 심연을 있는 그대로 수긍하는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죽음을 사유하는 법, 공포 속에서 밀쳐 내는 게 아니라 긍정의 시선으로 사유하는 길을 찾자고 제안할 것이다. 죽음의 이중 긍정. 그것은 죽음이나 종말, 절망이란 말만 나오면 인간들이 보여 주는 히스테리를 넘어서, 답 없이 도래한 그리고 도래할 파국적 상황을 긍정의 시선으로 사유하는 길, 그 파국을 살아 내는 길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고요의 바다에서

책 소개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독특한 서정성이 빛나는 아름다운 걸작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로 자리매김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고요의 바다에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독특한 서정성과 세상을 향한 고요한 애정이 빛나는 이 작품은 20세기부터 25세기까지 5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엮어 낸다. 집에서 쫓겨나 먼 나라로 떠나온 20세기 초의 청년 에드윈, 캠코더를 들고 집 근처 숲을 산책하는 20세기 말의 여자아이 빈센트, 붐비는 비행선 터미널을 가로지르는 22세기 말의 작가 올리브, 그들은 모두 시공간이 요동치며 뒤섞이는 한순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25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개스퍼리는 그 기이한 현상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기 위해 시간 여행을 감행하려 한다. 이 방대한 시간과 다채로운 인물들이 아름다운 필치로 수놓인 󰡔고요의 바다에서󰡕는 우리에게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종말에 가까운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차분하게, 또 묵직하게 묻는다. 이 작품은 전 세계 24개 언어로 출간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와 유수의 매체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꼽혔으며, HBO 시리즈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

5백 년의 세월을 꿰뚫는 찰나의 순간 시간의 흐름에 파열을 일으키는 인간적인 몸짓

……찰나의 어둠, 기이하고 갑작스러운 빛……. ……숲, 신선한 공기, 주변에서 솟아나는 나무들, 여름날로 이루어진 찰나의 환각…….(180면)

1912년, 상류층 자제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현실 감각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에드윈은 영국의 집에서 쫓겨난 뒤 방황하다가 캐나다의 작은 섬마을 카이엣으로 흘러 들어간다. 1994년, 훗날 남편이 폰지 사기 공모자로 밝혀져 모든 것을 잃지만 아직은 열세 살에 불과해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는 열세 살 빈센트는 홀로 카이엣의 숲을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캠코더에 담는다. 2195년, 〈달 식민지〉에 사는 베스트셀러 작가 올리브는 북 투어차 지구에 들렀다가 비행선에 오르기 위해 터미널을 바삐 가로지른다.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 세 사람을 똑같이 꿰뚫고 지나가는 찰나가 있다. 갑작스러운 암전 뒤에 번쩍이는 빛, 솟아오르는 거대한 나무, 바이올린 연주와 알 수 없는 소음으로 이루어진 한순간이. 2401년, 시간의 흐름을 연구한다는 목적을 내건 〈시간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똑같이 벌어진 그 기묘한 한순간을 감지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변변치 않은 직업을 전전하는 데 지쳐 있던 개스퍼리가 그 〈특이 현상〉을 파헤치고자 시간 여행이라는 위험한 임무에 자원한다. 그가 가장 먼저 방문하는 시간상의 지점은 2203년, 작가 올리브가 지구에서 북 투어를 돌던 무렵이다. 시간 여행자 개스퍼리는 기자로 위장해 올리브를 인터뷰하고, 그 짧은 대화로부터 발생한 작은 파열은 과거와 미래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컴퓨터 파일에, 혹은 우리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처럼.

끝이 있는 삶 속에서, 종말을 맞이할 세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어떤 항성도 영원히 타오르지는 않는다.(151면)

󰡔고요의 바다에서󰡕에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종말의 기미가 바이러스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을 떠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1910년대에도, 우리가 잘 아는 2020년대에도, 가까운 미래인 2200년대에도 팬데믹이 세상을 휩쓸어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간다. 한편 어떤 이유로든 지구에서의 삶이 불가능해지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인류는 〈달 식민지〉와 그 너머의 〈먼 식민지〉를 개척해 기후의 모든 부분이 통제되는 돔 안에서 살아간다. 〈어떤 항성도 영원히 타오르지는 않는다〉라는 문장이 되풀이되며 수십억 년간 빛을 발해 온 태양조차 언젠가는 끝을 맞이하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이는 몇백 년 전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에 쓴 〈이것이 예고된 종말인가?〉라는 대사와 공명하며 이 소설이 우리 삶의, 그리고 세상의 〈끝〉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뿐 아니라 이 작품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에 관해서도 말한다.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다면 그것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190면) 현실이 시뮬레이션인지 아닌지를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알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개스퍼리는 말한다. 〈시뮬레이션 안에 산대도 삶은 삶이다.〉(347면)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시뮬레이션 안에 산다고 우리 삶이 덜 현실적인 것이 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느냐라고 생각합니다.〉(「리터러리 허브」)

〈삶의 틈 속에 빠진 인류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러브레터〉 있는 힘껏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난 또 그렇게 할 거야.」 개스퍼리가 말했다. 「망설이지도 않을 거야.」(321면)

세상에 끝이 있어도, 현실이 시뮬레이션에 불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눈앞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막막하고 불확실한 세계 속 󰡔고요의 바다에서󰡕의 인물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지금을 있는 힘껏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 안에서 그들과 수백 년을 여행하는 동안 크고 작은 선택들을 목격하고, 그것들은 때로 나약하거나 무모하게 비칠지언정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이다혜 작가) 특성을 드러내기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며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부터 발생한, 서로 달라 보이는 감정들이 함께하는 풍경을 담담히 지켜보게도 한다. 이를테면 망설임과 후회 없음, 원망과 사랑, 적막함과 충만함 같은 것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그것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우리가 삶을 약간 먼발치에서 바라본다면 그와 비슷한 광경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세상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투명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삶의 틈 속에 빠진 인류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러브레터〉(김보라 영화감독)처럼 독자의 마음에 가닿을 것이다.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어 sea of tranquility 번역되었네.. 원서 사두고 못읽었는데 ㅠㅜ

알파벳의 발명 (문자의 기원을 향한 탐구의 역사)

책 소개

지성사·문화사 최초 학문의 대상으로서 ‘알파벳’을 탐구하다

고대 그리스 역사와 신화적 구성물, 성서의 해석에서부터 물증 조사, 고고학·고문자학·금석학·지리학적 연구법과 현대의 프로그래밍언어, 영숫자표기법, 디지털 미디어 분석까지 수 세기를 관통하는 전 지구적 문자의 정치학

★ 비교언어학ㆍ고전학ㆍ고유물학ㆍ종교학ㆍ동양학…… 역사적ㆍ예술적 가치 지닌 도판 122컷 수록

책과 인쇄 문화, 시각예술과 현대미술 분야에서 실험적이고 심도 있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조해나 드러커(UCLA 문헌정보학 교수)는, 40여 년간 ‘문자의 역사’ ‘실험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해 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역사가이다. 드러커의 연구물은 전 세계 디지털 인문학 분야의 연구자, 예술가, 문화평론가 들에게 널리 인용되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문화적ㆍ사회적 역할을 이해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조해나 드러커는 미학과 디지털 인문학 분야 권위자로서 지난 40년 연구 결과물을 응축해 『알파벳의 발명(Inventing the Alphabet: The Origins of Letters from Antiquity to the Present)』(필로스 시리즈 29번)을 펴냈다. 이 책은 고고학ㆍ고문자학ㆍ금석학ㆍ지리학적 접근을 통해 알파벳의 기원과 발전 양상을 추적하고, 미학적 관점에서 언어의 시각적 형태를 탐구해 전자의 연구를 뒷받침하며,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으로 현대의 언어 체계(프로그래밍언어, 유니코드, 영숫자표기법)로 분석을 확장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 연구자’이자 ‘예술가’로서 다음 두 가지 독특한 관점을 취한다. 첫째, 예술 연구자로서 주류 학계의 수많은 주요 논쟁점을 일괄하고, 산발되어 난해한 문헌을 물적 증거로 체계화해 해석함으로써 기존 서구권이 취해 온 문자의 배타성과 일원성에 맞서 다원성ㆍ혼종성ㆍ포용성의 증거를 추적한다. 이는 철저한 과학적 연구 방법을 통한 것으로 알파벳의 “탄생(genesis)” 혹은 “발견(discovered)” 신화를 불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예술가로서 ‘문자사의 역사학(historiography)’과 ‘알파벳의 역사라는 주제에 관한 정치사 및 정신사’ 측면에 연구의 방점을 두며, 다음 질문을 던진다. “알파벳에 관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알아냈는가?” “이러한 지식이-글, 그림, 명문(銘文), 또는 유물을 통해-획득된 방식은 알파벳 서자(書字)의 정체와 기원을 ‘인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저자의 이러한 메타인지 관점의 접근은 문자사 연구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며 신비로운 사색을 위한 비옥한 분야”라는 위상을 부여하는 기제가 된다. 위 두 관점으로서 저자는 다음 명제를 도출한다. “알파벳은 발견된 것이 아니라 알파벳을 대상으로 삼는 지식생산 양식을 통해 발명된 것이다.” 저자는 열띤 견해로 이루어진 논쟁점이 다분하며 서로 충돌되는 지점이 있는 문헌(고고학자, 고문자학자, 금석학자, 고전학자, 비교언어학자, 역사언어학자, 종교학자, 성서학자, 동양학자, 셈어학자, 룬 문자학자, 마소라 서기관, 고유물 연구자 들의 연구물)을 폭넓게 조망하여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진귀한 도판 122컷을 제시해,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유의 길을 연다. 또한 연구자들 각각이 지닌 맹점과 편견을 살펴, 현재의 위치에서 알파벳의 역사적 가치와 정치사적 위상을 세운다. 저자의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인류의 ‘사고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서양 사상사’ ‘지성사’ 연구와 직결된다.

한겨레 S 7월 20일자 북섹션.
슬기와 민 번역이었구나..

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

책 소개

이 하나뿐인 지구에 나란히 살아간다는 감각 새를 따라 인간 너머 세계를 누비는 하루의 여정

새들은 하루 종일 무엇을 할까? 인간이 인간의 일상을 사느라 바쁜 와중에, 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새들도 저마다의 일과를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먹이를 찾아내고 둥지를 지키고 경쟁자와 침입자를 물리치고 짝을 짓고 새끼를 돌보고…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한 새들은 종마다의 생존 전략을 따라 매시간을 분주하게 살아간다.

《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은 이런 새의 삶을 시간대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새벽에 일어나 떠들썩한 구애의 노래를 부르는 새가 있는가 하면 한밤중에 조용히 먹잇감을 노리는 새가 있고,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새가 있는가 하면 후각과 청각만으로 소통하는 새가 있다. 저자인 조류학자 마크 하우버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며, 저명한 생태 일러스트레이터 토니 에인절은 사건과 광경을 세밀한 펜화로 포착한다.

새의 생애가 빛의 변화, 시간의 흐름과 어우러져 있음을 드러내는 책의 메시지는 새의 행동에 관한 과학적 지식에 그치지 않는다. 이 하나뿐인 지구에 인간이 다른 종과 나란히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전하며 인간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촉구한다.

한겨레 S 7월 13일. 북섹션.

의례를 통한 저항 (전후 영국의 청년 하위문화)

책 소개

노동 계급 청년들의 여가 활동과 생활 방식 등의 미시적 분석을 통해 전후 영국 사회의 구체적 모순을 읽어 내다

청년 하위문화 연구의 전범을 제시한 문화연구의 고전

‘문화’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읽는 키워드가 된 지는 오래됐다. 특히 청년 세대의 취향과 노동, 여가 등을 담은 문화는 이들이 처한 구조적 상황과 더불어 이 세대가 현실을 보고 거기에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읽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청년 세대와 집단 문화 문제를 이런 식으로 파악하는 사고방식은 문화연구에서도, 특히 영국 버밍엄학파의 연구에 빚진 바가 크다. 특히 1975년 버밍엄학파의 공동 저작으로 처음 출간된 후 전 세계 문화연구에 널리 영향을 미친 ≪의례를 통한 저항≫이 드디어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되었다.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사회의 청년 문화라는 구체적 맥락(혹은 ‘국면’)을 다룬다. 전후 영국 사회에서는 잠깐의 호경기가 주는 착시 현상 속에서 소비주의와 탈계급의 신화가 위세를 떨친다. 하지만 그 그늘 아래에는 이주민 증가, 전통적 산업 도시 몰락, 도시 슬럼화, 인종주의, 범죄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더불어 온갖 퇴행적 사회 문제가 등장한다. 청년 문화는 이처럼 다양한 흐름이 결집해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단지 일시적인 사회 ‘병리’ 현상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국면’ 분석이 필요한 대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드족, 스킨헤드족, 라스타파리안 등에 관한 논의를 읽다가 보면, 전후 영국 사회에서 계급과 인종, 젠더, 세대 등 다양한 구분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집단별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역동적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홀을 비롯한 저자들이 보기에 하위문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때때로 외부인에게 기괴하고 낯설기까지 한) 현상들은 하위문화 공동체 구성원에게는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일상화된 문화적 장치, 즉 의례 구실을 한다. 이 하위문화는 구성원인 노동 계급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환경의 산물이면서 이들이 주어진 환경의 압력에 맞서 주체적으로 헤쳐가는 과정의 산물이자 모순된 환경을 극복하려는 저항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의례’를 통한 ‘저항’은 바로 저자들의 이러한 시각을 압축해서 보여 준다. 이 책의 문제의식과 분석 대상은 전후 영국 사회라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맥락에서 나왔지만, 출간 당시의 시공간이란 맥락을 훌쩍 뛰어넘어 2020년대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홀이 지적했듯이, 문화연구자에게 이론이란 현실에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도구이자 모델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끊임없이 날카롭게 성찰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 이를 규명하다 보면 우리 상황에 적합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홀의 저술은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지적, 정치적 감각을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버밍엄학파의 대표 연구자 격인 홀이 주장한 명제들은 이론적 저술보다는 오히려 당대 영국 사회의 국면 분석서에서 빛을 발한다. 《의례를 통한 저항》은 1975년 연구소 내부 간행물에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책으로 나왔다. 최근 이 책뿐 아니라 홀의 여러 초기 저작이 소개문을 덧붙인 2판 형식으로 속속 재간행되고 있다. 이는 과거 영국의 특정 시점에 대한 홀의 국면 분석이 긴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21세기 독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과거의 국면 분석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말씨, 말투, 말매무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

책 소개

이 땅의 모든 말씨와 말투에서 길어 올린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위한 제안

규범과 사전 밖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한국어의 멋과 맛에 천착해 온 국어학자 한성우. 그는 이 책에서 태어나고 자란 땅에 따라 달라지는 말씨, 세대와 성별 및 지위 등 현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의 특징을 소개하고, 그 둘을 말의 씨줄과 날줄로 삼아 펼쳐지는 사람들의 언어생활을 탐색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아름답고 품격 있는 말매무새, 관계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 원활한 말하기 방법을 갖출 수 있는지 궁리한다. 바람직한 언어생활은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말의 주인들이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이 그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겨레 S 7월 13일. 북섹션.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분배에 관한 인류학적 사유)

책 소개

‘현존’과 ‘나눔’을 토대로 새롭게 열어가는 미래

◆ 누가 무엇을, 왜 가져야 하는가?

전 세계 경제가 급격히 글로벌화되어가는 상황에서 부의 불평등과 분배문제가 나날이 더 대두되고 있다. 특히 분배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할 것 없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주원인이었다. 초부유층과 기층 서민들의 간극이 날로 커지고, 부유층 내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중산층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은 결코 건강한 사회를 담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요즘은 최첨단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들의 ‘적절한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 주위에 점점 ‘잉여’ 인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 ‘잉여’ 인간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그 관심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일상에 잘 스며들었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일반인들도 그 효용을 절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한 정쟁에 휩쓸려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마련해보지도 못한 채 기본소득 논의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분배정치의 시대』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스탠퍼드 대학 인류학과 제임스 퍼거슨 교수의 신작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기본소득을 논하는 책이 아니다. 전작에서 문제의식 제기 정도에 그친 ‘현존presence’이라는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나눔’과 ‘사회적 의무’를 고찰한, 짧지만 강렬하고 묵직한 책이다. 원서의 부제가 “나눔에 관한 에세이”인 데 비해 한국어판 부제를 “분배에 관한 인류학적 사유”라고 단 이유는 단순히 ‘나눔’보다 훨씬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왜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 시대에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도전적인 문제의식이자 사회적 합의 도출이 시급한 화두다.

“넘쳐나는 우리의 부는 어디서 온 것인가? 이전 세대보다 우리가 훨씬 더 생산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그들보다 뛰어난 인종이어서는 아니다. 우리가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반면 우리는 100년, 아니 1,000년의 인류 역사를 거치면서 세대를 이은 노동과 희생, 발명으로 건설된 거대한 지구적 생산조직을 통해 그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거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구 전체적으로 수백만 명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중략) 이 관점에서 본다면 생산과 관련된 모든 체계는 통합된 유산이다. (중략) 분명한 것은 적어도 전체 산출물의 일정 부분은 생산조직의 모든 사람에게 소유권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39~40쪽)

한겨레 S 7월 13일. 북섹션.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 (엉망인 여성해방론)

책 소개

1970년대 일본,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투쟁한 전공투 운동 한가운데에서 어머니(아이를 낳는 대상)와 변소(성욕을 처리하는 대상)로 찢겨진 여성을 직시하며 여성해방 ‘우먼리브’ 운동의 출발을 알린 역사적 저작!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いのちの女たちへ ― とり?しウ?マン?リブ論》은 일본 여성해방 ‘우먼리브’ 운동의 선구자 다나카 미쓰(1943~)의 대표작이다. 1972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4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책은 일본에서 여성해방운동의 고전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생명의 여자들에게》는 다나카 미쓰가 ‘그룹 싸우는 여자들’ 멤버로 한창 여성공동체를 꾸리고 여성해방운동을 이끌던 시기에 출간되었으며, 이후 개정판과 신판이 거듭 출판되면서 일본의 대표적 여성해방론서로 꼽히고 있다. 이번에 출간하는 한국어판은 여러 자료와 기념비적 선언 및 해설과 해제를 수록한 2016년 개정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여자를 성욕 처리 대상인 ‘변소’로 취급하거나 아이를 낳는 ‘어머니’로 대상화하는 남자들의 시선을 고발하며 그러한 시선이 역사를 거슬러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기 위안부를 두고 여성을 성노예로 삼은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임을 뼈저리게 밝힌다. 또한 일본 전공투 운동 당시 여성의 해방을 외치며 자생적으로 태동한 여성해방 ‘우먼리브’ 운동의 한 단면을 보여 주면서 여성을 여성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준엄히 고발하고, 단지 이론으로 정리할 수 없는, 삶을 통한 여성해방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독자들은 어릴 적 체험에서부터 엉망인 채 자기혐오에 빠져 있던 한 사람이 자신의 엉망인 상태를 긍정하고 여성을 억압하고 대상화하는 사회에 맞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얽매임 없이 맞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이 있더라도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여자들의 생명력 넘치는 사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테제 예전 책!

떠오르는 숨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

책 소개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책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출판사 접촉면의 첫 책인 『떠오르는 숨: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은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해양 포유류로부터 흑인을 포함한 인간종의 생존을 모색하는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Undrowned(익사하지 않는)로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오랫동안 생존해 온 해양 포유류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차별로 인해 말 그대로 숨이 막히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종의 생존을 모색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슬픔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과정에서 해양 포유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생존’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양 포유류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생존’이란 단순히 살아남아 있는 상태를 가리키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우리로 이어진 과거들과의 관계 속에 놓여있기에, 우리는 생존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해양 포유류와 흑인을 학살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아 ‘우리’가 된 것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접촉면 출판사 첫 책!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Can’t and Won’t) (리디아 데이비스 이야기집)

책 소개

“페이지 안팎의 삶을 더욱 예민하게 인식하게 하는 문학” 미국 소설계의 독창적인 지성 리디아 데이비스의 독보적인 이야기들

《형식과 영향력》 《불안의 변이》로 국내에 소개된 리디아 데이비스는 “미국 소설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지성”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그는 전통적인 서사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담한 형식적 시도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글쓰기 범주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글은 단 한 줄에 불과한 아주 작은 이야기로도 의식의 확장을 경험하게 하는 힘과 매력이 있다. 소설가 앨리 스미스는 “리디아 데이비스의 짧은 ‘이야기들’은 지성과 철학, 웃음을 발산하도록 정밀하게 짜이고 준비된, 빈틈없이 유기적인 구조, 기지 넘치는 장치들이다. 그의 이야기들은 생각의 우주를 찬미하는 동시에 형식을 재정의한다”라는 말로 리디아 데이비스가 이룬 문학적 성취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시인지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모호한 글을 쓰는데, 그 자신은 그저 ‘이야기(stories)’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는 독특한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문학적 반경을 넓혀온 작가 리디아 데이비스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집이다. 여기에 실린 122개의 글은 짧게는 한 줄에서 길게는 수십 페이지에 이르고, 소재 또한 작가의 일상과 경험, 꿈, 항의 편지, 19세기 작가(플로베르)의 서신 등 다채롭다. 데이비스는 간단한 듯 보이지만 실로 복잡한 삶의 방식과 감정의 진실을 집요히 관찰하고, 그 속에서 신비롭고 이질적인 것, 낯설고도 유희적인 것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너무 ‘사소해’ 자칫 글로는 감당할 수 없어 보이지만 왠지 계속 인식의 자장을 맴도는 순간들을 흥미로운 형식에 실어 간결하고 정교한 산문의 힘으로 들려준다. 그는 이 책 한 권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작가”의 글이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리디아 데이비스의 독보적인 이야기를 이주혜 소설가의 번역으로 만난다. 작가의 관점과 작품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 후 의미를 섬세하게 옮겨낸 그의 작업이 책의 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또한 리디아 데이비스 작품에 대한 이제니 시인의 깊은 이해와 애정이 담긴 ‘추천의 말’은 문학 독자들이 데이비스의 작품에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집에 있는 리디아 데이비스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저주체 (인간되기에 관하여)

책 소개

이 책은 초객체 시대의 동반자가 될 것은 초(hyper)주체성이 아니라 저(hypo)주체성이라고 주장한다. 블랙홀, 생물권, 지구 온난화, 항생제, 플라스틱 봉투, 자본주의 같은 초객체들은 끈적거리는 안개처럼 우리를 초과하고 감싸며, 어색하고 예기치 않은 나타남을 만들고, 위선과 조잡함과 두려움을 일으킨다. 『저주체』의 저자들은 세계를 초객체적 시대로 인도하는 데 일조한 특정한 종류의 인간들을 ‘초주체’라고 부른다. 초주체들은 냉소적으로든 진실하게든, 이성과 기술을 일을 완수하기 위한 도구로 휘두르며, 명령하고 통제하고, 초월을 추구하며, 자신의 지배력에 심하게 도취된다. 그러나 이제 초주체들의 머릿속에서조차도 초주체들을 위한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저주체성은 기후 변화와 자본 같은 끈적거리는 힘들의 효과로 인해 고통받는 어떤 비체적 조건처럼 들리지만, 그 약함과 하찮음의 감각, 지식과 행위 능력의 결여를 우리가 포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지 저자들은 질문한다. 우리의 현재 상태로 오는 길은 사물, 사람, 피조물에 대한 장악과, 인류가 언제나 더 잘 알 거라는 우리 종의 능력에 대한 이상한 신념으로 포장되었었다. 저주체는 많은 실수를 할 것이지만 바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주체들의 정치적 기획은 조직적이고 투명한 강제된 움직임이 아니라 오히려 내파적인 용해성 탈연결 기획일 것이다. 『저주체』라는 기획은 한 권의 책이지만, 저자들은 독자가 이 책을 게임으로서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우리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저월시키기 위한 훈련에, 저주체가 되어가는 이 모험에 함께하자고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한겨레 S

파도의 아이들 (정수윤 장편소설)

책 소개

“거기서 처음부터 네 인생을 새로 쓰면 돼.”

경계 너머, 자유를 향해,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세 청춘의 뭉클한 여정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문학 걸작들을 옮기며 신뢰받는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널리 사랑받아 온 정수윤의 첫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이 출간되었다. 『파도의 아이들』은 세 명의 10대 주인공 ‘설’, ‘광민’, ‘여름’이 북한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자기 앞에 주어진 녹록지 않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앞날을 선택하고자 한 세 청춘의 성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13년 동안 100여 명에 달하는 실제 탈북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작가의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고난과 좌절, 이별의 경험과 그럼에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절실함이 담겨 있다.

정수윤님 소설

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달크로즈

버드걸

책 소개

“이 책은 완벽한 조합의 여행기이자 에세이이며, 환경운동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하늘을 바라본 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경이로운 기록의 이면에 숨겨진 뜨거운 치유와 분투의 기록

일곱 대륙의 40개국을 여행하며 최연소로 세계 새의 절반인 5천 종의 새를 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 그레타 툰베리의 뒤를 잇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활동가가 되다!

출간 기획안 공개 직후 영국에서 열네 개 출판사가 경합을 벌였고, 2022년 런던 도서전에서는 화제의 중심에 서며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 판권이 팔린 뜨거운 책, 『버드걸』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버드걸』은 열네 살에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열일곱 살에는 최연소로 전 세계 새의 절반을 관찰하는 기록을 세운 세계적인 탐조인이자 환경·다양성 운동가 마이아로즈 크레이그의 삶을 그린 에세이다.

태어난 지 구 일 만에 부모님의 탐조 여행에 동행했던 ‘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의 삶은 남다르다. 이십대 초반, 누군가는 사회에 막 발을 디딜 나이지만 이미 일곱 대륙의 40개국을 여행하며 5천 종이 넘는 새를 보았고, 자연·환경 분야에서의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선단체 블랙투네이처(Black2Nature)를 설립했으며,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그레타 툰베리, 말라라 유사프자이 같은 활동가들과 함께 연설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궤적의 이면에는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 지난한 고투도 있다. 오랜 시간 계속된 엄마의 정신질환과 그 상황을 함께 이겨나가기 위해 애썼던 가족들의 희생, 가시적 소수 인종이자 이슬람교도, 어린 여성 활동가로서 겪었던 차별과 고난까지…… 마이아로즈 크레이그는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가장 인간적이고 뜨거운 헌신과 열정의 기록을 모두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그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새와 자연이 어떤 위안이 되었는지를, 그 놀라운 아름다움을, 때로는 조류학자 같은 정확성으로 때론 여행자 같은 감수성으로 그려냈다. 새 일러스트와 『화살표 새 도감』의 저자 최순규 박사의 감수를 더해 완성도를 높인 이 책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빛나는 새들이 그 존재만으로 인간에게 선사하는 깊은 위안과 기쁨을 엿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신문을 못구해서 못읽었지만 지난주말 한겨레 S 소개된 책인 듯.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TOMATO, KNIFE AND KISS)

책 소개

오늘도 시험에 던져진 말랑하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을.

만화가 안그람의 첫 단편집. 어느 날 음대생 서마리 앞에 ‘말하는 토마토’가 강림한다. 토마토는 마리에게 ‘제자가 되라’는 명령과 함께 그리하면 ‘악몽’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로 종교와 보호제도에 의지하고 있던 마리는 토마토의 말이 신경쓰이지만 애써 무시한다. 그러던 중 가해자였던 전 연인이 한밤중 마리의 집에 침입해 보복을 가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마리는 토마토가 내민 기회를 쥐기로 결심하는데… 표제작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을 비롯한 총 다섯 개의 단편 수록.

https://x.com/an_gram_gram/status/1807700671388676496

그랑 비드

책 소개

존재감에 대한 진지한 질문

당신의 이름, 당신의 유명세가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SNS 시대, 셀럽들이 주목받는 시대. 유명해진다는 것은 곧 부를 거머쥐게 되는 이 사회에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인가? 아니면 내 이름인가?

레아 뮈라비에크의 데뷔작 『그랑 비드』는 우리의 이름이 우리의 삶과 죽음을 규정하는 디스토피아적 시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로! ‘그랑 비드’라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마넬의 이야기

마넬 나에르는 아주 특별한 도시에서 살고 있다. 개인의 존재감은 유명세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의 홍보 간판은 가게나 제품의 이름이 아닌, 도시에 사는 사람의 이름으로 덮여 있다. 마넬 나에르는 이 거대 도시의 삶의 방식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 그녀는 주로 작은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마넬은 단 한 가지 꿈을 꾸고 있다. 이 지겨운 도시의 경계를 벗어나 ‘그랑 비드’로 떠나는 것이었다. 동명 가수 마넬 나에르가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모든 사람이 마넬 나에르의 이름을 들으면 그 가수를 생각하기 시작하고, 우연히도 같은 이름을 가진 우리의 주인공 마넬 나에르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자, 그녀는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병원을 찾은 의사의 처방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줄 친구를 많이 만들라는 것.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다소 파격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갑자기 셀럽 반열에 오른다. 이 도시에서 유명세로 얻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 연장. 그녀는 점점 더 불멸의 삶을 살게 되는데... 정말 그녀는 이런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원래의 계획대로 ‘그랑 비드’로 떠날 것인가? 그녀는 정말 유토피아를 찾은 것인가?

레아 뮈라비에크 작가가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에 방문했었다고.

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

책 소개

퍼즐 맞추기로 전락한 수능과 기형적으로 진화한 사교육의 기술자들 대한민국 ‘입시판’을 움직이는 수능 해킹의 공식을 낱낱이 밝힌다!

킬러 문항 사태, 의대 정원 이슈, N수생 논란… 수능만큼 우리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구고 크게 뒤흔드는 화두가 있을까. 일찍부터 평생의 소득, 인간관계를 비롯한 한 인간의 삶 전반을 결정해버리는 시험이기에 수능에 대한 사회의 광적인 집착은 앞으로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듯 보인다. 이 시험에 덧씌워진 악마화와 ‘과몰입’을 걷어내고 2024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입시 현장의 실질을 바로 밝히는 책 『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이 출간되었다. 수많은 학생, 교사, 전현직 사교육 종사자들의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가 인상 깊은 이 책은 현직 의사이자 활동가 문호진과 소설가 단요가 사교육 현장에서 보고 겪은 생생한 경험과 취재를 바탕으로 지금의 수능이 얼마나 기괴한 방식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변질된 시험인지 찬찬히 따져 묻는다. 지금의 수험생들이 기성세대의 짐작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밝히며 소위 ‘입시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끈질기게 ‘해킹’하는 이 책은 그저 충격적이다. 저자들은 수능의 파행이 한국 사회 곳곳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교육, 나아가 우리 사회와 그 미래가 무엇보다 수능의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한겨레 S 2024년 6월 29일자 북섹션.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한국 과학기술 인물열전: 자연과학 편)

책 소개

“한국 현대사는 산업화, 민주화와 함께 치열한 과학화의 과정이었다” 우리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 근현대 한국 과학자 이야기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를 만든 근현대 과학자들을 본격 조명한 책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했고, 그들의 이름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시기 인물의 삶은 친일과 독립운동, 좌파와 우파라는 정치사적 관점에서만 주로 논의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전북대 과학학과 김근배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을 발굴하고 그 삶과 자취를 추적했다. 최초의 화학자 리용규(1881~미상)부터 지난달 29일 타계한 위상수학의 권위자 권경환과 세계적인 연구자로 우리나라 유기광화학 분야를 개척한 심상철(1936~2002)까지, 자연과학 분야의 인물 30명을 소개하는 이 책은 첫 결과물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연세대기록관 등 여러 기관과 유족들에게 제공받은 귀한 사진과 다양한 사료도 수록되어 있다. 식민지·분단·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에 어렵게 과학자의 길을 개척하고 세계 과학계와 함께 호흡했던 20세기 대한민국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한국 과학사를 연결하고, 현대사의 빈칸을 채우며, 암울하게만 느껴지던 근현대 우리 역사를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것으로 복원한다.

한겨레 S 2024년 6월 29일자 북섹션.

우리가 본 것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책 소개

오늘날 네덜란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하나 베르부츠의 베스트셀러 『우리가 본 것』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하나 베르부츠가 2021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며 집필한 소설로, 콘텐츠 감수자들의 세계를 생생하고도 인상적으로 묘사하며 화제를 모았다. 네덜란드에서만 65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중국 등 14개국에 번역 소개되었으며,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를 위한 각색이 진행 중이다. 『우리가 본 것』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거대 플랫폼 회사의 하청 회사인 ‘헥사’에 소속되어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게시물들을 검토하고 삭제하는 콘텐츠 감수자들의 세계를 속도감 있는 문체로 묘사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온/오프라인 세계의 모호한 경계를 꼬집고, 우리가 세워놓은 도덕적 기준의 약한 근거를 들추는 이 작품은 오늘날 세상을 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매혹적이고 불안한 소설이다.

한겨레 S 2024년 6월 29일자 북섹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박서련 소설집)

책 소개

『체공녀 강주룡』 『더 셜리 클럽』의 작가 박서련 첫 소설집

기만적인 레벨 업 세계를 거부한 이들이 일으키는 반전과 전복의 서사, 다시 쓰는 게임의 법칙

박서련 소설집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서련 작가는 이후 7년 동안 소설집과 장편소설, 짧은소설집, 다양한 주제의 앤솔러지와 에세이까지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방면의 소설과 글쓰기라는 실험과 모험을 감행해 왔다. 그러면서도 2018년 한겨레문학상, 2021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며 지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

한겨레 S 2024년 6월 29일자 북섹션.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비판과 전망)

책 소개

‘자동차는 춤을 추지 못한다. 자본은 춤을 추지 못한다. 자연의 피조물만 춤을 춘다. 춤을 출 수 없다면 그곳은 이미 죽은 행성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숨겨진 정치학과 지워진 이름들을 소환하는 ‘기후위기 세계사’

자연의 재앙으로 이해되곤 하는 ‘기후위기’가 실은 가부장제 재앙이고, 자본주의 재앙이며, 인종주의 재앙, 다시 말해 명백한 정치적 재앙이라는 것을,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대한 자료와 풍부한 현장 사례, 치밀한 분석으로 논증하고 이 재앙에 어떻게 대처할지 전망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는 SNS와 강연·칼럼 등을 통해 기후-생태 이슈에 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온 영화감독 이송희일의 첫 단독저서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언급되는,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되어가는 벵골만 땅에서 농사도 짓지 못하고 타지로 떠나지도 못한 채 생계를 위해 삼림자원을 찾다가 숲속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방글라데시 ‘최하층’ 주민들은 전 세계 수많은 기후 난민들의 비극을 대변할 뿐 아니라, 지구 행성의 현재 난국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즉 작가는 그들을 ‘기후위기 피해자’로 정체화하는 대신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오랜 세월 홍수와 퇴적이 반복돼 비옥하기로 유명한 삼각주인 이곳의 물 재난은 정말 기후재난인가? 어째서 이곳의 호랑이 보호구역 지정으로 가난한 이들이 숲을 빼앗겼는가? 질문은 확장되어 이어진다. 한국인들이 화력발전소의 탄소 배출에 무심한 채 커피값 상승 소식에 짜증내는 동안, 왜 방글라데시의 하층민들은 목숨을 걸고 숲으로 들어가야 할까? 방글라데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015%의 책임밖에 없는데 왜 저렇게 기후 격변에 ‘부자 국가’보다 먼저 시달려야 할까?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비판과 전망’이라는 부제가 달린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는 ‘기후위기의 세계사’, 그리고 ‘기후정의운동의 세계사’라 할 만한 충실한 지도를 제공하는, 지금 이 사회에 긴요하게 읽힐 필독서로,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물 뜨는 여자들과 유칼립투스’에서는 인위적으로 자연 흐름을 변경한 자본주의적-식민주의적 수문학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2장 ‘기후위기의 심리학’에서는 정상성 편향, 기후우울증 등 기후위기를 둘러싼 집단 심리를 이야기한다. 3장 ‘이메일을 지우면 산불이 꺼질까?’에서는 기후위기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이데올로기와 억만장자들의 환경주의를 짚어본다. 4장 ‘제인 구달이 틀렸다’에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인구 증가에서 찾는 학자들을 비판하고 소위 보존주의에 도사린 위선을 드러낸다. 5장 ‘기후 장벽과 생태파시즘’에선 기후위기가 악화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장벽들과 생태파시즘의 역사 및 현황을 파헤친다. 6장 ‘제국적 생활양식: 자동차를 파묻어라’에선 친환경의 선두주자로 포장된 전기차, 여성 노동을 착취하는 패스트패션 등이 이 시대를 어떻게 제국주의적으로 직조하는지 알아본다. 마지막 7장 ‘이야기의 행성’에선 환경운동 세력의 다양한 움직임, 생태사회주의와 탈성장을 지향해온 상상력의 역사를 들려준다.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는 행성 위기를 자초한 생활양식을 그대로 둔 채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우선 우리가 할 일은 파국론에서 벗어나, 압도되지 않고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임을 또한 강조한다. 감춰지거나 모른 척해온 자본주의의 어두운 진실들을 객관적 수치로써 드러내는 동시에, 남반구와 선주민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후정의운동의 역사가 엄연히 대안의 서사로 이 행성에 존재한다는 것을 풍부한 사례로써 보여준다. 생태학의 처음도 끝도 연결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묵직한 한 권으로 풀어낸 이 책은, 지금 이 행성에 시급한 것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보다 그 대안으로 나아갈 용기임을 절감하게 한다. 이제, 뒤집힌 가치 목록을 정상적으로 뒤집고, 집단 망각에 빠진 세상에서 지워진 이야기들을 불러낼 시간이다.

한겨레 S 2024년 6월 29일자 북섹션.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책 소개

독자들에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이보그가 되다』(공저)의 저자이자 변호사로 알려진 김원영. 전자에서는 소수자들의 법적, 사회적 권리에 대한 뜨거운 변론을 펼치고 후자에서는 장애인의 신체. 기술이 결합해 이룬 또다른 정체성을 사유해온 그가 ‘몸과 춤, 그리고 평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온전히 평등하고도 지극히 차별적인』은 변호사에서 무용수가 되는 새로운 경험을 거치는 가운데, 장애가 있는 몸으로 마주한 질문과 춤의 역사를 넘나들며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차별과 평등의 관계을 탐구한 기록이다. 무용사에 ‘이례적’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승희, 니진스키 등 동서양 무용계 타자들을 넘어 당대 독자적 흐름을 창조해가는 장애인 극단과 무용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다루며, 무대에서 잊힌 타자들의 존재를 복원한다. 정상과 비정상, 다수자와 소수자, 동양과 서양 등 비대칭한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몸에 새겨진 질서와 그 질서를 전복하는 현장을 들여다본 이 책은 각기 다른 몸들이 만들어갈 평등한 무대(공동체)를 위한 대담한 상상력을 제안할 것이다. 우리 몸에 새겨진 질서뿐 아니라 때로 그 질서를 살짝 비틀거나 새로운 질서를 짜는 것만으로 환대의 무대를 열 수 있음을 목격하는 덕분이다.

한겨레 S 2024년 6월 29일자 북섹션.

클래식의 클래식 (우리는 고전음악에서 무엇을 듣는가)

책 소개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 및 연주자들의 뒷얘기를 들려주는 책은 많지만, 음악 자체에 대해 애호가들이 참고할 만한 책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간다면 전공자용 교과서처럼 되겠지요. 이 점을 피하기 위해 읽으면서 가능한 한 음악을 바로 들어 이해하도록 배려했습니다. 제 목표는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창작 및 연주하는 사람들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배려하는 것을 감상자가 이해하고, 결국 음악을 더 깊이 있게 듣는 것입니다.

밀수 (리스트 컨선 | 이산화 장편소설)

책 소개

“이제부터는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전 세계에 단 한 마리 남은 ‘무지개꼬리 포카이카하‘를 지키기 위해, 다국적 야생동물 밀수 네트워크에 목숨 걸고 맞섰다!

“엿 같은 상황엔 아주 최적화된 인간상이네.” “살아남았잖아. 이건 환경에 적응했다는 뜻이잖아.”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해 한 인간이 벌이는 최초의 투쟁 지구 생태계 보존에 있어, 인류는 그야말로 어떻게 둬도 살아남는 최소 관심(Least Concern) 등급에 해당하는 종이다. 다만 인류 수준에서는 번성한 종일지언정 인간 단위로는 격차가 있기 마련. 사회적 관심(Concern)의 바깥으로 철저하게 밀려나 있던 어리숙한 인간 조도화는 별 교류 없던 일터의 선배에게서 소형 파충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렇게 조도화가 임보(임시보호)하고 있던 파충류는 현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무지개꼬리 포카이카하’였음이 밝혀지고, 도화는 미처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거대한 밀수 사건에 휘말린다. 파충류의 생존, 유일한 대화와 추억의 상대였던 누리 언니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조도화는 제 자신도 사력(死力)을 다해 살아남기(生)로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 앞에 또 하나 위기의 인간이 다가온다. 글로벌 밀수 시스템의 실력자 리 펭란이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신예 이산화의 밀도 높은 범죄 어드벤처 《밀수: 리스트 컨선》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빠르게 읽힌다. 그리고 이 쾌감 밑바닥에는 많은 범죄물에 있는 것처럼 불쾌나 찝찝함이 자리하지 않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당신은 《밀수: 리스트 컨선》 속 몇 명/마리의 캐릭터에게 마음속 자리를 내어줄 게 분명하다. 그만큼 도화와 펭란은 입체적이다 못해 애증과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살아 있는’ 인물들이다.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살아남는’ 데 이골이 난 인물들, 그런 ‘살아 있는’ 여성들의 귀한 이야기임에도 여성서사라는 수식어만을 부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밀수: 리스트 컨선》은 읽어야 마땅하다는 당위보다 안 읽으면 손해라는 주관적 추천을 앞세우게 하는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읽을거리이기 때문이다.

도서전에서 산 ‘도난: 숨겨진 세계’가 이 소설 후속작 격인 이야기라는데 그 책은 아직 검색이 안되는군…

죽음의 바느질 클럽 (모쪼록 살려내도록)

책 소개

서울 마포구 망원동·성산동 일대를 들썩이게 만든 워크숍이 있다. 목표한 작업을 완수할 때까지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워크숍 공지가 올라오면 순식간에 마감되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이다. 구멍 난 양말, 뜯어진 옷소매, 찢어진 비닐봉지, 이 나간 벽돌 등 온갖 물건을 바느질로 독특하고 아름답게 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죽음의 바느질 클럽의 운영자 복태와 한군의 이야기를 모았다.

마티는 도서전 안나왔네..

전부 취소 (호영 산문)

책 소개

이분법이라는 과녁 위를 난사하는 몸, 보란 듯이 어긋난 위반의 글쓰기

“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투명한 레이저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

은유 인터뷰집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의 인터뷰이로, 《한편 11호: 플랫폼》의 필자로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한영 번역가 호영의 첫 산문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이 정해둔 이분법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규범과 규준에 보란 듯 취소선을 그어버리는 호영의 글 서른네 편이 해독제가 되어줄 것이다.

서울국제도서전 2024 호영님 신간. 읻다부스 현장재고소진으로 구입 못함.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 (장애인 신탁 예언자가 전하는 지구 행성 이야기)

책 소개

장애인권 활동가이자 장애 가시화 프로젝트의 창립자로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앨리스 웡의 첫 단독저작.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협업, 팟캐스트,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작업한 에세이집 등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다양한 삶을 아카이빙하고, 장애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창조해왔다. 요컨대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은 그가 지향하는 운동 그 자체이자 그것의 중요한 도구다. 첫 저서인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 역시 바로 그 스토리텔링 중 하나로, 일기와 에세이, 매체 기고글, 대화 및 팟캐스트, 사진, 그래픽, 그리고 여러 예술가들에게 의뢰해 받은 다채로운 작품들을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 앨리스 웡은 정상성과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활동가의 삶을 꿈꾸지 않았던 자신을 그 길로 들어서게 한 무수한 계기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는 ‘모범적 소수자 서사’를 한참 벗어나 있고, 음식과 대중문화, 소셜미디어에 대한 못 말리는 애정과 덕후력, 팬데믹, 돌봄, 취약성, 상호의존, 미래, 권력, 창조성, 접근성, 필멸성, 미래 등 예상을 뛰어넘는 여러 화두들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이 촘촘한 이야기망은 장애인의 온전한 삶을 가로막는 이 세계의 모든 미세 장벽들을 포획하는 거미줄과도 같다. 이 탁월하면서도 난삽하고, 진중하면서도 호쾌한 회고록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일상을 조직하는 힘이 어떻게 운동이 되며, 그 운동이 어떻게 다시 삶을 바꿔내는지도. 무엇보다, 앨리스 웡의 이야기는 우리를 방구석에서, 침대에서, 주방에서, 화장실에서, 카페에서, TV 프로그램과 영화에서, 팟캐스트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심지어 글쓰기에서 펼쳐지는 장애운동의 현장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서울국제도서전 2024 오월의봄 신간. 다음 기회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 얼마나 높이 닿을까

책 소개

자멸하는 인류, 녹아내리는 빙하, 그리고 전 세계로 퍼져가는 불치의 고대 전염병! 어린아이들부터 죽어 나가는 극한의 상황에서 다시 피어나는 공동체의 유대와 회복 피할 수 없는 재난을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로 해부하며 전미의 찬사를 받은 문학적 SF!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인간의 유대에 대한 희망을 현실적으로 그리며 평단의 압도적인 극찬을 받은 『우리는 어둠 속에서 얼마나 높이 닿을까』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기후 위기로 북극 빙하에 갇혀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풀려나 전 세계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뜨리면서 변화하는 사회상을 그린 열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소설이다.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도 가족과 마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연대 및 회복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야기들로 “비극의 순간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었다(LA 타임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염병이 번진 후 어린아이들의 안락사를 인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락사 테마파크, 장기 이식용 돼지를 죽은 아들 대신으로 생각하게 된 과학자, 전염병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가상 현실에서 만나 그를 자살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내려고 하는 노숙인, 장례식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합동 매장을 하는 동네 사람들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매개로 장례와 죽음에 관한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상상력을 펼쳐낸다.

서울국제도서전 2024 구입 황금가지(브릿G, 민음사) 신간

나의 첫 시나리오 (불쌍한 우리 아기, 대전 일기)

책 소개

영화 〈헤어질 결심〉,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정서경 작가, 그 처음으로 되돌아가보는 시간

자기만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서경 작가의 친절한 안내서!

처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는 이들, 다른 글쓰기를 하다가 드라마나 영화 각본을 쓰려고 하는 이들, 어떤 식으로든 자기만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서경 작가의 친절한 안내서. 자신의 첫 완성작인 〈불쌍한 우리 아기〉와 〈대전 일기〉를 공개하며, 그 이야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이 작품들을 써내면서 어떤 변화를 겪고 무엇을 배웠는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서울국제도서전 2024 구입 돌고래 신간 (저자서명본)

음악소설집

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달크로즈

음악소설집

책 소개

서울국제도서전 2024 구입. 프란츠 신간. 윤성희 작가 사인.

한밤의 읽기

책 소개

서평가 금정연이 전하는, 읽기의 기쁨을 되찾기 위한 방법들. 그는 ‘책은 좋은 거니까 읽어야 한다’는 말은 이 책에서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너무 뻔한 말이니까. 그럴 수 없는 사회적 조건들을 무시...

서울국제도서전 2024 구입 스위밍꿀 신간

펀치

책 소개

만화가와 소설가가 모두 입을 모아 추천하는 아주 특별한 에세이. 아마 단 한 페이지도 웃지 않고 그냥 넘길 수는 없을거다. 이상하지만 어쩐지 끌리는 매력의 만화 편집자 김해인을 소개한다.

서울국제도서전 2024 구입. 스위밍꿀 신간

잔인한 낙관

책 소개

욕망하는 어떤 대상이 오히려 더 나은 삶에 걸림돌이 될 때 바로 거기에 잔인한 낙관의 관계가 있다. 그 대상은 먹을 것일 수도 있고 사랑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좋은 삶에 대한 환상일 수도 있으며 정치적 기획일 수도 있다. …… 이런 부류의 낙관적 관계가 본래부터 잔인한 것은 아니다. 낙관적 관계가 잔인해지는 건 애착의 대상이 애당초 그 애착을 형성하게 만든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이다. 이 책은, 계층 상승과 낭만적 사랑의 대상이나 장면에서부터 정치적인 것 자체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잔인한 낙관의 여러 관계들을 살펴본다.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

책 소개

문화 연구자 구슬아가 자신을 포함한 현시대의 글쓰기 양상과 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끌어본 경험을 토대로 연구자의 글쓰기와 조직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젠더를 바꾼다는 것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책 소개

타임지로부터 “차세대 리더, 선구적인 모델이자 활동가”라는 찬사를 받은 흑인 여성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자전적 에세이. ‘트랜지션’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오해를 깨트리고, 트랜지션을 극적인 변화가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든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크고 작은 성장을 통해 변화하듯이 저자는 트랜지션 또한 그런 변화 중 하나임을 설파한다. 이 트랜지션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혐오와 차별을 해체하고, 인생이라는 이름의 나를 찾아 떠나는 긴 모험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와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의 협연)

책 소개

당신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에 음악이 있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이의 마음과 감상하는 이의 마음부터 살아갈 힘을 주는 음악과 삶을 변화시키는 음악까지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 양성원과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 김민형의 음악에 관한 같은 생각, 다른 생각.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곡의 구조나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음악을 즐길 수도 없는 걸까, 좋은 음악의 기준이 있을까, 그런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음악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수학으로 음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음악이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걸까,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수학자와 연주자는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할까?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와 ‘한국 첼로의 자존심’이라 평가받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양성원 교수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연주하기도 한 이 곡으로부터 시작된 대화는 낭만주의 시대 음악에 대한 감상과 요요마와 재클린 뒤프레의 연주 스타일에 대한 분석으로 깊이 빠져드는가 하면, 아티스트의 천재적 재능과 클래식의 대중화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전문가의 연주와 청취, 감상과 감동, 녹음과 실연, 전문성과 대중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허심탄회한 수다 혹은 팽팽한 설전은 음악에 얽힌 우리의 개인적 추억을 상기시키고 당장이라도 음악을 찾아 듣고 싶게 만든다. 음악을 연주하는 이의 마음과 감상하는 이의 마음부터 살아갈 힘을 주는 음악과 삶을 변화시키는 음악까지,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한 번쯤 떠올리는 주제에 대해 서로에게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을 읽어가다 보면 그들이 다루지 않았던 주제, 우리 인생에서의 음악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들의 대화가 담긴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 건네는 초대장이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흠 글쎄…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책 소개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사상가 아마르티아 센의 인간, 불평등, 정체성에 관한 회고

빈곤, 격차, 불평등에 주목하며 경제학은 물론,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 시대의 지성, 아마르티아 센.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사람들, 그가 정면으로 맞선 시대에 대한 고찰을 담은 회고록이다. 1933년,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나 타고르가 세운 학교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소년 아마르티아는 당시 인도를 뒤흔들었던 벵골 대기근과 힌두-무슬림 간 종교 분쟁을 목도하며 큰 충격을 받고, 이 유년 시절의 강렬했던 경험은 그를 경제학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이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당대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수학하며 당시 학문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후생경제학을 펼쳐나가려 분투한다. 경제학을 도구로 사회 전체의 행복 추구를 지향했던 위대한 사상가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사상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아마르티아 센 입문서’로서도 읽을 수 있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하룻밤에 한강을 열 번 건너다 (사회학자의 각주 없는 기억록)

책 소개

기억으로 그려낸 생의 이정표, 마음의 지도

“오랫동안 품고 있던 소망이랄까 숙제랄까, 해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결행 날짜를 12월 25일로 잡았다. 크리스마스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잡힐 리 만무다. 용산 기준으로 일몰 시간이 오후 5시 19분인 것도 확인했다. 카메라를 챙기고 편한 신발로 집을 나섰다. 내 행선지를 아는 사람이 세상에 아무도 없으니 탐정 놀이하던 아이 때로 돌아간 것 같다. 갈월동에서 152번 버스로 환승하여 ‘한강대교 북단 LG유플러스’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하늘은 흐리지만 날씨는 포근하고 미세먼지 예보도 보통으로 나온 날이다. 심호흡을 한 후 걸음을 남쪽으로 옮겼다.” 『하룻밤에 한강을 열 번 건너다』는 평생을 연구자로 살아온 조효제 교수가 처음으로 펴내는 기억록이다. 저자는 말 그대로 한강 다리를 열 번 오가며 오랫동안 품고 있던 숙제를 결행한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떠오르는 기억들은 어릴 적 살았던 동네, 생전 처음 가보았던 외국 아일랜드, 매일 걸어서 오갔던 보스턴의 다리, 자신의 ‘두번째 동네’라고도 할 수 있을 템즈강 남동쪽의 그리니치,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것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십 년 전 일들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고 후회스럽고 괴롭기도 한 옛 기억들이 저자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책에는 그렇게 모인 세월의 조각들이 기록되어 있다.

“바람이 더 세졌다. 한기가 닥치니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 아주 오래전 이 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다! 사십 년쯤 된 것 같다. 서울 토박이 친구를 감언이설로 회유하여 겨울밤에 한강대교를 건넜다. 서울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즉석에서 결행한 일이었다. 눈을 못 뜰 정도로 바람이 매서웠다는 기억이 훅 올라온다. 정말 이상하다. 한강대교를 꼭 걷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예전에 건넜던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믿을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게 기억이다. 기억은 일기장에 적힌 손글씨와는 다른, 액체와 고체 사이의 중간쯤 되는 물질이다. 무엇이 그 기억을 억누르고 있었던가. 기억이 이토록 가변적이라면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규정하(는 것처럼 기억되)는 인생사도 환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팩트도 아닌, 내 꿈과 나비 꿈이 뒤섞인 캔버스란 말인가.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또 하나의 강줄기가 기억의 흐름 위로 올라온다. 내가 건너본 강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가라앉아 있고, 가장 서글펐던 물길, 소와강이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엄마 아닌 여자들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책 소개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아본 여성이라면 이 책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아닌 여자들에 붙어 있는 ‘비정상’이란 꼬리표를 떼다

왜 여성들은 ‘엄마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을까 그 고독한 연대에 대한 문제적 질문들

우리는 자녀 가진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른다. 반면 자녀 없는 여성을 비하하지 않고 일컫는 말은 ‘자녀 없는 여성’뿐이다. 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존재나 그 사람이 되지 못한 존재(즉, 어머니)를 들어서 부르는 방법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시카고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페기 오도널 헤핑턴은 “과거에도 늘 존재했으며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자녀 없이 사는 삶에 적당한 용어가 없다는 사실”(「작가의 말」)에 주목하고, 이런 삶을 가리키는 언어를 우리가 만들고 정의해야만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의 연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역사 속 여성들의 이름을 현재로 소환하여, 사회가 어떻게 ‘엄마 아닌 여자들’에게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왔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동시에 여성의 최선의 역할은 아이를 낳는 신체(자궁)가 아님을 강조하며, 중요한 것은 엄마가 되고 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아본 여성이라면 이 책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최은영 소설가, 추천사)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영혼 다시 쓰기 (다중인격과 기억의 과학들)

책 소개

1980년 미국에서 공식 진단명이 된 다중인격. 이전까지 극히 적은 수만 학계에 보고되었으나 10년 후에는 대도시마다 수백 명씩 진단받기에 이른다. 다중인격 대부분이 여성이고 기억회복치료를 통해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았음이 밝혀지면서, 다중인격을 옹호하고 도우려는 운동이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회의론자들은 치료사들이 거짓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맞선다.

저명한 철학자 이언 해킹은 1990년대 북미를 휩쓴 기억전쟁의 한복판에서 다중인격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그것이 출현하던 역사적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등장한 새로운 ‘기억의 과학들’이 기억을 영혼의 대용으로 만들어 경험적 연구의 지배 아래 둠으로써 영혼을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왔음을 발견한다.

다중인격, 아동학대, 동성애 등 끊임없이 새로운 인간 유형을 규정하는 인간과학의 ‘인간 만들기(making up people)’, 인간 유형에 대한 지식체계가 그렇게 알려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다시 그들에 관한 지식을 변화시키는 ‘고리 효과(looping effect)’, 영혼을 기억으로 대체하며 기억에 관한 진리가 존재한다고 여기는 ‘영혼의 과학화’를 밝힌, 이제는 고전이 된 해킹의 지식의 고고학적 탐구를 만난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또 하나의 고 이언 해킹 저작이 번역되었네. 1995년작.

은랑전

책 소개

『종이 동물원』의 작가 켄 리우의 공식 두 번째 SF 단편선 당나라 「섭은낭전」을 SF로 풀어낸 단편 「은랑전」 포함 13편의 SF 단편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두 번째 단편집인 『은랑전』이 출간되었다. 권위의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 만에 첫 동시 수상한 대표작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켄 리우의 단편소설 13편을 수록한 이번 단편집에는, 표제작인 「은랑전」을 비롯하여 총기 난사로 사망한 소녀의 디지털 복원과 그 피해 가족에게 가해지는 익명성에 기댄 인터넷 트롤링을 다룬 「추모와 기도」, 가상현실을 통한 전쟁 난민 체험의 상품화와 플랫폼의 권력화 등 첨단 기술이 현대 사회에 끼칠 우려를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다룬 「비잔티움 엠퍼시움」, 더 이상 창작자가 발을 내디딜 수 없게 된 근미래의 영화 제작사를 소재로 한 「진정한 아티스트」, 환경 위기로 닥칠 수몰된 지구의 모습을 그린 「요람발 특별 기고」, 외계 생명에 대한 불안과 경의에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녹여낸 「환생」, 미지의 우주에 관한 도전적 상상을 담아낸 「일곱 번의 생일」, 삼국 시대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저자만의 세계관으로 새롭게 입혀낸 「회색 토끼, 진홍 암말, 칠흑 표범」까지 켄 리우의 놀라운 필력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 그리고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까지 가득 담은 신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작 중 핵폐기물이라는 소재를 다룬 「메시지」와 당대 전기소설 「섭은낭전」을 모티브로 한 표제작 「은랑전」은 영상화 판권이 계약되어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종이 동물원』과 이번에 출간된 『은랑전』이 영미권에서 공식 출간된 단편집이나, 한국에서는 『종이 동물원』으로 유영 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번역자의 별도 선별 과정을 통해 최신 단편을 모은 오리지널 단편집 두 권(『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신들은 죽임당할 것이다』)이 더 출간되어 있어 독자들은 총 네 권의 켄 리우 단편집을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켄 리우도 읽어야 하는데..

컬러의 세계 (우리가 사랑한 영화 속 컬러 팔레트)

책 소개

“모든 색에는 의도가 있다!” 「중경삼림」 「라라랜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50편의 영화로 알아보는 색채의 힘

컬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콘텐츠에서 색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마케팅, 브랜딩, 드라마, 영화 등의 분야에서 항상 색의 역할이 강조되어 온 이유다. 색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컬러 팔레트를 쓰느냐에 따라 전하는 의미가 달라진다. 드라마나 영화의 미술 감독,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 패션 스타일리스트 등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고유한 분위기와 감성을 만들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컬러 팔레트부터 만들어둔다. 특히 영화에 쓰이는 색은 더 특별하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색의 관념을 깨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관객을 영화 속 세계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색을 다루는 사람들은 다양한 영감을 얻기 위해 영화 장면에서 컬러 팔레트를 참고한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 속 컬러 팔레트를 선별해서 담아낸 『컬러의 세계』는 《롤링스톤》, 《베니티 페어》, 《가디언》 등에 영화 평론을 꾸준히 기고해 온 작가 찰스 브라메스코의 시네마 컬러 가이드북으로, 고전부터 현대까지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 중에서도 색의 의도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작품 50편을 실었다. 이 책은 영화 속 명장면과 그에 맞는 컬러 팔레트를 큼직하게 수록해 컬러의 조합과 쓰임새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색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평론가의 눈으로 해설해 실었다. 색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배색 감각과 탁월한 안목을, 예술적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는 컬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섬세한 감수성을 선사한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아름다운 실험 (세상을 증명하는 실험과학의 역사)

책 소개

아름다운 실험을 통해 과학의 역사를 읽는다!

다채롭고 풍부한 일러스트와 사진이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실험 설계나 구상, 과정 등 여러 방면에서 수행된 실험을 복잡하지만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 필립 볼은 이 책에서 최초의 현미경과 망원경부터 오늘날의 거대한 입자충돌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과학기술과 기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실험이 무엇이고 과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통찰력 있게 이야기한다. 또한 수천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여러 지역에서 어떤 실험이 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간결하게 서술하면서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세상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5일. 또 하나의 필립 볼 저작이 번역되었네

기억의 장례 (문화대혁명 이후의 나날들)

책 소개

타니아 브래니건은 “문화대혁명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마오이즘 광신주의가 10년 동안 지속되는 동안 아이들은 부모에게 등을 돌렸고, 학생들은 교사를 비난했다. 무려 200만 명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수천만 명이 배척당하고 투옥되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 잔혹하고 끔찍한 시기의 기억이 비어 있는 공간처럼 남아있다. 공식적인 탄압과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공모하여 국가 기억 상실을 초래한 것이다.

〈기억의 장례: Red Memory〉는 광기 속에서 살아온 개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40년의 침묵을 폭로한다. 이 시대가 어떻게 한 세대를 정의하고 오늘날 중국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과거가 묻히고, 착취되고, 다시 그려지면 현재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을 때 어떻게 혼자 생활하시나요?”

오잉 타니아 브레니건 책이 번역되었네..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아테프 아부 사이프 지음, 백소하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달크로즈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책 소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알까삼 여단의 기습 공격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 지구에 이스라엘군의 강력한 보복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가자 지구 사람들은 집단학살(genocide) 당하고 있다. 2024년 5월 말 현재 3만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8만 명에 가까운 숫자가 부상을 입었으며, 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이 책은 2023년 10월 7일부터 저자가 라파를 통해 이집트로 나오게 되는 12월 30일까지 85일간의 일기를 엮은 것이다. 일기는 10월 7일, 불과 며칠 전 가자에 도착하여 아들과 친척들과 바다에서 아침 수영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포탄이 떨어지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이렇게 이들의 고통이 시작된다.

이후 가자 지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대다수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저자 역시 가족과 친지, 친구를 잃고 자신의 고향이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처제 가족이 폭격으로 몰살되고 조카 위쌈이 양다리와 한 팔을 잃어버린 현실, 가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했던 프레스 하우스(기자협회)의 책임자인 친구 빌랄의 죽음과 수많은 친구들의 죽음을 겪고, 어릴 적 나크바로 쫓겨나 난민촌에서 살게 된 할머니가 늘그막에 다시 천막 난민촌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믿기 힘든 현실과 맞닥뜨린다.

열다섯 살 아들과 살아남기 위해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 오는 이스라엘군을 피해 북가자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며 겪는 말 못 할 모욕과 표현하기 힘든 참상이 펼쳐진다. 이후 칸 유니스를 거쳐 라파에 거대하게 형성된 새로운 난민촌 천막에서 생활하게 되는 여정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하루하루가 그려진다.

예전에도 가자 일기를 출간한 적이 있었던 팔레스타인 작가 아테프 아부 사이프의 이번 가자 학살 시기의 기록.
11개국에서 동시 출간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이번달에 종합잡지 ‘치헤이地平’를 창간한 치헤이샤地平社가 출간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한국에서는 두번째 테제, 영국에선 콤마 프레스에서 낸다.

벌거벗은 동물사

책 소개

역사 속에서 동물은 늘 인간과 공존했다. 동물은 인간에게 사냥감이기도 하고, 가축이기도 하고, 애완동물이기도 했다.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 유럽 문명이 발전하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인간은 강아지, 말, 젖...

목욕탕 도감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책 소개

《목욕탕 도감》은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림으로 소개하는 목욕탕 가이드북이다. 도쿄를 비롯해 사이타마, 지바, 교토, 미에, 아이치, 도쿠시마 등 도쿄 근방의 개성만점 목욕탕 24채를 엄선해 소개한다. 맥주 마이스터 공인을 받은 사이토유, 봄이면 벚꽃 잎이 떨어지는 사쿠라칸, 도쿄 스카이타워에서 영감을 받아 초록, 파랑, 보라, 하양 순으로 온수 색깔이 바뀌는 야쿠시유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목욕탕들이다. 특히 저자는 건축가였던 전공을 살려 높은 곳에서 특정한 각도로 내려다보는 투시도법으로 목욕탕 내부를 그렸다. 덕분에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목욕탕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실제 목욕탕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구석구석의 디테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상세하고 치밀한 설계, 목욕탕의 온기가 느껴지는 다정다감한 그림체, 솔직담백한 에세이까지 목욕탕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아낌없이 펼쳐내는 저자의 목욕탕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내 참을 수 없이 목욕탕에 가고 싶어진다. 목욕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라져가는 일본의 목욕탕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본을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 책을 통해 따스한 온기와 매력으로 가득한 목욕탕의 세계에 퐁당 빠져보길 권한다.

블루엣 (파란색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그 240편의 연작 에세이)

책 소개

독특한 주제와 글쓰기로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는 등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자 비평가인 매기 넬슨의 ‘블루’에 관한 예술 에세이다. 책 제목인 ‘블루엣bluets’은 ‘파란색 꽃이 피는 식물이나 야생화(수레국화)’를 뜻하는 말로, 이 책에는 파란색의 역사와 컬러 이론과 함께 ‘블루’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들이 240편의 단상으로 매력적으로 담겨 있다.

파란색이 호명해낸 빌리 홀리데이, 마르그리트 뒤라스, 레너드 코헨, 시몬 베유, 조니 미첼, 앤디 워홀, 비트겐슈타인, 뉴턴, 괴테 등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이야기들이 매기 넬슨의 개인적 경험과 교차하며 매우 독특하면서도 미학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시와 산문, 에세이와 역사, 예술과 철학의 범주를 자유롭게 오가는 글쓰기의 신선한 형식을 통해 논증이 뒤집히는 전복적인 글쓰기, ‘독자 발밑의 카펫을 잡아 빼는 비트겐슈타인의 글쓰기’라는 평과 함께, 에세이의 한계를 문학 비평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루엣》은 2009년 미국에서 초판 출간 이후 ‘컬트 클래식’이라 칭송되며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르시시즘의 고통

책 소개

“나는 나를 바꿔야 한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타자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로 취급하는 나르시시즘적 사회의 고통에 대하여.

통계의 함정 (통계의 역설로 본 환상과 거짓)

책 소개

여론 조사, 주식 시장, 지진 예측, 일기예보, 공중보건, 스포츠 등 어디나 존재하는 통계는 우리의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속이거나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수학의 대표적 역설에 깃든 통계의 오해를 알기 쉽게 파헤치는 가운데 바른 통계 분석과 이해의 지혜를 일러준다.

그릇된 통계 분석과 해석은 단순한 오해를 넘어 부정확한 의료 진단, 대규모 지진 예측 실패, 사회 불평등 악화, 엉터리 정책 결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 숫자를 보는 방식에는 맞거나 틀린 것들이 있다. 이 책은 어느 쪽이 맞고 틀린지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명쾌하게 알려준다.

데브옵스 핸드북 (세계 최고 수준의 기민성, 신뢰성, 안정성을 갖춘 기술 조직의 비밀)

책 소개

데브옵스(DevOps)란 소프트웨어의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s)의 합성어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정보 기술 전문가 사이의 소통과 협업, 그리고 통합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환경과 문화를 나타낸다. 2016년 1판 출간 이후 최신 연구 결과와 프랙티스, 사례 연구들을 기반으로 내용을 다듬고 보강해 2판을 출간했다. 2020년 COVID-19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변해버린 오늘날, 이 책을 통해 데브옵스의 개념뿐만 아니라 데브옵스가 갖는 현대적인 의의는 물론 실제 개발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개념과 원칙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르고호의 선원들

책 소개

시, 회고록, 비평을 넘나들며 장르를 구부러뜨려 온 매기 넬슨의 대표작. 파트너 해리 도지와 사랑에 빠진 시점부터 해리 어머니의 사망과 넬슨 자신의 출산에 이르는 몇 년간을 소재로 퀴어함, 사랑, 트랜지션, 모...

내전: 관념 속 역사 (관념 속 역사)

책 소개

고대 로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다루기 힘든 형태의 조직적인 인간 침략을 추적하는 매우 독창적인 역사

내전Civil War을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의 역사는 무척 길고, 다양한 목적과 양상을 띠고 나타났으며, 스스로 발전하는 괴물처럼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아미티지는 이 책에서 공화정 로마에서 시작된 내전의 기원에서부터 근대 유럽과 20세기의 개념 탐구,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전의 정의에 대한 생각은 오랜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다. 무엇이 전쟁을 ‘내전’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생각은 종종 내전 당사자들이 통치자인지 반군인지, 승리자인지 패배자인지, 피해자인지 외부인인지에 따라 달라졌고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로 변전되어 왔다. 만약 한 나라에서 발생한 분쟁을 내전이라고 부르는 순간 외부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생기게 되고, 국제법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다. 민주주의 정치가 더욱 격렬해지면서 내전의 언어도 급증했다. 내전의 뿌리와 역학 관계, 분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내전이 형성하는 힘에 대한 이 책의 독특한 관점은 끝이 없어 보이는 이 문제 해결의 연구에 가장 기초적인 필독 자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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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이래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호주나 일본처럼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권의 국가들은 ‘긴 평화Long Peace’라고 일컫는 시기를 누려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나간 흔적 위로 찾아온, 국가 간 전쟁이 부재했던 이 시기는 이제 근현대사에서 가장 오래 평화가 지속된 시기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시대는 결코 한가로이 평화를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다. 세계는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는 장소다. 2016년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예멘에 이르기까지 50차례 전후의 무력 분쟁이 진행되었다. 이는 테러리즘이나 반란insurgency, 그리고 다른 ‘비대칭’ 전투 유형처럼 비국가 세력이 국가나 주민을 공격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일. 북섹션.

내게 없던 감각 (보는 법을 배운 소년, 듣는 법을 배운 소녀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책 소개

내게 없던 감각이 생기면 어떤 느낌일까? 신경생물학자가 들려주는 감각과 지각의 본질 10년이 넘는 깊은 유대가 빚어낸 감각, 장애, 학습에 관한 감동적이고 놀라운 통찰

유년기 내내 앞을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또는 난생처음 소리를 듣게 된다면? 사람들은 시력이나 청력을 회복한 성인들이 큰 기쁨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무의미한 장면과 소리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어쩔 줄 모르고 비관하여 삶의 의욕을 잃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거의 없었던 소년 리엄과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소녀 조흐라가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수술을 받고 이에 적응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시각과 청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감각에 적응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는지, 왜 같은 세계를 각자 다르게 지각하는지를 따뜻한 마음으로 자세히 탐구한다. 인간의 회복탄력성과 학습하고 적응하는 능력에 대한 찬가이자, 보고 듣는다는 심상한 능력을 완전히 새롭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책.

한겨레 S 2024년 6월 1일. 북섹션.

과학의 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기술)

책 소개

인간의 감각 저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다! 지식 전달을 넘어 감동을 선사하는 이미지의 효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기술은 과학의 눈이 되었고, 우리는 과학의 눈으로 더 넓고 깊고 섬세한 세상을 보게 되었다.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는 것부터 너무 광대해서 볼 수 없는 것까지, 맨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우리 인간의 감각 저 너머에 분명히 존재하는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시각화 도구를 개발했다. 모눈종이 위에 손으로 그린 간단한 수치 그래프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정교한 이미지든, 과학 지식을 시각화한 결과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복잡한 이론이나 방대한 데이터를 한 장의 이미지에 담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한 장의 이미지가 백 마디 설명보다 훨씬 설득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때로는 지식 전달을 넘어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거나 경각심을 일깨워 인류의 행보를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의 효과, 시각화의 힘이다.

《과학의 눈》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 지식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대신 한 장의 이미지로 함축해 눈앞에 대령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미지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과학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오늘날 인류가 도달한 과학적 이해와 성과에 시각적 정보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 왔는지 증명한다.

한겨레 S 2024년 6월 1일자. 강연실의 과학과 문장들에서 소개.

존 벨러미 포스터

책 소개

마르크스주의 사회과학자 존 벨러미 포스터의 이론을 요약한다. 포스터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과 생태 사상을 종합해 현대화한 ‘마르크스주의 생태학’의 핵심 개념, 탐구 문제를 해설한다. 오늘날 행성적 위...

한편 14호 : 특별호 쉼

책 소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적게 자는 나라 대한민국. 특별한 체험을 선사하는 여가 상품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갓생 지침서가 넘쳐나는 가운데, 쉼은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반영된 또 다른 삶의 영역이...

도시에 대한 권리

책 소개

앙리 르페브르 도시 이론, 도시다운 도시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

‘도시에 대한 권리’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농촌학자이자 도시연구가이며 사회 다방면에 걸친 참여 사상가로 알려진 앙리 르페브르가 창시한 개념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프랑스 68혁명 당시 하나의 시위 구호로 사용될 만큼 당시 도시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그의 대표 저서가 2024년 국내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는 고대에서부터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도시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과거 도시들이 제공하던 사용 가치들이 산업화를 거치며 기능만을 중시한 교환가치로 변환되었으며, 이로 인해 도시가 피폐화하는 현상이 생겼다고 진단한다. 더 나아가 도시 현상을 극단적인 이성주의로 분석하는 파편화된 시각이 아니라 전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도시 철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가 주장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는 단순히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가 아니라 도시다운 도시에서 삶을 누릴 시민의 권리이며, 이는 새로운 인본주의적 도시 이론 선언에 가깝다. 1968년 프랑스 5월 학생 혁명을 전후해 쓰인 이 저서는 놀랍게도 현대 도시가 내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현재의 도시 정책들과도 맥을 같이한다.

헐.. 이게 번역되었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책 소개

우리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늘어놓게 되는 변명 25가지를 소개한다.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기후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과 그 속에 숨은 인간의 심리를 낱낱이 파...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장편소설)

책 소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8년 차에 접어든 조예은 작가가 신작 소설《입속 지느러미》로 야심 차게 돌아왔다. 《입속 지느러미》는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심도 높은 취향이 한껏 녹아 있다. 인어 이야기와 세이렌 신화를 결합해 잔혹하지만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사랑스러운 서사로 독자를 새롭게 만난다.

대학교 작곡 동아리에서 목소리가 아름다운 경주를 만나 밴드를 결성한 선형은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한 20대를 보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살아가지만, 음색이 탁월한 가수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의 외삼촌은 조선업계에서 일하다 IMF로 해고된 후 괴생명체를 들여오는 밀수 일에 발을 들이는데, 어느 날 산에 묻힌 백골로 발견된다.

얼떨결에 외삼촌의 수족관 건물을 상속받은 선형은 지하실 수조에 사는 혀가 잘린 인어 ‘피니’를 맞닥뜨린다. 처음에는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 하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끈질김의 핏줄로 외삼촌이 그랬듯 피니의 소리에 단숨에 사로잡힌다. 밴드 작곡가 시절 만든 노래의 표절곡이 인기를 얻고 한때 너무나도 사랑한 경주와 지독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인어의 달콤한 저주에 걸린 선형은 기어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다. 피니의 혀가 자랄수록 광기를 닮은 사랑에 빠져드는 그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

책 소개

“물구나무를 서면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

현실의 틈새를 오가는 경쾌한 발걸음 어긋나는 일상을 포착하는 마술적 사실주의

경쾌하지만 슬프고, 단정하지만 발칙한 언어를 구사하며 독보적인 시 세계를 선보여온 이다희의 두번째 시집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03번으로 출간되었다. “언어의 재현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삶을 끝없는 재현 속에 위치시키”(신용목)며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첫번째 시집 『시 창작 스터디』 이후 4년간 꾸준히 쓰고 다듬은 시 42편을 4부로 나누어 묶었다. 이번 시집에서 이다희는 조금쯤 엇나간 현실의 틈새를 시적 장면으로 변모시키며 한 발짝 더 멀리 나아간다. 지난 시집에서 발랄하고 씩씩하게 일상을 꿰맞추던 화자들이 여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충돌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물구나무를 서면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이 되는 것처럼 사뭇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감각함으로써 이 세계의 예외적 존재들에게 반짝이는 왕관을 씌워준다.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리추얼의 모든 것)

책 소개

의례는 허례허식이 아니다! 나약한 개인을 막강한 사회로 만드는 의례의 힘에 관한 최초의 과학적 탐구

1000만 명이 모인 대도시에 일인 가구의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의례다. 입학식에 모인 학생들은 눈과 몸으로 새 규칙을 익힌다. 명절에 모인 가족은 차례를 지내고 집안의 평안을 빈다. 신도들은 매주 성직자의 지도에 따라 기도를 올리고, 어느 생일 파티에서나 케이크에 초 끄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의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 사회학의 선구자 에밀 뒤르켐은 의례가 없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했다. 사람들은 평생 한 번일 결혼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쓴다. 거창한 차례상과 강제적인 국가의례는 기존의 권위를 되살리려는 허례허식으로 보인다. 많은 사회학 이론이 사회를 통합하는 의례의 기능을 강조해 왔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대 사회에까지 유효할까? 사람들은 왜 여전히 쓸모없어 보이는 행동에 집착하는 것일까? 실험인류학자 드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전 세계의 의례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의례의 수수께끼를 낱낱이 밝힌다.

“의례는 소용이 없어 보이는데도 진정으로 없어서는 안 되고 신성한 뭔가로 경험된다. 하지만 음악, 미술, 스포츠 등 인간 활동의 다른 의미심장한 영역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는 것이 사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닐 수 있다.” ─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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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사회학

우에노 지즈코 · 조승미 · 이혜진 · 공영주달크로즈

돌봄의 사회학

책 소개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우에노 지즈코의 주저 《돌봄의 사회학》은 ‘고령자 돌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이 책의 시작은 2000년 4월 일본에서 시행된 개호보험제도이다. 저자는 개호보험...

944 페이지……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

책 소개

분열의 언어와 가짜 논리가 미디어와 SNS를 뒤덮었다. 보수 정치인들이 내뱉는 ‘자유’ ‘공정’ ‘불법과 합법’ 같은 말들은 겉보기엔 흠잡을 데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차별과 배제를 선동하는 은밀한 ‘이중 언어’임이 드러난다. 전 세계를 휩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맞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고 외치는 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인종차별의 현실을 은폐하는 가짜 논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기후 위기 시대에 대중화된 ‘탄소 발자국’은 어떤가? 수많은 양심적 소비자들을 죄의식에 빠뜨린 이 말은 글로벌 석유 회사가 자본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고 만들어낸 기만적인 표어였다! 여성들을 무참히 죽이는 남성 폭력을 고발하는 ‘남자는 쓰레기다’ 해시태그 운동에 남성혐오라는 비난이 들끓었다. 남자는 다 쓰레기라고? 그러나 ‘남자는 쓰레기다’라는 총칭적 일반화는 남성 폭력 문화를 겨냥하는 정당한 언어임이 이 책을 통해 논리적으로 선명하게 밝혀진다.

식물에 관한 오해

책 소개

우리가 보고 먹고 즐기는 식물의 진짜 모습 새로운 눈높이에서 들여다보는 전투적이고 전략적인 식물의 세계 『식물의 책』 이소영 저자의 신작!

『식물의 책』 『식물과 나』 등의 전작을 통해 식물의 세계, 그리고 식물과의 관계 맺음에 관해 누구보다 세심하게 들여다본 식물세밀화가·원예학 연구자 이소영 저자가 이번에는 식물을 마주하는 올바른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물에 관한 오해』는 저자가 16년간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시간 동안 맞닥뜨린 식물에 관한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모은 책으로, 이를 바탕으로 식물을 향한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식물의 다채로운 모습과 강인한 생존력을 제대로 바라보길 권한다. 매 장마다 수록된 아름답고 정밀한 식물세밀화가 그 이해를 돕는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틈새 식물에 관한 편견, 무화과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착각, 능소화 꽃가루에 관한 오해, 매일의 식탁에 오르는 쌀이나 채소·과일에 대한 이해, 생존을 위해 잎과 꽃을 여닫는 식물의 전략, 동물을 이용한 도깨비바늘의 이동력 등 사람들이 식물에 관해 갖고 있는 오해나 편견을 되짚고, 번식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식물의 강인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서 나아가, 식물을 이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입장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보게끔 한다.

소영님 새 책

읽지 못하는 사람들

책 소개

놀랍게도 학자들은 아직 ‘읽기’의 기본적인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다.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는다. ‘읽기’의 스펙트럼은 방대하다. 저자는 직접 수집한 방대한 증언과 수기, 연구 문헌, 뇌과학과 인문학에 ...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책 소개

저자 잭 핼버스탬은 애니메이션과 대중문화, 하위문화, 반문화에서 발견한 지혜를 동력으로 삼아 이상주의적 희망을 체념하기보다는 지혜를 얻고, 삶과 문화, 지식, 기쁨과의 새롭고 유연한 관계를 일구고자 한다.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 소개

수학의 가치란 무엇인지, 도덕·행복·협력·계약 같은 인생의 문제에서 수학이 어떻게 답을 구하는지, 수학 공부가 왜 즐거운지 보여준다. 수학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을 여전히 품고 있다면, 어떻게 수학을 좋아할 ...

다르덴 형제 (인간을 존중하는 리얼리즘)

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 미셸 시망달크로즈

다르덴 형제 (인간을 존중하는 리얼리즘)

책 소개

그늘진 사회를 비추는 정직한 응시 다르덴 형제의 국내 첫 인터뷰집

칸영화제에서 두 개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집 『다르덴 형제』가 출간되었다.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의 산업도시 세랭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던 이들이 극영화로 넘어와 거장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창작자로서 영화를 찍을 때 늘 품고 있는 철학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르덴 형제는 소외된 인간을 스크린 안으로 불러내 호명한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십대 여성(〈로제타〉), 국적을 인정받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이민자 여성(〈로나의 침묵〉),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자전거 탄 소년〉)처럼 인물은 변화하지만 다르덴 형제가 바라보는 시선은 같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다르덴 형제의 끈질긴 시선은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존엄을 부여한다. 이는 자본화되고 납작해지는 세계에 맞서서 저항할 뿐 아니라 조금 더 인간적인 세계를 희망하게 한다. 『다르덴 형제』에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방송을 통해 진행된 네 번의 인터뷰와 2015년 로렌대학교에서 열린 영화 수업이 담겨 있다. 인터뷰와 영화 수업의 진행을 맡은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미셸 시망은 쉽게 들을 수 없던 다르덴 형제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책에는 초기 다큐멘터리영화부터 최근 작품인 〈토리와 로키타〉를 아우르는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도 정리되어 있다. 그런 만큼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충실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저희의 모든 인물은 무언가의 포로이며 갇힌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극적으로 묘사하죠. 탈출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탈출구를 찾는 것은 대개 누군가를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것이죠. 마침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_216쪽

나의 채식 테이블 (완벽한 영양 밸런스를 갖춘 101가지 비건 레시피)

책 소개

“소중한 나에게 대접하는 한 끼 채식”

트위터 9만, 채식으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채식 레시피 책

바야흐로 비건의 시대다.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육식 대신 채식을 선택한다.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 육식이 환경에 주는 피해, 인권 못지않게 중요해진 동물권 등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문제의식 없이도 자극적인 고칼로리 식단으로 채워진 식탁을 가볍게 만들고, 내 몸을 생각한 요리를 만들어 먹겠다는 간단한 마음가짐으로도 채식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하다. 《나의 채식 테이블》은 채식 요리계의 떠오르는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이다. 정고메 작가는 오랜 기간 회사 생활로 망가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고, 2022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채식 레시피와 채식 정보를 블로그와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올렸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트위터는 약 9만 명, 블로그는 약 8천 여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정고메의 레시피는 트위터에 업로드 될 때마다 수천 회 이상 리트윗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건강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하는 그만의 개성 있는 레시피 덕분이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참고해 각 요리마다 정확한 영양 성분을 분석해 함께 게재하고, 재료별 효능도 적어줌으로써 채식이 영양 면에서 불균형하다는 편견을 불식시키며 새로운 비건식의 한 장르를 열었다.

알고리듬으로 생각하기 (국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문제로 배우는)

책 소개

알고리듬과 데이터 구조를 활용해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다. 세계적인 프로그래밍 대회에 출제된 문제들 중 도전적이고 배울 점이 많은 문제를 엄선해 저자만의 알고리듬 설계 방법을 가르친다. 문제 분류, 데이터 구조 선택, 알고리듬 식별뿐만 아니라 해시 테이블, 힙, 트리와 같은 구조의 선택이 실행 시간에 미치는 영향과 최적화 방법도 다룬다. 또한 재귀, 동적 프로그래밍, 이진 탐색과 같은 전략을 통해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코드 라인별 분석 및 다양한 알고리듬과 데이터 구조 사용법을 설명한다. 각 문제의 해법은 실제로 프로그래밍 판정 시스템(온라인 저지) 웹 사이트에서 직접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책 소개

영상미학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 인터넷 밈 비평서다. 한편으로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터넷 밈의 윤곽을 매체라는 배경을 통해 그려보려는 시도이다. 밈 없이 살 수 없게 된 저자가, 밈의 스타일과 계보를 ...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책 소개

아니 왜 책 정보가 안뜨지.. 뭐 어쨌든.

문제아 (2024년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책 소개

“난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2022년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수상 ★2022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022년 미국독립서점협회 베스트셀러 ★미국 아마존서점 편집자 추천

“긴장감 넘칠 뿐만 아니라 감동적이다.”-커커스리뷰 “독자들은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감을 품고 단숨에 읽어나갈 것이다.”_스쿨라이브러리저널

《문제아》는 배우 존 조의 작가로서 등단하는 데뷔작이자 첫 어린이 소설입니다. LA 폭동을 배경으로 한 지루할 틈이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재미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 성장소설입니다. 이야기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할리우드 배우이자 작가인 존 조의 자전적 경험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는 한국계 미국인의 고단한 삶과 혼란스러운 정체성, 그리고 한국계이자 아시아계로서 더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와 부모 세대의 일상과 자식에게 이어지는 압박감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열두 살 주인공 소년의 심리를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문제아》는 미국에 이민 와 살고 있는 반항적인 한국계 미국인 열두 살 아들과 엄한 아버지 사이의 보상, 사랑에 관한 무척 감동과 모험으로 가득 찬 이야기입니다. LA 폭동이 일어난 1992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을 배경으로 하루 동안 펼쳐지는 매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여정과 모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어린 소년의 정체성 그리고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틋한 마음과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모험으로 가득 찬 어린이 성장소설입니다. 우정, 가족, 사랑, 정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한겨레 S 2024년 5월 11일 북섹션.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시골 의사와 환자 이야기)

책 소개

“많은 의사가 더 이상 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관계다”

경험과 감정으로 굽이진, 환자의 인생 전체를 따라간 궤적

다큐멘터리 감독 폴리 몰랜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자신의 엄마의 집을 정리하다 책장 뒤켠에 떨어진 책 한 권을 발견한다. 1967년에 발행된 《행운아》. 《행운아》는 영국의 작가 존 버거가 사진 작가 장 모르와 함께 당시 영국의 한 시골 마을의 의사와 환자의 삶을 따라간 6주간의 시간을 담은 책이다. 폴리 몰랜드는 책을 보다가 그 배경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불현듯 5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 같은 마을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를 떠올리며 의문을 품는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의 의사와 환자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야기는 폴리 몰랜드는 존 버거를 따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속으로 들어가며 시작한다. 그는 그들의 일상을 밀도 있게 관찰하며 사회와 의학이 급변하는 오늘날 의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한다. 폴리 몰랜드는 자신이 마주한 장면에서 인간의 고통과 외로움을 길어 올린다. 그리고 예전에는 당연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환자와 의사, 그 관계의 상실을 발견하다. 우리는 ‘우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책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겨레 S 2024년 5월 11일자 북섹션.

객체란 무엇인가 (운동적 과정 객체론)

책 소개

“객체는 사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객체의 행위성과 이동성에 중점을 두고서 과학과 기술에 관한 새로운 체계적 과정철학을 서술하는 책!

객체는 흔히 수동적이이고 정적인 어떤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생각에 맞서 이 책은 양자론, 범주론, 혼돈이론,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등에 대한 세밀한 독해를 통해 객체가 이산적인 사물이 아니라 준안정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한겨레 S 2024년 5월 11일 북섹션.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동물의 기억, 상상력, 의식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

책 소개

“개, 고양이, 말, 그리고 아마도 좀 더 고등한 동물들, 심지어는 새들까지도 선명한 꿈을 꾸니까 … 우리는 그들이 어느 정도 상상력을 가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_ 찰스 다윈

동물의 마음이 빚은 세계, 꿈에 대한 가장 섬세한 탐구 꿈의 존재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인류학적으로 통찰하다

2019년 미국의 한 TV 프로그램은 하이디라는 문어가 잠자는 동안 컬러가 다채롭게 변하는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하이디가 사냥을 하는 꿈을 꾸고 있는 증거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하룻밤 사이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문어가 된 하이디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정말 동물도 꿈을 꿀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동물에 관해 무엇을 알려줄까?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은 바로 이 물음들을 안고 시작된다. 저자 페냐구즈만은 책에서 동물이 꿈을 꾼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그동안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비인간 존재의 꿈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비판하며,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생긴 인식 변화를 짚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동물의 꿈을 의식과 상상력의 증거로 살피는 연구들을 탐구한다. 그리고 이를 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해, 꿈이 가진 ‘도덕적 힘’을 통해 동물의 윤리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물의 꿈에 대한 작은 호기심은 단계별로 진행되는 저자의 논리적 주장을 통해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독자에게 동물과 세상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스펙트럼을 갖게 할 것이다.

한겨레 S 2024년 5월 11일 북섹션.

The Road to Freedom: Economics and the Good Society (Economics and the Good Society)

서평

The former world bank economist argues that neoliberalism paves the way for populism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책 소개

“어서 오세요,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여자 이야기에.”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말하는 여자 이야기를, 우리는 제대로 들어본 적 있었던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퀴어 영화와 드라마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오로지 영화나 드라마 안에만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사실을? 현실에선 좀처럼 보이지도 말해지지도 않는 감정과 욕망과 관계들이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펼쳐질 때, 화면 속에만 있는 ‘내 이야기’를 찾아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기억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을까? 기자이자, 퀴어 콘텐츠라면 마구잡이로 먹어온 덕후, 퀴어 여성인 저자는 그런 먹어치움의 역사를 더듬어 ‘지독한 여자 사랑’을 말한다.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란 자부심을 지닌 한 레즈비언의 희로애락이 한 권의 퀴어 영화/드라마 가이드북을 만들어냈다.

https://x.com/cloud666tony/status/1788063033077780974

부모됨의 뇌과학 (환상과 혐오를 넘어, 돌봄의 확장을 탐색하다)

책 소개

“우리는 모두 도움과 성장을 통해 부모가 되어간다. 부모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뇌과학으로 다시 쓴 부모됨의 의미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부모됨은 한때 나이를 먹는 것만큼이나 생물학적인 일이었다. 우리는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가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 양육은 생물학적 과정에 따르는 부차적인 일에 가까웠다. 약간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마음 가는 대로 무리 없이 치뤄낼 수 있다고 여겨졌다. 과학 저널리스트 첼시 코나보이는 최신의 뇌과학을 통해 부모됨의 의미를 새롭게 탐구한다. 그녀에 따르면 양육에 대한 과거의 관점은 우리가 그 일을 온전히 엄마의 일로 여김으로써 가능했다. 모성 본능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고, 엄마는 마치 타고난 것처럼 아이를 능숙하고 기쁘게 돌볼 수 있다는 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성이 의무도 운명도 아니며, 자식이 없다고 불완전한 상태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집단으로서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

돌봄을 돌보는 세계 미숙하고 무지한 양육에 대한 미디어와 대중의 비상한 관심, 일과 양육을 모두 거뜬히 해내는 수퍼맘 환상에 더해 맘충으로 대표되는 부모에 대한 팽배한 혐오를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양육의 책임을 온전히 엄마 혹은 부모에게만 묻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최신 과학이 뒷받침하듯, 누구도 처음부터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도움과 성장을 통해 부모가 되어간다. 아이가 그렇듯 부모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최신 과학에 따르면 아이는 실제로 부모의 모든 것을 바꾼다. 뇌를, 사고방식을,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꾼다. 부모됨은 우리를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코나보이는 그 변화가 사춘기만큼이나 중대한 성숙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그중 많은 부분이 개인에게 이롭고 인류의 생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누군가를 전력으로 이해하고 돌보는 일은 우리가 더 넓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 책은 이 변화가 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양육은 주변부에서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사회의 목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를 다시 생기 넘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세계를 향한 용감한 탐색의 발걸음이다.

한겨레 S 2024년 5월 4일자.

시인들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책 소개

★★★ 제42회 김수영문학상 『정신머리』 박참새 신작 ★★★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만큼이나 몰랐을 것인 일곱 시인,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꽤나 가까울 것인 일곱 시인,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그리고 박참새!

“나 사실은 깡패로 살고 싶습니다.” 박참새 시인의 제4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소감 일부이다. “규율과 규칙이 지겹”고 매일 “새로이 정의된 윤리를 이해하느라 진이 다 빠”져 “허락된 범위의 구역에서 나 혼자 깡패이고 싶”다는 그. 민음사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 《릿터》에 수록된 이 강렬한 수상 소감은 삽시간에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엑스(구 트위터)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수상 소감을 읽었으면 좋겠다며 선착순 50명에게 잡지를 선물하겠다고 나선 독자까지 등장했다. 박참새는 그야말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좋은 의미에서 요란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가상실재서점’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큐레이션 서점 ‘모이(moi)’를 운영하며, 도서를 리뷰하거나 낭독하는 팟캐스트 〈참새책책〉을 진행하고, 시와 산문을 간헐적으로 발신하는 뉴스레터 〈연서Loveletter〉를 발행하는 등 ‘읽기’와 ‘쓰기’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독립 창작자로서의 고유한 행보를 이어오던 박참새였다.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시인들을 애정하고, 스스로 역시 시인이 되고 싶었고, 마침내 시인이 된 박참새는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시인과의 대담을 엮은 『시인들』을 새롭게 출간한다. 『출발선 뒤의 초조함』에 이은 두 번째 대담집이자 시집 『정신머리』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다. 대담집을 기획하고, 참여할 시인을 섭외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대담을 수행하고, 원고를 다듬고, 책으로 엮어내는 데에만 꼬박 2년이 걸린 대작업이었다. 모든 것이 속도전인 시대에 묵직하지만 무겁지만은 않게, 시대감각은 기민하게 유지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놓치지 않으면서, 박참새만의 속도로 만들어낸 귀하디귀한 대담집의 탄생이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편리하고 효율적이거나 지치고 불안하거나)

책 소개

기술이 몸과 마음을 업그레이드해 준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AI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데이터, ‘갓생’을 전시하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분석해 준 이상적인 나…… 자기 계발의 의미가 달라진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을 때, 챗GPT나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목도할 때,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때 우리는 심각한 의문에 부딪힌다. ‘내가 지금 열심히 일하고 배우는 것이 과연 언제까지 쓸모 있을까? 쓸모가 있기는 할까?’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성과주체를 비판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자기 계발 열풍은 여전히 거세다. 급속한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전망과 함께 사람들은 평생 학습과 끝없는 자기 계발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측정과 분류, 비교와 검색, 정보 제공 기능을 갖춘 편리한 도구들을 활용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자기 계발을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잉여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 배우고 적응하며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는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쏟아지는 지식과 기술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면, 이 모든 공부와 자기 계발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공지능과 로봇 등 최신 기술과 관련된 담론을 이끌며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기술철학자 마크 코켈버그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AI 시대에 자기 계발의 의미를 묻는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은 기술 발달로 무한히 확장하는 자기 계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강박적인 자기 계발 문화를 탈피하는 새로운 시각을 모색한다. 자신을 더 이해하고 성장하고 싶은 모든 독자를 위한 ‘메타 자기계발서’라 하겠다.

구체적인 어린이 (어린이책을 읽으며 다정한 어른이 되는 법)

책 소개

편견 속 가짜 어린이가 아니라 책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진짜 어린이를 만나자!

어린이책이 어른에게 전하는 가장 큰 기쁨은 어린이와의 만남 그 자체다 진짜 어린이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어린이책 읽기! 좋은 어린이책을 읽고 써 온 김유진의 다정하고 정확한 책 추천

https://www.instagram.com/p/C6htHZfvUW_/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책 소개

서양 미술사와 문학사를 그로테스크의 창으로 들여다보다 다양한 예술 영역과 시대를 포괄하는 그로테스크 연구의 결정판!

그로테스크[grotesque]: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ta, 동굴)’에서 유래한 말로 15세기 말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곳곳에서 발굴된 특정한 고대 장식미술을 지칭하는 용어.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말로 사용된다.

독일의 문학비평가 볼프강 카이저가 저술한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는 가장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그로테스크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세계는 핵무기의 시대를 맞듯 그로테스크의 시대를 맞았다”라는 어느 극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거의 그로테스크를 살펴봄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그로테스크한’ 현대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힌다. 15세기 말과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독특한 형태의 장식미술에서 출발해, 플랑드르의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피터르 브뤼헐이 펼쳐 보인 기괴하고 묵시록적인 세계, 이탈리아의 코메디아 델라르테와 독일의 질풍노도 드라마에 구현된 그로테스크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로테스크의 확장 양상을 세심히 더듬는다. 이어 그로테스크가 매우 활발히 발현된 낭만주의 시대의 다양한 이론적 토대 및 보나벤투라, 호프만,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 작품과 아르님, 뷔히너의 극작품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양상을 면밀히 분석한다. 다음으로는 19세기의 ‘사실주의적’ 그로테스크를 검토한 후, 마지막으로 현대의 그로테스크로 옮겨 간다.

저자는 현대의 연극, 공포소설, 언어유희, 토마스 만의 작품, 서정시, 초현실주의 회화와 그래픽 미술에 나타난 그로테스크를 살펴봄으로써 다섯 세기에 걸친 그로테스크 예술의 발전 과정과 사례 분석에 마침표를 찍는다.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책 소개

우정에 굶주린 어른들을 위한 유쾌 발랄! 유대감 회복 프로젝트

40대 문턱을 막 밟은 『보스턴 글로브』 기자 빌리 베이커. 그에게 난데없는 업무 지시가 떨어진다.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의 위기에 대해 써주세요.」 뭐? 중년에 대해 쓰라고? 순간 부정하려 했지만 자신이 바로 그 위기의 주인공, 〈중년〉임을 깨닫는 빌리. 친구들과 추억도 가물가물해진 터에, 이건 절호의 기회다! 빌리는 잃어버린 유대감을 되찾기 위한 모험에 착수한다. 벌이는 프로젝트마다 좌충우돌의 연속. 하지만 그 속에서 우정과 열정 회복의 빛을 발견해 간다. 아울러, 기자로서 만나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의 대화, 그리고 사회학적 통계와 연구 자료 등을 통해, 중년 남성의 유대감 상실이 자아내는 문제들과 그 극복의 방향성도 함께 찾아본다.

붉은 인간의 최후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책 소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최근작!

알렉시예비치가 20년간 1천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완성한 돈과 인간, 자본주의와 가난에 대한 걸작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말해주었소. 돈이 있으면 인간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법칙을.”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는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의해 움직였던 소련인들은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누군가는 환희에 젖고 또다른 이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에 가득차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돈에 집착하고, 사회 변혁 과정에서 돌연 ‘재벌’이 된 ‘올리가르히’들이 정치와 사회를 잠식하며 벌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2015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노벨문학상이 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을 지켜보고 그후의 사회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붉은 인간의 최후』는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작이지만, 한국에서는 일찍 절판된 탓에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었다. 이야기장수 출판사는 이 작품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알렉시예비치 작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인에게는 낯선 단어인 ‘세컨드핸드 타임’이라는 비유적인 원제 대신 직관적인 ‘붉은 인간의 최후’로 제목을 바꾸고, 번역의 디테일을 다듬어, 688쪽에 달하는 알렉시예비치의 장대한 걸작을 한국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는 『붉은 인간의 최후』 출간에 즈음한 2024년 5월 2일부터 5월 8일까지 EBS 〈위대한 수업〉을 통해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강의를 펼친다. 5월 8일 마지막 강의에서 『붉은 인간의 최후』에 얽힌 취재와 집필 후기,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진정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돈은 인간에게 닥친 큰 시험이었어요, 마치 권력이나 사랑 같은 것이죠.” -가난은 그토록 순식간에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던 거예요… -패배해버렸어…… ‘위대하신 햄의 제국’에 패했다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우릴 이겼다고…… -우리의 자본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는 우리가 겪어낸 고통밖에 없어요. -……시장이 우리의 대학교가 되었어요. -작고 평범한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無존재라고요, 삶의 밑바닥에 있는. -개뿔! 벌긴 뭘 벌어요! 부자는 무슨 부자냐고요! 거짓말! 참으로 위대한 거짓말이에요! -길거리에는 잔인한 자본주의만이 팽배합니다…… -우리에게 햄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사상이 남아 있나요? -사람들은 역사를 잃어버렸고…… 신념 없이 남겨졌어…… -사회주의를 고작 바나나와 바꾸다니, 껌 따위와 바꾸다니…… 쯧쯧.

게임 기획의 정석

타이난 실베스터 · 오영욱달크로즈

게임 기획의 정석

책 소개

게임 기획의 정석

웨이스트 랜드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책 소개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에서 건진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인도의 세계 최대급 쓰레기 매립장부터 영국 핵폐기물 처리장까지 ‘세상 모든 쓰레기’의 마지막을 좇은 잠입 현장 르포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쓰레기 처리 산업’의 실태를 담은 환경 르포 책 《웨이스트 랜드》가 출간됐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가고, 그곳에 도착하면 누가 처리할까? 재활용 쓰레기는 과연 얼마나 ‘재활용’될 수 있을까? 쓰레기는 날로 늘어가는데, 개인의 노력이 소용 있을까? 영국 매거진 에디터 협회 ‘올해의 에디터’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그 답을 찾아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에 이르기까지 쓰레기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그린워싱, 중고품 기부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 핵폐기물의 유산을 마주하고,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절망 이면의 희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지금까지 환경오염의 실태를 고발하는 책,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책, 제로 웨이스트 방법을 알려주는 책 등 수많은 환경 도서가 출간됐다. 이 책들은 환경 문제에 거시적으로 접근하거나 혹은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다뤄왔다. 《웨이스트 랜드》는 두 방향을 연결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좇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옮기고, 거대한 폐기물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밝히며 개인의 일상과 글로벌한 환경 위기를 한 흐름으로 잇는다. 어쩌면 방대한 쓰레기에 담긴 진실은 쓰레기보다 더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레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그 진실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겨레 S 2024년 4월 27일자.

지속 불가능한 패션 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책 소개

청바지 한 벌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연대기. 패션 기업가이자 연구자인 맥신 베다가 세계인의 아이콘인 청바지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가 입는 옷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한겨레 S 2024년 4월 27일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책 소개

“세상은 내 마음을 형용사들로 가득 채우지. 심지어 나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까지 상상하지”

생의 끝자락에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세상의 신비 영혼의 지평을 넓혀주는 시인, 메리 올리버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의 시인”(〈뉴욕 타임스〉)으로 불리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2024년 새해를 여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메리 올리버의 시와 산문을 꾸준히 소개해온 마음산책에서 『천 개의 아침』 『기러기』 『서쪽 바람』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시인은 살아생전 새벽같이 일어나 예술가들의 낙원인 프로빈스타운을 홀로 거닐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들판, 모래언덕, 바닷가를 누비며 온몸으로 자연 풍광을 보고 듣고 느끼려 애썼다. 불현듯 이 세상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듯한 감각에 휩싸이면 이를 노트에 아름답고 정연한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아 올해초에…
한겨레 S 2024년 4월 27일. Via 정혜윤

마지스테리아 (과학과 종교, 그 얽히고설킨 2천년 이야기)

책 소개

인간이란 무엇인가? 누가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가? 과학과 종교의 역사는 곧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의 여정이었다

과학과 종교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두 영역이 서로 침범하지 말고 자기 영역에만 집중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돌아봤을 때 이는 가능한 적도, 가능할 수도 없는 주장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인공지능이 등장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종교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대화의 길을 찾는다. 치밀한 논증을 통해 과장과 왜곡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리스도교부터 유대교,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살핀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패러데이, 다윈, 맥스웰, 아인슈타인 등 뛰어난 과학자들이 종교와 얽힌 반전과 역설로 가득한 이야기들도 담았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과학과 종교는 때로 조화하고 때로 싸우며 복잡하게 얽혀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인간의 본질과 권위에 관한 문제에서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학과 종교가 서로 대화를 멈추면 안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탐구의 역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에게 과학과 종교란 어떤 의미인지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몇달 전부터 기다리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나왔네!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냄새의 언어로 나무를 알아가기)

책 소개

나무 내음은 나무가 서로에게 또 다른 종들에게 이야기하는 나무의 언어이다. ‘특이한 천재’로 불리는 최상급 자연작가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이 책에서 가장 무시 받는 감각이지만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인 감각인 후각으로 나무의 언어를 엿듣는다. 칠엽수, 피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올리브, 흰참나무, 책 등 열세 가지 소재를 통해 나무와 인간의 삶이 어떻게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감각적이고 빼어난 문장으로 그려낸다. 나무 내음은 어린 시절 기억으로의 여행이고, 수천만 년 전부터 이어온 생명의 심층사와 만나는 관문이며,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만나는 출발점이며, 우리 인간이 다른 종들과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실마리이다. 나무 내음은 우리를 다른 시간과 장소,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한 편의 마법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어떤 생명도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종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비정상체중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책 소개

뚱뚱한 몸을 평가하고, 비웃으며, 가스라이팅하는 비만혐오 사회에 당당히 맞서다!

비만혐오의 유구한 역사를 구체적이고 명료한 언어로 파헤치는 책

여성혐오, 외국인혐오, 성소수자혐오 등 우리 사회는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나 ‘비만혐오’는 예외다. 비만혐오는 이야기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비정상체중』은 『남성 특권』과 『다운 걸』의 저자이자 페미니스트 철학자 케이트 맨의 세 번째 책으로, 오랜 시간 견고하게 자리 잡은 비만혐오의 문화를 파헤치며 이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무너뜨려 왔는지를 드러낸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학자로서 지적 수준과 자격을 의심받아 온 저자의 경험,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온갖 모욕을 들어야 했던 한 작가의 이야기, 성폭력을 다루는 재판에서 2차 가해를 당한 소녀의 일화, 각종 미디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 캐릭터 등의 다양한 사례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비만혐오가 계급, 인종, 젠더의 영역과 교차하며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전한다. 저자는 나아가 절제, 배고픔, 날씬함을 선과 미덕으로 찬양하는 다이어트 문화를 이야기하며 사회가 몸에 관해 규정한 정상성과 비정상성, 규범과 비규범의 이분법적인 담론을 해체한다. 그 결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몸을 지나치게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신체 성찰’이라고 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 케이트 맨이 아미아 스리니바산에게 한 코멘트를 보고서ㅎㅎ 관심의 상당부분을 거뒀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비동기 우선 플레이북 (애자일 소프트웨어 팀을 위한 원격 협업 기법)

책 소개

더 나은 업무 방식이 있을 거야!

직원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면 조직은 어디에 있는 인재라도 고용할 수 있다. 기술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고, 그 성장의 관건은 재능 있는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능 있는 인재가 항상 기업의 기존 임직원과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 살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 책은 새로운 업무 방식을,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팀에 잘 맞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 새로운 업무 방식의 핵심은 비동기 협업(asynchronous collaboration)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동기 업무 방식은 사람들이 원하는, 각자 자신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근무할 수 있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 책은 효과적인 비동기 업무 관행들의 여러 이점과 난제들을 면밀히 검토하며, 비동기 우선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근본적인 사항들을 논의한다. 현업에서 사용 가능한 각종 실무자 가이드뿐만 아니라, 비동기 우선 업무 방식을 지지하는 리더로서 비동기적인 사고방식을 여러분의 관리 스타일에 적용하는 방법도 설명한다. 또한 그다음 단계들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타터 키트와 실무용 템플릿을 제공해, 한층 수월하게 비동기 우선 업무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책보다는 ‘우리는 출근하지 않는다’ 어서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의 생각)

책 소개

“핸드폰, 탁자도 살아 있다고?” ‘공생’을 위한 실천, 신유물론 입문서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몇 년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휘둘리면서는 충격을 넘어 공포심마저 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에 겪은 적 없는 폭염, 홍수, 추위 등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인류는 이러다 정말 종말이 오는 것 아니냐며,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대안적 삶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에서 급부상한 사상이 신유물론이다.

한겨레 S 2024년 4월 20일자

조선적이란 무엇인가 (트랜스내셔널의 관점에서)

책 소개

‘외국인’이라고 꼭 국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제인 조선적(朝鮮籍)이란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이 패전 후에 타의에 의해 갖게 된 일본 내 법적지위다. 이는 패전국 일본이 ‘창조’한 외국인등록상의 분류이며, 제국 시기의 조선인 차별을 ‘국민이 아님’을 제도화함으로써 유지하기 위한 근거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적이 북한 국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리하여 패전 후 일본에서 모든 조선인이 조선적자가 되었다. 1948년에 성립한 대한민국에 귀속하기를 원했던 이들은 조선적에서 한국적으로 등록을 변경했다. 다만 1965년 한일수교까지 한국적 또한 외국국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즉 해방민족 조선인은 일본 법제도상 그 모두가 어느 국가에 귀속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한겨레 S 2024년 4월 20일자

보이지 않는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책 소개

이 책은 ‘사람이나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인류의 오랜 물음이자 과학적 난제를 중심으로 빛과 물질에 대한 탐구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를 둘러싼 최첨단 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그린 책이다. 물리학자이자 SF 애호가인 저자 그레고리 J. 그버는 과학의 역사와 SF 문학의 계보를 종횡무진하며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그동안 국내에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음의 과학’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해소해 주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한겨레 S 2024년 4월 20일자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책 소개

일본의 대표적인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작가 이가라시 다이가 농인 어머니의 삶을 취재해서 쓴 에세이이다. 1950년대에 가족 중 유일한 농인으로 태어난 어머니가 언어를 갖지 못한 채 보낸 유년 시절부터 수어를 배워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농학교 시기, 농학교에서 만난 아버지 고지와 결혼해 주변의 우려 속에서 자신을 낳기까지 30여 년에 걸친 시간을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와 당대 농사회의 현실을 엮어 복원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들리지 않는 사람들’과 ‘들리는 사람들’이 차이에 갈등하면서도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며 살아온 날들, 일본 농사회와 농교육 현장이 걸어온 길, 장애인의 출생을 막는 우생보호법이 존재하던 시기 그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그들을 지원하며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한편 이 책은 농인 부모의 언어인 수어를 충분히 익히지 못해 자라는 내내 외로웠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수어를 다시 배우고 농인의 역사를 공부하며 어머니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무런 소통 수단 없이 고립되었던 어머니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온 세상과 불화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포개어보며, 또한 다른 언어를 가진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족과 이웃, 사회가 각자의 자리에서 했던 노력들을 알아가며 비로소 과거와 화해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과거로부터 받은 소중한 것을 가지고 어떤 미래를 꾸려가야 할지 그 실마리를 찾는다. ‘차이’를 넘어서는 첫걸음은 ‘물어보는’ 것이다. 용기 내어 묻고 답한다면, 과거가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힘차게 손을 내미는 책이다.

질병 해방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책 소개

치매, 암, 당뇨병, 심장병은 늦추고, 막고, 되돌릴 수 있다! 만성 질환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잘 사는 최고의 인생 지침서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인간의 기대수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길어졌다. 반면에 노화와 만성 질환 탓에 길어진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일이 너무나 흔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삶을 마치 운명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과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다 편안히 죽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일까?

센세이셔널한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질병 해방》은 바로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스탠퍼드 의대 의학 박사로서 세계적인 장수 의학의 권위자이자 노화와 만성 질환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피터 아티아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치매, 암, 당뇨병, 심장병 등 만성 질환과 노화는 늦추고, 막고, 심지어 되돌릴 수 있다고, 10년에서 수십 년 더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단, 그러자면 우리의 마인드셋과 의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만 한다. 기존 현대 의학인 의학 2.0은 질병 진단 후 사후 대처라는 접근법에 의존한다. 우리는 이 의료 체제를 버려야 한다. 대신에 병에 걸리기 전에 최대한 일찍 예방에 나서는 사전 대응 의학인 의학 3.0을 도입해야 한다. 만성 질환은 중년이 아니라 20~30대, 심지어 10대 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표준 지침을 버리고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독특하며 동일한 문제와 특성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와 전략 아래 아티아 박사는 과학적으로 엄밀히 검증된 운동, 영양(식단), 수면, 정서 건강을 최적화하는 전술과 도구, 기법을 낱낱이 알려준다. 몸과 마음 건강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단지 오래 사는 것을 넘어 더 젊고, 활기차고,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일깨우는 최고의 인생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급속 사망으로 유명해진 그 책…….

펼친 면의 대화

전가경 · 김다희 · 조슬기 · 박연미 · 신덕호 · 전용완 · 이재영 · 김동신 · 박소영 · 오혜진 · 굿퀘스천달크로즈

펼친 면의 대화

책 소개

시각 문화 연구자 전가경이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디자이너 열 팀을 만난 대담집이 출간된다. 책과 디자인에 관한 저자와 디자이너들의 대화가 골자를 이루고, 사이사이 삽입된 저술이 출판의 역...

미술 사는 이야기 (신생공간이라는 사건과)

책 소개

미술 비평가 유지원이 한국의 동시대 미술사에서 특기할 만한 실천들이 쏟아진 2010년대 신생공간을 관통하며 쓴 에세이. 한 개인의 소비 영수증이 어떤 세계의 연대기를 보여줄 수 있음을 어렴풋이 증명하며 동시대 미술사에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를 채워 넣는다.

아무튼, 보드게임

책 소개

열다섯 살에 중2병 대신 보드게임병에 걸린 후 영혼의 일부가 보드게임에 흡수되어 각종 보드게임을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열혈 보드게이머의 초대장이다.

시의 역사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책 소개

고대 서사시부터 현대시까지, 매혹적인 감성의 세계!

시대가 바뀌어도 쉽게 잊히지 않는 시가 있다. 망망한 언어의 바다에서 시인의 사유로 건져 올린 몇 개의 단어와 그 배열에 일정한 운율이 달라붙어 한 편의 시로 읽힌다. 그런데도 어떻게 시는 시인의 수명을 훌쩍 넘어 그토록 오래도록 살아남을까? 이 책은 영문학의 거장 존 캐리가 들려주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와 시인들의 뒷이야기다. 신과 영웅, 전쟁 이야기를 다룬 대서사시부터 왕정 시대와 중세의 시인들, 근ㆍ현대의 낭만주의자와 모더니스트들의 시를 간결하고 품격 있게 소개하면서 각각의 시에 내재된 의미와 가치를 가늠한다. 단테, 셰익스피어, 워즈워스, 블레이크, 휘트먼, 예이츠, 엘리엇과 파운드, 월코트, 안젤루 등 시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시인들의 삶과 그 작품을 만나다 보면 숨 가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잊고 있던 감성에 흠뻑 젖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미 문학의 거장이자 여러 원전 역사서를 연구ㆍ분석한 작가 존 캐리가 고대의 서사시부터 현대시까지 시대별로 두드러진 시인과 그 대표작을 인용, 시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면서 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시 읽기의 즐거움을 전해주고자 한다. 물론 시인이 언어의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짧지만 의미와 운율이 조화를 이루는 시를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일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에 따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시를 읽더라도 선호도가 다르고 미학적 판단에는 옳고 그름이 아닌 개인의 의견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곧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생활에서 놓쳐버린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맞닿아 있다. 그런 시들이 고대부터 중세, 그리고 근ㆍ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는 수많은 논쟁과 비판, 그리고 해석이 존재한다. 시어 하나에, 또는 시행 하나에 시인은 어떤 의미를 담으려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그 시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대중에게 널리 읽히는 그 시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등 시대에 따라, 지역(문화권)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시의 변천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속도감 있게 정곡을 찌른다. 영시의 시초가 된 장편 서사시를 출발점으로 삼아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대륙의 문예사조에 따른 변화, 근대의 미국 시인들, 동서양의 만남, 세계대전과 국내외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내는 시인들의 삶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술술 풀어낸다. 시의 형식 또한 끊임없이 변화했는데 주로 구술하거나 노래로 전해진 고대에는 특별히 정해진 순서를 따르지 않았지만 이후 두운시, 수수께끼 시, 소네트, 무운시, 대화시 등 다양한 형식이 창안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형식이 어떻게 나타나고 반영되었는지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책 소개

‘애서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금정연의 첫 일기집이다. 2021년 겨울부터 2023년 가을까지 약 2년간의 일기를 모아 계절별로 실었다.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일기에 과거 다른 작가들의 일기를 현재적으로 포개어 일종의 ‘평행 세계’를 펼쳐 놓는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서평보다 일기를 더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 ‘서평가’(?) 금정연의 일기에는 역시 그답게 엄청난 독서 이력이 배어 있다. 거의 매일 글 마감을 하고, 유치원에 갓 입학한 딸을 비롯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글 동료들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저자의 일상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요나스 메카스·최승자·비톨트 곰브로비치·프란츠 카프카·실비아 플라스 등 시대를 풍미한 전 세계 작가들의 일상과 만나 공존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더없이 진지하며, 웃기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나는 금정연과 작가들의 일기 모음은, 책을 사랑하고 ‘뭐라도 쓰는 삶’을 꿈꾸는 오늘날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드디어!

비 온 뒤 맑음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책 소개

사랑은 타이완에서 어떻게 이겼는가

2019년 5월, 타이완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다. 2017년 5월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자유와 평등 원칙에 위배되므로 2년 이내에 관련 법을 개정 또는 제정해야 한다’라는 사법원의 헌법 해석이 나온 이후, 타이완 사회는 결혼 평등권을 실현하려는 성소수자운동 단체 및 그 지지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 및 보수 단체들의 대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 온 뒤 맑음』은 타이완의 결혼평등권운동을 중심에서 이끈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남짓 진행된 동성 결혼 법제화의 상세한 경과와 이 과정을 함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기록한 책이다.

다양한 인권 의제에서 진보적 입장을 표방해온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2016년 1월 총통에 당선된 후 본격화된 입법 논의부터 2019년 5월 특별법의 형태로 동성 결혼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긴박한 타임라인과 집회, 콘서트, 지역 행사 등을 담은 약 270장의 현장 사진, 각자 선 자리에서 자기 몫을 성실히 수행한 국회의원과 활동가, 성소수자의 부모, 성소수자 목사 등의 인터뷰로 구성된 이 책은 동성 결혼 법제화라는 역사적 결정의 막전막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활동가와 정치인이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법안을 마련해 논쟁과 타협 끝에 관철시키는 이 역동적인 과정은 ‘타이완은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미온적인 한국 사회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https://x.com/marriage_all_kr/status/1772401219950297185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책 소개

그들은 알고 있었다. 학살과 폭격의 의미를 … 히틀러, 괴벨스, 독일군, 독일 시민 승자와 가해자, 공포와 희망의 뒤섞임 일기와 편지와 법정 기록으로 들여다보는 전범국의 내면

독일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그들에게 2차대전은 나치즘보다 정당했다

1944년 11월 17일, 독일군 장교인 빌름 호젠펠트는 바르샤바의 한 주택에 들어섰다. 해골 모습의 유대인이 부엌에서 음식을 찾고 있었다. 밤이 되자 호젠펠트는 유대인이 피아노로 연주하는 쇼팽의 곡에 귀기울였다. 그 유대인이 바로 영화 〈피아니스트〉에 등장하는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이다. 호젠펠트는 슈필만이 건물 다락에 숨도록 도와주었다. 그 후 몇 주 동안 정기적으로 음식도 가져다주었다. 1936년과 1938년의 뉘른베르크 나치당 전당대회에서 강렬하고 신비스러운 전율을 느꼈던 독일군 장교와 호젠펠트는 동일한 인물이다. 그는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호젠펠트는 2차대전에서 무엇을 위해 적과 싸웠을까? 독일이 일으킨 전쟁은 그의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그리고 언제 그는 독일의 전쟁범죄를 인식했을까? 이 책은 2차대전 사료로 독일인의 혼란스러운 속내에 접근한다. 집이나 길거리에서 포착된 수많은 내밀한 이야기로 2차대전의 편견을 헤집는다. 일기, 편지, 보고서, 법정 기록에 담긴 독일인의 생생한 육성은 전체주의의 전쟁범죄에 숨은 낯설고 새로운 진실을 증언한다. 그 진실이란 독일 국민이 패전의 순간까지 적극적으로 2차대전에 임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들이 내면에 품었던 민족방어 전쟁 논리가 나치즘과 결부되며 어떻게 발전했는지 뒤따라간다. 이 책의 저자는 정보의 넓이를 담보하고자 편지와 일기와 공문서 등을 검토했다. 슈투트가르트 현대사도서관에서 편지 약 2만 5천 통을 살펴보거나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독일 일기아카이브, 베를린에 있는 독일 역사박물관과 커뮤니케이션 박물관 전선병사 아카이브와 독일 연방문서보관소, 프라이부르크 독일 연방문서보관소-군사아카이브를 찾아갔다. 정보원들의 공문서, 독일군 우편행낭을 무작위로 검사한 검열관들의 보고서, 개인의 비밀스럽고 솔직한 일기 등을 채록했다. 정보의 깊이를 확보하고자 저자는 사회적 출신이 각양각색인 사람 중에서 특정 개인들을 선택했다. 그들의 사적인 희망과 계획이 전쟁 과정과 어떻게 얽히는지 오랫동안 추적했다.

“이 책은 그 길었던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 전쟁에서 발생한 독일 사회의 변화를 목록화하고 갈수록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된 전쟁에 각 개인이 적응해간 미묘한 방식들, 종종 되돌릴 수 없던 그 방식들을 기록한다. 또한, 이 책은 사람들이 자신을 형성해간 사건들을 통과하면서 겪은 변화하는 기대와 파동하는 희망과 두려움을 기록한다. 그들의 구체적인 삶은 경험을 재는 감정적인 잣대인 동시에 자기 파괴의 길을 가던 한 사회를 나타내는 도덕적 기압계였다.” _48쪽

저자는 전쟁에 대한 해석이 학문적 연구와 대중적 의식 모두에서 둘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그 두 가지 해석은 전쟁 시기의 독일인을 이야기할 때 상충한다. 한쪽은 모든 독일인을 희생자로 간주하고 다른 쪽은 모든 독일인을 가해자로 분류한다. 저자는 2005년의 종전 50주년 기념 과정들을 지켜보며 이 책의 출발점인 생각과 마주했다. 그는 기존의 역사가들이 올바른 교훈을 전쟁사에서 이끌어내려다가 역사 연구의 본질적 과제 중 하나를 외면했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역사가가 무엇보다도 우선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939년 8월 26일에 동원령이 공포되었을 때 독일인은 미래를 몰랐다. 그들은 과거를 떠올렸다. 1차대전 패전이라는 불안한 그림자가 그들에게 드리웠다. 전쟁의 위기가 사회를 과격하게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나치 정권과 독일 사회의 관계를 재고하게 한다. 역사가 대부분은 함부르크 폭격과 스탈린그라드 패배가 독일인을 패배주의로 몰아넣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독일인은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치즘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역동적인 내면에 집중하는 이 책은 상식과 다르게 2차대전을 설명한다. 독일인에게 2차대전은 나치즘보다 정당했다. 그 이유는 전쟁이 생산해낸 종말론에 있었다. 그들은 의도적이고 폭력적인 정복 전쟁을 민족 방어 전쟁으로 여겼다. 전황이 악화될수록 애국적 헌신으로 더욱 단호히 제 나라를 방어하려고 했다. 독일 사회가 종말론적 사고방식을 수용한 일이야말로 2차대전 후반기에 독일인에게 발생한 결정적 변화였다.

https://x.com/muyon0319/status/1777754516336894377
트위터의 소개글도 상당히 인상적이군…

오리들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

책 소개

노동, 환경, 젠더, 인간의 부조리를 담은 걸작 그래픽노블

캐나다 유명 만화가 케이트 비턴의 첫 장편 그래픽노블이자, 그가 만화가로 명성을 얻기 직전 앨버타의 오일샌드 채굴 현장에서 보낸 2년간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2022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뉴요커, 타임, NPR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너스 어워드에서 최고의 그래픽 회고록 및 작가상을 수상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올해의 책 리스트에 오른 첫 그래픽노블로 화제를 모았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 주최하는 Canada Reads(그해 ‘캐나다 국민 전체가 읽어야 할 책’을 가리는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으며 캐나다 국민 책으로 올라섰다. 캐나다 동부의 해변마을에서 자란 문과생 케이트는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돈이 흘러넘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서부의 앨버타 오일샌드 광산으로 떠난다. 목표는 한 가지였다. 자신의 목줄을 죄고 있는 학자금 대출을 단기간에 갚아버리고,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것. 그는 대형 석유 회사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임금 수준이 높은 캠프 공구실에서 일자리를 얻지만, 그곳은 차별, 고립감, 환경 파괴 등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최악의 일터였다. 케이티는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장시간 일하는 더욱 고립된 작업장으로 옮기지만, 이후 그가 겪고 목격한 것들은 그의 삶에 깊은 트라우마를 새겨놓는다. 야생동물, 오로라, 로키산맥 등 앨버타의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석유 산업이 펼쳐놓은 거대한 기계 설비와 그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인상적으로 묘사한 걸작 그래픽노블.

피아노 조율사

책 소개

타이완 주요 문학상을 휩쓴 작품 현재 타이완 문단에서 가장 폭발적인 힘을 지닌 작가로 손꼽히는 궈창성의 장편 소설 국내 첫 소개!

타이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궈창성의 장편 소설 『피아노 조율사』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직전에 발표한 『밤의 아이』, 『미혹의 고장』, 『단절』로 이미 타이완 문단을 들썩였던 궈창성은 이번 작품을 발표해 타이완 문단의 주요 문학상을 모두 휩쓸며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의 원제 ‘尋琴者(심금자)’는 ‘피아노를 찾아서 떠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실제로 작품의 시간적 흐름은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지닌 한 피아노 조율사와 아내를 잃고 나서야 그녀와 자신의 인생을 비로소 돌아보게 된 사업가가 함께 ‘피아노’를 찾아가는 궤적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자신만의 공명 방정식을 찾아 떠나는 인생 여정에 가깝다. 199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출신 계급의 한계,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을 겪으며 예술의 극치인 ‘무아’를 추구하는 과정을 담아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피아노 조율사의 비극적인 운명,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 그리고 삶의 마지막 구원에 대한 결말의 암시는 뜨거운 전율과 감동을 남긴다.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책 소개

진지한 민주주의자라면 누구나 손에 들어야 할 역작!

여기, 분노와 절망을 넘어 깊은 연대로의 회복을 꾀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왼쪽에 선다”는 것의 의미를 망각한 시대에 건네는 강렬하고도 도발적인 비평과 성찰을 담은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이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목소리 중 하나이자 신중하고 원칙적인 좌파 사상가라 평가받는 도덕철학자 수전 니먼이 빼앗긴 ‘좌파’라는 단어를 되찾아 오기 위한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 책은 철학서이다.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모든 혼동과 뒤엉킴은 철학을 통해 풀어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치적 실천도 강화할 수 있다는 희망에서 태어났다. 지구 전역에 걸쳐 분노의 함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시즘의 모태라고 할 만한 세력들이 도처에서 발호하고 있다. 그러나 니먼은 절망으로 손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더 많은 희망을 열망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 높인다. 간결하면서도 논쟁적이고 정열적이면서도 냉철하게 빛나는 선언문이 우리를 찾는다.

흠~~~~~~~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책 소개

‘나’를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일까? 여자들의 사진을 둘러싼 프레임 안팎의 시선들

편견을 넘어 공동의 경험으로 ‘나’를 찍는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다

그 어느 때보다 SNS의 영향력이 팽창되어 있는 지금, 인스타그램은 시각 이미지를 통한 과시와 명성의 자본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와 파급력을 누리고, 생활용품에서 음식, 여행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지가 선택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며, 갈수록 과시만을 위한 산업이 발달한다는 뉴스가 호들갑스럽게 전해진다. 그리고 이런 경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의 중심에는 젊은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특별한 날은 과하리만큼 유난스럽게, 특별한 순간이 아닐 때조차 시시때때로 스마트폰을 들고 ‘인스타용’ 셀카를 촬영한다. 일반적인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접근이 어려운 식당이나 호텔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겨 업로드하고, 그렇게 쌓은 인지도를 이용해 거꾸로 수익을 얻으며 과시욕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모습에 도취한, 별난 나르시시스트로 여겨지는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SNS에 올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나’를 찍는 여자들은 정말 나르시시스트일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나’를 찍는 동시대 여성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여성과 사진 기술의 관계를 탐색하는 문화비평서이자, 촬영과 재현의 대상에서 주체로 변모한 여성들의 위치를 보다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하고자 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젊은 여성’임에도 사진 찍기를 즐기지 않는, 오히려 싫어하는 인류학자 황의진은 또래 여성들이 왜 그렇게 자기자신을 찍는지, 왜 그렇게 SNS에 공을 들여 업로드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토록 보편적 행위라면, 그 이면에는 ‘예쁜 나를 전시하고 싶다’는 개인적 차원의 욕구를 넘어선 동기가 존재하지 않을까. 세간의 편견은 젊은 여성들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만, 정작 저자가 만난 이들은 그 사진들을 분명히 ‘내 것’이라고 명명하며 소유 의식을 강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촬영에서 보정, 전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본인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주관적으로 선별하는 이 사진들을 ‘독사진’이나 ‘셀카’와 구별되는 “자기사진”으로 명명하고, 자기사진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자기 모습을 남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끈질기게 묻고 들으며 이들이 ‘좋아서 찍는 사진’ 속에 녹아든 즐거움과 재미, 슬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세심하게 읽어낸다. 동시에 과시 욕구에서 비롯된 산발적이고도 개인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자기사진 찍기가 사회와 기술이라는 거시적 배경과 맞닿는 지점을 추척해나가며 공동의 경험을 가시화해내고, 한국사회의 역사적·문화적 지형도 속에서 이들의 좌표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너무도 흔하기에 오히려 누구도 그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충실히 담아낸 이 책은 ‘사진 찍는 젊은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에 접근할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카메라의 피사체에서 촬영의 주체가 된 여성들 자기사진을 통해 ‘나’의 역사를 쓰다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함과 더불어, 황의진은 사진 기술과 여성들이 맺어온 관계를 통시적으로 톺아보며 ‘사진 찍는 여자들’을 구체적이고 복잡다단한 역사적 맥락 위에 위치시킨다. ‘사진 찍는 여자들’은 2000년대 최신기술과 함께 셀카족으로 처음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카메라를 자유롭게 다룰 수 없던 시기부터 사진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출발점은 한국인들에게 사진이 익숙한 존재로 막 자리 잡은 1920년대로, 당시 여성들은 모던걸이나 저임금노동자 등 피사체로 렌즈 앞에 세워지며 사진과 첫 관계를 맺었다. 이후 가정용 카메라가 보급되고 여성들도 촬영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기술적인 측면과는 동떨어진 채 일상생활의 촬영을 전담하는 ‘주부 촬영자’의 역할에 머물렀다. 본격 카메라 대중화 시대가 도래한 뒤에도 사진 테크놀로지는 남성이 독점하고 있었으며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의 광범위한 보급과 함께 여성을 피사체로 소비하는 경향은 대규모로 확산되었다.

여성들이 셔터의 주도권을 손에 넣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이들을 ‘아름다운 피사체’로서 폭발적으로 이용할 수단을 제공한 바로 그 기술의 발전이었다. 마침내 여성들은 20·30대를 중심으로 2000년대 전반에 걸쳐 인기를 끈 ‘싸이월드’와 셀카 문화, 핸드폰 카메라의 확산과 함께 부상했고, 이어 스마트폰의 보급은 ‘젊은 여성’이라는 구체적인 성별·연령 집단을 사진 촬영의 가장 적극적인 주체로 분명히 각인시켰다. 늘 휴대할 수 있고 스스로를 촬영하기에 최적화된 본인만의 카메라를 소유함으로써 이들은 매일의 습관처럼 자기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일상의 단면들을 수집한 자기사진 갤러리를 통해 ‘나’의 모습과 인간관계, 추억과 취향으로 구성된 자기만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축해나간다. 이때 여성들은 눈앞에 주어진 상황과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 단계부터 빈틈없는 연출의 과정을 거치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을 활용해 촬영한 사진을 수정하며 ‘나’의 이미지 형성에 깊이 개입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촬영자 여성들은 거슬리는 볼살을 보정으로 줄이고, 치아교정을 통해 전보다 자신감이 생긴 얼굴로, 눈앞의 슬픔이나 어려움은 가린 채 프레임 안의 요소를 빈틈없이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간다. “이제껏 일상적인 자기재현에서 배제되어왔던 촬영자 여성들의 자기사진이야말로 개인의 동기와 기술적 조건이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인 것이다.

자기만의 사진으로 남을 수 없는 자기사진 그럼에도 ‘나’의 이미지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하여

이제 촬영자 여성들은 자기만의 사진을 갖게 되었을까? 저자는 이들이 처한 사회문화적 조건으로 렌즈를 돌리고, 자기사진의 온전한 소유를 가로막는 외부자들의 욕망에 주목한다.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비로소 ‘나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게 한 기술의 발전은 한편으로 누구나 이들의 자기사진을 복제해 유통하고 수집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 자기사진은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성적 대상화의 매개물’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외부의 타인, 특히 익명의 남성에 의해 쉽게 수집되고 소유된다. 저자가 만난 여성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사진이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처럼” 상품화되어 품평의 대상이나 남성 집단의 즐길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N번방 사건’으로 대표되는, 각종 사진과 영상물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의 흐름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필연적으로 이들은 ‘자연스럽게 예쁜’ 자기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 이상의 치밀함으로 잠재적 위험 요소를 빈틈없이 계산하여 제거해나간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촬영자 여성들은 무엇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줄다리기를 하듯 자기사진을 생산하고 전시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자기사진과 연결된 개인 바깥의 사회적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행위에 내재된 논리를 살핀다. 저자가 만난 여성들이 ‘내 사진’의 촬영과 공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재차 언급되는 것은 ‘타인의 존재’이며, SNS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자기연출보다 소통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개인적 차원의 감성이나 욕구뿐 아니라 그들 자신을 촘촘히 둘러싼 현실의 관계망인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현재 가장 많은 자기사진이 결집하는 플랫폼으로, 저마다 돋보였던 자기사진도 이곳의 피드에 진입하는 순간 각각이 일정한 규격에 맞춰 나란히 늘어선 행렬 속 하나의 구성원으로 기능한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직업상 체중 관리가 필수적인 경우 술 마시는 사진은 업로드를 피하며, 돋보이되 지나치지 않도록 과시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든 과정은 자기사진 촬영과 전시가 단순히 개인적 욕구를 반영한 산발적 행위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문화적 관계망 속에서 수행되는 실천이자 관습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여기서 저자의 시선은 이 촬영자 여성들 너머로까지 뻗어나간다. 자기사진의 촬영과 전시가 그것이 놓인 사회문화적 조건과 밀착되어 있다면 “사진의 평가자이자 평가 대상으로서 아주 피로한 위치”에서 자기 모습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길 바라는 절실함은 같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모두의 것이도 하며, 실제로 이것이 2018년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라는 선언과 함께 혜화역에서 열린 ‘불편한 용기’ 집회를 비롯한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형적인 ‘예쁜’ 모습을 사진에 담든, ‘예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일부러 적극적으로 촬영하든, 저자처럼 자기사진 찍기를 피하든 모두 같은 고민과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에게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여성과 사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살피고 여성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돌려줄 방안을 탐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휠체어 탄 여자가 인터뷰한 휠체어 탄 여자들)

책 소개

1. “휠체어 탄 언니들 이야기만 왕창 듣고 싶다!” - 20대 장애여성이 인터뷰한 10대~60대 장애여성 - 휠체어와 말들의 경쾌한 이어달리기

산문집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로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유튜버 구르님이 2년 만에 인터뷰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그가 본명 김지우로서 “휠체어 탄 언니들 이야기만 왕창 듣고 싶다!”는 사심을 품고 기획한 메일링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언니들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는 레터에 다양한 세대의 장애여성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에 수많은 구독자가 화답했다. 유지민, 주성희, 홍서윤, 박다온의 이야기에 이어 책에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전윤선, 김효선의 이야기를 더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소녀에서 할머니에 이르는 멋진 여자들의 용기와 유머, 지혜와 활력이 가득하다. 이 책에는 휠체어를 타는 여성이 잔뜩 등장한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오가며 경쾌한 리듬으로 대화를 이끄는 인터뷰어도, 호흡과 호흡 사이 새로운 파장을 만들어 내는 인터뷰이도 장애여성이다. 그러니 책 자체가 휠체어와 말들의 이어달리기다. 작가 김지우는 엄마도 여동생도 있지만 장애인이 아니기에 삶의 경로에서 그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기 힘든 지점을 만날 때마다 아쉬워하곤 했다. 장애가 있으면서 여성인, 여성이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의 몸. 둘 중 하나로 혹은 둘 다의 상황을 1+1로 이해하려 하면 자꾸만 비는 곳이 생기는 몸이었다. 그래서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언니들에게 집착한다”고 말하는 그는 자칭 ‘언니 수집가’로서 여섯 명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장애여성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재를 비추는 기록인 동시에, 세상이 롤 모델을 보여 주지 않기에 스스로 찾아 나선 20대 여성의 성장 서사다.

2. 바퀴로 열어젖힌 멋진 여자들의 세계 - 거창한 이름표 없이도 세상을 바꾸는 잔근육 - 몸을 던져 수많은 가능성에 가닿고 서로의 삶을 넓히다

청소년・비건・장애여성으로서 교차하는 정체성을 성찰하는 유지민, 짜릿한 스피드를 즐기는 운동과 세상을 바꾸는 운동 모두 하는 주성희, 취미 생활에서 정치까지 장애여성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홍서윤, 내 일만큼은 제대로 해내는 사업가이자 꿀릴 게 없는 엄마 박다온, 더 많은 장애인을 세상 밖으로 안내하는 여행 작가 전윤선,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학문의 세계를 유영하는 교수 김효선. 노는 걸 좋아하는 언니, 제대로 싸우는 언니, 유머의 중요성을 아는 언니. 삶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언니, 사회의 벽 앞에 좌절해 본 언니, 그럼에도 다시 나아가는 언니. 이것은 인생이라는 모험을 이어 가는 자매들의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세상이 장애여성의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하면 직접 나서 보여 주는 박력이 있고, 거창한 이름표 없이도 세상을 바꾸는 일을 지속하는 잔근육이 있다. 산부인과 검진 의자에 어떻게 올라갈 수 있는지,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살아갈 용기를 어떤 계기로 획득했는지, 즐겁고 안전한 성적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기합을 주고받으며 운동하는 재미가 얼마나 큰지…. 마이크 앞에 앉은 여자들은 장애여성이기에 요긴한 꿀팁과 지혜를, 삶의 과정에서 누구나 느낄 법한 고민과 기쁨을 나누며 연결의 순간을 빚어낸다.

“장애가 있는 사람 중에 잘사는 사람만 잘 살면 안 되는 거잖아.” - 유지민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 특별한 사람이 돼야 하나?’ 이 생각 말고, ‘평범하게 살아가야지.’ 할 수 있게.” - 주성희 “하고 힘들면 포기할 거잖아? 포기할 때 하더라도 일단 해 보면 되지. 그러다 재밌으면 더 하면 되고.” - 홍서윤 “내 삶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었거든요. 그래서 애한테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 박다온 “늘 말하는 것 중 하나가 ‘배워서 남 주자.’거든요. 배워서 장애인 주자, 배워서 장애여성 후배 주자.” - 전윤선 “남 신경 쓴다고 더 잘 살고 이런 거 아니야. 그냥 내 멋대로 사세요.” - 김효선

3. “다음에 올 휠체어 탄 사람들에게” - 장애여성이 장애여성에게 보내는 사랑과 존경

다른 정체성이 그러하듯,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 친밀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김지우를 통과한 말들 사이에서 개성 강한 인물들이 곁을 내어 준 유쾌하고 사려 깊은 풍경을 포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말과 말 사이를 어떻게 이을지, 얼마나 가깝게 다가서고 물러날지 거리를 조절하며 독자를 타인의 삶으로 안내하는 인터뷰어 김지우의 역량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휠체어를 타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나누며 맞장구치다가도, 서로 다른 세대와 나라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며 삶의 확장 가능성을 살핀다. 오랜 시간 마주해 온 관계가 빚어내는 유대도, 잘 모르는 사이였지만 장애라는 교집합을 공유하며 성큼 가까워지는 순간도 존재한다. 다른 존재를 보며 나의 궤도를 가늠하는 마음은 곧 ‘너를 통해 나를 보는’ 사랑이요, 우정이다. 이들의 대화에는 자기 삶을 소중히 일궈 나가는 사람의 긍지가 반짝인다. 휠체어 타는 사람을 출퇴근길 대중교통의 시민으로, 옆자리에서 일하는 팀원으로, 헬스장에서 땀 흘리는 회원으로 마주하는 일이 드문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에 대한 존경과 응원의 마음이 흐른다.

4. “언니들의 유산으로 나는 나아간다” - 멋진 언니들이 길을 내니, 휠체어여 따르라!

아픈, 땀 흘리는, 월경하는, 나이 드는 몸은 한계를 마주한다. 장애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반 시설과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지치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시 집 밖으로 바퀴를 굴릴 수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있고, 거기에 네가 있음을 아는’ 감각은 중요하다. 그 자각이 새로운 시도를 위한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의 길은 넓고 다양해진다. 이 책에 참여한 인터뷰이 중 최연장자, 1957년생 김효선은 말한다. “장애인이 저게 미쳤나, 그러겠지만 미치면 어때? 미친다고 자기가 돈을 줄 거야, 밥을 줄 거야. 그냥 내가 좋아서 살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사회를 깨라. 어떤 면에서 이미 우리는 장애라는 걸로 비장애인들의 사회를 깼어. 그러니 멋있게 더 깨라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게 있어서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시작을 해야 돼. 누군가는 시작해야 해요. 그렇다면 그게 바로 후배 당신이면 좋겠는 거야.” 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김지우 작가는 말한다. “언니가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어.” 이것은 극복의 서사가 아니다. 다양한 인생 경로에서 장애여성들이 저마다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분투한 고단하고 즐거운 순간들의 기록이다.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만들어 나가는 에너지를 품은 몸들의 이야기다. 이 경험은 또 다른 우리가 ‘내 모습 그대로’ 삶의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는 영감이 된다. 세대를 넘는 언니들의 혜안은 연결된 존재로 살아감을 자각하는 모두가 지표로 삼을 만한 공명을 전한다. 그러니 우리는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모든 장애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넓고 장애여성은 어디에나 있다. 아직 우리가 만나지 못한 수많은 장애여성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들의 바퀴가 더 멀리, 넓은 곳을 구를 수 있기를. 우리가 말들의 이어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기를.

여자치고 잘 뛰네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책 소개

“평생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달리는 법을 배우려 노력했다.”

왜 여성은 자연스레 스포츠로부터 멀어지는가?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과의 투쟁 여자들에게 스포츠를 되돌려주기 위한 전력 질주의 기록

이 책은 여성 장거리 달리기 챔피언의 회고록이자, 여성 스포츠를 위한 선언문이다. 저자는 대학 리그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고 5000미터 미국 챔피언 타이틀을 두 차례 석권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다이아몬드 리그 2회 우승을 포함해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역경을 겪고 극복해나가는 서사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여성이 겪는 불합리함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이 책을 단순 회고록이 아닌 ‘선언문’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관련 통계와 연구 자료까지 충실히 인용해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여성 운동선수는 일차적으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교묘하게 배제하고 착취하는 시스템과 싸우고, 여성으로서 본인이 지닌 신체와도 끊임없이 불화한다. 책을 읽다보면 세 가지 싸움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여성 운동선수의 복잡하고 지난한 투쟁을 진솔한 태도와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냈다. 그렇게 이 책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여자들에게 바치는 한 편의 선언문이 되었다.

만질 수 있는 생각 (이수지 에세이)

책 소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아름다운 도전과 최선을 다한 작업의 여정

글 없는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섰을 때, 나는 변칙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게 되었던 것 같다. 책의 물성과 매체성에 탐닉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말 없는 그림책이 내게 말없이 말 걸어오는 내밀한 세계, 이것은 완전히 다른 언어이며, 이것이 바로 나의 언어구나. 내 안의 이야기를 표현할 목소리를 갖게 되던 순간, 진심으로 기뻤던 것 같다. -이수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2022)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회화 전공자에서 북아트를 공부한 학생, 그리고 그림책 세계에 빠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 치열하고 촘촘한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총 4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작업하고 또 도전하는 이수지의 초창기 작업 노트,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냈던 순간들, 외국 편집자와 일했던 다양한 일화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락 연설문까지 다채롭고도 솔직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수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창작자들은 물론,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그림책 전반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좋은 지침서이다. 특히 초판은, 책의 물성을 끊임없이 연구해 온 작가의 이야기인 만큼 누드 제본 형식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판형으로 선보인다.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 (기나긴 침묵 밖으로)

책 소개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2,762일, 한국 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비극, 4ㆍ3, 우리는 4ㆍ3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제목은 낯선 숫자의 조합이다. 『4ㆍ3, 19470301-19540921』. 4ㆍ3의 첫날과 마지막 날짜다. ‘제주4ㆍ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4ㆍ3을 이렇게 정의한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해마다 봄이 오면 제주에서는 4월 3일을 기려 추념식이 열린다. 그러나 4ㆍ3은 오랜 시간 입밖에 낼 수조차 없는 일, 때문에 그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드문 일이었다. 누군가는 4월 3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한두 달, 또는 길어야 1~2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한다. 또 누군가는 여기에 사상과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고도 한다.

1947년 3월 1일 오후 2시 45분, 제주도 관덕정 광장에서 38발의 총성이 울렸다. 경찰이 쏜 총에 6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직전,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채여 넘어졌다. 그냥 지나치려는 경찰을 향한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 직전, 인근 제주북국민학교에서 제28주년 3ㆍ1절 제주도 기념대회가 열렸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대회를 치르고 관덕정 앞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모든 역사의 순간은 누적된 시간들의 결과값이다. 4ㆍ3도 예외가 아니다. 관덕정 광장을 울린 총성은 이 무렵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으로 둘러싸여 있던 제주를 순식간에 혼돈으로 밀어넣었다. 그 긴장은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때는 해방 직후였다. 이 땅을 강점한 일본은 물러갔으나 정부 수립은 아직이었다.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게양된 미군정 체제, 평화는 아직 도래하기 전이었다. 일제강점기 각처로 떠났던 이들이 고향 제주를 찾아 돌아왔다. 인구가 급증했다.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 업체는 태평양전쟁을 전후하여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보리 작황은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여기에 콜레라가 온 섬을 휩쓸었다. 해방군으로 여긴 미군정은 친일 경찰 출신 모리배들과 손을 잡았다. 민심은 무섭게 분노하고 있었다. 관덕정 광장에서 총성이 울린 건 바로 그런 때였다. 분노한 민심은 곧바로 타올랐다. 3월 10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주도 전역에서 총파업이 일어났다. 3월 1일 발포자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응은 뜻밖에도 제주에 온통 ‘붉은색’을 덧입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공포와 테러였다. 새로 임명된 도지사는 극우주의자였으며, 그를 위시한 우익 단체들이 제주도 곳곳을 활보하며 도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거와 고문을 일삼았다. 제주 사회는 극심한 혼돈을 겪어야 했으며, 외부 세력의 침탈에 제주 도민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냉전의 시대였다. 정부 수립 이전 한반도 남으로는 미국이, 북에는 소련이 각각 들어와 있었다.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 점령군이 직접 대면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며, 동과 서 투쟁의 장으로 여겨졌다. 남한은 반공의 전초 기지가 되었으며 미국은 모든 정책의 초점을 소련의 팽창, 남한의 공산화 저지에 맞추고 있었다. 이를 위한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권력을 쥔 이들은 자신들이 덧칠한 붉은 섬 제주를 더욱 더 극단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고문 치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고, 가까스로 해방된 조국은 분단과 민족의 분열로 향해 가고 있었다. 4월 3일, 제주도 오름 곳곳에 봉화가 타올랐다. 제주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무장봉기의 신호탄이었다. 제주 지역 선거는 실패했고, 미군정은 좌시하지 않았다. 그뒤 단독 선거로 들어선 이승만 정부는 제주에 온통 붉은색을 덧입혀 초토화 작전과 계엄령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온통 죽음의 섬이 되었다. 섬 전체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 참극은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로 겨우 마침표를 찍었다. 2,762일 만이었다. 이로써 4ㆍ3은 끝난 듯했으나 끝이 아니었다. 이후로 반세기 남짓 4ㆍ3은 금기의 역사였다. 폭도나 빨갱이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던 생존자들은 겪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으며, 희생자 유족들은 폭도 가족,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국가 권력은 4ㆍ3 담론을 독점, 그 역사는 완전히 봉인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엄연히 존재했으나 몰라야 했던 그 역사를 오랜 시간 잊고 지냈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책 소개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참담한 소식과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함께 외쳤다. 그 연대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했고, 선체를 인양했으며, 무책임한 정부를 탄핵했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처럼, 세월호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기억을 약속했던 공간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 책임자들은 속속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리고 2024년, 또다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의 소식을 듣는다. 빠른 세월에 놀라기도 잠시, 많은 이들이 잊거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약속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다시 놀란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는 세월호참사 10년의 시간을 통과해 온 기억공간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생존자, 유가족,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안전사회를 위한 다음 걸음을 고민하는 책이다. 세월호참사를 증언하는 여러 기록에서 잘 다뤄지진 않았으나, 피해자와 연대자들의 광장이자 집이자 쉼터였던 ‘세월호 기억공간’을 재조명하고 그 필요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이태원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우리 사회에 끔찍한 참사는 반복되어 왔다. 변한 게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기억공간의 문을 열고 흔적을 쫓는 글을 읽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그려온 선명한 변화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튼, 데모

책 소개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데모’라고 답하는 사람, 처음 만났을 때도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인사말은 언제나 “투쟁”인 사람, ‘작가의 말’에 소설보다 시위에 관한 얘기를 더 많이 쓰는 사람, 정보라 작가의 첫 에...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책 소개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의 김봄 작가 에세이. 70대 우파 아버지를 간병하게 된 40대 좌파 딸의 돌봄 에세이다. 평범한 가족이 정치 성향 차이 등으로 인해 겪는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들과 돌봄 노동을 둘러싼 가족 간의 새로운 균열, 의료 현장의 모순을 이야기하며 눈물과 웃음,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통찰을 끌어낸다. 삶과 돌봄, 사랑과 좌절에 관한 우리 시대의 아주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기록이다.

세상의 발견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달크로즈

세상의 발견

책 소개

여성,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자 브라질인, 그리고 어머니인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삶, 글쓰기에 대한 사유, 독자와의 소통, 번역가로서의 변모, 또 그가 만난 인물들까지 ‘리스펙토르’라는 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풍경이 이 책 『세상의 발견』에 담겨 있다.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책 소개

시몬 베유에게 신은 군림하며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 포기와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다. 사망하기 직전인 1942~1943년에 집필한 종교사 및 유럽 문명 관련 글 여섯 편을 묶은 이 책은 독특한 신 개념에서 출발하는 베유의 신학적 확신과 물음을 최종적으로 담고 있다. 이 글들에서 베유는 그리스도교가 변질 또는 타락한 배경을 뒤쫓고 모두의 영성적 존엄성에 입각한 사회 질서를 스케치한다.

베유는 고등 사범 학교를 졸업한 뒤 한동안 노동 운동에 투신했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다. 또 2차 대전이 발발한 다음에는 프랑스 망명 정부에 합류하는 한편 서양 세계가 맞이한 위기의 근원을 해명하고자 분투했다. 당시 서양은 의회 민주주의의 공허성, 권력자 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의 타락, 파시즘의 독재 사이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안긴 절망과 그로부터 피어난 새로운 비전이 이 글들에 새겨져 있다.

즐거운 남의 집 (전월세의 기쁨과 슬픔)

책 소개

“내가 사는 집인데 왜 자꾸 여기가 ‘내 집’이 아니라는 거예요?”

90년대생, 전월세 세입자, 그리고 건축가인 두 남자가 전국의 시한부 거주자들에게 바치는 진짜 집 이야기

사회가 상상하는 청년은 ‘원룸’에 산다. 집이 아닌 방에서 ‘자취’한다. 10만 원짜리 용달차로 이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짐,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얌전한 생활, 최소한의 주거면적에서도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 삶… 세상이 기대하는 청년들의 삶은 못 대신 꼭꼬핀으로 잠시 고정된 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대표적인 주거불안정 집단인 2030세대의 주거를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대변할 수 있는 90년대생 건축가 이윤석과 김정민. 세입자로서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체감하는 이들이, 때론 서럽고 때로는 즐거운 2년짜리 시한부 거주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집은 아니더라도 내가 나답게 하루를 살 수 있는 집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집이 자산과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지금, 매매가 아닌 주거권의 관점에서, 매물이 아닌 삶의 양식으로 집을 바라보는 건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무너질 일 없는 벽돌집을 여러 채 가진 기성 건축가들은 공감할 수 없는 청년 세대의 주거 현실과 빌린 집에 관한 고찰을, 두 저자는 젊은 건축가이자 세입자의 시선으로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있게 포착해 냈다. 전월세 거주자들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담은 이 책은 집을 부동산으로만, 지위와 계급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당찬 선언처럼 들린다.

https://twitter.com/sunwoo_hoon/status/1770343190895174050

먹는 타이완사 (전 세계인을 움직인 음식 문화의 내력)

책 소개

타이완의 맛은 개방과 포용에서 왔다!

세계 각지의 새로운 음식 재료가 살기 좋은 기후의 타이완에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쌀 품종 개량, 밀 음식 산업과 빵 관련 시장 정책, 뜨거운 차와 차가운 차, 타이완 설탕 산업의 흥망성쇠와 변신, 사탕수수와 타이완 미주의 특색, 각양각색의 조미료 등이 다채로운 타이완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우리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타이완 요리 애호가에게 음식 재료의 생명과 가치를 펼쳐 보여준다.

도해 타이완사 먼저 읽아야지……..

잘못된 단어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책 소개

https://x.com/ssin_booot/status/1767468180862374222

흠~~~
🤔

계급 천장 (커리어와 인생에 드리운 긴 그림자)

책 소개

계급과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샘 프리드먼과 대니얼 로리슨은 영국의 엘리트 직종에서 커다란 ‘계급 임금 격차’를 발견했다. 노동 계급 출신은 상위 직업에 진출하더라도 특권층 출신 동료보다 평균 16퍼센트 적은 수입을 올린다. 그리고 절대 다수가 직업의 최상층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영국 최대 고용조사인 노동력조사(LFS)를 통해 확보한 10만 8000명의 개인 및 엘리트 직종 종사자 1만 8000명의 계급 배경 데이터와 방송, 회계, 건축, 연기 등 네 직업에 걸친 175건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타고난 조건에 의한 불평등과 ‘능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한 실증적 문제 제기를 담고 있다. 사회 이동성 연구에 페미니즘이 발전시킨 ‘유리 천장’ 개념과 부르디외 사회학 이론을 결합한 이 책은 성별, 인종-민족, 계급 등 여러 요인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커리어 진입 이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계급의 영향력을 추적한다. 출신 계급에 따라 임금과 커리어 진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특권이 ‘능력’으로 오인되며 형성되는 ‘계급 천장(class ceiling)’ 때문이었다. 두 저자는 방송사, 회계법인, 건축 회사의 직원들과 연기자들을 심층 인터뷰하여 각 직종에서 요구하는 ‘능력’의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며, 사실상 특권층 출신이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수행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는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흔히 제시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사회 이동성 촉진,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의 실현과 같은 정치적 수사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결과다. 저자들은 성별이나 인종과 마찬가지로 출신 계급도 보호받아야 할 속성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촉구하며, 계급 천장을 부수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한겨레 S 2024년 3월 9일자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 (누가 경제를 지배하고 그들은 어떻게 자산을 불리는가?)

책 소개

“불로소득자들이 무법자처럼 날뛰고 있는 시대”, 불로소득 경제화를 조장하고 부추긴 주요 메커니즘과 그 대안은 무엇인가?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경제학자들의 상상 속에만 그리고 이 책처럼 표지 안에서만 존재하는 단순한 이론적 구성물이 아니다.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실제 현실이다. 그것은 널리 존재한다. 21세기 초반의 현실은 마르크스, 케인스, 주류 경제학, 이 셋 모두를 배신한다. 토지 지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금융 지대도 마찬가지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의 주장과는 반대로 지대 일반도 사라지지 않았다. 불로소득주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것은 마르크스나 케인스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이 인정하는 것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훨씬 더 중요한 현상이다. 이 책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는 불로소득주의가 이처럼 매우 확고한 현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현대 불로소득주의에 대한 역사적 기원을 추적해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일련의 정책개혁에 따라 그것이 어떻게 가속화되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불로소득자 지배의 중요한 함의를 파악한다. 불로소득주의는 혁신을 짓누르고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억누른다. 그리고 불로소득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한 메커니즘이다. _「서문」 중에서

◆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에 관한 탁월한 분석

지금은 명백히 ‘금융화 시대’다. 이는 일반 서민까지 ‘워너비 불로소득자’를 꿈꾸도록 부추겼고, 돈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세상을 점점 더 공고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갖가지 ‘지대rent’를 통한 부의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우리나라에도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이후 불평등과 불로소득 자본주의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사회경제지리학과 교수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학계에서 이미 그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꾸준한 연구 성과로 입지를 탄탄히 다진 인물이다. 크리스토퍼스는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에서 일찍이 ‘불로소득자의 안락사’를 주장한 케인스는 물론 마르크스도 주류 경제학도 모두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통적으로 지대의 대명사와 같은 토지 외에도 금융, 자연자원, 지식재산IP, 플랫폼, 외주화 계약, 인프라 등 총 일곱 부문의 지대를 폭넓게 다루면서 우리 시대 자본주의의 본질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 세기와는 달리 환경문제까지 매우 심각해진 오늘날, 이대로 가다가는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을 것이기에 이 책은 현행 자본주의에 관한 의미 있는 처방전이라 할 만하다.

한겨레 S 2024년 3월 9일자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책 소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석학의 담대한 통찰 15만 독자가 사랑한 궁극의 『자본론』 입문서

“차원이 다른 최상의 경제 교과서! 마르크스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 모리나가 다쿠로(森永卓郞,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

“사이토 고헤이는 일본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출판 붐을 일으켰다.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사상을 재창조할 적기이다!” - 《뉴욕타임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1987년생 MZ세대 연구자,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부교수인 사이토 고헤이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2020)를 통해 일본 청년층 사이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 대중매체에서는 출판 붐을 일으켰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위클리》 등 유수의 구미 언론매체를 비롯해 슬라보이 지제크, 제이슨 히켈, 티티 바타차리야, 마이클 하트 등 중견 연구자가 극찬한 젊은 석학이다. 또 2018년 마르크스주의 분야 최고 학술상인 도이처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며 일약 이 분야 글로벌 슈퍼스타 학자로 부상했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만년의 마르크스가 전념한 생태사회주의, 코뮤니즘 연구에 답이 있다”라는 전작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학술적 결론을 이으며,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은 독자의 범위를 더욱 넓히면서도, 주장이 가리키는 방향성을 매우 구체화했다. 일본에서 2023년 1월에 출간되어 단숨에 아마존재팬 경제 분야 1위로 올라섰고, 1년이 지난 현재(2024년 3월) 15만 부 넘게 팔리며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이 드디어 국내에서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7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이자 경제 평론가 모리나가 다쿠로는 “차원이 다른 최상의 경제 교과서”라 평하며, 이 책을 대학 강의 교과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시절 『자본론』 독파에 실패한 이후 꾸준히 『자본론』 해설서를 읽어 왔으나, 이 책만큼 명쾌한 책은 없었다”라고 말하며 “번번이 부딪혀 온 『자본론』의 벽이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마르크스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책”이라고 극찬했다. 나아가 “집도 차도 대출을 받지 않으면 (혹은 대출을 받아도) 살 수 없는” 처지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회의할 수밖에 없는 이들, “매일매일 힘들어하면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노동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이 책의 독자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에 응답한 『자본론』 입문서이자, 마르크스와 함께 사고하며 그러나 동시에 마르크스를 넘어서는 “사회변혁을 지향한 ‘실천의 책’”으로 훌륭히 역할을 할 것이다. 정성진 역자의 적확한 개념어와 역주 또한 충실한 공부의 소재가 된다. 경상국립대학교 한국사회과학(SSK) 연구단장으로서 저자와 함께 연구단에서 교류하며,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섬세히 옮기며, 국내 독자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저자가 직접 옮긴 『자본론』 발췌부에 한국어판(비봉출판사, 2015)의 인용 쪽수를 병기해 두 버전을 비교할 수 있게 했고, 용어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설을 부가했으며, 저자가 언급한 개념어를 국내에 소개한 판본의 서지 정보는 대부분 일러두었다.

“처음부터 기죽이는 것 같지만 『자본론』을 독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분량이 방대하고 서술방식도 독특합니다. 곳곳에 등장하는 철학적 표현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책을 ‘제로에서 시작하는’ 입문서로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자본론』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제로에서’-다시 읽고, 마르크스사상을 21세기에 살릴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프롤로그에서

사이토 코헤이 책을 읽을까 말까 읽을까 말까 했었는데, 첫책으로 자본론 입문서는 어떨까…?

흉노와 훈 (서기전 3세기부터 서기 6세기까지, 유라시아 세계의 지배자들)

책 소개

고대 유라시아 역사는 흉노/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흉노/훈은 서양에서는 ‘야만인’ 동양에서는 ‘오랑캐’로 일컬어졌다. 세계사에서 이들의 위치는 고대 후기 로마 제국과 중세 초기 게르만 민족의 역사에 덧붙은 각주에 불과할 따름이다. 김현진 멜버른대학 교수는 이러한 학계 시각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해 흉노/훈 제국의 위상을 바로잡고자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를 말한다. 먼저 몽골고원의 흉노와 유럽의 훈은 같은 집단명을 사용한 강력한 연결고리를 가진 존재들이며, 이들의 역사는 유라시아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흉노/훈 제국이 고대 후기와 중세 초기 유라시아 세계 형성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며, 이들은 세계사를 바꾼 고대 문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및 2차 사료는 물론 최신의 고고학적 발굴까지 망라하여 흉노/훈 제국이 고대 유라시아에 가져온 지정학적 변화, 유럽・이란・중국・인도의 문명에 남긴 흔적을 살펴본 이 작업이 역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한다.

https://x.com/cumlibro/status/1764830862762508607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을 읽고 있는데 중세 이야기하며 흉노가 언급되는 걸 보니 이번에 출간된다는 이 책이 또 생각이 났다.

세포의 노래

책 소개

퓰리처 상 수상 저자이자 암 전문의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신작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 존재의 의미 세포의 생리와 병리가 곧 우리의 생명이자 삶이다!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퓰리처 상을 수상하고,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를 출간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의사이자 저자인 싯다르타 무케르지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바로 생명의 가장 기본 단위이자 그 모든 것인 “세포”이다. 저자는 생물학과 의학 분야를 영구히 변화시킨 세포의 발견을 시작으로, 세포의 기본적 기능의 이해부터 최신 세포요법 등을 저자 특유의 탁월한 글 솜씨로 풀어낸다. 이 다양하고 서로 각각 다른 이야기들은 합쳐지고 조화를 이루면서 합을 이루어내고, 역사와 개인사, 생리학과 병리학, 과거와 미래, 그리고 저자 자신이 세포학자이자 의사로서 성장해온 과정이라는 내밀한 역사와 서로 얽히면서 전체를 자아낸다. 또한 저자가 의료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세포의 생리와 병리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과 함께 곁들여지면서 기적 같은 회복의 이야기를, 또 때로는 가슴 아픈 이별을, 그리고 치료의 어려운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전 세계에 치명타를 안겨준 코로나에 대한 경험담도 담겨 있다.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생물학의 역사, 의학의 발전 과정, 치료법이 성공을 거두기까지 의료진과 환자가 감내해야 했던 희생, 환자가 처한 절박한 상황들을 과학책에서 얻기 어려운 감동적인 파노라마로 엮어낸다. 또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포의 세계를 흥미롭게, 알차게,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소개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장대한 세포의 노래가 되어 독자들에게 울려퍼진다. 강력하고 흡입력 있는 이 책은 독자들을 세포의 세계로 데려가 세포의 관점에서 인간 존재를 바라보고 새롭게 펼쳐질 세포의학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한겨레S 2024년 3월 2일

패턴 시커 (자폐는 어떻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나)

책 소개

공감 능력과 함께 현생 인류를 만들어낸 또 다른 힘에 대하여

인공지능으로 문명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기까지,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과학의 눈으로 본 인류 진보의 두 날개는 공감과 체계화다. ‘공감’은 협력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잘 설명하지만, 이 능력만으로 인류가 지금에 이른 것은 아니다. 사물과 자연을 일정한 기준과 규칙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하는 ‘체계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도구, 언어, 제도, 법 등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체계화 능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사람과 자폐인의 마음은 서로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 저자가 밝혀낸 인류 진보의 비밀이다. 요컨대 이 책은 ‘자폐는 어떻게 인간의 발명을 촉진했는가?’라는 신선한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한겨레S 2024년 3월 2일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이주는 빈곤, 기후위기, 고령화사회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책 소개

이주를 막을 수 있다는 대단한 착각! “이주에 대비하는 국가와 개인이 앞서 간다” - 세계적인 사회학자 헤인 데 하스의 30년 역작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국가는 동아시아 특히 한국이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과거에는 이민을 나가 외화를 벌어들이던 한국이 이제는 외국인이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국가로 발전했다. 한국 사회 내에서도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이주 문제를 전향적으로 파악하자는 주장이 커진다. 이민청 개설 또한 수순을 밟는 듯하다. 반면, 이주자가 증가하면 우리 사회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는다.

암스테르담대학 사회지리학과 교수이자 옥스퍼드대학교 국제이주연구소(IMI) 창립멤버인 하인 데 하스는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에서 이주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 22가지”를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 사례로 반박하면서 “이주를 막는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고 경종을 울린다. 이주는 농촌의 도시화, 환경 문제처럼 개발 과정의 필수적인 일부다. 이주만 골라내어 생략할 수는 없다. 옆 나라 일본만 봐도 적극적인 이주 정책으로 태세를 바꾸는 중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구가 노령화하고 부유한 사회는 내재적으로 이주 노동자 수요가 존재한다. 이 수요는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한 제거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입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를 파탄 내는 것이다.” - ‘오해 7 이주 노동자는 필요 없다’ 중에서

하지만 저자 헤인 데 하스는 이주가 경제의 만능키라고 강조하는 낭만적인 주장도 경계한다. 이주자가 늘어 생산과 소비가 향상되었을 때 가장 큰 수혜자는 이주 목적국의 부유층이다. 기업은 이주자를 조용히 선발하고, 정부와 정치인은 이 골치 아픈 이주 문제를 방치하거나 선동 정치에 활용하기 쉽다. 통합 실패와 부작용은 이주자들을 이웃으로 두고 살아갈 보통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이주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출간 즉시, 미국, 영국, 독일 아마존 등에서 인구ㆍ지리학 1위를 기록한 이 책은 이주에 관해 크고 작은 토론을 촉발시킬 것이다. 분명한 건 누구라도 일독 후에는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뉴 사이언티스트〉) 이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한국이 기계적인 찬반 대립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 책을 통해 이주에 관한 진실, 즉 팩트를 먼저 살펴야 한다.

한겨레S 2024년 3월 2일

조선인들의 청일전쟁: 전쟁과 휴머니즘 (전쟁과 휴머니즘)

책 소개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의 역사 130년 전 조선인들이 치러낸 ‘남의 나라 전쟁’

130년 전 전쟁을 지금 소환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꼭 130년 전인 1894년 7월 시작된 청일전쟁은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운명을 가른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청나라는 서양 열강이 아닌 ‘섬나라’에 참패한 것을 계기로 온갖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패망이 가속화되었다. 일본은 ‘늙은 대국’에 압승을 거두며 근대화의 선도국임을 입증하며 이후 러일전쟁을 거쳐 태평양전쟁까지 군사적 제국주의의 길을 달려나갔다. 조선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기까지 하지만 타력에 의한 자주독립국의 한계에 부딪쳐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 러시아와 북한의 제휴, 중국과 대만의 갈등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청일 양국의 틈바구니에서 원치 않는 전장戰場이 되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국가 운명도 비틀린 당시 조선의 역사를 들춰내는 것이 반면교사로서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겨레S 2024년 3월 2일

들끓는 꿈의 바다 (리처드 플래너건 장편소설)

책 소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리처드 플래너건의 신작 장편소설. 2019년 전세계가 실제로 목도한 호주의 최악의 산불 사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엄청난 재난을 전경으로 두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한 가족의 갈등과 고뇌를 진지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계층 분화, SNS로 대변되는 일회적이고 소비적인 문화 흐름 등 현실문제에 직핍하는가 하면 인물들이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환상성을 동반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적이면서 동시에 놀랍도록 감각적인 서사와 문체가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초대형 산불이 호주 전역을 덮친 때, 4남매의 장녀이자 성공한 건축가 애나는 어머니 프랜시가 위중하다는 연락에 태즈메이니아 섬의 고향 호바트로 돌아온다. 대멸종을 예감케 하는 자연 현상, 그리고 그와 정반대로 평온한 일상 사이의 불균형 위에 위태로이 서 있는 애나에게는 SNS 밖 세상에서 실감할 수 있는 희망이 간절하다. 애나는 멸종 직전에 처한 호주의 토종새 노랑배도라지앵무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다. 그러면서 노랑배도라지앵무가 태즈메이니아에 몇마리나 돌아왔는지 살피는 일에 자원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어머니 프랜시의 생과 애나 자신의 삶은 이제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한겨레 S 2024년 3월 2일

야망계급론 (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

책 소개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사회적 의미를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사회비평가이자 경제학자다. 1899년 베블런이 쓴 『유한계급론』은 물질적 재화와 지위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한 결정적인 텍스트로,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구별짓기를 하는 유한계급을 맹렬히 비판했다. 쓸모없고 별다른 기능도 없는 물질적 재화로써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끊임없이 과시하는 부유하고 게으른 집단으로서 유한계급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베블런의 시대 이래 사회와 경제는 극적으로 변화했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소비도 달라졌다.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발전으로 중간계급이 생겨났고 물질적 재화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과시적 소비는 주류의 행태가 되었다. 베블런이 말한 유한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https://x.com/ifnotlater/status/1762427480345116841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피에르 다르도 · 크리스티앙 라발 · 피에르 소베트르 · 오 게강달크로즈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책 소개

신자유주의는 대체, 왜, 어째서 끝나지 않는가? 근본적으로 반평등, 반민중, 반혁명적인 체제,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진화를 파헤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수많은 지식인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고, 또다시 신자유주의 체제 종식에 관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과연 신자유주의는 끝났는가? ‘포스트 신자유주의’라는 말마저 식상한 것이 되어버린 지금, 여기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를 쓴 네 명의 저자들이다. 신자유주의를 푸코의 통치성 관점에서 분석하여 “모든 종류의 평등 요구를 무력화하려는 기획”으로 바라본 저자들은, 이 폭력적인 체제의 특성을 ‘내전’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한다. 신자유주의는 그 출발부터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에 맞서는 내전을 전략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다. 그들은 시장 질서와 경쟁에 반대하는 모든 ‘적’을 분쇄하기 위하여 법을 이용한 지배, 즉 법치를 내세우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대중 혐오, 즉 반민주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하이에크와 대처에서부터 집권 좌파의 몰락, 신보수주의와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까지, 신자유주의의 계보를 따라 그것의 지배 전략을 파헤친다. 지난 80여 년 동안 보수는 물론 진보 세력까지 이 체제의 교리를 충실히 따랐다. 신자유주의의 작동 방식을 낱낱이 드러낸 이 책은 낡은 것을 떠나보내고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 진정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애프터 워크

헬렌 헤스터 · 닉 서르닉 · 박다솜달크로즈

애프터 워크

서평

이 책이 번역되었다. 엄청 빨리 됐네....
화장실 전쟁 (가장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에서 펼쳐진 특권, 계급, 젠더, 불평등의 정치)

책 소개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젠더, 섹슈얼리티,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알렉산더 K. 데이비스의 《화장실 전쟁》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200년 가까운 미국 공중화장실의 역사를 살펴보고 화장실을 둘러싼 조직 내 의사 결정권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현대적인 담론을 포착하여 화장실을 만드는 이들이 공중화장실을 경유해 젠더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책 속에서 미국 공중화장실이 설치되고 개조되는 동안 오간 이야기는 현재 한국 대학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화장실 전쟁’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화장실 전쟁》은 이 같은 ‘화장실 논쟁’에 사회학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책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에 드나드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화장실 문이 어떤 질서를 강화하는지 돌아보게 하고, 이 공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상상하게 해줄 것이다

한겨레S 2024년 2월 17일 북섹션.

마지막 증명

책 소개

이하진 작가의 《마지막 증명》이 안전가옥 쇼-트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마지막 증명》은 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 가작이었던 〈마지막 선물〉을 경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천체물리학자 백영과 양서아가 지구 전체의 재앙을 초래한 ‘대파멸’로부터 서로를 구하고자 애쓰는 SF 로맨스 소설이다. 대파멸로 인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한 선택을 함으로써 ‘마음만은 끝내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마지막 증명》은 모두가 사랑을 외치지만 사랑이 희소해진 시대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한겨레S 2024년 2월 17일 북섹션.

생태시민을 위한 동물지리와 환경 이야기

한준호 · 배동하 · 이건 · 서태동 · 김하나달크로즈

생태시민을 위한 동물지리와 환경 이야기

책 소개

인류세 시대 생태시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지리 교양서 인간과 동물의 올바른 관계를 찾고 내일의 지구환경을 그려본다

2022년에 출간하여 청소년 교양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세계시민을 위한 없는 나라 지리 이야기》를 쓴 ‘최지선’(최선을 다하는 지리 선생님 모임)의 선생님들이 2년 만에 내놓은 책으로, 최근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된 동물과 환경을 주제로 다루었다. 인간과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인 동물은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됐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하루하루 바뀌어가는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현장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있는 여섯 명의 지리 교사들이 기후변화 시대에 주목해야 할 동물 18종을 골라, 지리적 시선을 통해 동물들의 역사와 생태,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생태계 안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한겨레S 2024년 2월 17일 북섹션

새로운 야생의 땅 (다이앤 쿡 장편소설)

책 소개

“우리가 기대한 것은 오직 깨끗한 공기와 물, 그리고 새로운 삶이었다”

서로 다른 생존을 꿈꾸는 엄마와 딸의 디스토피아 에코 픽션

기후 위기로 세상이 파괴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야생의 땅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 『새로운 야생의 땅』이 출간되었다.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공부하고 미국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his American Life〉 프로듀서로 경력을 시작한 작가 다이앤 쿡은 진실을 전하는 소설의 힘을 절감한 뒤 소설 창작의 세계로 돌아가, 2015년 첫 소설집 『인간 대 자연Man V. Nature』을 발표했다. 이 책으로 가디언 퍼스트 북 어워드, 빌리버 북 어워드 최종후보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작가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긴장관계라는 관심사를 한층 더 깊게 파고들어 장편소설 작업에 착수했고, 2020년 『새로운 야생의 땅』을 발표해 출간 즉시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뒤이어 “우리 시대의 환경 소설. 충격적일 정도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다”는 평과 함께 그해 부커상 최종후보에 지명되었고, 세번째 부커상 수상에 도전하는 영국의 대표작가 힐러리 맨틀을 제치고 첫 장편소설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야생의 땅으로 떠난 모녀의 힘겨운 싸움을 그린 이 이야기는 “인간성에 대한 잔혹하고도 매력적인 우화. 시의적절한 것을 넘어 마치 최근에 재조명받는 고전인 듯 시대를 초월한 탄탄함을 갖췄다”(워싱턴 포스트) 등의 극찬을 받으며 그해 〈워싱턴 포스트〉와 NPR, 버즈피드 선정 ‘올해의 책’, 〈가디언〉 선정 ‘올해의 SF’에 올랐다. 〈클로버필드〉 〈혹성탈출〉 시리즈의 감독 맷 리브스와 워너브러더스가 공동 제작해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어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넘어서 삶의 주권 탈환하기)

책 소개

각자도생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다 커먼즈 이론과 운동을 망라한 담론 지도

최근 여기저기서 자주 들려오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커먼즈(commons)'다. 익숙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낯선 개념은 아니다. 커먼즈는 그동안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 등으로 번역되었고,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는 '커머닝(commoning)=공통화하다'라는 동사로, 안토니오 네그리는 '공통적인 것(the common)'이라는 추상명사로 대신하기도 한다.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공유자원'이라는 정의가 근대적 인식론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며, 커먼즈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안내하는 전환의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한다. 글쓴이는 인류학과 역사학의 문헌자료를 연구하며 얻은 역사 속 커먼즈와 자신이 직접 참여관찰한 동아시아 커먼즈 운동 현장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간 커먼즈의 일부로 살아온 민주의 양식을 촘촘히 재구성한다. 이 책은 커먼즈 운동과 이론을 망라한 담론 지도라 할 수 있다.

커먼즈의 핵심은 자원이 아닌 삶의 주권을 지키려는 자율성, 기꺼이 의존하며 살아가는 돌봄과 상호의존성,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의 감각이다. 커먼즈는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운동이 아니다. 수천 년간 이어진 민중의 살림살이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커먼즈를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은 자본주의가 의도적으로 커먼즈를 해체하고, 오직 상품 교환 관계만을 지배적인 관계로 강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품과 화폐 관계 아래 지워진 커먼즈의 반짝임을 알아차리고 자본주의에 빼앗긴 자율성을 되찾자고 말한다. 지금 여기서, 유토피아를 상상이 아닌 현실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사회 전환의 패러다임을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은 커먼즈의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자본주의의 끝과 인간-너머를 말하다)

책 소개

라디오, 방송, 유튜브, 신문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전방위로 오가며 대중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온 손희정 문화평론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을 겪으며 지난 3년간 공글린 사유의 기록. 그는 지구 행성적 차원의 위기에 직면해서도 가속을 늦추지 않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알고자 부단히 읽고 보았고, 여기에 거대서사가 지워버린 작은 것들과 함께해온 페미니스트 인식론과 ‘조각보’처럼 이어진 사유의 목록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 너머를 말하되 파괴적인 인간 혐오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혐오와 냉소에 빠져 “우리 다 망했다”라고 비명을 지르기보다 다양한 사유의 얽힘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지는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휴머니즘, 발전주의 진보사관, 부계혈통주의, 이성애중심주의, 군사주의, 자본주의, 종차별주의는 근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다. 그는 이를 전복하는 대항 역능(puissance)의 마디들인 쑬루세, 신유물론, 페미니즘, 오드킨, 포스트휴먼, 돌봄/의존, 레퓨지아의 상상력으로 파국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와 오드킨, 포스트휴먼의 구체적 형상을 보여주는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는 다양한 생명 종의 피난처, 레퓨지아에 대한 이야기 〈스위트 투스〉, 그리고 쑬루세의 진정한 의미를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수라〉까지. 페미니즘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양한 관람과 독서 목록,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치(精緻)한 분석과 비평은 인식론적 전환을 일으키는 대안 담론들을 더 깊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삶을 위한 혁명 (죽음의 체제에 맞서는 새로운 저항들의 의미)

책 소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한 여자도 잃을 수 없다’는 어떻게, 왜 싸우는가? 위기의 시대에 불이 붙는 새로운 저항들의 공통점

위기의 시대, 당신이 원하는 변화가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젊은 철학자 에바 폰 레데커의 강력한 선언

어려운 시절이다. 경제 불황과 정치의 혼란 속에서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과로로 소진되는 삶. 변화를 꿈꾸기에는 막막하지만 냉소하기에는 심각한 지금 새로운 자본주의 비판이 도착했다. 1982년생 독일 철학자 에바 폰 레데커는 한나 아렌트와 카를 마르크스를 두 축으로 소유의 문제를 비판하고, 인간 행위의 가치를 되찾는 사유를 펼친다.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서 여성들의 파업까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의미를 포착하는 철학 에세이.

이지선 디자이너 작업이라 알게 됨

재난의 시대 21세기

책 소개

세계는 재난 시대의 문턱을 넘고 있다. 예외적인 것이 정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의 가속이 일으키는 기상이변, 장기적 경기 침체와 생계비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뒤따른 핵전쟁 위험까지, 지금 인류는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아이작 도이처상 심사위원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 석학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EBS 위대한 수업 “자본주의, 사회주의, 재앙” 편에 출연해(방송일: 2023년 12월 8~14일) 우리 눈앞의 재난 시대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책은 그 강연의 모티브이자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캘리니코스는 이 재난들의 공통된 뿌리는 자본주의 체제가 처한 다차원적 위기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막다른 벽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인류를 사회적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득을 보아 온 세력은 주로 극우파다. 그러나 새로운 재난 시대는 반란의 시대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여러 단층선에서 터져 나올 저항운동들은 온갖 형태의 차별과 천대에 도전하며,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 것이다.

교보 판교점 정치 신간 매대

천 척의 배 (트로이아 전쟁의 여성들)

책 소개

아마존(고대 역사 소설 부문) 베스트·스테디셀러 NPR, 《가디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선정 2021 최고의 책 2020 여성 문학상 최종 후보

서양 문화의 가장 유구하고도 저명한 이야기 온전히 여성의 시각에서 새롭게 쓴 트로이아 전쟁

“한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야.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지.”

『천 척의 배』는 고대 신화를 여성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흐름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최근 몇 년 새 『키르케』(매들린 밀러),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팻 바커) 등 호메로스 서사시의 남성 중심적 시각을 탈피한 소설들이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천 척의 배』는 이 두 작품과 동일한 맥락에 있으면서도 트로이아 전쟁 전반의 이야기를 망라해 다룬다는 점에서 남다른 야심이 돋보인다. 소설은 묻는다.

돌고래 출판사 새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자폐인 심리학자가 탐구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

서평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읽는 중. 교수를 할 정도의 고기능 자폐인, 사회.심리학자이자 트랜스젠더가 쓴 글이라 흥미가 안갈수가 없는 조합이다...

아니 데번 프라이스 면 Laziness does not exist (번역서 제목: 게으르다는 착각) 쓴 그 분 아닌가?? 오…

식물의 사회생활

책 소개

한곳에 뿌리내린 식물이 다른 식물, 미생물, 동물, 인간과 맺는 친밀하거나 적대적인 모든 관계

“도울 것인가, 싸울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두 식물학자가 그리는 식물들의 거대하고도 경이로운 네트워크!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보호해야 하는 식물의 사회생활 다른 생명체를 이용하는 다양하고도 독창적인 식물의 생존법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두 과학자는 유전자를 잘라 새로운 작물을 만들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크리스퍼 카스9’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곰팡이, 해충, 가뭄에 견디는 식물을 개발하게 했고, 새로운 암 치료법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과학계는 생화학, 유전학, 계통학 분야 기술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DNA 시퀀싱 기술과 대사물질을 분석해 숨어 있는 돌연변이체를 찾아내는 메타볼로믹스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 중이다. 과학계는 왜 이런 식물을 활용하는 기술에 주목하는 것일까?

식물은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낸 기반이다. 식물들은 나름의 사회생활을 통해 경쟁하고, 협력하고, 방어하며 살아남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물들의 생존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생물과 관계를 맺으며 식물의 내부,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고 있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류에게도 분명히 유용한 정보다. 식물에 관한 꾸준한 연구로, 현재 인류는 식물과 여러 생명체가 맺어온 이 관계가 어떤 생화학물질을 분비하는지,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 어떤 진화적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류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사회생활 방법과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곧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힌트를 제공할 것이다.

본 헌터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책 소개

“나, A4-5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묻혀 있는가” 인류학자, 73년 전 아무도 모르게 땅속에 묻힌 뼈와 조우하다

2023년 3월, 충남 아산 성재산에서 정체불명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양손이 ‘삐삐선(군용 전화선)’으로 묶인 채 일렬로 엎어져 쓰러진 유골들. 그 앞으로 역시 양손이 결박된 한 유골이 쪼그려 앉아 있다, 마치 잠에 든 듯한 모양새로. 그에게 ‘A4-5’라는 식별번호가 겨우 붙여진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본 헌터》는 뼈의 증언을 좇는 집념의 인류학자 선주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이 70여 년 세월을 초월해 만나는 스펙터클한 ‘유골 추적기’이자 생생한 역사 논픽션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한겨레에서 30여 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해온 고경태는 꾸준히 폭력과 억압의 흔적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전작에서 특히 베트남전쟁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면밀히 다룬 저자는 이번엔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과 국가폭력 피해자의 상흔을 심도 있게 다룬다. 2023년 3월 아산에서 유골이 발굴된 직후, 한 주에도 몇 차례씩 아산의 발굴 현장과 청주에 위치한 선주의 연구소를 찾아 취재했다. 그렇게 〈한겨레〉에 6개월 동안 폭발적으로 써내려간 기획기사 ‘본 헌터’를 개고하고,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연표·이름 대조표·역사사회학자의 발문을 추가하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보강해 책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두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교차식 구성’을 따르며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의 참상과 땅속에 묻힌 진실을 추적한다. 먼저, 하나의 축은 민간인 학살사건 이야기로, 유골·생존 피해자·유가족·유품·관련 주변인·가해자 등 여러 화자의 시점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뼈아픈 학살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현해낸다. 다른 하나는 인골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으로 한평생 유해가 남긴 진실을 좇아온 실존인물 ‘뼈 인류학자’ 선주의 이야기이다. 영문도 모른 채 죽임 당한 이들과 집념의 인류학자,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던 두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결국 아산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만나게 된다. 발문을 집필한 역사사회학자 강성현이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이야기가 교차하는 “일종의 ‘다크 투어’ 방식으로 죽음의 이유와 특징을 탐문”한다는 점은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 생생한 현장 사진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에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국전쟁 취재의 축은 충남 아산이었다. 처음 그 작은 도시에서 1000명 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아산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한민국 지역 중에 전쟁과 학살의 광풍을 비껴간 곳이 거의 없다. 그 지명 뒤에 모두 ‘대학살’이라는 말을 붙여도 모자람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이고 죽었다는 말인가. _서문 중에서, 5~6쪽.

한겨레S 2024년2월3일자 북섹션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책 소개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로의 여행 2020년 영국 에드워드스탠포드 ‘올해의 여행책’ 수상

지도는 세상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더는 지도로 그려지지 않는 장소의 모습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새로운 정착지의 흙먼지 아래 파묻힌 채 잊힌 도시들, 끝없이 변화하는 강과 바다가 풍경을 바꾸어놓은 곳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장소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전 세계 37곳의 장소를 탐험한다. 고대 로마제국의 북아프리카 도시 렙티스마그나, 번영하는 상업 중심지였던 페트라, 수백 년 동안 잊혀 있던 이슬람 도시 바게르하트, 19세기 미국 골드러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보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플로리다 습지 에버글레이즈…. 저자의 안내를 따라 44장의 지도와 77장의 도판을 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치 지구 곳곳을 옮겨 다니며 여행을 다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저자 트래비스 엘버러는 자신의 관심 주제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정보를 모아 엮어 내는 탁월한 여행 작가다. 그가 인류의 기억에서 잊혀진 장소들을 찾아 사진과 지도, 역사를 곁들여 한 권의 특별한 여행 안내서를 펴냈다.

지도 44장과 도판 77장으로 떠나는 특별한 시간여행

책의 1부는 동양과 서양의 고대 도시들을 다룬다. 저자는 한때 번영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아지고 마침내 묻혀버린 대도시들을 생생히 되살린다. 널리 알려진 알렉산드리아 같은 도시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의 고대 도시 시우다드페르디다, 2004년의 쓰나미로 자취를 드러낸 인도의 마하발리푸람, 로마제국의 최남단 도시 팀가드 같은 장소가 등장한다. 2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찾아가지 못하는 섬과 도시,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이 세운 비운의 식민 개척지 로어노크(식민지 주민 119명은 3년 사이 아무 연락 없이 자취를 감췄다), 수력 자원 개발로 물속에 가라앉았다가 다시 드러난 올드애더미너비, 홋카이도 최북단의 무인도였던 에산베하나키타코지마(어느새 섬이 사라졌다), 19세기 금광 개발 열풍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령 도시 보디. 3부는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작용으로 사라져가는 장소들이 등장한다. 사해는 농업 용수 수요로 물의 유입량이 줄어들어 절반 가까운 크기로 줄어들었다. 캐나다의 슬림스강은 수원인 빙하가 기후위기로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강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4부에서는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장소들을 다룬다. 미국 글레이셔국립공원의 자랑인 빙하는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서아프리카의 상업 중심지이자 이슬람 중심지였던 팀북투의 이슬람 사원들은 강이 말라 없어지면서 건축 재료를 구하지 못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저자는 이미 사라졌거나 현재 사라져가고 있는 장소들을 찾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다. 장소들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지도와 선별한 사진은 이 놀라운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책 소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지금 여기 가장 영향력 있는 멕시코계 미국 이민 2세대 작가 에리카 산체스의 삶과 생존, 회복과 재탄생에 관한 고백

이주노동자의 딸, 젊은 유색인 여성, 양극성 장애 당사자로서 살아온 삶과 생존, 회복과 재탄생에 관한 에세이. 이 책을 쓴 에리카 산체스는 멕시코계 이민자 2세대 작가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이자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에세이스트 중 한 명이다. 미국은 인종 구성의 과도기에 있다. 2045년에는 미국 내 백인 비율이 50퍼센트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매해 인종다양성이 주요한 화두에 오르고 있지만, 인종차별은 아직도 존재한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이민자들을 배척하고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며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을 건설하려 했다. 이런 정치적 메시지로 인해 이민자와 유색인종에 대한 타자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증오범죄 또한 늘어났다. 오늘날 미국 내에서 유색인 이민자들은 이제 사회의 구성원이자 필수적인 존재지만 여전히 수많은 차별을 마주하고 있다. 멕시코 이주노동자의 딸인 에리카 산체스는 자신을 대수롭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쓰다 버릴 하찮은 존재로 여길 것이라고 느꼈다. 어린 그의 눈에는 삶의 본보기가 되어줄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에리카는 고독 속에서 글을 쓴 여성 작가, 특히 유색인 여성 작가의 책을 읽으며 힘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여성 작가의 계보 속에 자리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이 책은 폭력과 위협, 무시와 폄하를 견디며 생존해야 했던 한 히스패닉 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록이다. 또한 미국에서 이민자 2세대 유색인 여성이자 정신질환 당사자로 살며 경험한 복잡한 고통과 그로 인해 무너진 삶, 그리고 그 삶을 재건한 이야기다.

신비님이 새로 번역하신 책!

세상 모든 것의 물질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책 소개

★ 「뉴 사이언티스트」, 「선데이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 실험물리학자들의 놀라운 세계를 생생하게 포착하다! 만고불변의 존재였던 원자를 쪼개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확장시킨 열두 번의 경이로운 실험

노승영 번역가님 신작.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책 소개

여초 직업 서사의 기원과 진실을 사회구조 차원에서 집요하게 밝히다

거미줄처럼 투명한 억압으로 여성을 에워싼 폭력을 해체하고 숨 쉴 곳을 찾아나선 전현직 여초 직군 여성들의 일 경험 이야기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 김희경(『에이징 솔로』 저자) 추천

지금까지 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선택’했을까? 사회/젠더 전문 기자 이슬기와 교사 출신 작가이자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가 여자들이 갖기 좋은 직업의 세계에 진입하였다가 알을 깨고 나간 이들의 경로를 연구한 다학제적 결실을 내놓는다. 이들 연구의 스펙트럼은 유년 시절 교실 뒤에 붙어 있던 직업 포도송이로 거슬러 올라가 2023년 가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여성 종사자가 남성 종사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여초 직업이라 일컬어져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직군에서 왜 여성들이 많이 일하게 되는지 진로 선택 단계부터 가해져 온 억압의 기원을 파헤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여자가 갖기 좋은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포장되어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가 진정으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었는지를 과거와 현재에서 서로 공명하는 퇴직/재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끈질기게 추적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서현주는 당사자로서 교직 생태계의 부조리를 폭로한다. 한편, 9년 동안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지면에서 사회문화의 경계와 여성주의 혁신을 탐사해 온 이슬기 기자가 교사 자살과 태움 등 여초 직군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유인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서 찾는다. 두 저자는 교권 보호 4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폐기 사태, 유보통합 등의 법안 동향 분석과 향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에 녹여 냈다.

진로 선택에서 퇴직까지 여성의 전 생애에 도사린 돌봄의 의무와 사회적 기대 여초 직장인의 A to Z를 치밀하게 연구해 기록한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

저자들은 당사자성에서 출발해 주된 학업 성취와 진로 선택이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유독 ‘교사’와 ‘간호사’가 추천되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IMF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고용불안의 강한 영향력 아래 성장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생 여성들은 교사 혹은 간호사의 직업적 가치가 가장 높았던 교실에서 직업적 안정성을 위시하여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방학과 유급 휴직이 보장되는 교사와,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으로 재취업이 용이한 간호사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주로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에서 자유로운 직종이었다. 또한 이슬기 저자는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를 통해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와 승진에서 누적된 격차가 생기는 현실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가정과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비춰보며 한국에서의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 기혼 여성에게 작용한 핸디캡뿐 아니라 미혼 여성인 ‘딸’에게 가해졌던 과도한 사회적 기대다. 직장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유독 남편보다 가정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온콜on-call’ 상태가 요구되는데, 딸들 역시 그랬던 것이다. 게다가 딸들은 그들의 남자 형제였던 아들들에 비해 재수 입시 기회와 교육비 등 생애 주기에서 가장 주요하게 지원받아야 했던 경제적 자원은 물론, 부모의 지지나 격려와 같은 긍정적인 환경을 포괄하는 정서적 자원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상한선을 제한당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화되는데, 지방 여성들의 경우 입결이 더 높은 곳에 합격했음에도 출생지가 아닌 타 도시 소재의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진학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타 도시 소재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모의 압력으로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학을 택해 보육교사로 진로가 좁혀진 수정의 사례는 많은 지방 여성들이 가장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른 일을 꿈꿨고, 더 잘하는 것이 있었던 여러 인터뷰이들의 입을 통해 증명된 이른바 ‘가성비’ 서사다. 또, 그렇게 가성비를 따져 여초 직장으로 진입한 이들이 일터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부여받아야만 했던 여성들의 연결되는 미시사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작가는 여성 비율이 94.6%에 달하는 ‘여초의 세계’다. 인터뷰이 한별과 승희, 현제는 작가가 가족 구성원처럼 젠더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방송 현장을 떠올린다. 학교에서도 여성들은 교사의 수많은 업무 중 ‘돌봄’의 의무를 전담하고 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에 젊은 여성 교사들이 배정되는데, 이에는 엄마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용변 후 뒤처리, 급식 지도, 머리 묶어주기 같은 보살핌부터 정규수업 외에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교실 행정 업무도 여교사들 몫이다. 이는 학교폭력이나 과학 및 정보, 체육 교과 관련 업무를 남성 교사가 담당하는 현실을 함께 살펴볼 때 교사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에 관계없이 젠더에 따라 업무분장이 이뤄지는 학교의 실상을 노골적으로 말해준다. 가정에서 딸이나 아내의 역할을 수행해 온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이행하며 이중적인 억압을 감당해 나가야 했다.

전기, 밀양-서울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이야기)

책 소개

한국에서 에너지 정의와 탈핵 운동의 역사를 쓴다면 그 첫 페이지에는 ‘밀양 할매’가 있어야 한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이 시작된 지 19년,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이 자행된 지 10년. 세상은 밀양의 투쟁을 진 싸움으로 기억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 싸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탈핵’ 이슈를 최초로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로 등장시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의 의미를 짚어 보고, 그 속에서 꽃핀 ‘여성 연대’와 ‘탈송전탑 탈핵 운동가’로서 ‘밀양 할매’를 재조명하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책 소개

“그것이 나의 끝나지 않는 ‘인문 기행’의 한 페이지다.”

우리 시대의 경계인 서경식의 유작, 분열과 냉소의 미국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다

우리 시대의 경계인 서경식의 유작 냉소와 분열의 미국을 성찰하다

2023년 12월 18일, 디아스포라 에세이스트 서경식이 세상을 떠나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서경식의 죽음에 슬퍼한 것은, 그가 생전 날카로운 사유를 벼려낸 특유의 아름다운 글로 제자리 없이 헤매는 수많은 이들에게 벗이자 스승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많은 이들의 벗이자 스승이었던 우리 시대의 경계인, 서경식의 유작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이 반비에서 출간되었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은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영국 인문 기행』에 이은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다. 언제나 그의 글에는 현실에 대한 첨예하고도 치열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의 이전 책들 또한 인문주의의 의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통찰들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에서는 그가 전작에서 다뤄온 주제들에 더해, 자유와 환대의 기치를 내건 미국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세계가 마주한 암울한 현재에 대한 사유가 특히 빛난다. 서경식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재난과 전쟁 범죄, 국가 폭력의 끔찍한 현실 속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는다. 이 책에서 서경식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인 2016년과 학생운동을 하던 중 수감된 두 형(서승과 서준식)의 구명 활동을 위해 미국을 오갔던 1980년대,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2020년을 오간다. 그는 세 시간대를 오가며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극심해지며, “전쟁 도발이 먹구름처럼” 드리운 세계에 대한 깊은 염려를 표한다. 동시에 자신이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술 작품을 떠올리며 ‘선한 아메리카’, 더 나아가 ‘선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유의 단상을 전한다.

어나더레벨 데이터 시각화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원을 위한 데이터 시각화 안내서)

책 소개

500개의 사례로 시각화를 더욱 흥미롭게 개선하는 안내서! 데이터 시각화를 컴퓨터 전문가가 데이터를 화려하고 근사하게 표현해주는 “특수 효과” 기법 정도라고 생각했다면 데이터 시각화의 의의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데이터 시각화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현실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수단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 정책 분야에서 전략적인 데이터 시각화 실무를 맡아온 전문가로서, 데이터 시각화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80여 종의 최신 데이터 시각화 유형을 500개가 넘는 실제적인 예시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종합 안내서다. 데이터 시각화에 관한 여러 책 중에 딱 한 권만 봐야 한다면 이 책을 보길 권한다.

형식과 영향력 (자기만의 범주를 만드는 글쓰기에 관하여)

책 소개

“독창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독창적이려고 애쓰지 마라” 형식의 경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 작가 미국 최고 산문 스타일리스트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쓰기 수업

리디아 데이비스는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자신이 발명한 문학 형식의 대가” “미국 최고의 산문 스타일리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집 《불안의 변이》를 보면 시라고 해야 할지,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단편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경계 구분이 모호한 글들이 많다. 그는 자신의 글들을 그냥 ‘이야기’로 불러주길 바라는데, 이 ‘이야기’는 한두 줄 길이의 초단편소설, 질문은 지워진 채 답변만 있는 인터뷰, 항의 편지, 연구 보고서 등 전통적인 단편소설의 형식을 비껴가는, 더 짧고 기이한 형식들을 두루 포함한다. 이런 그의 글쓰기 특징을 두고 소설가 앨리 스미스는 “데이비스는 단 두 줄이나 두 문단 길이의 이야기로도 생각하는 우주 전체를 전달할 수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책 《형식과 영향력》은 독창적이고 대담한 형식, 정밀하게 구축한 문장으로 “기존의 범주에 넣기 불가능한” 작품을 선보였고, 마침내 그것으로 자기만의 고유한 범주를 만들어낸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쓰기 역사를 보여주는 문학적 자서전이자, 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도로 자기 경험을 투명하게 들려주는 강의록이다. 그는 자신이 매혹되어온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가 어떤 배경과 영향 아래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을 숨김없이 들려준다.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유지하고, 그것을 “쓰려는 충동”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집요하리만치 순수한 열정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오늘날 가장 예리하고 방대한 글을 쓰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의 풍요로운 문학적 사유와 아낌없는 조언을 듣는 것은 매우 유용한 경험이 될 것이다.

“독창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을 갈고닦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만들고, 공감 능력과 다른 인간 존재들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고, 그런 다음 글을 쓸 때는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말하라.” -‘좋은 글쓰기를 위한 30가지 조언’에서, 256쪽

다채로운 형식 시도와 본보기 탐구를 통해 진화하는 글쓰기 좋은 글쓰기를 위한 대가의 아낌없는 조언

리디아 데이비스는 자신이 기존의 형식을 떠나 계속 다른 형식들을 시도했던 건 전통적인 글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글쓰기가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역시나 자기보다 앞서 이런 고민을 한 작가들로부터 힌트를 얻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낱낱이 밝히며 해당 글을 발췌해 구체적으로 논한다. 그는 사뮈엘 베케트, 프란츠 카프카, 러셀 에드슨, 그레이스 페일리, 토마스 베른하르트 등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들의 글을 면멸하게 들여다보고, 그 영향으로 인해 자신이 어떤 글을 써낼 수 있었는지 소탈하고 진솔하게 설명해준다. 발견한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는지, 한 문장을 끈질지게 고쳐 쓰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창작의 진실은 무엇인지, 문장 구조와 순서 그리고 결말에 대한 생각 등을 생생한 예시와 다양한 레퍼런스로 전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치에 맞는지, 효율적인지, 도덕적인지, 기타 등등을 묻지 않고 그저 본능을 따라간다.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서인데, 아무튼 글쓰기에 있어 모든 것이 시작되어야 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여기다. (…) 글쓰기는 공개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개인적인 행위로 남아 있다.” -‘한 문장 고쳐 쓰기’에서, 152쪽

우리는 이 책에서 리디아 데이비스가 소설가로서 흥미와 호기심을 느껴왔던 대상들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그야말로 자신의 글쓰기에 있어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한다. 창작의 과정과 비밀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작가의 대담함과 집요함에 경탄할 수밖에 없는데,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겐 이미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대가의 글쓰기가 궁금하기 그지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맞춤한 특별 수업이 될 것이다. 형식과 영향력에 대한 강의 외에도 자신의 관심사인 “짧은 글” 즉, “단상”에 대한 다채로운 사유와 해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좋은 글쓰기 습관을 위한 30가지 조언”은 문학의 대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글쓰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 값진 조언 하나하나를 잘 소화하여 체화한다면, “자기만의 범주를 만드는 글쓰기”에 점차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

‘불안의 변이’ 도 몇달 전에 사놓고 못읽었는데…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책 소개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다. 이 책은 어떤 한 사람, 사랑, 삶을 담아낸 한 편의 영화이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는 들쑥날쑥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열 곳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결혼식에선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기에 턱시도를 입었다. 느린 영화를 편집하는 사람이었다가 가장 빠른 방송 매체를 만들기도 했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며 살았지만, 가장 오래 지낸 도시 베를린을 집처럼 여긴다. 그는 섬을 떠날 수 없어서, 아직 육지로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아서, 제주 여행 중 텃밭 있는 집을 얻어서 이사를 감행한다. 그렇게 제주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이 책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를 썼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 사랑에 기대어 제 삶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그는 아주 용감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납작하지 않은 삶을 편집한 한 편의 영화이다.

여학생이 사는 세계 (소녀들에게 신뢰받는 지지자가 되기 위한 어른의 기술)

서평

딸의 교우관계 때문에 걱정 많은 내게 길잡이가 되어준 책 <여학생이 사는 세계> 남중 교사인 저자가 학교가 공학으로 바뀌면서 접한 여학생들의 무리짓기와 관계의 역동, 갈등의 양상을 관찰해 기록했다. 보호자와 교사가 어떤 관점을 지키고 어떤 조언을 줄지도 제언해 큰 도움이 됐다.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책 소개

디자인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디터 람스의 작품과 목소리를 직접 만나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애플 디자인의 뿌리’ 등으로 불리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 그의 작품과 디자인 철학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직도 디터 람스를 영감의 원천으로 여긴다. 그런 디터 람스가 직접 자신의 작품과 디자인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책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Less but better)》이 드디어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에서 그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갔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정의와 본질, 방향과 미래까지, 디터 람스의 목소리를 직접 만나보자.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책 소개

“살아가는 것이 곧 저항하는 것이다 웅크린 이불 속에서도 혁명은 가능하다!”

95년생 신예 작가가 전하는, ‘이불 밖은 위험한’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젠더 차별, 가부장제… 오늘날 삶을 옥죄어오는 사회 권력과 부조리 앞에서 청년들이 이불 속으로 숨어들고 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쉬는 2030 청년이 63만 명, 고립 청년이 54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국의 청년층인 탕핑족(躺平族), 일본의 히키코모리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1995년생 신예 작가 다카시마 린은 ‘이불 속에서도 가능한’ 혁명을 주장한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어도 그저 ‘생존’함으로써 잘못된 사회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혐오, 차별, 불평등, 가난 등 사회문제가 어떻게 개인의 문제로 바꿔치기 되는지를 예리한 언어로 드러내면서, 좌절감으로 자기 비하에 빠진 이들에게 ‘목을 감싼 손을 풀고, 사회를 향해 주먹을 고쳐 쥐자’고 격려한다. 그는 이불 속에서 자기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만으로 저항을 시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하며, 가장 소외되고 배제된 약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혁명이 진정한 혁명이라 역설한다. 이를 위해 이불 속에 웅크린 모두를 향한 위로와 응원을 글로 담아 함께 저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일본에서 큰 화제를 불러왔고, 일본의 대표 서점 기노쿠니야는 ‘2023년 최고의 인문서’로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를 선정하며 ‘기노쿠니야 인문 대상’을 수여했다.

도쿄 대재판

서평

Gary J. Bass 의 Judgement at Tokyo 를 리뷰 기사 읽고 좀 관심이 생겼는데 보니깐 교보에서 수입해뒀길래 잠시 강남점 들러서 샀다(보니까 1월 8일자로 입고되었음). 처음 책을 살펴 보다가 좀 충격을 받은 건, 감사의 말에 언급되는 한국인이 전무함… 참고문헌의 1차 자료 주요 아카이브에 한국이 없는 건 여러 이유로 이해는 하지만… 두꺼운 책인 만큼 색인도 방대한데(원래 색인 꼭 살피는 편이지만 『편집 만세』읽고 나니까 색인이 또 달리보임)

Judgement at Tokyo 살펴보면서 감사의 말에 일본 대만 중국 미국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 누구의 도움을 받았다고 아주 아주 구체적으로 써 있는걸 보는데 (한국어와 한국인명 표기에 대한 원칙도 밝혀져 있을 정도로 꼼꼼한 책인데도) 한국인이나 한국계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것에 좀 충격을 받았다. (참고로 작고했기 때문에 좀 더 따로 언급된 것 같은데 특별히 언급되는 일본 멘토는 고 오누마(오오누마) 야스아키 다.)
한국에도 도쿄 재판을 연구한 사람은 분명 있겠지?? 하고 검색해보는데 이 책 정도가 나오네.. 심지어 책 소개를 보면 한국에서 대체로 도쿄 재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건 사실인 듯…
아마 도쿄 재판에서 한국이 참여한 부분이 없고 다뤄지는 것도 거의 없을 것 같아서(아직 안읽어봐서 모름) 관심이 없었던 덴 그 이유가 크긴 할 것 같지만.
개리 바스는 이코노미스트 저널리스트 출신의 국제관계학 연구자라서 리걸 마인드로 접근한 책은 아닌데 이 책을 쓴 권영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형법 전문의 법학자이고 국제 재판사쪽으로 관심이 흘러서 도쿄재판에 다다르게 된 것인 듯. 목차를 보니깐 재판 분석도 하는 것 같다.

여자만의 책장

데버라 펠더 · 박희원달크로즈

여자만의 책장

책 소개

50권의 책으로 쓴 여성의 역사이자 여성이 글쓰기로 무엇을 이루어왔는지에 대한 평전이다. 여성(의 역사)을 하나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 안에 무수히 많은 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힘을 북돋고, (여...

디 임플로이 (22세기, 어느 직장에서)

책 소개

“내가 인간인가요?” 우주에서 인간에게 보내는 강렬한 질문 22세기 어느 직장에서 펼쳐지는 아름답고 불길한 이야기 생산성 논리가 지배하는 직장 생활에 대한 신랄한 풍자

지구를 떠나 한없이 날아가는 우주선 〈6000호〉. 그 속에는 지구를 그리워하는 인간과 선내 필수노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직원들’이 함께 타고 있다. 그들은 행성 〈새로운 발견〉에서 ‘그 물체’들을 발견한다. 아무런 생명의 징조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 물체’들을 선내로 가져온 후 인간과 인간형들에 변화가 시작되는데……

완벽하게 성공적이면서도 야심차게 실험적인 구조. 인간성의 본질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 2021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진

더없이 문학적인 SF ─ 《윌란스 포스텐》

기묘하고, 아름다우며, 대단히 지적이고 도발적인 인간성 탐구. 놀랍도록 뛰어난 예술 작품이다! ─ 맥스 포터(《래니》 작가)

★2021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 ★2022 어슐라 K. 르귄 소설상 후보 Shortlist★2022 전미도서상 후보 Longlist★2022 더블린 문학상 후보★2022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꼭 읽어야 할 100권의 책 ★2022 올해의 가디언 북 ★2022 파이낸셜 타임즈가 뽑은 최고의 여름 책

철학자, 강아지, 결혼

책 소개

철학자가 된 최초의 여성 중 하나인 히파르키아를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철학자, 강아지, 결혼』은 국내에서만 1만 5천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반 고흐』의 바바라 스톡이 5년여간 공들여 내놓은 야심 찬 ...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 만화집, 작가 연구)

책 소개

일본 예술 만화의 거장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집이자 작가 연구서이다. 쓰게 요시하루 대표작「나사식」(1968)을 비롯, 「바깥의 팽창」(1968), 「붉은 꽃」(1967), 「겐센칸 주인」(1968) 등 단편 만화 4편이 모두 작가가 제공한 원화로 실려 있다. 작가 연구는 미술평론가 야마시타 유지가 기획, 집필했다. 야마시타는 10대에 만난 쓰게 요시하루를 최고의 만화가로 손꼽으며, 이번 책을 기획했다. 「나사식」은 1968년 만화 잡지 『월간 만화 가로』에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한 소년이 (메메)해파리에 물려 혈관이 드러난 한쪽 팔을 붙잡고 바다에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간절하게 의사를 찾는 소년의 여정은 기이하기 그지없는 장소와 사건의 연속이다. 「나사식」은 이러한 초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그때까지 만화사를 통틀어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회자되었고, 이후 수많은 인용과 패러디의 원형이 되었다. 쓰게 요시하루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까지 활발하게 훌륭한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당시, 전후 일본 사회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명암이 교차했다. 동시에 1968년 전후의 전세계적인 청년 문화와 공명하며, 젊은이들은 이전 제국주의 세력과의 단절,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다른 문화를 갈망했다. 만화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며 이와 겹쳐진다. 이 때 등장한 만화 잡지『가로』는 작가들을 위한 편집 방향을 내세우며 예술 만화의 싹을 띄우게 되며, 쓰게와 같은 작가들이 지면에 대거 나타날 수 있었다. 본서는 쓰게 요시하루의 주요 만화 작품의 이미지 자료 및『가로』의 자료를 실었다. 야마시타 유지가 진행한 쓰게 요시하루 인터뷰 및 작가입문도 만날 수 있다. 쓰게는 일본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는데, 이 책에는 쓰게 요시하루가 제공한 여행 사진과 여행기, 직접 그린 지도 등 다양한 도판과 관련 자료가 수록되었다. 쓰게는 2020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공로상에 해당하는 &포브 도뇌르'를 수상했으며, 그의 만화는 국제적으로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을 21세기에 다시 읽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아직 발견되지 못한 만화 문화의 빈 곳, 뒤늦게 도착한 실재의 재현들이 작금의 이미지와 중첩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동아시아 시각문화& 시리즈는 동아시아의 미술 및 서브컬처, 도상 등 이미지에 관한 문화연구과 예술 실천을 다루는 책을 기획 출간할 예정이다.

Judgment at Tokyo: World War II on Trial and the Making of Modern Asia (World War II on Trial and the Making of Modern Asia)

책 소개

A landmark, magisterial history of the trial of Japan’s leaders as war criminals—the largely overlooked Asian counterpart to Nuremberg

“Nothing less than a masterpiece. With epic research and mesmerizing narrative power, Judgment at Tokyo has the makings of an instant classic.” —Evan Osnos, National Book Award–winning author of Age of Ambition: Chasing Fortune, Truth, and Faith in the New China

In the weeks after Japan finally surrendered to the Allies to end World War II, the world turned to the question of how to move on from years of carnage and destruction. For Harry Truman, Douglas MacArthur, Chiang Kai-shek, and their fellow victors, the question of justice seemed clear: Japan’s militaristic leaders needed to be tried and punished for the surprise attack at Pearl Harbor; shocking atrocities against civilians in China, the Philippines, and elsewhere; and rampant abuses of prisoners of war in notorious incidents such as the Bataan death march. For the Allied powers, the trial was an opportunity to render judgment on their vanquished foes, but also to create a legal framework to prosecute war crimes and prohibit the use of aggressive war, building a more peaceful world under international law and American hegemony. For the Japanese leaders on trial, it was their chance to argue that their war had been waged to liberate Asia from Western imperialism and that the court was victors’ justice.

For more than two years, lawyers for both sides presented their cases before a panel of clashing judges from China, India, the Philippines, and Australia, as well as the United States and European powers. The testimony ran from horrific accounts of brutality and the secret plans to attack Pearl Harbor to the Japanese military’s threats to subvert the government if it sued for peace. Yet rather than clarity and unanimity, the trial brought complexity, dissents, and divisions that provoke international discord between China, Japan, and Korea to this day. Those courtroom tensions and contradictions could also be seen playing out across Asia as the trial unfolded in the crucial early years of the Cold War, from China’s descent into civil war to Japan’s successful postwar democratic elections to India’s independence and partition.

From the author of the acclaimed The Blood Telegram, which was a Pulitzer Prize finalist, this magnificent history is the product of a decade of research and writing. Judgment at Tokyo is a riveting story of wartime action, dramatic courtroom battles, and the epic formative years that set the stage for the Asian postwar era.

적독가의 책 검색은 알라딘을 통하는 거겠죠? 알라딘의 영어책 검색은 정말 쓰레기 같군요..

사소한 일 (아다니아 쉬블리 장편소설)

서평

왜 지난 해 연말 여러 사람들이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뽑았는지 알겠다. 아나디아 쉬블리의 소설 <사소한 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으로 데려간다.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7가지 발견과 발명 스토리)

책 소개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뜻밖에도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와 같은 아주 작고 단순한 사물들이다.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물 7가지가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뒤바꿨는지 말해주는 이 책은 수천 년에 걸친 공학적 발명의 놀라운 여정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베스트셀러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에서 거대한 건축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준 로마 아그라왈은 못의 발명이 어떻게 현대적인 고층 건물로 이어졌는지, 자석의 발견이 어떻게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일조했는지 설명하며 공학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펼쳐 보인다. 과학과 역사, 기술적 원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탐구하고 일상에서 공학의 경이로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겨레S 1월 20일자 북섹션.

로마 아그라왈 최근 책이 번역 출간됐네?? 작년 3월에 아셰트UK 계통의 호더&스타우튼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11월에 WW노튼에서 미국 출간됨.
1년 안되었으니깐 번역출간이 상당히 빠른 편인데 출간전에 돌았을 저작권 에이전시 리스트에서 충분히 눈에 띌만한 책이었으므로 그리 놀랄 일은 아닌듯.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더 깊숙이 침투하는 기후변화의 현장을 고발하다)

책 소개

기후재난의 시대에 코로나19, 양극화 해소, 지역균형발전을 다룬 책 22권과 함께 공생의 길을 찾아보다!

코로나19, 기후변화 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약자들의 목소리들을 담아내는 책을 펴내고 있는 궁리출판은, 강자가 주도하는 사회에 끌려가기보다는 약자들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은 『약자의 결단』을 펴낸 데 이어, 기후위기 상황에서 약자의 고통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을 출간했다. 이 책을 쓴 이수경 작가는 1989년 환경과공해연구회 창립멤버로 활동하면서 환경운동의 길에 들어섰다. 환경과공해연구회는 대구 페놀오염사고, 안면도, 굴업도 핵폐기물처분장 반대운동, 폐기물소각장 반대운동, 4대강 살리기 반대운동뿐 아니라 기후변화, 에너지, 대기, 수질, 폐기물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1983년 서울의 쓰레기매립장이었던 난지도에서 생활야학에 참여하면서, 환경운동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환경과공해연구회에서 한 해에 한 번 이상 피해지역 주민 지원운동의 실무담당자로 자원해 활동하기도 했는데, 환경운동이건 빈민운동이건 피해 입은 사람이 중심에 서지 않는 운동이 얼마나 허약한지 절실하게 배웠기 때문이다.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에서 저자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의 모든 재난은 결국  그걸 겪는 ‘사람의 사는 문제’이고, 우리 사회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함께 더 읽어보면 좋을 관련 도서와 보고서 22권(『기후대전』, 『숨을 참다』, 『기후책』 등), 그리고 다양한 통계자료들을 통해 소개하면서, 기후변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겨레S 1월 20일자 북섹션.

지역균형발전 중심으로 보는 기후재난인 모양.

코스미그래픽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

책 소개

BC 2세기 구리동판부터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우주를 동경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한 인류의 4000년 역사!

수천 년 동안 밤은 두려운 시간이면서 한편으로는 하늘을 가로질러 끊임없이 움직이는 달과 별의 행렬을 바라보며 인류가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러한 두려움과 호기심 속에서 탄생한 천문학은 예술과 뗄 수 없는 과학 분야이다. 천문학자들만이 아니라 전문적인 예술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에 의해, 그리고 양쪽의 협업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하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다. 저자 마이클 벤슨은 이 책 《코스미그래픽》을 통해 우주를 시각화하고 그 안에서 인류가 제 위치를 표현하고자 했던 노력들을 담기 위해, 거의 기원전 2000년 무렵 구리 동판에 망치로 내리쳐서 새긴 유물, 12세기 백과사전에 삽입된 행성 이미지, 현대의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갖가지 고해상도 이미지들을 책 속에 총망라했다.

한겨레S 2024년1월20일 북섹션.

디자이닝 프로그램스 (프로그램으로서의 디자인)

책 소개

스위스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 카를 게르스트너Karl Gerstner(1930-2017)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게르스트너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작업으로 꼽히는 『디자이닝 프로그램스』는 네 편의 이론적 글을 모은 선집이다. 다방면에 걸친 교육을 받고 비판적 사유를 펼친 그는 이 책에서 컴퓨터 시대 초기 디자인의 기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가 해당 작업에 대한 모든 심미적 결정을 주관하게 될 혁신적인 법칙이나 시스템을 제안했다.

오래된 책 읽기 (김언 독서산문집)

책 소개

일곱 권의 시집을 상재하고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김현문학패〉 등 국내 유수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그 문학성을 인정받아온 시인 김언의 독서산문집 『오래된 책 읽기』가 출간되었다. 역동적인 문장과 실험을 주저하지 않으며 한국 시단의 독보적인 영토를 구축해온 시인은 이번 독서산문집을 통해 시간을 제법 보낸 책을 꺼내어 유효한 의미들을 되짚어본다. 실제로 이번 산문집에서 다뤄지는 책은 절판되거나 품절된 책도 더러 있는 2000년대 출간 도서로, 시인이 그동안 독서일기처럼 연재해온 산문 등을 엮은 독서견문록이기도 하다. 긴박하게 호출되는 시의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책 속에 깃들어 있는 삶의 의미를 통찰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재해석하며 우리 앞에 꼭 필요한 질문들로 함께 나누는 현장이 된다.

올해로 등단 26년 차가 된 시인은 그동안 자신의 창작 경험과 책 속의 지혜를 균형 있게 교차시키며, 더 웅숭깊은 독서 현장으로 안내한다. 시인은 책이 고유히 나아가는 방향을 친절하게 제시하면서도, 한 번쯤 되돌아볼 만한 의미를 문학적으로 되짚어보면서 텍스트의 변방을 만들지 않는다. 그 미덕을 지니기 위해 책이라는 폭풍우를 수도 없이 만나온 시인의 안내는 산문집에서 다뤄지는 책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유할 수 있게 한다. 지나간 것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동을 찾는 일로, 오래된 책 읽기의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필 책이 좋아서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책 소개

“좋아하는 동료들과 작은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신연선 작가, 김동신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더니 흔쾌히 맞잡아주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10년차에서 20년차를 향해 가고 있는 업계의 허리 세대에 속합니다. 꾸준히 걸어왔지만 남은 길도 많은 상태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이야기를, 그다지 무겁지 않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 정세랑(소설가)

여기, ‘하필 책이 좋아서’ 직업으로 삼은 자들이 있습니다. 편집자에서 작가로, 글 쓰고 강의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북디자이너로, 마케터에서 온라인 서점 MD를 거쳐 팟캐스트를 만들고 작가들을 인터뷰하는 프리랜서로…….

김동신, 신연선, 정세랑. 출판업계의 허리 세대에 속하는 세 사람이 손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묵묵히 ‘책’과 더불어 걸어온 길, 그러나 여전히 남은 길이 많은 상태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필 책이 좋아서』는 하필 책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직업으로 삼게 된 세 사람의 여전한 애정과 가끔 찾아오는 머뭇거림을 담은 책입니다. 시대와 출판 환경을 거창하게, 애써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게 너무도 빠른 스트리밍 시대에 ‘가장 느린’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 표면에 천천히 떠오른 질문들을 세심히 모았다고 할까요.

저작, 편집, 디자인, 홍보, MD, 콘텐츠 제작…… 세 작가의 ‘언어’는 출판계 안쪽을 향하기도, 바깥쪽을 향하기도 합니다. 추천사, 증정본, 개정판, 리커버, 굿즈, 작가, 1인 출판사, 대형 출판사, 웹 콘텐츠, 집필, 강연, 출판노동자, 스트리밍, 문학상 심사, 서점, 파주출판도시, 원고료, 사회적 소수자(약자), 젠더, 환경, 문화 정책, 취향, 북디자인, 로고, 계약(서), 기획, 홍보, 마케팅, 베스트셀러, 브랜딩, 덕질…… 책과 출판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그리고 여성, 환경,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적확한 성찰, 그리고 온당한 분노가 서려 있습니다.

혹여 세 사람이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당신에게 그 일을 부탁하려 합니다. ‘하필 책이 좋아서’라는 말에 깊이 ‘웃픈’ 당신이 기꺼이 떠맡아줄 또 다른 이야기를 즐거운 여백으로 남겨둡니다.

법 짓는 마음 (당신을 지킬 권리의 언어를 만듭니다)

책 소개

10년 넘게 국회에서 법 만드는 일을 해 온 국회 보좌관, 입법 실무자의 책. 법의 시작과 끝, 당사자로부터 시작해 국회를 거쳐 다시 당사자에게로 가닿는 입법의 모든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 당사자의 글은 어떤 과정을 거쳐 명문의 규정이 될까? 국회 앞에서 억울한 일을 들어 달라 사정하고 요청하면 정말 법 만드는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고 법에 반영할까? 동물과 환경은 보호의 기준을 어디에서 찾을까? 누구의 목소리가 법으로 연결될까? 저자는 주로 ‘2050 탄소중립법’ ‘웹하드 카르텔 방지 5법’ ‘동물원법’ 등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청년기본법」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오랫동안 앞장서 왔다. 공교롭게도 이 법들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 이슈들과 맞닿아 있으며, 자기 언어가 없는 존재, 말을 빼앗기거나 발언 기회조차 제대로 얻어 본 적 없는 이들의 방패로 쓰였다. 법은 우리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 국가에 내가 가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자 할 때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법이다. 즉 법이 바로 서야, 스스로 나를 지킬 제대로 된 권리의 언어가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언어를 짓는 사람, 입법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책 소개

지구 너머에서 생명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어디일까? 최근 우주생물학자들이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거주지로 주목하는 곳은 목성과 토성을 맴도는 얼음 위성이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얼음 위성의 얼어붙은 껍질 아래에 지구만큼 오래된 광활한 바다가 숨어 있음을 밝혀냈다. 얼음 세계의 깊숙한 지하 바다, 그곳에 과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NASA의 우주생물학자 케빈 피터 핸드는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지구의 심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NASA의 우주생물학 연구를 선도하는 촉망받는 과학자로, 영화 〈아바타〉 〈프로메테우스〉의 과학 자문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가 심해에서 목격한 것은 극한의 환경에서 형성된 아름다운 생태계였다. 이토록 극한의 환경에서 생명이 발원되어 살아간다면 그 장소가 반드시 지구의 심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주에 수없이 존재하는 얼음 위성의 지하 바다에도 생명이 들끓고 있을지 모른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우주의 바다에 생명체가 서식할 가능성에 대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유로파와 엔셀라두스 같은 얼음 위성 내부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 바다 깊숙한 곳에서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의 심해를 탐사하는 것이 어떻게 외계 바다를 탐험하는 핵심이 될 수 있는지를 탁월한 비유와 흥미진진한 일화를 중심으로 상세하게 살펴본다.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마음이 아픈 동물들이 가르쳐 준 것들)

책 소개

과학사학자인 저자가 분리불안에 시달리던 반려견 올리버를 잃고 6년간 마음이 아픈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쓴 에세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코끼리 모샤과 그를 돌보는 마훗 라디, PTSD에 시달리는 군의관 론과 도우미견 갠더, 자학을 멈추지 못하는 보노보 브라이언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프로센 등 수많은 동물 친구들과 이들을 돌보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이 동물들의 생애사와 회복의 여정을 기록하면서 그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 마음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감정적 문제와 정신건강이 실은 우리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은 자연사박물관의 박제가 되거나 고독과 권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동물원 동물들의 비극적 삶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이 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사랑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결국 우리가 아끼는 다른 생명체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전해 준다.

닌텐도 다이어리 (엄마와 딸, 게임으로 레벨 업!)

책 소개

『닌텐도 다이어리』는 게임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인터넷, 유튜브, 모바일 게임처럼, 제어할 수 없는 매체에 아이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시대. 디지털 홍수를 피해 도달한 세계는 다름아닌 게임이었다. 잘 만들어진 게임을 딸과 함께 플레이하며 대화가 시작되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며, 때로는 다투고 화해하면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닌텐도 다이어리』는 모든 가족에게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기에 실제로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상세한 현실적 팁까지 꽉꽉 눌러 담았다.

사라진 홍콩 (우리가 ‘홍콩’이라 불렀던 것들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책 소개

당신이 알고 있던 홍콩은 사라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홍콩’의 시작과 끝을 찾아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 홍콩 사회와 홍콩인 정체성 형성에 관심을 두고 30여 년간 홍콩을 연구해온 류영하 교수는 1840년 아편전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정리한다. 『사라진 홍콩』을 통해 중국과 홍콩의 정체성은 각기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왜 두 정체성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는지, 두 나라 간 갈등의 해법은 있는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통치 아래 만들어진 홍콩의 역사는 1997년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2020년 6월 발효된 홍콩보안법으로 홍콩 역사는 한 번 더 나누어진다. 홍콩보안법 발효는 중국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홍콩을 납작하게 만든 신의 한 수였고, 홍콩 입장에서는 통한의 한 수였다.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의 인구 감소와 두뇌 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외국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죄목으로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인문학 관련 세미나들이 사라졌으며, 홍콩 정체성을 다룬 책의 출판은 중지되었다.

집중의 재발견 (몰입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집중에 도달하는 법)

책 소개

주의산만과 멀티태스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획기적인 집중력 회복의 기술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주의집중을 통제할 수 없다고 절실하게 느낀다. 기술은 우리 역량을 강화하고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고안되었으나, 그 대가로 우리는 산만하고 피곤해졌다. 20년 넘게 주의산만과 멀티태스킹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해온 UC어바인 정보학과 석좌교수 글로리아 마크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주의집중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인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지식노동의 특성상 일상적으로 완벽한 몰입에 이를 수 없음을 냉정하게 진단하며, 현실적으로 주의집중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태도의 전환을 촉구한다. 휴대폰과 컴퓨터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순 없기에, 우리는 급격히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주의집중을 잘 관리하고 생산성과 웰빙이라는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그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주의집중의 새로운 측면들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우리가 자연스러운 집중에 도달하기 위해 적용해볼 만한 다양한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 (조용히 숙주를 멸종시키는 미생물에 관하여)

책 소개

특정한 곰팡이가 자연에서 어떻게 여러 생명을 멸종 위기에 빠뜨렸는지 추적한다. 나아가 우리 인간이 곰팡이라는 병원체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곰팡이에 피해를 본 종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백송부터 개구리, 도롱뇽, 박쥐, 인간까지, 지금껏 침범하지 못할 거라 여겨지던 종간 장벽을 곰팡이가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곰팡이에 한번 피해를 보기 시작한 종은 삽시간에 멸종 직전까지 몰리는데, 이는 곰팡이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숙주 없이도 흙 속에서 여러 해를 견디고 스치기만 해도 숙주의 몸에 올라탈 수 있으며, 약물에 내성도 강하다. 그렇게 미국 북서부의 국립공원에서는 백송이 흔적을 감췄고, 한 지역의 개구리와 박쥐가 몸에 곰팡이를 휘감고 절멸한 현장을 수많은 생물학자가 목도했다.

독성학자 에밀리 모노선은 이 책 전반에서 지금까지 곰팡이란 존재가 생명 종들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나아가 우리가 곰팡이 위협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낸다. 제한 없는 이동, 인간의 개량으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의 실종, 기후변화 등이 곰팡이로 인한 위협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말이다. 이러한 원인을 이해하고 세계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살펴야 다가올 곰팡이 팬데믹에도 맞설 수 있다고 모노선은 말한다.

빌어먹을 양자역학 (양자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헛소리를 물리치는 법)

책 소개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속 시원한 양자물리학 수업

‘신비로운 파동 에너지’, ‘치유의 양자장’, ‘양자의식’, ‘행복감을 안겨줄 양자공명’... 양자물리학의 개념을 아무데나 갖다붙이며 대중을 현혹하는 이들에게 발끈한 물리학자가 독설과 욕설도 마다 않고 헛소리를 논파하며, 무엇이 양자역학이 아닌지를 설명하는 책. 그럼으로써 어느새 양자의 개념과 양자역학의 역사부터, 파동-입자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중첩, 양자 얽힘, 양자해석, 다양한 양자기술까지, 양자물리학 전반을 이해하게 하는 획기적인 입문서!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 노벨 물리학상

책 소개

노벨 시상 연설문으로 보는 물리학 진보의 123년 역사

★2023년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러우스, 안 륄리에 시상 연설 수록★

매년 12월 10일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위원회는 수상자 선정 사유와 수상자들의 업적을 알려주는 연설을 하는데, 이 연설이 바로 노벨상 시상 연설(the Nobel Prize Presentation Speech)이다. 이 책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 물리학상)는 1901년 첫 노벨상 시상식부터 지난해 12월 10일에 열린 2023년 노벨상 시상식까지 123년간의 물리학 분야 노벨상 시상 연설을 모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이번 개정판은 2017년부터 2023년 시상 연설 추가해 실었다. 2007년 10월 처음 출간한 바다출판사의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전3권)는 스웨덴 노벨 재단의 정식 허가를 받아 100여 년의 노벨상 과학 분야 시상 연설을 모아 출간함으로써 과학계와 수많은 독자의 성원을 얻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기초 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현대 과학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기본서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고, 한국출판인회의, 서울과학고등학교 등 다양한 기관과 학교의 필독 도서로 선정되었다. 많은 대학생과 청소년에게 인류 과학의 발전사와 앞으로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러우스, 안 륄리에의 시상 연설이 수록되어 있어 현재 인류가 도달한 물리학의 진보를 발견할 수 있다.

2007년에 한번 정리해서 나왔었고 이번에 업데이트 한 거군…

축소되는 세계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

책 소개

바야흐로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축소되는 인구, 축소되는 경제는 이 세계를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축소되는 파이〉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그렇다면 지금 줄어드는 인구는 미래의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인구든 경제든, 성장은 끝났다. 〈소멸 직전의 시대〉,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축소의 시대〉가 왔다!

▣ 인구 감소에서 시작된 전 세계 각국의 축소 현황을 담은 리얼한 현장 보고서 이 책은 도시 계획 전문가로 30년간 인구 감소 상황에서 주택 공급과 경제 개발, 도시 재활성화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저자가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축소 현황과 함께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가 지속될 때 2050년의 세계와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인구 감소와 축소 세계를 초래하는 원인과 그 영향도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며 따라서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미국은 인구가 감소함에도 〈15-30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2050년에도 경제적 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인구 감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유럽, 불가리아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의 동유럽,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의 인구 감소 현황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과 경제적 쇠퇴 등의 문제를 각종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점점 〈축소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생겨나는 승자와 패자 간 격차 등도 함께 살펴본다. 한마디로 인구 감소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고 말한다.

한겨레S 북섹션 240113

원제는 Smaller Cities in a Shrinking World.
작년 6월에 나온 책인데 번역서가 정말 빛의 속도로 나왔네..?

기도를 위하여

책 소개

“순수 귀신을 몰아내라”, 대중소설가를 선언한 김말봉 우리 문학의 독창적이고 ‘희귀한’ 자리, 박솔뫼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 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가다

‘소설, 잇다’의 네 번째 책, 김말봉과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가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소설, 잇다’는 이 시점에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백 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 첫 번째로 백신애와 최진영이 어우러진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출간했다. 두 번째로 지하련과 임솔아가 함께한 『제법 엄숙한 얼굴』을, 세 번째로 이선희와 천희란의 『백룸』을 펴냈다. 네 번째 작품은 김말봉과 김말봉 소설을 입체화한 박솔뫼의 소설을 담은 『기도를 위하여』이다.

새로운 꽃 그림책 (피어오르는 자연과 의지로 가득한 예술의 우아한 대결)

책 소개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워킹 맘이 그려낸 싱그럽고 향긋한 꽃들, 그 아름다우면서도 정교한 세밀화의 세계

《새로운 꽃 그림책(Neues Blumenbuch)》(1680)은 르네상스가 발흥하고 신항로 개척 시대의 서막이 열리던 시기, 유럽에서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로 활약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초기작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뜰에서 꽃과 곤충을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즐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메리안은 결혼을 하고 큰딸을 낳은 뒤 1670년 남편의 고향인 뉘른베르크로 이주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녀는 공방을 열었고, 양피지와 리넨에 그림을 그린 뒤 이를 자수본으로 팔아 생계를 이어 나갔다. 귀족 가문의 여인들은 이 자수본을 사들여 수놓으며 커 나갔을 것이다. 메리안은 부유한 집안의 미혼 여성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이는 당대 귀족들이 조성해둔 고급 정원과 진품실에 드나들며 귀한 꽃과 곤충을 관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곤충을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면서 연구하는 일도 이어 나갔다. 스물여덟 살이 되던 1675년, 메리안은 자신의 첫 저작인 《꽃 그림책(Blumenbuch)》 1권을 펴낸다. 이후 1677년과 1680년에 2권과 3권을 연이어 펴내 책을 완결 짓는다. 생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았고 큰딸을 키우면서 둘째 딸까지 출산한 와중이었지만, 그녀가 매진해 펴낸 책이다. 2권과 3권을 발간한 사이에는 “당신은 이 책에서 100가지 이상의 변태를 발견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메리안의 본격적인 곤충 연구의 서막을 알린 《애벌레의 경이로운 변태와 독특한 꽃 먹이(Der Raupen wunderbare Verwandelung und sonderbare Blumennahrung)》 1권 또한 출간한다. 신진 작가로서 왕성한 저작 활동을 벌인 것이다. 《꽃 그림책》은 꽃과 예술 애호가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이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자수의 패턴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모본으로서의 용도를 염두에 두며 제작되었다. 3권을 마무리한 해에 이들 세 권을 묶은 뒤 서문을 더해 《새로운 꽃 그림책》을 간행하는데, 한국어판은 바로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메리안은 《새로운 꽃 그림책》의 서문에서 호기롭게도 이 책이 자연과 벌인 자발적이고 우아한 대결이라고 말한다. 꽃이 피어오르는 봄에 자연이 대결을 펼치자고 청해오며, 인간으로서의 부족함이 있을지언정 충만한 의지를 바탕으로 예술로서 그 대결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자연에 대한 겸손을 보이면서도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겠다는 그녀의 결의가 엿보인다. 해제에서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이 설명하듯이, 16세기 초부터 유럽에서는 자연을 관찰하고 꼼꼼히 그려내기 위해 여성 삽화가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성화나 유화를 그릴 자격이 없던 여성으로서는 이러한 식물지(植物誌)의 세계에 편입됨으로써 경제활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17세기 후반에 명성을 얻은 이가 바로 메리안이었다. 또한 이러한 역사 속에서 살펴보면, 이 책은 유럽에서 15세기에 발현하여 17세기에 화려하게 꽃피운 플로럴리지엄(florilegium), 즉 식물 화보 선집의 전통 가운데 있는 저작이다. 플로럴리지엄은 당대 출판의 최고 기술을 망라해 제작되었는데, 《새로운 꽃 그림책》 역시 그러하다. 하드커버의 크기는 20.5x32.5센티미터, 본문 크기는 19x31.5센티미터였고, 동판화로 찍은 뒤 일일이 채색을 더했다. 이 책은 2011년 6월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만 5826달러(당시 한화로 약 10억 6466만 원)에 판매되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과학적 정확성, 찬란한 색감, 섬세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새로운 꽃 그림책》은 당대의 플로럴리지엄들이 대개 단일한 식물을 그렸던 데 반해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식물 여러 종을 함께 한 장의 그림 안에 표현한 시도가 돋보인다. 여러 꽃을 엮어 화환으로 만들거나 바구니와 항아리에 담아 표현한 작품에서 서로 다른 꽃들의 조화로운 구성에도 뛰어난 감각을 가진 플로리스트의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당시의 플로럴리지엄에 식물과 함께 곤충을 묘사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메리안은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이를 묘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한 지점이다. 이러한 작업을 이어 나간 그녀는 1699년 둘째 딸과 함께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으로 건너가 2년간 식물과 곤충을 관찰한 뒤 《수리남 곤충의 변태》(1705)를 펴내 연구의 백미를 보여준다. “나에게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선 배움에 목마른 젊은이들을 위해, 그다음으로 미래의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오래전 유럽에서 살아간 한 여성이 동식물을 관찰하고 정성껏 그려 만든 이 책의 숨결이 그가 서문에 언급했던 ‘미래의 후손’인 지금의 한국 독자들에게도 고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수리남 곤충의 변태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책 소개

과학하는, 예술하는, 여행하는 여성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랩 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엮어낸 모험과 관찰의 세계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끝자락을 살아간 한 여성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뒤 예술과 출판을 하는 집안에서 자라며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즐겨 그리던 사람.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아 기르는 와중에 좋은 집안의 여성들에게 그림과 자수를 가르치며 자신의 글과 그림을 책으로 펴낸 사람. 남편을 뒤로한 채 라바디파 종교 공동체에 기거하며 나비가 되기를 준비하는 번데기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 데카르트가 ‘이곳처럼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고 감탄했던 바로 그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지식인 및 예술가와 교류하면서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한 사람. 쉰두 살의 나이에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떠나 곤충을 관찰하는 모험을 기획하고 감행한 용기 있는 사람.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자신의 연구를 책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감당한, 비즈니스 우면의 면모도 여실히 보인 사람.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수리남 곤충의 변태(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1705)는 메리안이 둘째 딸 도로테아를 데리고 2년간 수리남으로 여행을 떠나 살아 있는 곤충들을 관찰한 뒤 양피지에 그린 60점의 그림과 그에 관한 글을 엮은 작품으로,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그녀의 대표작이다. 당시의 많은 연구자들이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때로는 그들과 함께 아메리카를 여행한 반면, 메리안은 나이 든 여자라는 이유로 그러한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웠다. 몇 차례 후원을 청해 간신히 (후원이 아닌) 대출을 받은 그녀는 자기 자산을 정리하고 유언장까지 작성한 뒤 수리남으로 향하는 상선 평화호에 탑승한다.

귀신들의 땅 귀지방 (천쓰홍 장편소설)

책 소개

2020년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金鼎賞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 수상작!

타이완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천쓰홍의 걸작!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_황인찬(시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책 소개

“세상은 내 마음을 형용사들로 가득 채우지. 심지어 나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까지 상상하지”

생의 끝자락에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세상의 신비 영혼의 지평을 넓혀주는 시인, 메리 올리버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의 시인”(〈뉴욕 타임스〉)으로 불리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2024년 새해를 여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메리 올리버의 시와 산문을 꾸준히 소개해온 마음산책에서 『천 개의 아침』 『기러기』 『서쪽 바람』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시인은 살아생전 새벽같이 일어나 예술가들의 낙원인 프로빈스타운을 홀로 거닐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들판, 모래언덕, 바닷가를 누비며 온몸으로 자연 풍광을 보고 듣고 느끼려 애썼다. 불현듯 이 세상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듯한 감각에 휩싸이면 이를 노트에 아름답고 정연한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책 소개

2018년에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마크 피셔라는 비평가를 각인한 ??자본주의 리얼리즘?? 2판이 출간되었다. 2022년 영국에서 발표된 원서 2판에는 마크 피셔의 부인인 조이 피셔의 ?서문?, 동료이자 비평가인 알렉스 니븐의 ?서론?, 소설가로 피셔와 함께 제로 북스와 리피터 북스를 설립한 타리크 고더드의 ?후기?가 수록되었다. 이번 한국어 2판에서도 이 글들을 번역해 실었고, 그 외에 본문 번역과 디자인을 소폭 손질했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사회적 상상력을 거의 완전히 잠식했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울 정도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뿐 아니라 생각의 지평까지 장악한 이런 상황을 이 책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유일하게 유지 가능한 체계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모순과 비일관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에 균열을 낼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1판 갖고 있지만 2판 나온김에 2판으로 완독 해보자

하버드-C.H.베크 세계사 (600 이전, 문명의 아침)

책 소개

21세기 최대의 세계사 프로젝트 ‘하버드-C.H.베크 세계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출간

‘하버드-C.H.베크 세계사’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 출판부와 독일의 출판 명가인 C.H.베크(체하베크)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역사 시리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대가와 중진 역사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했으며, 방대하고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최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고 혁신적인 서술 방식을 채택해 진정한 당대의 세계사란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 주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앞서 근세와 근대, 현대를 다루는 네 권을 선보인 ‘하버드-C.H.베크 세계사’ 시리즈는 이번에 출간되는 다섯 번째 책을 통해 선사시대에서 기원후 600년 무렵까지를 다룬다. 연대순으로 따지면 첫 번째 책이다. 약 270만 년 전, 도구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류에게서 탄생한 우리의 세계는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문명의 아침’을 밝힌 것은 도시와 국가였다. 파라오와 왕중왕, 황제는 자신이 우주의 질서를 관장한다고 주장했고, 위대한 사상가들은 인류 사상의 원천이 될 종교와 철학을 창시하며 축의 시대를 열었다. 구석기시대에서 굽타 왕조의 쇠퇴, 수 왕조의 멸망까지 이르는, 장대한 세계사 시리즈의 첫 장을 여는 책.

시리즈의 구성

한국어판은 원서와 마찬가지로 총 여섯 권으로 구성된다.

600 이전, 문명의 아침 600~1350, 공유된 세계 (근간) 1350~1750, 세계 제국과 대양 1750~1870, 근대 세계로 가는 길 1870~1945,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 1945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

한겨레 S 북섹션.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시간대에서 거슬러 가며 나왔나? 이게 다섯번째로 나오다니.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책 소개

2020년,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들의 급증하는 자살률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의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증가라는 심각한 수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여성 자살률은 한국사회의 어떤 문제를 함의하는가? 이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청년층의 자살률 증가, 그중에서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2030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회학 연구자 이소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증발하고 싶다’고 말하는, 1년 이상 지속적인 자살생각에 시달리는 청년여성 19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이들을 삶의 종료에 대한 생각으로 내몰아가는지 밝힌다.

한겨레 S 북섹션

의존을 배우다 (어느 철학자가 인지장애를 가진 딸을 보살피며 배운 것)

책 소개

장애와 살아낸 현실에서 길어올린 철학적 질문들 딸 ‘세샤’의 의존하는 삶을 통해 그 답을 얻다

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장애학과 돌봄이론 분야의 석학, 에바 페더 키테이의 『의존을 배우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키테이는 중증 인지장애를 가진 딸 ‘세샤’의 어머니로서 딸을 보살핀 경험이 철학자인 자신에게 제기한 문제들을 사유한다. 책은 딸의 장애와 함께 살아낸 개인적인 현실에서 출발해서, 기존 철학의 틀을 토대부터 허무는 새로운 철학을 써나가는 데까지 나아간다. 전통 철학은 사유할 줄 아는 ‘이성’적인 인간을 전제해왔다. 그렇다면 인지장애를 비롯해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키테이의 딸 세샤를 철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샤는 말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으며, 대화를 할 수 없기에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철학에서 전제하는 인간 조건인 이성을 지니지 못한 세샤를 인간 바깥의 존재로 바라봐야 할까? 자신이 헌신해온 철학이 사랑하는 딸의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할 때, 철학자로서의 삶과 어머니로서의 삶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키테이는 세샤와 함께한 삶이 철학에 일으키는 불화를 성찰하며, 인지장애라는 렌즈를 통해 좋은 삶과 정상성, 인격과 존엄성 같은 철학적 개념들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세샤는 베토벤과 바흐를 즐겨 듣고, 그 기쁨을 타인과 나누는 능력을 지녔다. 키테이는 세샤와의 삶을 통해, 사유할 줄 아는 능력과 무관하게 기쁨과 사랑을 나누는 능력, 그리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선물임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통 철학이 전제하는 인간의 조건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깨달음은 인간의 조건을 ‘이성'에서 찾아왔기에, 이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소수자나 비인간 존재들의 존엄과 권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전통 철학의 인격과 존엄성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이처럼 장애의 렌즈로 철학을 바라볼 때 “삶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가르침을 얻는다.

독립의 반대말은 의존일까? 독립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상호의존으로 세계를 엮다 한 개인이 온전한 사람으로 대접받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는 온전한 어느 개인을 그릴 때, 제 몫의 노동을 거뜬히 해내며 스스로를 부양하는 독립적인 성인을 떠올린다. 이처럼 ‘일인분’의 노동을 해내는 “건강하고 왕성한” 노동자를 이상적으로 여겨온 현대 산업사회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이고 취약한 존재들은 낙인찍혀왔다. 그리고 이 낙인에서 장애인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돌봄이 필요하며, 의존적이며 취약한 존재, 온전치 못한 존재로 취급받아왔다. 이처럼 의존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다수의 장애인권 운동가들이 의존과 돌봄보다는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게 했다. 의존과 독립의 문제는 비단 장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이라는 가치관은 내면화되고, 우리 모두는 독립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심지어는 일종의 의무로 여기고 이상으로 생각한다. 의존하는 이들은 무능하고 미숙하며,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도태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말로 의존하는 삶은 불충분한 삶일까? 의존과 독립, 또는 돌봄과 독립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일까? 키테이는 타인의 보살핌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세샤의 극단적인 의존을 바라보며, 낙인찍히고 폄훼되어온 의존에 덧씌워진 오명을 벗겨낸다. 우리 모두는 의존하며 살아간다. 의존하는 이를 돌보는 돌봄제공자 또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존하며 살아간다. 의존 없이 우리는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타인과 얽혀 사는 존재로서 우리는 의존을 통해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내고, 더 잘 의존함으로써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인간 존재로서 지니는 취약성과 위태로움이 특별한 친밀감을 경험하게 하며, 타인과 나를 ‘우리'로 상호작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의 의존으로 세계를 엮어나갈 때, 우리는 그저 생존하는 삶이 아닌 다 함께 피어나는 존엄한 삶에 다다를 수 있다고 『의존을 배우다』는 말한다. 이는 저자가 장애와 함께한 삶의 생생한 경험에서 이끌어낸 귀중한 가르침이다.

한겨레 S 북섹션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책 소개

천상의 빛을 향한 찬미와 드높은 종교적 열망 신비의 빛을 통해 지상에 재현한 신의 현존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은 저자 강한수 신부의 전작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과 맞춤하는 책으로, 그 후속편이자 중세의 유럽 성당 전체를 아우르는 완결편이기도 하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의 사제인 저자가 교구 주보에 3년여에 걸쳐 연재해온 ‘성당 이야기’ 원고를 단행본 형식에 맞추어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었다.

저자는 사제로서는 독특하다고 할 만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전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국내외 건축현장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그것이다. 이후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로마 그레고리아노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하며 건축과 신학의 내밀한 관계를, 특히 중세 동안 진행되어온 성당 건축에 스며있는 신학적 배경과 건축공학은 물론 역사, 철학, 문화, 예술적 비의를 해독하는 안목을 갖추었다.

이 책은 로마네스크에서 이어지는 고딕 양식의 과도기에서 후기 고딕에 이르는 건축 양식의 흐름을 정리하며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설명한다. 중세 유럽의 성당들은 당대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히 아는 만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알게 될수록 이제까지 그저 경건함과 웅장함의 이미지 속에 감추어졌던 깊은 의미들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 부분을 세심하게 다루면서도 성당의 배치와 구조와 변화의 양상 등 신학적이며 건축적인 관점에서의 이해를 친절하게 돕고 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웅장한 중세 유럽 고딕 성당들이 왜 그런 형태를 하고 있는지, 외부와 내부 구조의 원리가 무엇인지, 천장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그 낱낱의 의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예민한 사람이라면 외관을 보고 내부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로마네스크에 이은 고딕 성당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친절하고 세심한 설명으로 중세 천년으로의 여행에 독자를 초대한다.

한겨레S 북섹션

건축 스케일의 감 (공간의 치수, 면적, 길이를 우리의 오감으로 파악한다!)

책 소개

팔, 손가락, 손뼘, 보폭, 키 등… 신체를 ‘잣대’로 내 몸에 맞는 쾌적한 공간을 설계하다 건축 입문자, 건축 현장 전문가, 자신의 공간을 직접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

모든 건물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므로 사람의 신체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건축이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의 신체와 동선에 맞게 이루어지면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지만 맞지 않게 이루어지면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쾌적하고 편리하다고 느낀 건물이나 공간들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건축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은 건축 전공자라면 각종 치수를 암기하기보다는 몸의 치수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출간된 《건축 스케일의 감》은 팔, 손가락, 손뼘, 보폭 등 신체를 잣대로 내 몸에 맞는 쾌적한 공간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건물 짓기에 필요한 치수를 단순히 암기하거나 자로 재지 않지 않고도 건축설계에 기본이 되는 ‘스케일’에 대한 감각을 몸이 익혀 쉽고 빠르게 건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주거해부도감》《건축.인테리어 스케치 쉽게 따라하기》《최고의 집을 만드는 공간 배치의 교과서》등 건축 분야에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더숲의 건축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건축 스케일의 감》은 건축 입문자부터 건축 현장 전문가, 자신의 공간을 직접 만들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건물설계와 가구, 공간의 배치에 대한 사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일러스트로 제시한다. 또한 건축설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 꿀팁을 세심한 시선으로 안내한다. 20여 년간 건축설계 교육에 힘쓰고 건축 현장에서 여전히 활동 중인 건축가의 감수를 거쳐 전문성을 더했다.

한겨레 S 북섹션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책 소개

영미 서정시의 살아 있는 전설, 루이즈 글릭의 마지막 시집

13번째 시집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을 둘러싼 시인의 이력을 간단히 되짚어 본다. 2009년에 출간된 11번째 시집 《시골 생활》 이후 2014년에 12번째 시집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나온다. 이 시집으로 글릭은 같은 해 전미도서상을 받는다. 2015년, 국가 인문 훈장을 받는다. 글릭이 보여준 성취로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노(老) 시인에게는 그 상이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훈장을 받으며 주름진 얼굴에 보이는 시인의 수줍은 웃음이 다른 사진들보다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니 말이다. 글릭은 사진에서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 더 그렇다.

2018년에 두 번째 산문집 《미국의 독창성》이 나왔다. 202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지만, 시인은 막상 노벨문학상 전화를 받을 때나 수락하고 상을 타는 자리에서는 덤덤했다. 속내는 그렇지 않았을 지라도 우리 눈에는 덤덤해 보였다. 노벨문학상 연설에서 디킨슨의 시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당신은 누구예요”로 시작하는 시를 읊던 시인.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로 다음 해 글릭의 13번째 시집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이 출간된다. 노벨문학상 이후 첫 시집이지만, 시작보다는 마무리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느낌이 크게 틀리지 않아서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 되었다.

사랑을 재발명하라 (가부장제는 어떻게 우리의 사랑을 망가뜨리나)

책 소개

최근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미혼 남녀 10명 중 6명은 연애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사랑 노래,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왜 연애하지 않을까? 매번 찾아오는 사랑의 실패 속에서 우리는 좀처럼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프랑스에서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모나 숄레는 이성애 관계에 훼방을 놓는 가부장제를 주목한다. 2022년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상을 수상하는 등 출간되자마자 주목받은 이 책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낭만적인 사랑을 다루는 소설, 가정폭력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등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의 풍부한 사랑의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우리가 개인적인 일로만 생각한 사랑이 사실은 가부장제의 강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낸다. 이어서 책 제목에 걸맞게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사이먼 바튼의 스페인사 (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스페인 정체성 탐구)

책 소개

『사이먼 바튼의 스페인사』는 중세 이베리아 전문 역사가인 사이먼 바튼이 쓴 스페인 역사서로서, 일반 독자들에게 스페인의 역사 발전 과정에 관한 개관을 그 기원에서부터 오늘날에까지 명확하고 간결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의 역사는 곧 ‘스페인’이라 불리는 하나의 지리적 영역 안에서 수많은 서로 다른 정치체가 공존해 온 역사이다. 이토록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에 대해 명확하고 균형 잡힌 설명을 제공하는 이 책은 곧 스페인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완벽한 출발점이 되어 준다.

한겨레S 12월 23일 북섹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책 소개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최신작. 이 책은 북해의 섬 헬골란트에서 스물세 살의 독일 청년이 발견한 ‘양자론’에 대한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헬골란트 섬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양자론의 탄생과 해석들, 그로 인한 혼란 그리고 오직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의 실체, 양자론의 ‘관계론적’ 해석에까지 이른다.

우리는 이 세상을 물질의 측면에서 생각하지만, 사실 ‘현실’이라고 부르는 이 세계는 ‘상호작용하는 실체들의 광대한 네트워크’다.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바로 그 대상 자체인 것이다. 소년이 돌을 던지고, 돌은 날아가 공기를 움직이고, 나무는 태양으로부터 산소를 만들고, 사람들은 산소를 마시고, 산소를 마신 사람들은 별을 보고…. 이 세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다. 전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를로 로벨리의 양자 이론이 밝히는 ‘세계의 실재’를 통해, 우리는 지금껏 전혀 보지 못했던 눈부신 ‘현실의 실체’를 직접 만져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 동시에 우리의 선입견에 계속해서 의문을 던진다. 물질이 아닌 관계로만 이루어졌다면 이 세상의 기본 실체는 무엇일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어디에 고정시켜야 할까? 나의 생각과 주관성, 가치, 아름다움, 의미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탐구하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방법을 제시한다.

카를로 로벨리 책이 또 나왔네.
한겨레S 12월 23일 북섹션.

투 파라다이스 1

책 소개

“넌 어디든 네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권리가 있어.”

부커상, 우먼프라이즈, 내셔널북어워즈를 떠들썩하게 만든 젊은 거장 한야 야나기하라의 문제적 소설! 사랑과 존엄을 위해 낙원으로 향하는 대서사시!

《리틀 라이프》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의 신작 소설. 차별, 혐오, 계급, 빈부격차, 팬데믹, 성정체성, 국가의 규제와 개인의 자유 등 21세기 뜨거운 이슈를 녹였다. 제1권에는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를 게이 남성 상속자 버전으로 다시 쓴 〈워싱턴 스퀘어〉와 에이즈(AIDS)를 연상시키는 신종병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뉴욕 게이 남성들과 몰락한 하와이 왕조 후손의 비극을 그린 〈리포-와오-나헬레〉가 담겨 있다.

한야 야나기하라 신작.. 다른 말이 필요한지?

정신머리 (박참새 시집)

책 소개

갇힌 자와 가둔 자, 저주와 축복을 뒤바꾸는 전복의 시 전통, 지식, 진리의 언어들을 점유해 나를 말하기 금칙의 원리를 뒤집어 내게 향해 있던 총구를 돌리기

트위터 화제작…..

정상동물 (동물은 왜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었나)

책 소개

동물은 ‘고기’로 태어나지 않았다

도축당하는 소, 돼지, 닭, 실험대에 올려진 토끼와 쥐, 동물원과 수족관에 감금된 사자, 코끼리, 돌고래…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반려동물 1,500만’의 시대가 되었지만 해마다 ‘도축’되는 동물의 수는 800억이 넘고, 동물원 철창 너머에는 생기를 잃은 동물이 갇혀 있으며, 실험실에서는 5억 명의 동물이 인간을 위해 죽는다. 왜 우리는 어떤 동물은 ‘가족’으로 삼고, 어떤 동물은 ‘고기’로 먹으며, 어떤 동물은 감금하여 구경할까? 동물을 대변하는 변호사 김도희는 이와 같이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 소와 돼지는 농장동물, 토끼와 쥐는 실험동물, 코끼리와 돌고래는 전시체험동물 등으로 인간의 기준에 따라 동물을 분류하는 것을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라고 명명하며, 이로 인해 동물이 ‘죽여도 되는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정상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는 공동생활자인 동물의 권리를 새롭게 상상하고 동물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백인 비장애인 남성에서 시작해 여성, 아동, 유색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타자를 포괄해온 ‘인권’ 담론이 인간-동물이라는 종차(種差)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동물을 인간과 동등하고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았던 피터 싱어, 톰 레건 등의 동물철학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연결되지 못했던 ‘동물’과 ‘권리’ 개념을 연결시킨다. 수족관에서 구출되어 바다를 누비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은 ‘환가누이강’, 농장에서 구조되어 ‘고기로 태어나지 않았다’라고 고양된 울음을 들려주는 ‘꽃풀소’ 들로부터 동물-비인간존재가 인간의 편리, 쾌락을 위해 죽임당하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한다. 수천 년이나 자연과 동물을 이용해온 인간에게는 그들의 고통에 응답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교보문고 판교점 신간 매대(평대)

동물을 위한 정의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책 소개

★최재천 교수, “차가운 이성이 따뜻한 가슴을 만나면 이토록 아름다운 책으로 탄생한다”★ ★남종영, 백수린, 김겨울 강력 추천★ ★최고의 철학가와 사상가에게 주어지는 홀베르그상 수상작★ ★2022년 국제 스피노자 렌즈상 수상★ ★〈커커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사이언스〉 등 현지 언론사 극찬★

현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법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의 동물 권리에 관한 철학적 분석 -모든 동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한겨레S 12월 23일 북섹션.

철학

에드워드 크레이그달크로즈

철학

책 소개

철학은 문명의 행로를 바꾸려는 투쟁의 산물이다 위대한 철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키워준다

새로 간행 개시한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제1권! 옥스퍼드 대학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한국어판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 누적 판매부수 600만 부!

지식의 우주로 안내하는 우리 시대의 생각 단추, 〈첫단추〉 시리즈 2015년부터 교유서가에서 간행하기 시작한 〈첫단추〉 시리즈는 각 학문 분야와 주제에 다가서는 길을 안내하는 입문서 총서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정평 있는 〈Very Short Introductions〉(옥스퍼드대 출판부)를 중심으로 짜인다. 동아시아 등 다른 언어권의 입문서도 소개한다. 역사와 사회, 정치, 경제, 과학, 철학, 종교, 예술 등 여러 분야의 굵직한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는 1995년에 간행을 개시해 현재 350여 종에 달하며, 컴팩트한 입문서 시리즈로 널리 호평받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매부수는 전 세계에 걸쳐 600만 부가 넘고,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전문학자들이 각 분야의 학문적 내용을 소개하고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며 난해한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금 무엇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지 알려주면서 친절한 독서안내와 함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젠더 수업 리포트 (젠더교육 활동가의 눈에 비친 우리 성교육의 안팎)

책 소개

‘제대로 된 성교육’은 무엇일까? :한 젠더교육 활동가의 치열한 성교육 분투기

상실

서평

오랜 시간 절판이었던 존 디디온의 <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이 홍한별 번역으로 재발간되었다. "우리는 상실을 슬퍼하면서 좋든 싫든 우리 자신을 애도하게끔 되어있다. 우리의 이전 모습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질 존재를."
페미니스트 킬조이

책 소개

페미니스트 철학자, 실천적 활동가 사라 아메드의 첫 번째 대중서가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는 강렬한 제목으로 아르테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 9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감정의 문화정치』 『정동이론』 ...

CODE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는 언어)

책 소개

23년 만에 돌아온 컴퓨터 공학 분야의 필독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컴퓨터 공학 분야의 필독서로서 많은 독자를 열광하게 만든 《CODE》가 새로운 컴퓨팅 시대에 맞춰 개정되었습니다. 컴퓨터 내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담은 이 책은 잘 짜인 일러스트와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통해서 컴퓨터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손전등, 검은 고양이, 시소, 폴 리비어의 질주를 통해서 컴퓨팅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 인간의 독창성과 소통에 대한 충동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모든 전자 장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판으로 끝내지 못했던 책을 개정판으로 완주해보자(?)

이상한 다과회

책 소개

비일상의 일상을 사는 우리가 애타게 그려온 따사로운 풍경

일상인 줄 알던 것이 비일상이 되고, 비일상인 줄만 알던 것이 일상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향수처럼, 혹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낙관처럼, 뜻 맞는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차 한잔 마실 날, 꿈꾸고 있진 않으신가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지 삽화가로, 난해하지만 신랄한 만화가로, 기승전결보다는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그림책 작가로, 1인다역의 예술을 보여주는 사사키 마키. 『양을 둘러싼 모험』을 비롯, 사사키 마키가 그린 표지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특히 첫 소설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마키의 독창적인 그림을 입고 세상에 나왔을 때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첫 책의 장정을 그가 꾸며주었다는 그 사실이 무척 벅찼다고 합니다.

김미래 편집자의 『편집의 말들』 읽다가 인용과 코멘트를 보고 읽고 싶어졌다.

붉은 궁

책 소개

왕세자가 사라진 밤, 네 명의 여인이 살해당했다! 진실을 쫓는 한 의녀를 둘러싼 핏빛 미스터리

2022년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허주은 작가가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 《붉은 궁》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 영조 치하의 궁궐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더욱 깊어진 정치적 음모에 한층 더 풍부해진 서스펜스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에 몰입하여 추리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로맨스 요소까지 가미되어 더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1758년 조선, 혜민서에서 네 명의 여인이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녀 현은 자신의 스승인 정수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조판서인 아버지와 기생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현은 출신과 성별의 장벽을 느끼고, 의녀가 되기 위해 혜민서에서 밤낮으로 공부해 왔다. 그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정수였다. 현은 정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홀로 진범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종사관 어진의 조력을 받게 되고,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풋풋한 사랑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어진과 손을 잡게 된 현은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허주은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더 깊이 탐구하는 데 소설이라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붉은 궁》에서는 서사의 중심에 사도세자가 아닌 한 내의녀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킨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열쇠구멍으로 역사를 엿볼 수밖에 없는 외부인의 시점’을 언급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연결감이 있지만, 먼 곳에서 한국 역사를 바라보는 듯한 약간의 거리감. 인물을 설정함에 있어서 한국계 교포 작가로서의 경험을 녹여내어,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하고 생생한 감정 묘사를 끌어낸다.

포스터로 본 일제강점기 전체사 (일본식민주의 미학과 프로파간다)

책 소개

역사 연구에서 문자 사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비문자 사료다. 특히 사진, 만화, 광고, 삽화, 회화 등의 이미지 자료는 ‘역사적 재현’이자 중요한 사료다.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포스터는 주제어나 텍스트를 덧붙여 써서, 다른 이미지 자료에 비해 ‘객관적’이며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포스터를 해석하는 일은 역사를 풍요롭게 이해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제강점기의 매체와 문헌에 실린 거의 모든 포스터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포스터가 많다. 또한, 이미 알려진 포스터라 하더라도 배포된 때를 명확하게 규정하거나, 일본 포스터 또는 서구 포스터와 견주어 보는 비교사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재해석했다.

일제강점기 포스터를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묶고, 그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하여 해설했다. 1장(깨우쳐라 ‘국민’이여)에서는 ‘계몽’, 2장(널리 알리니)에서는 ‘홍보’라는 범주로 묶었다. 이어지는 3장(황국신민이 되어라)에서는 ‘사상동원’, 4장(동원되는 신체와 물자)에서는 ‘전쟁동원’을 다루었다. 분리된 각 장은 일제의 프로파간다 전략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때로는 포스터가 아닌 이미지 자료들(잡지 표지, 사진, 삽화, 만화, 광고, 전단 등)도 함께 보여 줌으로써, 포스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당시 거의 모든 매체에서 흑백 사진 형태로 소개된 포스터는 물론, 컬러로 된 ‘현존 자료’도 함께 실었다.

동경일일 2

마츠모토 타이요 · 이주향달크로즈

동경일일 2

책 소개

동경일일 2

동경일일 1

마츠모토 타이요 · 이주향달크로즈

동경일일 1

책 소개

마츠모토 타이요가 처음으로 그리는 ‘만화’에 대한 만화다. 데뷔 36년 차로 어느덧 만화계의 ‘대선배’가 되어버린 마츠모토 타이요. 작품 곳곳에는 그가 거쳐온 만화계의 정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 (대서양 혁명에서 나폴레옹 집권까지)

책 소개

영어권의 최근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반영한 프랑스 혁명사의 완결판

장 클레망 마르탱은 영어권의 연구 성과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문헌을 바탕으로 쓴 이 책에서 1770년부터 1802년까지 시기를 네 가지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나눠서 재해석하자고 제안한다. 먼저 ‘위에서 시작된 혁명’은 루이 15세가 시작하고 루이 16세가 어설프게 이어받았으나 1789년의 ‘바스티유 정복’으로 알려진 대담한 정변으로 실패했다. 그때 프랑스인 거의 전체가 기다리던 혁명적 재생이 시작되었다. 그다음으로 1792년에 자코뱅파가 주도한 ‘진정한 혁명’이 시작되었다. 자코뱅파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지만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로베스피에르를 제거한 후 다양한 정치 세력들의 경쟁이 제도적 안정을 방해했고, 결국 카리스마 넘치는 장군이 국가를 장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수많은 사건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프랑스는 근대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장 클레망 마르탱은 이 시기에 일어난 프랑스 국내외의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마치 장편 역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솜씨 좋게 다루었다.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는 잠재력이 가득한 탐정소설 같다. 결국 독자는 여러 가지 해결책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프랑스 혁명사 연보Annales historiques de la Révolution française』

가스 냄새를 감지하다

책 소개

“파국이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보겠는가? 그러한 도래-보기, 그러한 시간-응시의 감각기관은 무엇인가?”

역사의 시각자료 아카이브 속에서 망각되었던 것들을 발굴하는 사유의 방법론을 전개해온 디디-위베르만의 에세이 “파국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에게 남은 것은 미래의 역사를 위한 증언, 아카이브, 문헌 조사에 호소하는 에너지뿐이다.”

광산 가스를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역사의 광산 가스, 파국이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한때 광산 가스로 인한 폭발 사고는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산업적, 사회적 재난 중 하나였다. 우리는 광산 가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무색무취의 광산 가스를 감지해내기 위해 옛 광부들은 카나리아와 함께 갱도에 내려가곤 했다. 광부들은 어린 새가 깃털을 부풀리는 것을 보고 위험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의 광산 가스’, 다시 말해 파국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일견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이는 사회 체제 안에서, 아무런 기미 없이 다가오는 파국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기관은 무엇인가? 프랑스의 미술사학자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이 책 『가스 냄새를 감지하다』에서 예기치 않은 폭발을 야기하는 광산 가스를 도래할 파국의 징후 이미지에 비유하며, 가시화된 적이 없고 따라서 기억되지 않는 과거의 사건이 어떻게 되돌아와 가독성을 획득하게 되는지 질문한다. 저자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토대로, 역사가의 임무는 역사를 단순히 참조 대상으로 삼거나 판테온에 고이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위급한 현재의 순간 예기치 않게 솟아오르는 과거의 기억을 포착해내는 것, 그럼으로써 보이지 않던 것을 감지하고 읽어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공식적인 행렬 속에서 이미 완결된 과거의 파국에 대해 수행하는 애도나 추모의 작업과, 앞으로 일어날 파국의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조망하기 위해 과거를 복기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기억과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이자 시인, 소설가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다큐멘터리 영화 〈분노〉(1963)를 오가면서, 역사가 어떻게 시적 분노와 몽타주를 통해 가독성을 획득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이 이미지의 스펙터클은 얼마나 억압적인가, 얼마나 살인적 광경인가?” 기존의 시각적 질서, 권력의 표상 체계에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파솔리니의 변증법적 몽타주 혹은 ‘시적 분노’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출신인 디디-위베르만은 과거의 광산 사고 목록을 훑어보다가 1968년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에서도 커다란 광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그는 이 사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이러한 기억상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경우 상실된 기억이 다시 돌출해 인식 가능성을 얻게 되는지 질문한다. 그러면서 디디-위베르만은 파솔리니의 몽타주 영화 〈분노〉를 소환한다. 디디-위베르만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파솔리니를 주목한 바 있다. 『반딧불의 잔존』(2009)에서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미한 빛을 내며 잔존하고 있는 민중의 몸짓을 가시화하는 일을 언급하며 반딧불-민중의 춤을 찬미했던 파솔리니의 시적 응시에서 그 모델을 찾았고, 『민중들의 이미지』(2012)에서는 주변부의 것이라 할 인류학적 기록들을 조직하여 미미하게 잔존하고 있는 몸짓과 얼굴을 시대착오적으로 다시 출현하게 하는 감독, 형상적 섬광을 담아내는 감독으로 그를 소개했다. 이 책에서는 변증법이 작동하는 장소로서의 시영화를 통해 리얼리티에 도달하고자 한 파솔리니의 영화 〈분노〉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1962년 파솔리니는 제작자 가스토네 페란티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던 9만 미터 분량의 1950~60년대 뉴스릴 자료를 사용해 몽타주 영화를 만든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파솔리니의 단일 장편 다큐멘터리로 구상된 것이었으나 1963년 파솔리니가 완성한 급진적 결과물에 당황한 제작자는 계획을 바꿔 영화를 총 2부로 구성하기로 하고, 『신부님 우리 신부님』으로 잘 알려진 우파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에게 후반부의 연출을 맡긴다. 제작자는 훗날 영화가 좌파와 우파 이데올로기 사이의 일종의 영화적 논쟁으로 재구성된다면 더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는 대중적으로 철저히 외면당했고 곧 잊혔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파솔리니의 영화만 복원되었고, 비판적 힘을 가진 몽타주 영화의 예외적이면서도 탁월한 사례로 재평가된다. 디디-위베르만은 파솔리니의 이 몽타주 영화가 무로부터 세계를 다시 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시도들보다 훨씬 더 시적이고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당황한 제작자로 하여금 시급히 영화를 ‘중화시킬’ 수단을 찾아나서게 만들었던 파솔리니의 몽타주는 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혐오: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책 소개

★ 워싱턴대학교 선정 2019 코먼 리드(Common Read) “모두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하버드대학교 교수 코넬 웨스트Cornel West,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로버트 P. 조지Robert P. George 추천 이념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은 책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자연적인 동맹자들에게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네이딘 스트로슨은 혼란의 시기에 명석하고, 위선의 시대에 일관성 있으며, 위협적인 환경에서 용감하다. 이 책은 시민적 자유를 수호해 온 그의 경력에 걸맞은 최고의 성취다. - 미첼 대니얼스Mitchell Daniels, 퍼듀대학교 총장, 전 인디애나주 주지사

스트로슨은 이 얇은 책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 그는 복잡하고도 철저하게 검토된 분야에 뛰어들어,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으며 명료한 책을 저술했다. 추측건대 이 책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될 것이다. - 로널드 콜린스Ronald Collins, 워싱턴 로스쿨 교수, 《수정헌법제1뉴스First Amendment News》 발행인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 ㆍ 대중이 신뢰하는 ‘표현의 자유’ 전문가 네이딘 스토로슨의 평생 연구, 활동의 총결산

“혐오표현에 어떻게,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

★ 워싱턴대학교 선정 2019 코먼 리드(Common Read)! “모두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하버드대학교 교수 코넬 웨스트(Cornel West),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로버트 P. 조지(Robert P. George) 추천 이념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은 책

누구나 다양한 개인적 특성, 신념 때문에 “혐오” 행위자(혐오선동가)로 비난받을 수 있고 “혐오”를 당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종, 민족,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성정체성, 장애 등에 대한 편견이 동기가 되는 혐오표현)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정치 담론에서도 “혐오” 관련 이슈가 점점 더 주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혐오는 상대 집단, 특히 소수자집단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조장한다.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혐오표현금지법으로 대표되는 ‘검열’을 통해 혐오표현을 차단(또는 삭제)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어떤 방법이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인가”를 명쾌하게 분석한 『혐오: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가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3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Nadine Strossen)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전국법저널 선정)로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선구적 전문가이자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다. 그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이론적 토대로 삼아 법학, 역사학, 사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초국적 연구물과 혐오표현금지법의 부작용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혐오표현에는 반대하지만 그것을 법률(혐오표현금지법)로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효과적인 방법은 법적 제재가 아니라 더 많은 표현, 즉 “대항표현(counterspeech,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모든 표현)”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교수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로버트 P. 조지 등 진보-보수주의 성향을 떠나 이념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워싱턴대학교의 2019 코먼 리드(Common Read) “반드시 읽어야 할 책”에 선정되었다. 번역은 혐오표현 전문가로 관련 이슈를 적극적으로 논하며, 혐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인 “대항표현”을 국내에 소개하고 널리 알려 온 홍성수 교수와 유민석 연구자가 맡았다. 이들은 이 책을 “혐오표현의 개념, 혐오표현금지법의 이론적 쟁점과 현실적인 문제점,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교과서나 다름없다”라고 평했다. 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저자의 논점을 국내에 좀 더 섬세하게 소개하는 방법으로 홍성수 교수는 미국에서 직접 저자를 만나 대담을 진행하고, 책 말미에 「저자와의 대담」 지면을 마련했다. 역자는 한국 독자의 이해를 풍성하게 돕기 위해, 한국 사례 다수를 언급하고 저자와 분석해 나가며, “표현의 자유” “대항표현”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이끈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책 소개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이에 꼭 같이 밥을 먹어야 하나요? 밥이라도 맛있게 먹고 싶은 낡고 지친 직장인 대공감 소설!

실제 직장생활을 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다카세 준코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의 표리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

다카세 준코는 실제로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2019년 소설가로 데뷔한 후, 5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단편과 산문 등을 꾸준히 기고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가다. 『개의 모양을 한 것』으로 제43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연달아 아쿠타가와상 후보 및 수상자로 호명되어 주목을 받았으며, 국내에는 제167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로 처음 소개된다. 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 친구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같은 일상이나 자주 겪어봄 직한 사건들 아래에 웅크린 진실 혹은 모순, 그 위를 소리 없이 흐르는 인물의 관계성을 포착해 담백하게 담아내는데, 그 오묘한 한 그릇을 마주한 이는 익숙한 감칠맛 뒤에 날카롭게 톡 쏘는 끝맛을 경험하게 된다. 매일 집에서 한 발짝만 내디뎌도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왜 짜증이 나는지, 무엇이 왜 싫은 건지 생각해보는 걸 좋아한다는 다카세 준코.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현대인의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는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끼니를 잘 챙겨야 해” vs. “먹는 일에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아” 매일 먹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을 대하는 세 인물의 오묘한 온도차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평범한 한 회사의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직장소설이다. 매일 가야 하는 회사와 매일 먹어야 하는 밥, 그리고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세 인물 사이의 오묘한 관계와 온도차가 깃든 일상적 순간들을 예리하고 서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니타니(남, 입사 7년 차) 그럭저럭 일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무난하지만 유독 먹는 것에 열의가 없다. 요리는 고사하고 하루 세 번 끼니를 챙기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유일하게 즐기는 건 컵라면과 맥주. “배를 채우기에는 그저 컵라면이면 된다. 다만, 계속 이것만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들 하니 문제인 거다. 하루 세 끼 컵라면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식이 조건이 갖춰지면 좋을 텐데. 하루 한 알로 필요한 모든 영양과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알약이 생기는 것도 좋겠다.”

아시카와(여, 입사 6년 차) 상냥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다만 업무에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성향을 보인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를 가져와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일과다. “잘 챙기면서 사는 걸 좋아하는 거 같긴 해요. 먹고 자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시오(여, 입사 5년 차)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하고 회사생활에 나름의 야심이 있다. 일을 못하는 사수 아시카와를 사방에서 챙겨주는 사무실 분위기가 불만이다. 가끔 니타니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신년회에서 먹은 전골은 맛없더라고요. 전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먹는 음식은 대체로 맛없게 느껴져요. 오리고기 좋아하는데도 이상하게 너무 싫어서. 다시 먹고 싶었어요.”

세 인물의 식성 차이는 곧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연결된다. 음식을 오로지 연명의 수단으로 여기는 니타니는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일종의 편의나 목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에게 상냥하며 먹는 일에 공을 들이는 아시카와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회피적 성향을 감추려 한다. 오시오의 식성은 이 두 인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듯한데, 사회적 가면과 진짜 본심을 사용하는 데 조금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과 욕망에 집중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인물들이 회사라는 곳에서 그럭저럭 공존하는 듯 보이던 어느 날, 결국 기묘하게 섞여들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저랑 같이 그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히어로와 빌런이 한데 부대끼는 회사라는 무대 위 복잡미묘한 관계들

꼰대, 내로남불, 무책임, 무능력한 사람을 회사에서 빌런이라 부른다면, 그 반대는 히어로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일터에 나가 빌런과 히어로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서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밥은 다 같이 먹어야 제 맛이지”라며 팀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점심 참여를 강요하는 팀장, 일은 잘하지만 툭하면 남의 뒷담화를 하는 동료, 무능력하고 자꾸 일을 떠넘기는 상사, 일도 인간관계도 그럭저럭 무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게 짜증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부러운 걸까요? 부러운 거랑은 좀 다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거든요. 짜증은 나는데, 싫은 거랑은 좀 다르고.” “좀전에 아시카와 씨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 “직장 동료가 아니었다면 안 싫어했을걸요? 아시카와 선배, 그냥 보면 좋은 사람이잖아요. 제가 그런 타입이랑 개인적으로 친해진 적은 없으니, 직장에서 안 만났으면 어울릴 일도 없었겠지만요.” “그럼, 직장 동료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네요. 싫어하게 될 운명인 걸까요?” (본문 18p)

작중 아시카와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조퇴를 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부담을 안기지만, 그럴 때마다 밤새 손수 만들었다는 디저트를 가져와 이를 만회하고자 한다. 쿠키, 레몬마들렌, 트러플초콜릿, 사과머핀, 요거트치즈케이크, 라즈베리젤리, 도넛…… 갈수록 잦은 조퇴와 다양해지는 디저트들. 오시오는 몸이 아프다고 조퇴한 사람이 어떻게 밤새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유독 아시카와에게 너그러운 사무실 분위기를 납득하기 어렵다. 니타니는 호의라는 이유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며 매번 감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시오가 니타니에게 제안한다. “저랑 같이 아시카와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피로가 몰려오는 사무실 오후 세시의 수제 디저트 시간, 이 두 사람의 은밀한 동조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파시즘 vs 안티파 (만화로 읽는 안티-파시스트 운동 100년의 역사)

책 소개

되살아나는 파시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배타적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 신파시즘에 뿌리를 둔 다양한 극우 정치세력들이 부활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보편적 합의, 극우 정당에 표를 줘서는 안 되며 주류 정당은 극우 세력과의 협력을 거부해야 한다는 오랜 금기가 무너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신파시즘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형제당 대표 조르지아 멜로니가 총리직에 올랐으며, 핀란드에서는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핀란드당이 연립정부에 합류했다. 스웨덴에서도 반이민, 반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으로 우파 연립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러시아, 튀르키예, 폴란드, 헝가리 등의 극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들은 말할 것도 없다. 파시즘은 상대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정치 이데올로기이자 운동이지만, 짧은 역사 동안 인류에게 가장 잔학한 범죄들을 저질렀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에서 발원한 파시즘이라는 독초는 나치 독일, 프랑코의 스페인, 미국의 KKK를 비롯하여 전 세계 모든 지역으로 뿌리를 뻗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우파 포퓰리스트들의 기세를 업고 파시즘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들의 힘은 더 이상 거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귀성과 우연성 (AI시대에 철학하기, 포스트휴머니즘과 트랜스휴머니즘을 넘어)

책 소개

‘디지털과 AI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조건 허욱을 읽어야 한다!’

‘우연과 필연’, ‘차이와 반복’이 아니라 ‘우연성과 재귀성’이라는 테크놀로지 철학 개념으로 새롭게 조망하는 칸트 ㆍ 사이버네틱스 ㆍ ‘코스모테크닉스’. 유럽 인문학과 디지털 철학의 패러다임을 일거에 뒤바꾸는 도전적 문제작!

‘디지털과 AI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조건 허욱을 읽어야 한다!’ 21세기 사상사와 지성사에 이름을 남길 젊은 철학자의 문제작! 21세기의 가장 핫한 예술 평론가!

기술만능주의와 기술비관주의가 맥없이 왈가왈부되기만 하는 사회. ‘상관주의’ 비판, 사변적 유물론 등 한편으로 편향된 백가쟁명의 현실성 없는 급진주의의 조급함이 사유를 대신하고 있는 일부 지식계. 이제 비로소 인간의 본성/본질, 기술=테크놀로지의 본성/본질에 대한 탐구해야 할 때이다.

칸트와 셸링 및 헤겔부터 ‘사이버네틱스’의 위너를 경유해 베르탈란피와 루만 등의 2차 사이버네틱스를 거쳐 하이데거의 ‘사이버네틱스의 완성=형이상학의 종언’을 너머 ‘코스모테크닉스’에 이르는 장대한 철학적 ㆍ 역사적 탐구는 오늘날의 철학뿐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소향 · 범유진 · 이필원 · 임하곤달크로즈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책 소개

‘백 미터 달리기를 막 끝낸 것처럼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중학교 1학년 새로운 시작의 설렘과 불안을 담아낸 4인 4색 청소년 소설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맞은 1학년 학생들이 맞닥뜨린 크고 작은 사건과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낸 작가 4인의 청소년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청소년기의 시작. 중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은 불안과 설렘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형성해 나간다.

누군가에게 익명의 고백을 받고 설렘과 궁금증을 느끼기도 하고,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한 자신의 진심을 거울에 비추듯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기도 한다. 서먹해진 친구와 가까워지는 법을 몰라 답답한 가운데 귀찮은 짝꿍의 부탁을 들어주려 애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주인공인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이 소설에는 이처럼 낯선 환경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중학생의 풋풋함과 설렘, 혹은 불안을 안고 새로운 생활에 이제 막 발을 뗀 청소년들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힘차게 응원한다.

‘하나중 도시농부 고백사건’ 수록(정아은 작가가 한겨레S 북섹션에서 추천한 청소년문학)

엑스포츠 온 페이퍼 (글로벌 사우스에서 출판 실천을 추출하기)

책 소개

타이완 작가 장원쉬안이 지난 2018년부터 2년간 동남 아시아와 남 아메리카의 도시들을 다니면서 출판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사미즈다트, 선언문, 아카이브라는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챕터는 그 키워드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는 출판 활동가, 단체, 예술가, 디자이너, 도서관, 서점 등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출판 종사자의 인터뷰나 활동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진 않는다. 부제인 '글로벌 사우스에서 출판 실천을 추출하기'가 말하듯이, 세계 질서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는 '글로벌 사우스'라는 지리적 범주가 과거 식민지 지배나 지금의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해 어떻게 구축되고 이어지고 있는지를, 동시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기록하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출판 활동이나 책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출판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발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16세기의 격동하는 삶과 죽음, 명예와 수치)

책 소개

알베르 카뮈는 “사형 집행인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엘 해링톤은 사형 집행인 프란츠 슈미트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에서 놀라운 솜씨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 책은 1588년부터 1617년까지 사형집행인으로 살아온 프란츠 슈미트의 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자인 해링톤은 슈미트의 일기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극적인 장면들을 능숙하게 삽입해서 완전한 드라마를 구현해내었다. 미국 벤더빌트 대학교의 독일사 교수인 조엘 해링톤은 이 사형 집행인의 일기에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 드라마에서 슈미트의 역할은 교수형, 불태우기, 참수, 심지어 바퀴로 육체를 찢는 등 다양한 형태로 사형을 집행해야 했지만 이 모든 행위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16세기에는 꿀벌통을 훔치다 걸리는 경우에도 사형을 집행할 정도로 사람의 목숨이 값어치가 없었다. 푸코의 말대로 감시와 규율은 체재의 방패막이었기 때문이다. 수백 가지의 채찍질을 포함하여 이토록 다양한 고문의 방식이 있었다는 점은 충격과 공포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가공할 공포를 심어준다.

실제로 마르틴 루터는 “범죄자가 없었다면 사형집행인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을 휘두르며 목을 졸라 죽이는 손은 이와 같이 더 이상 사람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이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목매어 바퀴를 깨뜨리고 목을 베고 전쟁을 하시느니라.”

슈미트는 소름끼치는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는 “법정의 규탄, 죽음의 행진, 사형집행 자체가 삼위일체로 구성되어 마침내 신중하게 고안된 도덕적 드라마”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망나니가 의사로서 대단한 명망을 얻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슈미트는 동시대의 다른 사형 집행인들이 가지고 있던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신성 모독자의 혀를 찢거나 도박꾼의 손가락을 자르려면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부러진 뼈를 고정하고 사형수에게 약초와 고약을 발라서 마침내 교수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살아남게 하는 비법은 슈미트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시대의 사형 집행인들은 사람을 죽이는 역할만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슈미트는 의사로서 수입이 사형 집행인으로서의 봉급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요컨대 그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의사였다는 것이다.

슈미트의 일생은 사형 집행인의 굴레에서 벗어나 의사로서 모두에게 존경받는 삶으로 인정받고자하는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은퇴한 사형 집행인으로 삶을 마감하기를 거부한 칠순의 슈미트는 황제(페르디난트 2세)에게 호소하는 편지를 써서 결국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사형 집행인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 그 시대에 망나니로 산다는 것은 성 밖에 거주하면서 자녀들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온식구들이 교회의 예배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약 1만 5천명의 환자를 돌보았다. 4백명의 목숨을 끊어냈지만 그 열 배 이상의 목숨을 살려낸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점은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의 뉘른베르크 풍경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그려낸 조엘 해링톤의 능력이다. 그는 상아탑의 지루한 말놀이 대신 생생하게 구현된 말의 향연으로 우리를 신성로마제국의 한 시대로 데려간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해링톤의 통찰력은 작품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서의 프란츠 슈미트를 창조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놓기가 어렵게 만드는 내러티브는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이다.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

책 소개

생태 위기 앞에서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하는 세계적인 철학자의 마지막 대작

이 책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온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집필한 최고의 대작으로 불린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라투르 사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투르는 서구 근대인과 그들을 따라 근대화를 추구한 비서구 근대인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놓는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갈등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근대인은 자신과 타자를 파악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잘못된 이분법의 좌표계로 세상을 재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투르는 또 하나의 근대성 비판을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근대인을 대상으로 삼았던 서구 인류학의 시선을 반전시켜 놀랍게도 근대인 자신을 인류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근대인이 추구해온 과학, 기술,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도덕, 법 등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근대적 가치와 제도의 실상을 밝히고, 열다섯 가지 존재양식의 개요를 제시한다. 서구와 비서구,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세 시대에 대응하여 한층 더 다원적이고 생태적인 대안적 좌표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이 책은 근대화의 폭력과 오류를 넘어 생태화의 길로 나아가며 비근대인, 비인간, 그리고 지구와 함께하는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연다.

야생의 식탁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책 소개

자연에서는 누구도 가난해지지 않는다

생태학자 최재천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강력 추천!

기후 위기와 자연 파괴를 염려하면서도 기꺼이 무한 욕망의 소비 지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모 와일드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린다. ‘정말로 지구에 식량 위기가 닥친다면 우리는 채집ㆍ수렵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답을 얻기 위해 직접 채취와 야생식만으로 살아보겠다고 나선 저자의 도전기다. 자연을 사랑하는 채취인이자 약초학자인 모 와일드는 일 년 동안 마트에 가는 대신 숲에서 나뭇잎과 버섯을 따고 바다에서 해초를 뜯는다. 도토리 가루로 팬케이크를 굽고 난생처음 고등어 낚시에 도전한다. 매 끼니가 고군분투다. 그런데 이렇게 계절마다 자연이 내주는 것들에 의지해 살아 보니,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도 넉넉해진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 눈앞의 자연에 집중하는 순간, 복잡한 생각은 전부 사라지고 단순한 즐거움이 솟는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먹는 값비싼 요리가 하나도 안 부럽다. 호기심을 안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저자를 따라 숲과 바다를 쏘다니고, 그가 초대한 식탁 앞에 앉게 된다. 이 유쾌하고 모험심 넘치는 스코틀랜드 할머니는 죽은 나무둥치 아래 버섯을 찾아내는 법부터 인류의 식문화사, 동식물의 생태, 영혼을 살찌우는 야생식 레시피까지 하루하루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식탁을 차려 낸다. 지금껏 한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야생의 맛과 효과를 경험할 시간이다.

감정의 문화정치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책 소개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두 가지 질문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정치적 삶과 문화연구에 관한 최고의 책”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서” “정동 이론과 감정 연구의 필독서” “살아낼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이들에게 건네는 책”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 페미니스트 독립연구자 사라 아메드의 주저 중 한 권인 《감정의 문화정치》가 출간됐다. 이 책은 그간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사라 아메드는 이 책에서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분석하며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한마디로 감정은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감정이 어떻게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등과 연결되어 차별과 배제를 유발하거나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아메드는 이렇게 감정을 문화정치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세계를 분석한다. 이를테면 백인과 흑인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고착되어 있다. 백인은 흑인을 증오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역겨워하기도 한다. 흑인에게 원래부터 그런 부정적 느낌이 있었던 것처럼 흑인을 탓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일삼는 이들은 자신이 누려야 하는 기쁨을 타자가 훔쳐갔다고 믿는다.”(349쪽) 비단 백인과 흑인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보수적 기독교인과 동성애자, 국가와 난민 사이에 흐르는 감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더 많은 특권을 지닌 주체가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타자 탓으로 돌리며 이 사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권력구조와 사회 규범은 유지된다. 사라 아메드가 ‘감정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듯이, 감정의 문화정치는 바로 이러한 역사와 권력구조를 은폐하고, 폭력의 역사를 재생산하는 일을 한다.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주의 등 폭력에 기초한 세계가 당연한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우리가 특정 대상, 인종, 문화 등을 대하면 혐오하고, 증오하고, 역겨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은 사회, 정치, 역사와 결부되어 표출되기 때문이다.